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세온하온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생후 4일부터 9일까지(조리원 1주차)

inhovation 2017. 2. 19. 23:08

2016.11.20. 일 (생후4일)


아침은 콩나물밥. 그리고 아침 일찍 부모님과 동생이 찾아왔다. 병원에서 세온이를 못봐서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 일찍 오셨나보나.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모두 미소 가득.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가신다고 나가셨는데 1층 카페에 계시단다. 아내가 나갔다 오라고 해서 나갔다 왔다. 또 이런저런 얘기. 아빠가 되어 보니 우리 아빠가 나를 키우면서 어땠을지 알 것 같다.


오전을 보내니 아내의 친구 J와 M이 왔다. 점심시간이라서 아내는 안에서 먹고 나랑 셋이 밖에서 설렁탕을 먹었다.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카페에가서 커피도 마시고 들어왔다. 아내랑 또 넷이서 과일도 먹고 이런저런 얘기들. 애들이 가고 다시 아내랑 시간을 가졌다.


사실 산후조리원에서 남편이 할 일은 없는 것 같다. 아내를 크게 도와줄 일도 뭔가 딱히 없고. ... 그런데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도 그랬듯이 함께 있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내에게 힘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눈에 보이는 해주는 일이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큰 건 어쩔 수 없다. ...ㅠ 세온이, 오늘도 방으로 데려와서 안아주고 재우고 하는데 너무 신기. ... 완전 귀요미. ...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렵다.


2016.11.21. 월 (생후5일)


오늘도 콩나물밥으로 시작하는 하루. 오전에도 아내가 잠시 세온이를 데려왔는데 정말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절로 나온다. 처가 외할머니, 장모님, 처제, 조카가 온다고 해서 점심 때 즈음 해서 마중을 나갔다. 산후조리원에 도착해서 아내를 만나고 또 이런저런 이야기. 모두 세온이를 보고 또 좋아하신다. 점심시간이 되어 짧은 만남을 마치고 아내는 조리원 밥을 먹고 나는 나가서 또 설렁탕을 먹었다.


외할머니 댁 근처 전철역에 처가 식구들을 모두 내려드리고 나는 잠시 집에 들렸다. 콩나물밥을 거의 다 먹어가서 또 뭘 할까 했는데 고구마를 사 놓고 못 먹어서 남은 걸 다 쪄서 산후조리원으로 가져왔다. 그 동안 아내는 조리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평일은 이런 시간들이 있어서 좀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저녁이 되어 6시부터 8시까지는 신생아실 청소라고 아내가 세온이를 데려왔다. 하- 또 숨길 수 없는 아빠 미소 작렬. 안고만 있어도 너무 좋고 그냥 계속 안고 있고 싶은데 아내는 내려놓으란다. 침대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재웠다. 그 옆에서 아내도 누워서 잠이 들었는데 완전 흐뭇한 풍경이다. 잠자는 아내와 아들. ㅠㅠㅠ


콩나물밥 끝. 내일부턴 고구마를 먹어야지. ...


2016.11.22. 화 (생후6일)


요 며칠 새벽마다 아내 유축기 소리에 깬다. 그럴 때마다 아내한테 말만 걸어 주다가 오늘은 새벽에 나도 같이 일어나서 뭉친 곳을 주물러줬다. 새벽에 잠도 못자고 진짜 아내가 너무 고생한다. ㅠㅠㅠ


아침은 고구마로 시작했다. 할 게 없어서 티비를 보는데도 볼 게 없어서 채널 돌리느라 바쁘다. 하릴없이 보내다 점심엔 잠시 나갔다 왔다. 은행에 돈을 넣고 돌아오는 길에 뭔가 맛있는 빵집 같아서 들어갔는데 괜찮을 것 같아서 사왔다. 점심으로 먹었는데 괜찮았다.


오후에는 H목사님과 사모님, JS누나와 JH누나가 찾아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사진관에서 출장을 와서 세온이 신생아 사진을 찍어줬다. 울면 어떡하나 걱정 했는데 새근새근 잘도 잔다.


오늘도 다시 6시가 되어 세온이를 데리고 방으로 왔다. 조금 우는 듯 하더니 또 이내 곧 잠이 들었다. 아내도 곧 옆에서 잠을 자고 나는 밀린 일지를 썼다. 내일이 마지막 육아휴직인데, 회사 가기 싫다. ㅠㅠㅠ


2016.11.23. 수 (생후 7일)


새벽에 일어나서 아내 유축하는 거 도와주고, 아침에도 도와줬다. ... 아내가 쉴 틈이 없어서 이런거라도 도와줘야 한다. 오전에 세온이를 안고 있었는데 엄청 힐링이 된다. 세온이 보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냥 힐링이 되는 듯 한 느낌이다. 하릴없이 오전을 보내고 점심에는 집에 가서 밀린 집안일을 했다. 내일 출근 준비도 해서 다시 산후조리원으로 컴백.


6시부터 다시 세온이를 데리고 왔는데, 또 곤히 잔다. 잠자는 건 진짜 아내 닮은 것 같다. 쉴 틈 없이 잔다. 눈도, 속 쌍커풀 있는 게 아내 닮았고, 코는 큰 게 날 닮았다. 자는 동안은 유축을 해서 80cc 정도 모았다. 나의 마사지의 힘!


세온이 할아버지가 오늘은 왜 사진을 안 보내냐고 전화까지 하셔서 급히 사진 몇 방 찍어서 보내드렸다. 사진 하나하나에 코멘트 중이시다. ㅋㅋ 세온이한테 나는 시큼한 젖 비린내(?)도 너무 향기롭다. 맡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도 이마랑 볼에 뽀뽀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7시 반쯤 소리가 나길래 쳐다보니까 혼자 눈뜨고 일어나있다. 귀요미! 안고 있는데 방구를 뿍뿍 껴서 똥을 쌌는지 확인해보니까 조금 싸서 내가 기저귀를 처음으로 갈아보았다. 엄청 서툴진 않았고 그래도 잘 했다. 그리고 안아주니까 울진 않지만 왠지 젖 달라고 하는 것 같아서 젖을 물렸더니 필사적으로 숨도 안쉬고 먹는다. 다 먹고 내가 안아주고 트름 시키려고 했는데 재채기를 했는데 완전 세게, 내 얼굴로 쌱! ㅋㅋㅋ 귀엽다 정말.


2016.11.24. 목 (생후 8일)


출근을 했다. ...ㅠ 아침에 사람들과 호두파이, 롤케이크, 단호박빵떡을 나눠먹으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했다. 퇴근 시간, 사내방송에서는 행정원님이 신청한 나의 득남 소식과 함께 All for you 노래가 울려퍼졌다.


서둘러 산후조리원으로 오니 아내랑 세온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세온이는 곤히 자고 있었고, 8시가 다 될 때까지 일어나질 않았다. 그래서 자는동안 양머리도 하고 장난치면서 사진을 찍었다. 집에 가기 전에는 눈 뜬 모습을 한 번 보고 싶어서 흔들어 깨웠는데 꼼짝 안하고 잤다.


잠시 집에 들려서 밥을 먹고 다시 돌아왔다. 아내 씻는 걸 조금 도와주고 쉬는데 금새 세온이가 운다고 전화가 와서 내가 데려왔다. 와서 좀 놀다가 아내가 젖을 물리니 또 엄청 숨을 몰아쉬면서 열정적으로 먹었다. 그러다가 멈추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어쩌면 생각이 많은 것은 날 닮아서 그런 것일 수도... 아내는 생각이 많은 남편 한 명으로만 피곤할텐데 아기까지 생각이 많으니 앞으로 피곤할 것 같다. ... 젖을 먹다 안 먹어서 좀 세워서 안고 있는데 천장을 혼자 보면서 목에 힘을 막 줬다. 그러다가 좀 울어서 조금 전에 유축해 놓은 젖병을 물리니 엄청 또 잘 먹는다. 그러다 사래 한 번 걸려서 깜짝 놀랐는데 자기 혼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멀뚱멀뚱. ㅋㅋㅋ


더 안 먹을 것 같아서 같이 또 노는데 갑자기 얘가 발차기를 막 하더니 똥을 엄청 쌌다. 소리도 왕 컸다. 그래서 '아, 쌌나보다' 했는데 또 싸길래 속싸개를 한 번 걷어보니 완전 겉으로 다 새고 난리가 났다. 완전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내 옷에 안 묻게ㅋ) 세온이를 점점 높이 치켜들었는데 아내가 깜짝깜짝 놀랐다. 그래서 다시 조심스레 내려서 신생아실로 데려다줬다. 이런 건 처음이라서 너무 당황했는데 다음부터는 내 옷에 묻더라도 세온이를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해 줘야겠다.


2016.11.25. 금 (생후 9일)


아침에 유축하는 거 도와주고, 출근 전에는 세온이 젖병 물려서 젖 주는데 너무 열심히 잘 먹어서 출근 하기 싫을 정도였다. 그래도 시간이 되어 출근을 하고...ㅠㅠ 퇴근 전에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처제 부부랑 장모님, 조카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나는 만나지 못했고. ...


퇴근 후, 바로 돌아오니 역시 세온이는 자고 있었다. 아내가 오늘 정형외과 교육을 받았는데 감명깊게 들었는지 쉴새 없이 이야기했다. 출산을 한 여성은 자율신경계가 망가져 있다고...ㅎㅎ 그리고 꼬리뼈 틀어진 것이랑 어렸을 적에 다쳐서 척추가 틀어진 것 등등 치료도 간단하게 받았는데 완전 좋다고 했다. 그리고 마사지도 받으면서 점점 좋아진다고 했다. 또 좌욕 하면서도 회복이 되는 것 같다고 한다. 다행이다.


세온이가 일어나서 같이(일방적으로...) 놀고 8시가 되어 데려다줬다. 그리고 아내랑 같이 놀다가 신생아실에서 전화가 와서 다시 세온이에게... 로비로 가서 세온이 젖 먹이는 데 같이 가서 얘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오늘 배냇짓 하는 거 두 번이나 찍는 횡재를 누렸다. 세온이가 방구도 완전 크게 껴서 똥을 엄청 많이 싼 건 아닌가 하고 다시 신생아실에 데려다줬는데, 똥을 싼 건 아니라고 한다. 아직 괄약근 조절이 잘 안되서 방구를 크게 낀 거라고 한다.


아내가 집에 가지 말라고 해서 주말이기도 하고 해서 가진 않았다. 저녁으로 호두과자랑 아내 간식(피자), 망고로 때웠다. 지금 배가 점점 고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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