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세온하온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생후17일부터 20일(입원 4일)

inhovation 2017. 2. 20. 00:11

2016.12.03. 토 (생후 17일)

새벽 2시. 세온이가 울어서 깼다. 모유는 먹지 않았다. 다시 자고 새벽 4시에 세온이가 울어서 또 깼다. 모유를 또 안 먹었다. 뭔가 이상해서 체온을 재 보라고 하니까 38.2도로 높게 나왔다. ... 깜짝 놀라서 병원 가야 할 것 같아서 장모님을 깨우고 병원에 전화 해보니 바로 오라고 했다. 그런데 아내가 다시 조리원에 전화해보니 미온수로 좀 닦아주라고 했다. 옷을 벗기고 미온수로 좀 닦고 하니 열이 조금 내리긴 했다. 38도 아래로. 이 때, 세온이가 또 똥을 쌌는데 갑자기 힘 없이 축 쳐지고 안 움직여서 깜작 놀랐다. 완전 많이. ...


아침에 열이 좀 내리고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열이 내려갔다고 하니까 그래도 병원을 가 보라고 했다. 아내는 병원 가 봤자 하는 것도 없고 이것저것 검사 해야 한다고 해서 좀 망설이고 다시 조리원으로 전화를 해 보았다. 모유를 먹지 않는다고 하니까 보리차를 먹이라고 해서 보리차를 좀 먹였다. 보리차는 잘 먹었다.


그런에 아침이 지나고 나서 다시 열시 38도 정도가 나왔다가 떨어졌다. 분유랑도 좀 먹이고 해야 하는데 젖병에서 분유가 제대로 안나와서 우선 나는 젖병을 사오기로 했다. 젖병을 사러 가는 길에 아까 전화 했다가 받지 않는 친한 의사 형에게 전화가 왔다. 빨리 병원 가라고. ... 아내한테 바로 준비하라고 말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병원으로 바로 가려고 했는데 열이 또 좀 떨어져서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계속 38도 아래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열이 내리진 않았다. 세온이는 점점 힘이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


보리차를 또 먹였는데 이건 잘 먹고 열이 잡힐 듯, 말 듯 하다가 안 잡혀서 결국 여기저기 전화. 2시가 되기 직전에 동네 소아과를 갔다. 병원 가기 전에 아내가 계속 꺼렸던 이유가, 세온이가 아직 접종을 맞지 않아서 병원에서 감염이 될까 해서였는데, 결국 병원을 왔다. 소아과에서는 목이랑 귀를 봤는데 아무 징후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더 위험한 거라고 하면서 뇌수막염, 패혈증, 요로감염일 수 있다며 진료의뢰서를 써주고 다시 열 오르면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나는 바로 가자고 했는데 일단 모유수유를 다시 해 보기로 하고 집으로 갔다. ...


집에 돌아가서 모유수유 좀 하고 보리차도 좀 먹이고 지켜보는데 열이 잘 잡힐 듯 하면서 계속 안떨어졌다. 정상하고 미열하고 왔다갔다. 세온이 데리고 있는데 웃기도 하고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내가 세온이 보다가 갑자기 울었는데, 아파하면서도 세온이가 미소를 날렸다고. ...ㅠㅠㅠ


늦은 오후에는 열이 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세온이는 계속 자고 있고 아내도 누워있고. 그래서 셋이 손 잡고 기도했다. "들의 풀도 입히시고 하늘의 새도 먹이시는 하나님, 이 작은 생명을 하나님께서 보살펴주시고 예수님의 보혈의 손으로 낫게 해 주세요. 그리고 아내와 제가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다시 미열에서 고열로 올라가서 결국 병원을 가기로 했다. 아내가 알아보니 인하대병원은 무조건 뇌척수액 검사를 한다고 했고, 성모병원은 피검사만 한다고 해서 성모로 갈까 했는데, 나는 불안해서 일단 인하대가 나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의사 형에게 전화를 했는데 화를 내면서 당장 인하대 병원으로 가서 검사 해 보라고 했다. 뇌수막염은 정말 심각한 거고, 과잉 검사 해 볼 필요도 있고 지금까지 부작용 사례를 못 봤다고. 내 직권(아빠의 직권)으로 결정하라고 해서 아내와 장모님한테 바로 인하대로 가자고 하고 병원으로...


도착해서 응급실에 접수를 하고 열을 재니 다시 38도. 입원 동의서랑 검사 동의서에 서명하고 신생아 중환자실로 올라갔다. 간호사에게 세온이를 넘겨주고 나니 세온이가 입었던 옷이랑 속싸개, 겉싸개를 금방 돌려줬다. 나와 아내만 안에 들어가서 면회와 관련된 사항을 간호사에게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세온이를 병원에 혼자 두고 우리는 집으로... 가는 길에 홈플러스에 들려서 모유 저장 팩을 샀다.


주차를 하고 들어오니 아내는 계속 방에서 울고 있어서 같이 있어줬다. 울면서도 아내는 유축을... 눈물 섞이 모유... 그리고 밥 먹고 유축한 거랑 기본적인 준비물을 들고 다시 병원으로 아내와 둘이 갔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전해주고 아내는 일하던 병동에 들려서 사람들을 만나고 집으로 갔다. 도착해서 차에 내리기 전에 병원에 전화 해 봤는데 응급검사 결과 큰 병은 없다고 했다. 아!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와서 차에서 펑펑 울었다. 부모님께 일단 큰 이상 없다고 말씀 드리고 처가에 올라가서 장모님께도 말씀 드렸다. 아내는 다시 유축을 좀 더 했다.


세온이 없이 아내랑 둘이 잤는데, 그동아 문자로만 알았던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이 뭔지 알 것 같다. ...



2016.12.04. 일 (생후 18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는 유축을 했다. 세온이 이름을 어제부터 팩에 계속 쓰고 있는데 '이세온' 이름이 정말 이쁜 것 같다. 세온이 이름을 이렇게 많이 써 보게 될 줄이야. 유축한 걸 팩에 담으면서 세온이가 얼른 나아서 퇴원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정성껏 정리했다. 조금 일찍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일하던 병동에 가서 육아휴직 관련 서류를 받고 수선생님과 또 병동 간호사, 조무사 선생님들을 만났다. 세온이 선물도 받고...


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 한 개를 사서 한시간 전부터 신생아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렸다. 10분 전 쯤 되니까 줄을 서기에 나도 줄을 섰는데 순식간에 뒤로 사람들이 많아졌다.  문이 열리고 들어가니까 사람들이 다 줄을 서서 손을 깨끗히 씻고 비닐 가운을 입고 각자 인큐베이터 앞으로 갔다. 우리도 세온이가 있는 인큐베이터로 갔는데 인큐베이터가 이렇게 크고 어마어마한(?) 것인지 몰랐다. 세온이는 곤히 자고 있었는데 인큐베이터 안에서 이것저것 꼽고 자고 있는 게 너무 안쓰러웠다ㅠㅠ


아내 동기가 일을 하고 있어서 자세히 설명을 해 줬는데, 집이 너무 더웠냐고를 먼저 물어보고, 변에서 시큼한 냄새가 조금 나긴 하는데 심각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나머지 검사 결과들은 다 괜찮고... 30분 정도 세온이를 보고 나오는데, 나오기 전에는 세온이가 울어서 간호사가 꺼내서 달래줬다. 세온이 얼굴을 손가락으로 조금 만진 정도가 전부. 세온이 두고 나오는데 맘이 또 너무 아팠다. 아내는 울면서 나오고...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하고 나는 내일 출근을 위해 집으로... 아내는 처가에, 아들은 병원에. ...



2016.12.05. 월 (생후 19일)

아내는 아침에 유축을 했다. 세온이 가져다 줄 것. 90, 80, 75, 90. 많이도 했네. 세온이 배부르게 먹으라고..


병원에서 열은 이제 안난다니 다행이다. 결과가 안나와서 아직도 병원에 있을 수 밖에 없단다. 큰 병은 없었어도 38도를 넘겨서 병원에, 조금 늦게 가긴 했지만 간 것은 잘 한 것 같다. 잡히지 않던 열도 바로 잡고.


아내는 점심, 저녁 면회 시간에 병원에 다녀왔다. 아내도 많이 힘들텐데 웃으면서 나보고 쉬라고 하면서 우리 가족 모두 힘내자고 한다. ...ㅠㅠㅠ 세온아, 얼른 나으렴.


2016.12.06. 화 (생후 20일)

오전에 검사 결과가 나와서 세온이가 퇴원할 수 있다 한다. 병원에서 전화를 받은 아내에게 전화가 와서 회사에서 바로 병원으로 갔다. 아내랑 장모님도 시간이 맞아서 병원에서 만나서, 수납하고 세온이를 드디어 우리 품 안에 안을 수 있었다!!! 감동...ㅠㅠㅠ 감사...ㅠㅠㅠ


아내와 세온이를 처가에 데려다주고, 기념사진을 찍고...ㅋ 나는 다시 회사로 갔다.


아내는 다시 집에서 세온이와 육아 시작. 오후에는 다시 젖을 잘 먹고 트름도 했다. 조금 뱉기도 했지만, 병원에 있는 것 보다 집에서 이러는 게 낫지...ㅠㅠㅠ 아내도 아기가 옆에 있으니까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많이 운다고 하는데 병원에서 검사 받으면서 놀라서 그런건지 걱정된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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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결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번 일로 배운 게 있다면,

아이가 아플 때는 무조건 병원(의사)의 말을 듣자였습니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었지만,

거의 하루 종일 아픈 아기 앞에서 온갖 수를 다 써봤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새벽 4시에 처음으로 병원에서 오라고 했을 때 갔더라면,

오전에 의사인 지인이 병원을 가라고 했을 때 말을 들었더라면

오후에 동네 소아과에서 소견서를 써주고 바로 병원으로 갔더라면.

...


(의사가 아니라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의사인 부모는 병원에 가겠죠)

100일 미만 신생아의 고열(38도 이상)이 1회라도 있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큰 병원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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