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최저가 인생?

inhovation 2016. 3. 4. 09:29

No. 163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

김영봉 지음

IVP 펴냄


  지난 번에 읽었던 책 '마몬의 시대 생명의 논리'를 읽고 쓴 글에서 밝혔지만, 부분 부분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공생공락, 공생공빈을 외치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어느정도 일리는 있으나, 완전히 나는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내 입장이었다. 이런 마음을 갖고 나보다 생각과 신앙이 깊다고 생각하는 동생의 의견을 물으니 책 두 권을 추천해주었다. 바로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와 '깨끗한 부자 가난한 성자'라는 책이었다. 예전에 동생이 사서 읽는 것은 봤지만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이제 읽게 되다니... 집을 몇 달간 비운 동생이 자기 책상에서 가져가라고 해서 두 권을 들고 집으로 와서 먼저 좀 쉬워보이는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를 읽기 시작했다.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라니, 뭔가 마음에 위안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 부자도 바늘귀를 통과할 수 있어' 뭐 이런 느낌...? 그러나 이게 뭐람, 책을 펴서 추천사를 읽는데 내가 예상한 느낌이 아니었다. "깨끗하고 떳떳한 내 몫의 '부'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우리의 영적 행보는 이미 '넓은 길'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라니. 아니, 이보시오. 제목으로 사람을 이렇게 낚을수가 있나? ... 그래도... 읽기 시작한 것, 쭉- 읽어봐야했기에 책을 한장 한장 넘겼다.


  한 단어로 정리하면, 이 책은 '청빈론'에 대한 책이다. 내용을 읽다보니 김동호 목사님의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도 여럿 있었다. 그동안 무슨 논쟁이 있었나보다. 뭐, 여튼. '마몬의 시대 생명의 논리'와 큰 주류는 다르지 않았지만 훨씬더 책을 읽으면서 기분은 좋았다. 무조건식의 까대기가 아니라 여러 이론과 근거들을 뒷받침으로 저자의 주장, 청빈론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내가 그동안 배워왔던, 익숙했던 돈에 대한, 경제에 대한 시각과 입장이 약간은 '청부론'쪽에 있었음도 깨달았다.

  쉽게 말해, 청부론에서는 십일조와 이웃에 대한 몫을 제외하고 나면, 정직하게 벌어들인 수입을 자유롭게 써도 괜찮다는 것이다. 반면에 청빈론은 정직하게 벌어들인 수입으로 십일조를 제외하고 '자신이 필요한 만큼'을 제외한 나머지를 이웃을 위해 쓰라는 것이다. 읽으면서는 청빈론에 상당히 끌렸다. 내가 그동안 부렸던 사치아닌 사치에 대해 뒤돌아보게되고, 약간은 반성하게 되고, 앞으로 어떤 물질관을 가지고 돈을 사용해야 할지도 조금은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게 조금 애매했다.

  얼마 전 알게 된 한 교회 집사님이 있다. 근데 또 어떻게 보게됐는데, 이분 차가 벤츠다. 아... 벤츠. 뭐하시는분인지는 몰라도 돈이 많건 적건 벤츠는 그래도 좀 너무 고급차 아닌가. 청빈론의 시각에서 이걸 어떻게 봐야할까 생각이 많이 들었다. 벤츠 말고 그랜저나 제네시스 정도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뭐 이런 생각... 왜냐? 벤츠는 그래도 좀 뭔가 필요 이상,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치는 아닐까 라는 생각이 좀 있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그런데, 이걸 돌려서 생각하면, 나에게 벤츠는 사치일 수 있지만 그 사람에겐 필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츠정도를 끌고 다녀야 안정감도 있고 운전을 하면서 피로하지 않아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수도 있겠고 건강을 챙길수도 있겠고, 더 나아가 사고시 다른 차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면 벤츠를 끌고 다니는 것에 대해 어느정도 타당한 이유를 댈 수 있지 않은가. 아... 이렇게 생각하니 또 맞는 말 같았다. 모든 사람이 청빈론의 삶을 산다고 마티즈만 끌고 다닌다면 사고나서 다 죽으라는건가? 뭐 이런 비약도 해 볼 수 있었다. 쉽게 답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가 한 개 더 있었는데, 나의 삶에도 적용해보고 아내와 함께 꾸려나가는 부부의 삶에도 적용해 보려고 하니 좀 애매했다. 물론 부부가 근검절약하며 검소하게 살고 남을 열심히 돕고 산다면 얼마나 많은 칭찬을 받을 수 있겠는가. 21세기의 아굴라와 브리스길라가 따로 없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럼 나도 이제 사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뭐 여행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 자유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졌다. 생각만으로도...! 게다가, 아내한테 해외 나갈 때 그동안 사줬던 엄청 명품은 아니지만 수십만원짜리 가방에 대해서도 뭔가 찝찝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만간 여행을 한 번 더 가려고 계획중이었는데, 뭔가 이런 계획을 세우는 것도 기분이 영 좋진 않았다. 이제 개발도상국에 가서 봉사활동만 해야 하는건가, 관광지로의 여행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맞지 않는 것인가... 등등... 물론, 저자는 이런 불편한 마음들에 대해서 욕망, 절제, 절약, 나눔, 행복 등등의 단어와 이 단어들로 구분된 각 장을 통해서 잘, 정말 잘- 설명은하고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저런 마음이 드는 것을 지워버릴수는 없었다...) 


  ...

  부자는 바늘귀를 통과할 수 있을까? 저자는 마치는 말에서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아지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적합하도록 스스로 변화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하나님은 둘 다 하실 수 있다. 하나님께는 낙타를 축소시켜 바늘귀로 통과시키는 것보다 부자를 회개시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게 하는 일이 훨씬 더 쉬울 것 같다. 부자로 남기를 고집하는 사람을 하나님 나라로 들어가게 하려면 그 문을 크게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 아니다. 하나님은 바늘귀를 그대로 두고 낙타를 변화시키기 원하신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깨우침을 주시고 눈을 열어 주시고 힘을 주시면 우리는 바늘귀를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작아질 수 있다. 사람으로서는 이 일을 할 수 없다. 하나님이 우리의 본성을 변화시켜 주시고 의지를 견고하게 하실 때 이 일이 일어난다."



  음...결론은, 바늘귀는 커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청빈론의 승리인가? 근데, 나의 저 불편한 마음은...? 음... 청빈론대로 산다면, 우리는 항상 최저가를 찾아 구매하는, 최저가 인생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덜 쓴 돈으로는 이웃을 돕고...? 음...



+ 덧붙이며...


  사실, 지금 '깨끗한 부자 가난한 성자'를 읽고 있어서 저런 마음들이 어느 정도 해결은 됐지만, 이 이야기는 저 책을 읽고 쓰는 글에 써야 하므로 패스. 이 글에서는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를 읽고 나서의 느낌과 생각을 충실하게 썼다.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를 읽고 불편한 마음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내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선 설명 방식이 저자 나름대로 그래도 상당한 논리를 많이 갖추고 있었다. 날 설득시켰다, 상당 부분에서... 경제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경제적인 이야기로 끝이 나지만 중간에는 상당부분 신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제와 엮어서 설명하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동생이 지적했는데, 청빈론이 금욕주의, 저자는 책에서 금욕주의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금욕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고, 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청빈론의 기본 방향이 금욕주의 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난한 자, 소외된 자를 돌보자는 것에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은 정말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 했을 때 사치를 줄이는 것도 좋은 것이라 생각하니 이런 제안과 필요를 정하고 남들에게 주는 삶을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도 괜찮았다.

  본문에서는 흐름상 어째 불편한 마음을 가진 이야기로 썼지만 동생도 좋은 책이라 그랬고, 나도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청빈론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하고 접근하면 좋을 듯. 각 장의 토론 주제도 스터디 자료로 활용하기 매우 적합할 듯 하다.


2014년 10월 10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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