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갤럭시와 아이폰이 살아남는법, 인간의 마음에 맞춘 디자인

inhovation 2016. 3. 3. 17:11

No. 140

생각있는 디자인

도날드 노먼 지음

인지공학심리연구회 옮김

학지사 펴냄


  컴맹. 요즘 컴맹이란 단어는 거의 쓰이지 않는 것 같다. 하긴, 컴퓨터가 보급화 된 지 적어도 20년 가까이 된 것 같고(내가 초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 우리집에 컴퓨터가 생겼고, 그 당시 주변 친구들도 다 컴퓨터가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강산이 두번 바뀌는 시간 동안 대부분의 사람은 컴퓨터 작동법을 거의 다 익혔으니 컴맹이 사라진 것일 수도 있겠다.

  기계치. 이런 말도 요즘 안 쓰는 것 같다. 옛날엔 뭔 그런 기계들이 새로 나오면서 기계치라고 놀림을 받았는지, 정보화의 급속한 전개로 사람들은 온갖 기계에 노출되며 기계작동법을 익히느라 바빴던 것 같다. 요즘은 컴맹이나 기계치라는 말에 견주어볼 만한 것은 스마트폰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예전과 지금을 비교해 본다면, 스마트폰의 성격이 점점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 초기에는 일반 핸드폰과 다른 개념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사용자가 기계의 특장점을 공부하고 익혀서 사용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사람이 스마트폰에 접근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 스마트폰이 사람에 접근하는 방식이라면 적당한 비유일까.

  대표적인 것은 아이폰의 Siri와 갤럭시의 S-voice를 들 수 있겠다. 알람을 맞추는 방식만 보더라도 이전에는 핸드폰을 켜고 시계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고 알람 항목에 들어가서 내가 원하는 시간으로 알람을 설정하는 식이었지만, Siri와 S-voice에서는 단순히 명령만 내리고 확인만 하면 끝이다.

  클라우드의 개념도 그렇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USB를 사용하거나 자신의 E-mail로 자료를 보내 저장하는 방식이 보편적이었는데, 요즘에는 클라우드를 통해 스마트폰은 물론 각종 기기(노트북, TV, 태블릿 등등)에서 자료를 공유하며 사용자가 원하는 장소, 원하는 기기에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특별히 떠오르고 있는 것을 들자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갤럭시S3. 새로운 여러 기능들이 있지만 내가 제일 놀란 것은 사람의 눈동자를 인식해서 화면이 계속 유지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의 목소리로 핸드폰을 조종하던 방식보다 이는 더 획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말 이러다가 뇌파같은 것이나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기계를 조종하는 세상이 오게 될지도...!

 

  이제 책 이야기.

  책으로 돌아오면, "생각있는 디자인"에서는 바로 이런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의 출판 시기. 미국에서는 1993년에 나왔고, 번역은 1998년에 되었다. 출판된지 20년된 책을 읽어도 지금 공감이 되고 깨달음(?)까지 얻었다. 이 책은 디자인계의 고전이 될 것인가?ㅋ. 20년 전에 쓴 책이지만 현재 사회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반영하고 있고 그때에나 지금에나 동일한 메시지로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에서는 이 글의 앞에서 다룬 내용들부터 시작해서 기계와 사람을 다루고 있다. 핵심은 책의 표지에도 써 있듯이 '가장 인간적인 다지안이 성공한다'는 것.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사람이 사용하기 어려우면 실패한다는 것.

 

"과거에는 기술을 인간의 몸에 잘 맞추기 위해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간의 마음에 기술을 잘 맞추어야 한다." (p. 27)

  

  기계와 인간심리, 그리고 디자인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면서도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이와 같은 기계의 발전에 따른 인간의 사고도 심도깊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의 발달로 기계가 사람의 삶 속에 깊숙하게 들어오면 들어올 수록 인간은 기계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되고 인간의 사고영역은 더욱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그런 것이,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너무나도 많은 부분을 의존하게 되었고 이제 스마트폰이 없이는 사람의 마음까지 빼앗기는, 불안증세까지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디지털화를 넘어 스마트화로 가는 우리 사회를 지적하며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세바시' 강연 중에 좋아하는 강연자가 이 책을 잠시 소개해서 읽게 되었는데,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하고, 그렇지 않은 나 같은 일반 독자라도 한 번쯤 읽고 생각해 볼 만한 책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제 얼마 후 갤럭시S3와 아이폰5의 대결이 시작된다. 그동안 그랬듯이 양쪽의 팽팽한 싸움이 예상되지만 어느 쪽이 승자가 될까. 책에서 말한대로라면 인간심리에 맞는 디자인을 채택한 쪽이 이기게 될 것이다. 이미 갤럭시S3는 이전과는 차별화되는 많은 기능들로 인간심리를 사로잡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아이폰5의 선택은? 과연, 아이폰과 갤력시는 어떤 기능들로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마지막으로 책 뒷 표지에 있는 문구로 글을 마친다.


인간을 이해하는 디자인

 

인간은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기기들이

때로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쉽게 작동되지 않거나

심지어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조차 모를 때도 있다.

 

이렇듯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이들의 디자인에 인간의 행동과 사고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탓이다.

저자는 인간의 사고와 이것을 만들어낸 기술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색하면서,

인간의 생각을 기계에 맞추기보다는

인간의 마음에 맞추는 기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2년 6월 28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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