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여행에도 기술이 필요할까

inhovation 2016. 3. 3. 21:59

No. 156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이레 펴냄


  늦게 배운 여행질이 무섭다고(?), 그동안 여행을 기술 없이 다닌 것 같다. 블로그에 해외여행 에피소드들을 쓰고 있지만 그동안 누적된 결과가 아닌 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2011년 인도네시아

2012년 중국, 베트남(말레이시아)

2013년 미국(대만)

2014년 로마-파리(핀란드), 일본(곧 감...ㅋㅋ)


경유지까지 어거지로 따져보면 10개국이다. ㅎㅎ 대학교 4학년 때, 인도네시아 교육실습을 계기로 처음으로 외국물을 맛 본 이후 벌어진 결과다. 이러는 나에게 지인이 한 권의 책을 선물로 주었다. 바로 여행의 기술.


  사실, 이 책은 한 번 책 읽기에 실패한 책이다. 미국 여행을 가면서 읽으려고 했으나, 비행기에서 읽기를 실패하고(좀 재미가 없어서) 여태까지 책장에만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신혼여행 다녀오고 나서 용기를 내어(?) 다시 책을 꺼내 들었다. 재미 없는 건 똑같았다. (첫 부분이...)


  알랭 드 보통. 유명한 사람 같지만 잘 모른다. ㅎㅎ 여행의 기술은 알랭 드 보통의 수필이다. 그런데 수필이라는 뭔가 친근하고 쉬운 듯한 느낌과는 달리 좀 난해한 부분들, 이해 안 가는 부분들이 나와서 흥미를 못붙였다. 나는 저자가 돌아다니면서 겪은 이야기를 쓰는 정도로만 했는데 각 장소(런던, 암스테르담 등등)마다 안내자(J.K.위스망스, 빈센트 반 고흐 등등)가 있고 시공을 넘나들며 글이 전개된다. 그래서 한 중반까지는 '이게 소설인가, 역사책인가' 하는 혼란 속에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쓴 독후감을 보고 구조를 좀 알고 나서야 흥미가 붙었다.ㅋㅋ (이게 다 머릿말이 없어서 그렇다!) 아직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이해하고 정리한 바로는, 알랭 드 보통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는데, 그 돌아다닌 장소마다 옛날 사람들(안내자)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고, 그 이야기들을 그 장소와 함께 자유롭게 적은 글 같다.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좀 구조가 보이고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ㅋ


  중간 중간 나오는 명언들이 좋았다. 전체적인 내용 보다는...ㅎㅎ 알랭 드 보통의 생각을 읽고, 나의 경험을 비추어 생각해 보면 동의하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 (p. 171-2)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나의 그동안의 여행 스타일에 대해 독침을 쏘는 듯한 말인 것 같아서다. 준비되지 않은 여행은 위험하다. 왜냐? 새로운 정보가 쓸모없게 되고 결국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허허... 뭐, 맞는 말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여행다닌 스타일이 딱 이런 것 같았다. 준비는 하긴 했지만 제대로 했다고 하긴 뭐 한 정도. 공부를 특별히 많이 하고 가거나 그러진 않았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공부만 하고 갔을 뿐이다. 물론, 여행을 가기 전에 공부를 좀 하고 간 것은 여행 가서도 더 큰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매우 좋다. 그러나 여행이 이래야만 하는 것일까? 준비를 좀 덜 했다고 해서 쓸모없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다녀와서 뒤수습(?)이라고 할 수 있는 공부를 했을 때도 여행이 참 재미있게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게 바로 예습보다 복습이 더 중요하다는 의민가...?;; 준비를 하지 않으면 여행지에서 얻는 새로운 정보는 어쩌면 정말로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구슬처럼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나서 여행을 정리한다면 여행지에서 가져온 목걸이구슬을 차근차근 꿰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설령 이도저도 아니라면, 여행지에서도 구슬을 못 꿰고, 다녀와서도 못 꿴다면? 그럼 뭐 어때. 여행지에서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들, 즐거움을 비롯한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에 충실했다면... 뭐 이랬다면 괜찮은 여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답은 없는 것이다. 나의 이런 생각이 아이러니하게도 책의 뒷부분에 나온다.


"진정으로 귀중한 것은 생각하고 보는 것이지 속도가 아니다." (p. 301)


다른 챕터에 있던 내용이지만 대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하고 보는 것. 미리 준비를 하든 안하든, 나중에 정리를 하든 안하든, 여행지에서 순간순간 갖는 생각들,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어 나오는 또 수 많은 생각들... 저자가 여행의 기술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적어 놓았지만 결국 진정한 여행의 기술은 누구한테 배우거나 정해진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갖고 있는 기술이 여행의 기술 아닐까?


  이 밖에도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이 많이 있었다. 비행기 위에서 보는 구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부분, 공항에서 보는 이국적인 안내판에 대해서도 특별하게 다룬 부분, 모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진과 그림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그동안의 여행 습관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부분에선, 나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림보단 사진일 것이다. 여행지에서 그린 그림, 나도 미국 여행가서 딱 3번 느껴봤는데, 정말 색다르긴 하다.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여행지에서 그림 한 번 정도 그려보는 계획은 꼭 넣어두길 추천한다.(어려울 것 없다. A4용지랑 색연필로 그렸다, 나는ㅋ)


  The Art of Travel.

  주변 사람들도 읽다가 포기했다는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그래도 참고(?) 읽다 보면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공감도 하면서 자신만의 여행의 기술을 알게 해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2014년 5월 7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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