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평범한 일상 가운데 하나님과 함께하기

inhovation 2016. 3. 4. 09:19

No. 159

하나님의 임재연습

로렌스형제 지음

윤종석 옮김

두란노 펴냄


  기독교계의 고전(?) 이라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임재연습. 이 책도 10년 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었다. 요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이유는... 책을 잘 못사고 있어서;;...ㅋㅋㅋ 독후감도 안썼길래 독후감도 다시 쓸 겸 꺼내들었다. 이 책의 제일 좋은 점은 "얇다"는 것! 출퇴근 지하철에서 이틀만에 다 읽었다.ㅎㅎ 20살, 교회 청년부 올라오자마자 어렸을 때 부터 친한 형이 선물해 준건데, '그 때에도 이런 감동이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10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해서 이제 뭔가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진 건가?ㅎㅎ


  지난 주,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 문제 해결의 포인트를 잘못 잡은 것 같은 느낌? 결혼 하고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은 많은데, 그리고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뭔가 잘 풀리지는 않는 느낌. 그렇다고 살펴보면 망국으로 치닫는 결혼생활도 아닌데....ㅋㅋㅋ 이러다 생각난게 '아, 내가 너무 나 혼자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려고 했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로렌스 형제에 대해 소개하자면, 1611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운동선수, 군인을 했지만 파리 갈밀 수도회에 들어가 평생을 수도사로 산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쓴 편지들을 모아놓은 것이고, 그가 남긴 말들도 있다. 수도사 생활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상황과 동일하진 않을 것 같다. 수도회니까 뭔가 그래도 '하나님의 임재연습'을 하기 좀 쉽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아갔던 로렌스 형제의 삶을 바라보면 수도회 생활을 하지 않는 우리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책에도 쓰였듯이 '바깥 세상과 대처하기 위해 하나님과의 대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영혼의 지존하신 하나님을 바라봄으로써 양분을 얻고, 그분의 소유가 됨으로써 놀라운 기쁨을 체험'하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삶 아닐까 싶다. (뭐... 다 아는 내용인데 지키기 어려운 것 역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로렌스 형제가 터득한 하나님과 대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단순히 자신의 평범한 일상사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는 맡겨진 일과를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순종의 마음으로 감당했으며, 늘 자신의 그 사랑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순결한 것이 되게 하고자 했다." (p. 28)


  몇 년 전, 기도원에 들어가서 며칠간 봉사할 때의 일이다. 밀려드는 설거지에 지쳐가며 단순히 반복되는 일들에 기계처럼 일하고 있을 때, 한 전도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설거지 할 때, 주님, 이렇게 깨끗하게 씻겨지는 식판 처럼 제 마음도 죄로부터 깨끗하게 씻겨지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설거지를 해보세요." 아... 이런게 바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나님과 대화하는 방법 아닌가. 그 이후부터는 설거지 할 때 종종 이 전도사님의 말씀이 생각나곤 한다. 생각해 보면 아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반대로 아무일이 아닌 가운데 하나님을 생각하며 하나님과 동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밥을 먹을 때나 허드렛일을 할 때에도 심령을 그분께 올려 드리십시오. 아주 작고 사소해 보이는 순간에 그분을 기억하는 것이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기 때문입니다." (p. 43)


  기계처럼 반복되는 직장생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내가 처음부터 이 일을 싫어하거나 귀찮아 하진 않았는데... 어쩌면 초심이 무너진 것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나에게 일이 맡겨졌을 때는 기쁘고 즐겁게 했었는데...(그러다 몇 번 혼나고, 빠꾸맞고, 일이 틀어지고... 이러면서 하기 싫어지고....ㅋㅋㅋ) 로렌스 형제의 이런 말들을 듣고 보니, 내가 하루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 하고 있는 회사 일 부터 열심히 하는 것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첫 걸음'아닌가 싶었다. 달리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회사의 이 일을 맡기셨는데, 내가 여러 상황과 조건 때문에 하기 싫어져셔 대충대충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를 날려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서 하는 일만 하나님의 일이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간사, 전도사, 목사가 아닌 평신도들은 학교, 직장보다 교회 일을 '무조건' 우선시 하여 참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사정 때문에 교회에서 하는 일에 '적극' 참여하지 못할 때 찝찝한 마음에 심지어 죄책감까지 느끼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교회를 옮기고 얼마 되지 않아, 토요일 제자반 모집이 있어 지원했다가, 대학원 수업과 여러 일정 때문에 하지 못하게 되었다. 한다고 했던 것을 못한다고 하니 이거 어떻게 말해야하나, 고민고민 하다가 전도사님께 문자를 했는데 상상도 못했던 답장이 왔다. 일하느라 공부하느라 힘든거 안다고.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다음에 기회가 또 있을 거라고.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것도 하나님 일을 하는 것이라고. ... 아... 그 때 받았던 문자, 캡쳐해 놓고 아직도 가지고 있다. ㅋㅋ...


하나님이 장래에 내게 어떤 일을 당하게 하실지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내 영혼은 너무도 평안하여 그런 것은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그분과 함께 있는데 도대체 누구를 두려워한단 말입니까? 나는 나의 최선을 다하여 그분과 함께 살아갑니다. (p. 52-3)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걱정되지 않을 것 같다. 삶의 주관자되신 하나님이 나와 동행하시는데 그 어떤 것이 두려울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처한 상황만 바라보면서 낙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며 앞으로 나를 이끌어가실 미래를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하신 일을 제외하고는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한 아무런 자격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p. 75)


2014년 6월 13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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