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매우 다양하다. 방콕으로 여행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툭툭이나 BTS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하노이에서 그랬던 것처럼 버스만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카오산로드로 올 때 처음 이용했던 버스가 저렴하고 비교적 빨랐으며 꽤 매력적이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오늘 짜뚜짝시장에 가려고 BTS 역으로 갔는데 조금 놀랐다. 물론 비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버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라 서로 좀 꺼리게 되었다. 버스로는 두 명이서 10~20밧 정도면 갈 텐데 BTS는 80밧이 넘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남은 돈은 군것질을 더 하기로...
그래서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는 20밧짜리 오렌지주스를 사서 마셨다. 길거리에서 직접 갈아주는 오렌지 생과일주스인데 엄청 맛있었다. 뭐, 다른 어디선가 사서 마셨을 수도 있겠지만 버스를 선택한 덕에 마시게 됐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버스를 타고 창밖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BTS보다 시간은 조금 더 걸렸지만 재미있는 구경이었다. 빠르고 편리한 BTS를 탔다면 그것도 시간을 절약하고 좋은 점이 있겠지만, 우리는 반대로 시간을 더 걸리는 교통수단을 선택하고 돈을 절약하는 것이니, 돈으로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라 시간으로 돈을 버는 셈인 것이다. 시간이 많이 없다면 돈을 좀 투자해서 빨리빨리 이동해야겠지만, 우리는 시간이 많으니까... :)
숙소가 도심 골목 안쪽에 자리했지만, 높이가 6층이라 참 좋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조금 떨어져 있는 높은 빌딩들이 시원시원하게 다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가기 전에 창밖을 구경하다가 길을 나섰다. 숙소 앞에서 바나나랑 고구마처럼 보이지만 고구마가 아닌 것을 굽고 있었는데, 한 개에 10밧 밖에 하지 않아서 한 개씩 사먹었다. 맛은 정말 맛있었다. 큰길가로 나와서는 아침 대용으로 죽 한 그릇을 시켰다. 길거리에서 사먹는 죽. 뭘 넣을 거냐고 해서 넣어달라고 했는데, 파 채랑 생강 채였다. 파는 괜찮았는데, 생강은 너무 맛이 심해서 다 뺐다. 심심하니 맛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었던 길거리 커피도 마셨는데, 커피, 프림, 설탕을 타서 얼음물에 녹여 연유를 부어주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BTS 정거장까지는 좀 멀리 떨어져있어서 열심히 걸었다. BTS를 타고 주말에만 여는 짜뚜짝시장을 가려고 했는데, 버스에 비해 BTS가격이 조금 비쌌다. 그래서 우린 그냥 다시 마분콩쪽으로 걸어가서 버스를 탔다. 이번에 탄 버스는 에어컨버스였는데, 거리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 같았다. 그동안 탔던 버스에 비해 가격은 조금 더 비쌌지만 확실히 편하긴 편했다.
길이 거의 막히지 않아서 엄청 오래 걸리진 않고 모칫역에 도착했다. 조금 걸으니 짜뚜짝시장이 보였다. 입구부터 어마어마했다. 별별 물건들을 다 팔면서 온갖 먹거리들도 총 집합해 있는 것 같았다. 아내는 여행 와서 제일 많이 먹고 있는 오징어꼬치를 여기서 또 사먹고 짜뚜짝시장 일정을 시작했다. 뜨거운 땡볕을 걷는 게 조금 힘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이런저런 그냥 시장 구경하는 재미. 저렴한 물건들, 사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었지만 사지는 않았다. 우선 남은 일정이 많이 있어서 들고 다니기 힘들 것 같았고, 다음 주에 또 올 수 있으니까 그 때 사기로 했다.
한 바퀴를 다 돌고 나니 배가 고파서 오다가 봤던 식당으로 갔다. 여기서는 파인애플밥과 쏨땀을 시켰는데 둘 다 너무 맛있었다. 파인애플밥은 파인애플 통을 직접 갈아서 안에 볶음밥을 넣어 준 것인데, 상상할 수 있는 그 맛이었지만 맛있었고, 쏨땀은 파파야샐러드에 코코넛우유로 찐 찰밥이 조금 나왔는데, 찰밥도 맛있었고, 파파야샐러드도 매콤한 소스 맛이 적당해서 좋았다. 다음 주에 이 식당은 또 오는 것으로 했다. 장기간 여행을 하니 이런 것은 좋은 것 같다. 또 해보는 것. 만약 짜뚜짝시장 구경이 오늘로 마지막이라면 ‘또’라는 것은 기약 없는 ‘또’일 수 있는 건데,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
밥을 먹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는 망고스틴을 샀다. 카오산로드 근처에서는 몇 개 안들어 있는데 200밧 가까이 받았고, 마트에서는 1kg에 280밧 정도였는데, 여기는 0.5kg에 60밧, 매우 싼 편이었다. 아내는 망고스틴을 한 번도 안 먹어 봐서 일단 0.5kg만 샀는데, 아내가 완전 좋아한다. 그렇지, 망고스틴을 싫어할 수는 없겠지. 버스를 기다리면서 다 까먹었다. 다음에는 더 많이 사먹기로 하고.
버스를 타고 씨암으로 와서 다시 갈아타서 터미널21로 갔다. 씨암은 그냥 고급 백화점, 마분콩은 지하상가 느낌인데 터미널21은 백화점인데 각 층마다 나라별 테마가 다르고 공항 컨셉으로 지어졌다고 했다. 뭔가 기대된다. 갈 때도 에어컨버스를 탔는데, 가는 거리가 짧아서 그런지 최저요금을 냈다. 터미널 21에 도착해서는 입구부터가 뭔가 신세계였다. 마치 공항에 들어가는 것처럼 입구에 GATE라고 공항폰트(?)로 써있었다.
내부에 들어가자 G층은 로마 컨셉이었는데, 바티칸에서 보던 천장화도 있었고, 각종 조각들도 있었다. 다른 층들은 파리, 도쿄, 런던, 이스탄불, 샌프란시스코, 헐리우드 같은 컨셉이었는데, 우리가 가봤던 파리,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헐리우드는 정말 재미있었다. 금문교를 재연해 놓은 것부터 케이블카와 유니버셜스튜디오 등등 소소하고 디테일하게 세계 유명 관광지를 만들어 놓았다. 그냥 백화점 구경하는 것 보다 질리지 않았고 재미있었다.
고파질 때 까지 구경을 하고 우리는 다시 마분콩으로 갔다. 저녁은 마분콩 5층인가에 전 세계 음식을 모아놓은 푸드코트가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이 때 탄 버스는 또 우연찮게 무료버스였다. 가끔 허접한 버스는 무료로 운행되는 것도 있다고 하는데, 에어컨 아닌 일반 버스랑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푸드코트에 들어갈 때는 카드를 두 장 받았다. 이 카드에 먹은 메뉴를 입력하면 나갈 때 계산하는 방식. 우리는 인도음식점에서 치킨티카마살라 1개, 스페인음식점에서 공기밥(?) 2개, 중국음식점에서 완탕 1개를 시켰다. 카오산로드에서 먹었던 치킨티카마살라를 아내가 매우 좋아했고, 공기밥은 스페인음식점이 싸서, 그리고 맑은 국물을 찾는 아내를 위해 완탕을 시켰다. 주문 결과는 대만족. 밥도 양이 많아서 상당히 배가 불렀고, 완탕도 처음 먹어봤는데 완전 맛있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는 아내와 디저트를 먹기로 했다. 내일 카오산로드로 다시 숙소를 옮기니 어쩌면 이곳에서 마지막 밤이라 조금 비싼 것을 먹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찾더니 씨암센터에 들어가서는 휘핑크림 올라간 녹차라떼를 선택했다. 그래서 거금(?)을 주고 휘핑크림과 녹차 브라우니가 올라간 녹차라떼를 주문했다. 맛은 예상 가능할 것 같았는데, 녹차가 우리나라에서 파는 녹차랑 다른지 음료 맛이 완전 달랐다. 뭔가 더 진하고 깊은 맛, 그런데 달지는 않지만 엄청 쌉싸름하지도 않은 그런 맛이었다. 나는 Chang 한 캔을 마셨고, 오는 길에는 마트에서 집어온 코코넛젤리를 먹으면서 왔다. 그리고 버터와 연유에 비벼주는 옥수수까지 사먹었다.
숙소 오기 전에 밤에만 열리는 작은 야시장이 있었는데, 주로 기념품을 해주는 곳이었다. 어제부터 아내가 눈독을 들이던 이니셜 열쇠고리를 한 개 하기로 했다. 맡기고 시간을 물어보니 4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해서 다른 것들을 구경했다. 그러다가 나무 모형(?) 안에 나무로 이니셜을 박아주는 것이 있었는데 이건 내가 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족들 기념품도 열쇠고리 종류로... 시간은 금방 갔고 주문한 상품을 다 찾아서 숙소로 돌아갔다.
이렇게 하루도 마무리... 내일은 아유타야를 갈지 고민이지만, 카오산으로 숙소를 옮기고 나면 늦어질 것 같아서, 아유타아에서 구경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 것 같아 다른 날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리고 아내도 엄청 아픈 건 아닌데 몸 상태가 그리 좋진 않다. 방콕에선 뭔가 잘 안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