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나에게 자유를 달라

inhovation 2016. 3. 4. 09:16

No. 158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책세상 펴냄


  오랜만에 고전을 샀다. 두려움 반 설렘 반. 두려움은 '어렵진 않을까?' 하는 것에서 나온거고, 설렘은 '그래도 고전인데 기대가 된다' 하는 것에서 나온거다. 어떤 고전을 사서 읽을까 고민하다가, 일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자유론을 선택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저자도 처음 들어보는 사람. 그래도 고전은 항상 뭔가 있어보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ㅋ

  번역본도 너무 많이 있어서 고민을 했다. 우선, 어린아이용 만화, 요약본, 중고생용 논술준비 책은 모두 걸러냈는데도 무엇을 살까 고민을 하다가, 인터넷을 조금 뒤져서 어떤 사람이 괜찮아고 하는 사람 책을 샀다. 그 사람은 번역본끼리 비교해 본 것 같았는데, 난 뭐 비교 대상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책세상에서 펴낸 서병훈 교수의 번역본을 읽었는데 큰 어려움이나 불만 없이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소름 끼치도록 놀란 것은, 이 책이 1859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150여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지금의 시대상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혹시 번역가가 내용을 바꾼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1800년대 영국의 모습이 어땠는지, 내가 영국사를 공부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에서 거론되는 문제는 비슷했나보다.


  자유론. 영어 제목은 on Liberty 다. 밀은 책에서 자유(liberty)를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 정의했다.


"양심의 자유, 생각과 감정의 자유,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의 자유,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 결사(모임을 결성하는 것)의 자유. ... 이런 자유를 절대적으로, 무조건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하고 또 유일하게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자유이다." (pp. 36-7)


  그런데 1800년대 영국 사회에서는 이런 자유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나보다. 아니, 정부에 의해서 많이 통제당했나 보다. 책에서는 정부의 간섭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할애하면서 이런 자유에 대해 논하고 있다. 아마 18세기, 자유민주주의가 생겨나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다룬 것 같다. 그러고보니 자유민주주의도 영어로는 liberal democracy로 자유론에서 말하고 있는 자유 liberty와 의미를 같이 한다.



  이런 자유론의 내용을 읽어 나가면서, 나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자유롭게 살고 있는 사람인가?"


표면적으로 보면 내가 자유롭게 선택한 것들에 방해를 하는 사람이 없으니 자유롭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나는 끊임 없이 나의 선택이 사회, 즉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저울질 하며 궁극적으로는 자유롭지 못한 결정들을 할 때도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도 밀은 '지금 우리는 사회가 설정한 성공의 기준에 맞추 살도록 강하게 종용받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와 무관하지만, 그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여간 심한것이 아니다'고 말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어렸을 때 부터 어쩌면 일방적인 교육의 틀에 갖춰서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의 자유'를 박탈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토론은 여전히 어색하며, 남들과 다른 의견을 말할 때는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함과 더불어 그 이후에 나에게 닥쳐올 후폭풍을 걱정하며 자라왔다. 다르게 살고 싶어도 사회적 압력이 여간 심해 그러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십수년을 지내다 보니 이제 딱 정해진 틀에 맞추어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한 채, 자유를 동경만 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자기 식대로 인생을 살아가다 일이 잘못돼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런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게 되면 다른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로 억지로 끌려가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간은 바로 그런 존재이다." (pp. 37-8)


"우리는 생각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각자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한다면,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각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p. 47)


"단지 생각하는 것이 귀찮아서 기존의 올바른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덕분에 실수를 피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적절한 공부와 준비 끝에 자기 혼자 생각하다가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 진리의 발견에 더 크게 기여한다. 위대한 사상가를 위해서만 사상의 자유가 허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도 뛰어난 사람 못지않게, 아니 그들보다 더 그런 자유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각자 타고난 능력만큼 정신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p. 72)


  이런 구절을 읽으면서 책을 읽으며 생기는 의문들은 밀이 깔끔하게 답변을 주는 기분이었다. 자유론을 읽었으니, 이제 나는 자유롭게 살 수 있겠지?


과연...ㅋㅋ


선택이 올바르다면,

다시 말해

인간에게 주어진 객관적 가치를

본인의 성정과 포부에 걸맞게 추구한다면,

그 결과는 좋을 수밖에 없다.

방향만 옳다면,

북한산을 오르는 구체적인 경로와 방법은

당사자의 선택에 맡겨야 하지 않는가?

단숨에 오를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주변 경관을 완상해가며

쉬엄쉬엄 등반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것이 개별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방향을 전제한 자유,

이것이 밀의 생각이다.

- 자유론 해제 중 -


2014년 6월 10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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