스노클링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부터 시작해서 너무나도 어색한 것이었다. 단지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 물속을 본다는 것인데 이번에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지 아는 것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직접 해 보니 정말로 ‘장비를 끼고 물속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게 재밌다. 사진이나 영상 같은 곳에서 많이 보던 바다 속 물고기 지나다니는 그런 광경이 전부인데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물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들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다니...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니며 내 몸에 닿을 듯이 다가와서 한 번 잡아볼라치면 손 끝 저 멀리 도망가는 물고기들. 뭐 대단한 것을 느끼거나 깨닫거나 한 건 없다. 그냥 재밌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 꼭 깨닫거나 하지 않아도 재밌었으면 그걸로 그냥 장땡이라는 것. 스노클링, 또 하고 싶다.
투어가 11시 픽업이라 아침 시간이 매우 여유로웠다. 어제 사온 라면과 호텔 1층에 있는 패밀리마트에서 삼각김밥을 사와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수영복을 입고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미니밴 기사가 와서 동쪽에 있는 선착장으로 데려다줬다. 서양인들만 탄 미니밴에서 내리니 어떤 아주머니가 자기 배를 타고 갈 거라면서 성태우로 배타는 곳까지 안내해줬다. 스페셜한 배, 화장실이 딸려있어서 매우 좋다고 한다. 별 것 아니지만 참 좋은 옵션이다. 1층은 주방과 운전실, 2층은 의자만 있는 곳이었는데 모두 다 2층에만 앉아있었다.
배를 타고 구경을 하며 기다리는데 한 차가 더 온 듯, 중국인들이 무대기로 탔다. 엄청 북적북적해지고 자리 경쟁도 은근히 심해졌다. 한국인 신혼부부 커플이 있어서 인사하고 얘기도 좀 했는데 엄청 같이 떠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라차섬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머핀이랑 쿠키, 바나나, 물과 콜라가 제공되었다. 자유롭게 먹는 거였지만 많이 먹지는 않았다.
가이드인 이 아주머니는 몸매는 통통해도 수영을 엄청 잘 하는 듯 했다. 스노클링 할 사람에 대해 조사했는데 중국인들은 거의 다 안한다고 했고 우리는 처음이지만 하고 싶다고 했다. 수영을 잘 못한다고 하니까 그러면 하지 말라고 해서 약간 멘붕이 왔다. 스노클링 해 보려고 라차섬 투어 선택한 건데, 이럴 수가...
스노클링 장소에 배가 정박하자 서양 꼬마애들도 1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서 1층으로 내려가보니 구명조끼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 입고 스노클링을 해도 된단다. 헐, 이럴 거면 왜 그렇게 딱 잘라 얘기했지? 아내과 구명조끼를 잘 입고 스노클을 끼고 물속으로 풍덩. 발이 닿지 않는 매우 깊은 수심이었다. 아내는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다. 가이드가 긁히거나 물린 줄 알고 왔는데 아무 일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아내를 안심시켜주며 스노클링 하는 것을 도와줬다. 발이 닿지 않아 조금 겁도 났지만 물속에 물고기들을 아내랑 같이 보는데 짱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20분 정도 했나, 뭐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배 위로 오라고 해서 밧줄을 잡고 배로 갔다. 배는 점점 라차섬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해가 매우 강했는데, 오일을 바르고 갑판에 누워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도 갑판에 가서 해를 좀 쬐면서 옆에 있던 중국인 부부랑 얘기를 하기도 했다. 7년차 중국인 부부, 아이는 아직 없고 상하이에 산다는 것까지만 알아냈다. 푸켓을 오고 갈 때는 방콕을 경유한다는 것도...
배는 라차섬 바위 근처에서 멈췄고 우리는 2차 스노클링을 했다. 아내는 소리도 덜 지르고 이번에는 좀 괜찮았다. 역시 짱 재미있었다. 끝나고 올라왔는데 아까 그 중국인 남자는 바위 근처까지 가서 몸이 긁혔는지 아내가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 배는 바위를 돌아 라차섬 해변에 정박했고 우리는 작은 보트를 타고 해변 가까이 가서 내렸다. 3시간 정도였나,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챙겨온 스노클을 끼고 여기서도 스노클링을 했다. 물이 깊지 않아서 나는 그냥 하고 아내는 구명조끼를 입고서 했다. 여기는 걸어다니면서 머리만 물 속에 넣어도 물고기가 많이 보였다.
파통비치보다 파도도 안치고 물도 얕고 해서 수영을 해봤는데 내가 물에 잘 뜨는 편(?)이었다. 새로운 발견. 스노클 장비도 있으니 머리를 일부러 물 밖으로 뺄 필요가 없어서 그런지 더 잘 뜨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헤엄쳐 다니며 물고기들을 구경했는데 완전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물고기가 점점 많아지는 바위 쪽으로 가게 됐는데 이쪽은 물살도 조금 세지고 바위에 따개비(?) 같은 것에도 좀 긁혀서 얼른 빠져나왔다. 발 끝이 조금 긁혔는데 크게 긁히진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여기서도 수영하고 흙장난하고 놀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 배로 돌아갔다. 아름다운 라차섬에서의 정말 재미있고 멋진 시간이었다.
배를 타고 오는 길에 해 지는 모습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꼬치구이랑 닭봉튀김, 샐러드와 똠얌궁, 밥과 여러 반찬들이 있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하루 종일 헤엄쳐서 그런지 많이 먹기도 완전 배부르게 먹었다. 밥을 먹으며 해 지는 풍경도 너무 멋졌고, 어두워지고 보이는 하늘의 별들도 완전 반짝반짝하고 많이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항구로 도착해 가이드 아주머니와 헤어지고 다시 미니밴으로 숙소를 갔다. 얼굴마사지를 받으러 갈까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그냥 숙소에 있기로 했다. 대신 챙겨온 얼굴팩을 서로 해주기로... 그리고 바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