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으면 누구나 고개를 돌리게 된다. 카오산로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두꺼비아줌마(?)의 손에 들려있는 두꺼비들. 정말 신기하다. 나무로 만든 두꺼빈데, 등에 있는 돌기를 작은 목봉(?)으로 긁으면 “드르르륵 드르르륵” 소리가 나면서 두꺼비 울음소리가 난다.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꺼비를 비롯해서 온갖 팔찌와 특이한 모자 등을 파는 두꺼비아줌마들. 며칠 카오산로드를 떠났다가 돌아왔는데, 오늘도 여전히 두꺼비 등을 긁으면서 물건을 팔기 위해 돌아다닌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챙겨놓은 배낭을 메고 숙소를 나왔다. 짐은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지만, 가방 싸는 기술도 같이 느는 것인지 배낭이 뭔가 점점 깔끔하고 정돈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무게는 항상 무거운 게 함정. 오늘도 가는 길에 어제 먹었던 고구마 아닌 고구마 구이를 먹었다. 뭔진 몰라도 정말 맛있다.
배가 그리 고프진 않아서 어제랑 같은 코스로 내려왔지만 죽이랑 커피는 패스했다. 카오산로드로 우리는 오늘 버스가 아닌 운하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짜오프라야강에도 배가 많이 다니지만, 도심 안쪽으로도 인공인지 자연인지는 모르지만 운하가 있어서 이곳에도 수상버스가 다닌다고 한다. BTS를 타러 가는 길보다 가깝고, 카오산로드 근처까지 가는 운하를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선착장으로 가니 때마침 배가 와 있었다.
배를 타니, 만약 물속에 들어가면 온갖 피부병에는 다 걸릴 것 같은 더러운 물을 튀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뱃삯 걷는 아주머니가 우리를 그냥 패스해서 우리도 그냥 패스했다(?). 이미 받으신 줄로 아는 듯? ㅎㅎ 이런 경우도 있구나. 버스에서도 이럴 수 있다는 글은 읽어봤는데 배에서 이럴 줄은 몰랐다.
운하를 지나다보니 큰 건물들에 가려졌던 현지인들의 집들이 보이면서 이들의 적나라한 생활상(?)을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었다. 뭔가 신기... 쓰레기가 떠다니고, 어디에서는 하수구 같은 파이프로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는데 상수도일리는 없고 오폐수일 것 같았다. 지나다가 정말 구린내가 나는 곳도 있었다.
이런 운하를 10분 정도만 달리자 마지막 선착장, 카오산로드 근처로 도착했다. 카오산로드로는 조금만 걸으면 되는데 내가 방향을 잘못 틀어서 90도 어긋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ㄷ자로 꺾어져서 원래 갈 방향으로 나왔다. 무거운 배낭을 멘 아내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왠지 신경질적이 되어가는 것 같다. ... 내 잘못... 그래도 멋진 사원하고 시청 구경은 했다.
카오산로드 입구로 들어와서는 아내는 급격히 배고픔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서브웨이에 가서 일단 샌드위치를 먹었다. 숙소를 어디로 할지 고민을 하다가 서브웨이 바로 뒤에서 외국인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가서 알아보니 가격은 괜찮았고 방도 좋았다. 그런데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잡히긴 하는데 연결은 안 되는... 그래서 다른 곳을 알아봤는데, 여긴 공동욕실에 방 상태도 엄청 별로였다. 엄청 저렴하긴 했는데... 그래서 다시 조금 더 안쪽으로 가다보니 간판이 있고 그 아래 ‘인터넷, 조식포함’이라고 적힌 곳으로 가니 공동욕실이긴 했는데 방 상태가 아까보다 나았고, 무엇보다 300밧에 인터넷과 조식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게 상당히 메리트였다. 그래서 우선 하루 머물기로 했다. 무거운 짐을 벗어놓으니 살 것 같았다. 인터넷이 돼서 조금 여유를 부리면서 티비를 보다가 잤다. 여기도 방비엥 마지막 날 숙소처럼 창틀은 있었지만 창문은 없는 곳이라 방음은 안 됐는데, 자기 시작할 때 옆에서 북소리가 조금 날 때 오늘 밤의 사태를 알아차렸어야 했다. ...
자고 일어나서는 지난번에 가보지 못한 어묵국수집을 가 보기로 했다. 인터넷에 알아본 결과 문 닫는 시간이 매우 일렀다. 한국어로 된 메뉴판을 줘서 두 그릇을 시켰는데, 그냥 어묵에 국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맛은 상상하는 그 맛이면서도 전혀 달랐다. 일단 어묵이 깔끔하니 우리나라의 그런 어묵과는 맛이 달랐고, 국수도 일반 국수 면이 아니라 뭔가 깔끔한 그런 맛이 나는 면이었다. 그리고 국물도 깔끔. 그냥 다 깔끔한 맛이었다. 아내가 딱 좋아하는 맛. 이런저런 향이 나거나 하지 않는 그런 맛.
배를 채우고 나서는 여유롭게 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했다. 아내는 바디스크럽을 받고 싶었으나, 발은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발 스크럽을 해 주는 페디큐어를, 나는 처음으로 타이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아내는 2층에서 페디큐어를 받고, 나는 3층으로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고 마사지를 받았는데, 결론적으로는 조금 실망이었다. 한 시간 동안 하는 마사지였는데, 그냥 너무 좀 강한 듯한 느낌? 그리고 집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고급 기술(?)들을 선보여 줬는데, 이게 엄청 시원하거나 하진 않았다. 중간에 허리에서 소리를 엄청 많이 내는 것은 좀 신기하긴 했다. 근데 왼쪽으로만 소리가 많이 나고 오른쪽은 소리가 안 나서 뭔가 불균형해진 느낌... 그냥 발 마사지 30분 받았던 게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다. 아내는 스크럽을 했는데 뒤쪽은 너무 많이 깎아서(?) 조금 아프다고 했다. 음... 오늘의 마사지샵 투어는 약간 실패.
마사지를 받고나서는 카오산로드를 거닐며 이런저런 구경을 했다. 며칠 사이에 다시 온 건데 뭔가 느낌이 또 달랐다. 술집들은 테이블을 더욱 앞으로 내놔서 거리를 좁혀놓은 것 같았고, 이런 좁은 거리를 많은 사람들이 다니려니 마치 동맥경화 걸린 것 같이 쉽게 걸어 다닐 수 없었다. 그래도 구경거리는 많아서 신난다. 저녁으로는 지난 번에 갔던 인도음식점에 가서 치킨티카마살라, 팔락파니르를 시켰는데, 팔락파니르도 완전 맛있었다. 방콕에 와서 먹는 인도 음식, 대박이다. 아내에게 다음에는 인도 여행을 갈까 하고 물어보니 이건 무서워서 싫다 한다. ㅎㅎㅎ
일찍 자고 쉴 겸 숙소에 들어왔는데 큰일이다. 잘 수 없었다. 숙소 바로 옆에서 무슨 야외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진짜 완전 시끄럽다. 오후에 북 소리 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큰 길거리에서 안쪽으로 많이 들어가 있는 방이라서 조용할 줄 알았는데, 정원이 있고 공연장이 있는 바로 옆 건물에서 이럴 줄은 정말 전혀 몰랐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는 12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멈췄고, 나는 잠이 들었지만 새벽에 또 한 번 난 음악 소리에 아내는 잠을 깼다고 한다. 안되겠다. 돈을 조금 더 주고라도 카오산로드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숙소를 옮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