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인문학, 정말 '스펙'이 될 수 있을까?

inhovation 2016. 3. 3. 20:36

No. 143

인문학으로 스펙하라

신동기 지음

티핑포인트 펴냄

 

  '인문학으로 스펙하라' 이런 책도 나올 정도이니 최근들어 정말로 인문학 열풍이 불고있긴 하나보다. 하긴, 나도 얼마 전 아는 교수님으로부터 인문학 서적을 읽으라는 권유를 받고 이 열풍에 참여했으니. 그렇지만 아직 읽은 책은 몇 권 안되서 아직 인문학의 '인'에 대해 말하라고 해도 잘 대답하지는 못하겠으나 대강 인문학이 어떤 느낌인지 대강 느껴지긴 한다. 이전에 읽던 책과는 깊이와 넓이가 다르다고나 할까? 자기계발서에 비해 감동이 오래가는, 흔히 말하는 인문학만의 특징을 나도 조금은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이런 인문학에 입문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게 해 주어 인문학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다리"와도 같은 책이다. 인문학 강사인 저자 신동기의 인문학강의 에피소드들을 다루면서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특별히 그가 분류한 인문학의 15가지 테마는 인문학에 입문하기 전에 독자로 하여금 어떤 책을 선택할지 도움을 준다.


구분 

신화 

철학 

종교 

역사 

정치 

경제 

자연과학 

동양

고중대 

 

동양

철학사 

불교 

중국고대사

일본사

한국사

 

자연과학사 

동양

근현대 

서양

고중대 

그리스

로마신화 

플라톤&

아리스토

텔레스

서양철학사 

성경 

로마역사

영국사 

 

서양

근현대 

사회계약론 

국부론&

자본론 I

신자유주의와

신경제 

 

  책을 다 읽고 나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인문학이 스펙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든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인문학을 공부했다는 것이 정말 대학생들이 원하는 취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내 생각에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 쉽게 말해 인문학 책을 읽는다는 것으로는 전혀 스펙이 되지 않는다. 물론, 내재적인 깨달음이나 즐거움은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스펙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나? 그러나 이런 것을 이력서에 써서 취업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꼭 이런 것을 쓰고자 한다면 자기소개서에 인문학 좀 읽었다고 쓰는 정도가 될 것이다. 인문학이 스펙에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면접까지는 어떻게 올라가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면접에서도 어쩌면 소위 '속성 면접'과정을 통해 훈련된 사람 앞에서 인문학이 과연 빛을 발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면접관의 눈에 인문학을 공부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비추어질지. 많지는 않지만 몇 번의 면접을 경험해본 내로서는 잘 모르겠다. ^^;

 

  인문학이 정말 대학생들이 원하는 스펙으로 쓰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생에 있어서 큰 스펙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점은 대학생에게 인문학을 추천하는 이유에 잘 쓰여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생 전체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 인문학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동서고금 수많은 현자와 리더들 중에서 자신의 역할모델을 발견하고 장기적으로 그를 닮아가려고 애쓰게 된다. 그게 비전이고 꿈이다. 그냥 도식적으로 다른 사람이 다 하니까 나도 한번 비전 써보고 목표 써보고 그리고 지키기도 힘든 상세한 계획을 적어보는 그런 것이 아니다. 가슴이 뛰고 감동에 전율하면서 오랫동안 잊지 않고 한 인물에 빠져들게 된다. 바로 '큰바위 얼굴'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인문학은 수많은 역할모델뿐만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일을 이루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어려움과 지혜까지도 자상하게 안내해준다. (p. 217-8. 대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권하는 이유 中)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대학이 전부였던 것 처럼 보였지만, 대학생활을 해 보니 대학이 전부가 아니었다. 오히려 고등학교 성적으로 나열되었던 것이 뒤죽박죽 섞여버렸다. 대학을 다니면서 취업이 전부인 것 처럼 보였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해 보니 또 직장이 전부가 아니다. 또 고민이 있다. 그런데 항상 그 시절에는 모르는 것 같다. 지금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것들, 또 시절이 지나면 걱정하던 문제들이 전부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스펙'이 중요하게만 느껴지지만 조금만 더 멀리 내다보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스펙'은 지금 이 순간밖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스펙이 필요할 것이다. 결혼을 하려면 '돈'이라는 스펙이 필요한 것 처럼?(ㅋ) 그렇다면 우리는 스펙만 쌓으며 인생을 보낼 것인가...

  여기에 대한 약간의 해답이 바로 인문학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인생 전체를 바라보고 내 인생에 있어서의 스펙을 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때 그때 필요한 스펙을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내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고 이끌어주는 길잡이같은 역할이 바로 인문학에서 배운 지혜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문학으로 스펙하라'에서 말하는 '스펙'은 토익이나 인턴경험 같은 '취업을 위한 스펙'이 아닐 것이다. 바로 우리의 '삶을 위한 스펙'일 것이다.

 

  인문학 공부, 시작해보니 재미있다. 대단한 것을 하려고 마음먹기보다 편안하고 부담없는 마음으로 접근하니까 괜찮다.^^

  인문학으로 삶의 스펙을 얻고 싶은 사람, 이 책을 추천한다. 인문학의 바다로 안내해 줄 것이다.


2012년 7월 16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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