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가난하고 소외된자를 위한 삶

inhovation 2016. 3. 4. 09:27

No. 162

마몬의 시대 생명의 논리

박경미 지음

녹색평론사 펴냄


  이 책도 오래 전에 사 두었다가 다시 꺼내 읽은 책이다. 옛날에 다 읽었지만 내용이 생각이 안나고,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그런데, 내용이 생각이 안나는 것은 비단 오래되서 뿐만은 아닌 것 같다. 다시 읽었는데 재미가 여전히 없었다. 에세이집으로 저자가 그동안 썼던 글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몇몇 글에는 동의할 순 있었으나 전부는 아니었다. 몇몇 글 중에서도 어느 부분은 동의해도 나머지 부분은 아니었다. 한 가지 예만 든다면, 정치적으로 너무 편향된 것 같은 느낌, 이명박만 엄청나게 까대는(?) 글의 논조가 불편했다. (이명박을 비판해서 불편한 것 보다 여러가지 근거를 들고는 있지만 'MB는 그냥 완전 최악이야' 라는 식의 전개가 그리... 내가 이명박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보수라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냥 저자는 너무 강한 비판의 목소리'만' 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어느 정도 양 쪽의 논리를 들어보고 싶은데 그게 아니였다)


  제목은 참 좋다. 마몬(맘몬)이라는 물질신의 시대에 생명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 이 시대는 소위 물질만능주의로 생명보다 돈의 논리가 더 앞설때가 많다. 돈 때문에 생명을 사고팔기까지 하니 말이다. 이런 면에서 저자는 다양한 글에서 '동무', '공동체'를 중시하며 경제논리에 짓밟혀가는 '생명'을 건져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좀 읽다 보니 의문을 품는 부분도 있었다. "공생공락의 가난, 고르게 가난한 사회의 이상"을 말하고 있는데 이게 공산주의 비슷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산주의는 망한거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공산주의 하면 -> 북한 -> 나쁜 것으로만 이어지기 마련인데, 물론 공산주의의 이상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는 이해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이렇게(?) 된 나라들이 많은데... 여튼 이런 궁금증이 계속 생겼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여러 경제논리에 억압받는 모든 상황들을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경제성장만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는 것이 한계에 다다를 것이고, 그럴 수록 생명의 논리는 점점 사라져가며, 사람보다 돈이 우선하게 된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고 있지만, 지금 이 사회는 정말 그렇다.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과, 이마저도 없어 굶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기본적인 의식주마저 마련하지 못하고 제공받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잊고 살아서 그렇지 인터넷만 조금 찾아봐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세계와 인간에 대해 오로지 공학적으로,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분배와 나눔이라는 민주주의나 절제의 원칙보다는 절대적인 생산량의 증가를 통해 먹고사는 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오로지 경제성장을 통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p. 28)


그러나 그동안 물질적인 재화의 총량은 엄청나게 증대되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빈곤감은 더욱 커졌다. 이것은 지금 사람들이 가난하다고 느끼는 것은 절대적인 가난 때문이 아니라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임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 상대적인 박탈감이야말로 물신숭배 사회의 강박관념이 사람들 마음속에 전염병처럼 퍼뜨려놓은 것이지 무슨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p. 238)


  쌩뚱맞을 수 있으나, 이런 글들을 읽으면서 '개발협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석사 전공이 관련이기도 하고 수업 들으면서 들었던 여러가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선진국들이 구성(?)되며 소위 못사는 나라에 대한 개발협력이란 개념이 생겨났다. 쉽게 말해 선진국에서 좀 도와주고 잘사는 나라가 되게 하자는 것인데, 이게 거의 다 실패라고 한다. 우리나라만 거의 유일한 예외 케이스. 우리나라처럼 성장하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적 원조와 협력만으로는 개발협력이 잘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성장으로 가는 중요한 열쇠 중 무언가가 빠진 것이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논리 아래 경제적인 원조면 뭐든지 다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에서는 공동체의 협력과 상생을 위해 '공생공빈'을 언급한다. 다같이 가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논리에 완전하게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약간 이런 느낌. '가난'해질 필요까진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어쩌면 내가 아직도 가진 것에 대한 포기를 못한 것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다 같이 가난해지는 것이 좋은 것일까... 아직 답은 모르겠다. 공정을 이야기 하며 모든 사람을 같은 출발선에 놓는 것이 아니라 약한자들을 조금 더 위한다는 마음에는 동의는 한다. 그런데 가난 까지... 음... "오늘날 일류국가의 삶이라는 것도 진실로 인간다운 삶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머릿속이 조금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지 다른 블로그를 찾아보다가 이런 의견을 찾았다. '자발적으로 가난해지기 위해서는 물질을 버리는 일보다는 철학을 찾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는건 아닐까...' 뭐, 어쩌면 이런 철학을 갖고 '가난'해지자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거의 무소유의 정신에 가까운 것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풍요도 하나님이 주신 것일텐데 이런걸 누리면 잘못된 것일까...? 물론 지금 시대에 가난한자 소외된자들에게는 누릴 풍요조차 없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가진 자들이 함께 나누며 살면 될텐데... (저자의 주장이 너무 쎄서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가...?)


  여튼, 책의 내용은 이런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재미있게 읽었던 장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살아있음'의 신비, '알지못함'의 인식론", "이른바 '실용주의'의 내면성에 대하여", "예수의 교회, 마몬의 교회"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서는 포도원 품꾼의 비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아침에 온 사람이든 오후에 온 사람이든 같은 일당을 준 이유가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런 시스템이 잘 작동 되려면? 먼저 와서 일한 사람들이 늦게 와서 일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때다. 이건, 이 비유 그대로 절대적인 일의 양으로 생각하기보다 시작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한 약한 사람, 장애가 있는 사람등을 배려하는 것 정도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예수의 교회, 마몬의 교회에서도 생각하고 느낀바는 많았지만, 그동안 교회의 역할이나 요즘 교회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많이 쓴 것 같아서 쓰지 않는 것으로 하고... 대신, "기독교인들은 예수와 멀어지기 위해 예수를 높은 곳에 고이 모셔놓는다. 예수를 기념하는 것은 사실 예수를 먼 과거의 인물로 박제하여 가두어두는 것이다."라는 말을 읽으면서는 나도 예수의 말을 삶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는 것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었다. 20년 넘게 교회를 다니면서 아는 것은 많아졌는데 여전히 예수는 내 안에 없는 느낌, 멀게만 느껴지는 느낌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계명,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만 지키며 살아도 책에서 말하는 생명의 논리는 지키며 살 수 있겠지... 연초에 세웠던 개인적인 삶의 목표가 생각이 난다. 첫 번째가 '돈과 시간을 들여, 기도하며 행동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돌보기'였는데, 사실 오래 가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보아도 다시금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고, '나도 요즘은 살기 정말 빠듯한데'라는 생각 때문에 잘, 아니 전혀 실천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그동안 갖고 있던 생각과 완전히 맞는 책은 아니었지만, 읽고 나서도 완전히 동의하게 만든 그런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반대되는 생각도 많이 읽고 이런 내용들 때문에 따로 찾아보고 더 깊은 생각들을 하게 되서 좋았던 책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마몬의 시대에 생명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 다는 것. 이런 상황 속에 나는 마몬을 따라야 할까, 생명을 따라야 할까.


그러나 하느님을 믿고 섬길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가 향유하는 물질적 삶의 도덕적 토대에 대해 물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가져오는 근본원인에 대해 물어야 하고,

어떠한 개인의 미덕도 분쇄해서 가루로 날려버리는

악의 질서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p. 15) -


2014년 9월 12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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