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야기/세온하온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생후 1일부터 3일까지(병원 3일)

inhovation 2017. 2. 16. 20:28

2016.11.17. 목 (생후 1일)


아내의 출혈을 막는 조치가 이어지고 나는 밖에서 있었다. 아내 배가 쏙 들어간 게 어색할 정도였지만 너무 예뻤다. 아내는 뭔가 정신이 달나라에 가 있는 것 같았다. 분만실에서 1시간 좀 넘게 있다가 휠체어를 타고 입원실로 들어왔다. 이른 아침 아내에게는 잠을 자라고 하고 나는 집에서 이것저것 챙겨왔다. 돌아와서는 아침 밥이 나와서 아내 먼저 먹고 나는 남은 밥을 먹었다. 그리고 너무 졸려서 둘 다 깊이 잠들었다.


세온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서 얼른 내려갔다. 유리창 너머로 보는 것이지만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빠미소 방긋! 아직 태어난지 몇 시간 밖에 안되서 그런지 눈은 못 뜨고 있었다. 정말 너무너무너무 귀여웠다. 짧은 면회 시간이 끝나고 올라가는데 엄청 아쉬웠다. 점심이 나와서 아내는 점심을 먹고 나는 밖에서 순대국을 사와서 먹었다. 5층에 올라가서 진료를 보고 내려왔다. 오후에 L, P목사님이 오신다고 했지만 너무 졸려서 병실과 침대를 알려드리고 잠들었다. 역시나, 자는데 목사님이 오셔서 깨워주셨다. ...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가시고 다시 잠을 자다 세온이를 보러 내려갔다. 이제 눈 한쪽을 겨우 뜰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아, 정말 너무 귀엽다. ㅠㅠㅠ


저녁 때가 되서 아내는 병원밥을 먹고 나는 나가서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바우처 돈이 많이 남아서 오후에 특식으로 바꿨는데 내일부터 적용된다고 했다. 밤에는 아버지, 어머니, 장모님께서 오셨다. 로비에서 또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가셨다. 장모님이 큰 돈을 주셨다.


2016.11.18. 금 (생후 2일)


정신없이 자서 나는 11시 정도에 일어난 것 같고 세온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서 내려가서 만났는데, 오메, 오늘은 눈을 둘 다 땡그랗게 뜨고 완전 귀엽게 날 쳐다봤다. 하아- 심장폭행. ㅠㅠㅠ 정말 완전 너무 귀엽다. 역시나 짧은 시간을 뒤로 하고 올라왔다.

점심은 나가서 순대국을 사먹었다. 오후에는 출생증명서를 발급받고 주민센터에 가서 출생신고를 했다. 어제 아버지께서 이름은 뭐로 했냐고 해서 생각했던 이름과 뜻을 말씀드렸더니 다행히 좋다고 하시면서 처음으로 불러주셨다. 출생신고를 하고 집에서 가져온 통장으로 보육비 신청도 같이 했다. 등본을 떼 보니 주민번호가 발급되고(주민번호 완전 쉽다ㅋ) 우리 가족 세 명이 있었다. 짱신기.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

병원으로 돌아와서는 잠자다가 또 세온이 볼 때가 되어 보러 갔는데 이번에는 곤히 자고 있었다. 자는 모습도 너무 귀엽다. ...

저녁때가 되어 밥을 먹었다. 난 빵으로... 병원에서의 생활은 참 무료하다. 아내 몸이 그래도 금방금방 회복 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2016.11.19. 토 (생후 3일)


오늘은 퇴원 날. 아침은 또 순대국을 먹고(...) 퇴원준비(=마음의 준비)를 했다. 간호사에게 퇴원 설명을 듣고 수납을 하고 도장을 받고 신생아실로 내려가서 준비해 온 배넷저고리, 속싸개, 겉싸개를 넘겼다. 아기가 바뀌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와 다르게 세온이가 무사히 우리 품으로 왔고, 마지막 확인 절차를 끝내고 드디어 세온이가 내 품안에! ㅠㅠㅠ 조심조심. 주차장으로 데려가서 아내랑 세온이를 뒷좌석에 앉혔다. 산후조리원까지 가는 10여분이 그렇게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세온이가 울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에 도착해서 세온이는 다시 신생아실로 넘겨주고 배정된 방으로 돌아왔다. 신생아실에서 다른 아기들이 몇 명 더 있었는데 세온이가 제일 귀여웠다. 점심 때가 되어 아내는 밥을 먹을 수 있는데 남편 밥은 미리 신청해야 하고 7천원이라고 해서 그냥 따로 해결하기로 했다. 일단 나는 집에 다녀오기로 했다. 집안일을 하며 지난 주에 사 놓은 콩나물 날짜가 지나는 것을 보고 콩나물밥이나 해 가기로 했다. 그래서 콩나물밥을 왕창 해서 반찬이랑 간장이랑 챙겨서 산후조리원으로 갔다.


저녁밥은 콩나물밥을 먹었다. 산후조리원 프로그램이 주말엔 없어서 아내랑 온전히 보낼 수 있었다. 무한도전 본방사수를 하다니...ㅋ 그런데 산후조리원에 오면 아내는 푹 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수유하러 불려다니고 유축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 ... 그래도 세온이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점은 너무 좋았다. 오후에는 드디어 방으로 데려와서 안아봤는데 진짜 너무 작고 귀여웠다. 아기를 먼저 낳은 친구가,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다.


늦은 시간 회사 P 부부가 과일을 한 아름 들고 찾아왔다. 산후조리원 첫 방문객. 세온이도 타이밍 좋게 마중 나와서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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