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고전, 이렇게 재미있을수가!

inhovation 2016. 3. 3. 20:28

No. 142

고전 읽기의 즐거움

정약용, 박지원, 강희맹 외 지음

신승운, 박소동 외 옮김

솔 펴냄

 

  고전은 어렵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고전은 어렵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있는 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중고등학교 때 국어시간에 간간히 등장하던 고전이 이런 생각을 갖게 한 것 같다. 그 때는 죽어도 읽기 싫은 고전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직접 찾아서 고전을 읽고 있다니. 10년 전의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노릇이다. 하긴. 그 때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 것이 강제성이 컸다. 시험에 나오니까. 수능에 나오니까. 어느어느 고전은 꼭 읽어야 한다. 이것도 모자라 고전 요약본까지 판을 치며 학생이었던 나를 괴롭혔다. 다들 기억이 있으리라.ㅎㅎ 학기마다 한 두번씩 하는 독서평가를 위해 아무 말도 없이 책 제목만 딸랑 적힌 종이를 받아 들고 억지로 읽어야 했던 괴로움. ㅠㅠ.... 이런 것이 여태까지 '고전은 어렵다'라는 생각만 가지고 나를 살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보니 고전은 재밌다.

  내가 앞에서 남들에 의해 억지로 읽게된 고전이 어렵다라는 말을 했으니, 내가 이 책을 읽고 좋았으니 남들에게도 읽으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그 사람에게도 억지로 읽는 고전이 되고 별 감흥이 없을 것이니. 다만, '고전이 어렵다'라는 편견만 버려줬으면 한다. 내가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니 꼭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책상에 올려놓았는데 독서를 많이 하지 못하시는 회사에 같은 방 선생님도 이 책을 빌려가서 하루만에 다 읽고 돌려주셨다.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고. 책 제목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책. "고전 읽기의 즐거움"

 

  이 책에 있는 내용은?

  고전이다. 고등학교때 보던 고전. '슬견설'같은 느낌이다. 정말 고전을 다시 보니 삶을 먼저 살다 간 선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고 그 감동이 독자로 하여금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몇 가지 기억나는 내용은 이시발(사람 이름임;;)의 원망할 수 없는 비난이라는 제목의 글. 나의 성격 상 남이 누군가를 욕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쓰고 떨쳐버리지 못한다. 계속해서 마음이 쓰이고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왜 내가 욕먹나 하는 생각을 묵상(?)하는 성격이다. 그러면서 날 욕하는 사람도 혼자 탓하고. 그러나 이 글에서 말하길 "사람이 태어난 이후로 주공, 공자, 맹자 같은 성인이나 굴평, 가의, 정자, 주자 같은 현인이나 순자, 한유, 소식 같은 재사들" 역시 안티가 있었다며, "이 세상에 나서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자신을 헐뜯는 자가 없기를 바라기는 어려운 것 이라네, 그러므로 군자가 이 세상에 처신하면서 돌보아야 할 것은 상대에게 달려 있지 않고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니, 어째서이겠는가"라고 하였다. 아-. 안티는 없을 수 없는 세상이구나. 그래서 이런 것을 깨달으며 내 마음에 너무 신경쓰지 않기로 다짐하였다.

 

    또 다른 글은 성현의 한 삼태기의 흙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가뭄이 계속되자 김을 매건 매지 않건 곡식들이 죽을 것이란 생각이 농부들 사이에 있었다. 그러나 부지런한 농부는 이에 개의치 않고 계속 김을 매며 일을 했고, 게으른 농부는 어차피 죽을 것 그냥 버려두고 편히 쉬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가을걷이를 할 때에 부지런한 농부의 밭은 잘 익은 이삭이 있었지만 게으른 농부의 밭은 잡초만 무성하였다. 이를 통해 성현은 "한때의 편안함을 찾다가 일 년 내내 굶주리게 되었고, 한 때의 고통을 참아내어 한 해를 배불리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아! 열심히 일을 하면 뜻한 바를 이루고, 편안하게 놀기만 하면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농사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 학문을 하는 고생은 일 년 내내 농사를 짓는 고생에 비하면 고생도 아니다. 그러나 학문을 해서 얻는 이익을 어찌 농사를 지어 얻는 이익에 비교할 수 있으랴, 농사를 짓는 일은 겨우 배나 채울 수 있을 뿐이이 그 이익이 아주 하찮은 것이지만, 학문을 하면 명성을 얻게 되니 그 이익이 엄청난 것이다. 이익이 적고 고생스럽기만 한 농사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제대로 안 되는데, 더구나 조금만 고생하면 큰 이익을 얻는 학문을 함에 있어서 말해 무엇하겠는가."고 말하고 있다. 역시... 한 때의 안락함만 찾아 지내면 훗날 힘들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것인가. 고생스런 회사일도, 어렵게만 느껴졌던 대학원공부도 잘 버티며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짧은 글들이 수십 편 실려 있다. 동물에 비유된 글도 많이 있고 인간관계와 자기계발 등 삶에 필요한 지혜는 총 집합 되어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책의 두께도 얇은 편이고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으므로 책 제목과 같이 정말 즐겁게 고전을 읽으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중에 또 읽어봐야지.ㅋㅋㅋ


2012년 7월 13일 @inhobook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