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티셔츠를 입는 것이 아니다. 경제를 입고, 정치를 입는 것이다.

inhovation 2016. 3. 3. 16:47

No. 135

티셔츠 경제학

피에트라 리볼리 지음

김명철 옮김

다산북스 펴냄


  우리는 매일매일 옷을 입는다. (너무 당연한가?ㅋ^^;) 우리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옷을 입는다. (당연한 말을 자꾸...;;;) 물론, 지금도 문명의 손길이 깊숙이 뿌리내리지 않은 곳에서는 옷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우리가 매일매일 입는 이 옷을 이 책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옷 입는 이야기 부터 시작해 보았다. 티셔츠 한 장에 담겨있는 경제학. 아주 간결한 제목인 '티셔츠 경제학'으로 이 책은 자신의 주제를 함축해서 담고 있다. 내가 경제학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경제학과에서 배우는 내용들의 전반적인 것이 이 책 안에 담겨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알고 나면 우리가 매일 입는 옷, 티셔츠도 단순히 티셔츠를 입는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티셔츠를 입는다'는 생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대학원 수업 중 '국제정치경제' 교수님께서 이 책을 추천해주셨다. 수업시간에 다루는 내용들이 이 책 안에 담겨있다고. 그래서 읽어보니 정말 그랬다! 혹시 '국제정치경제'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티셔츠를 통해 경제학과 정치학을 쉽게 풀어내서 계속해서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쉽게만 쓴 것은 아니고 전문적인 내용, 그리고 실제적인 그래프까지 동원하여 티셔츠를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현상들에 대해서도 나름의 깊은 안목도 얻을 수 있게 되어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티셔츠 한 장에 둘러싸인 정치적, 경제적인 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티셔츠 한 장을 구입하는 것으로 이 책을 시작하고 있다. 미국에서 산 티셔츠였지만 이 티셔츠는 중국에서 수입되어온 것, 그러나 원재료인 목화(면 티셔츠를 만들기 위한 원재료)는 다시 미국에서 수출한 것이었다. 물론, 간단히 말해서 미국과 중국이지, 목화의 실을 뽑아내는 작업, 실을 면으로 만드는 작업, 면 원단을 티셔트로 재봉하는 작업, 가공하는 작업 등에 다른 국가가 끼인다면 미국-중국에서 더 복잡해 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

 

  책은 크게 몇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1. 먼저 목화에 대한 부분이다. 이 장에서는 목화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밝히고 있으며 몇 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목화농장의 노예제도에 대해서도 깊이 다루고 있다. 

  2. 다음으로는 중국의 공장에 대한 부분이다. 목화가 중국으로 수출되면 중국의 값싼 노동자들의 본격적인 티셔츠 생산이 시작된다. 여기에서는 노동력 착취의 문제, 소위 노동자 인권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중간에 1970년대의 한국에 대한 설명도 잠시 언급된다. 

  3. 그리고 만들어진 티셔츠가 다시 미국으로 수입되는 부분이다. 여기에서는 무역제도와 관련한 쿼터제, 이를 둘러싼 수 많은 권력들의 개입을 심도있게 설명하고 있다. 

  4. 마지막으로는 티셔츠가 재활용되는 부분이다. 미국에서 사람들이 입다 버린 티셔츠는 저개발국가로 수출되는데, 여기에서는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티셔츠의 마지막 생애가 펼쳐져 있다. (책의 표지에 있는 그림이 탄자니아에서 팔리고 있는 티셔츠의 모습이라고 한다!)

 

  이러한 내용들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하기에 앞어 먼저 내가 입고 있던 티셔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독후감을 쓰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 티셔츠도 과연 Made in China일까? 그래서 바로 벗어서 확인해 봤다.

 


  역시... 중국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나보다. 사람들이 쓰는 마우스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라고 하던데. (내가 쓰고 있는 마우스도 뒤집어 보니 제조원이 중국이다;;;ㅋ....) 여튼, 내가 입고 있던 모든 사람들의 기본티, 베이직 하우스 티셔츠도 중국산임이 밝혀졌다. 그동안 생각없이 입었는데... 공장은 청도(칭다오)에 있나보다. 그렇다면, 이 티셔츠의 면화는 어디서 중국으로 수입된 것일까? 미국일까? 어찌됐건 내가 입고 있는 티셔츠는 중국 청도에 있는 베이직하우스 공장에서 값 싼 노동력을 제공한 중국 재봉사에 의해 만들어져 우리나라로 수입되어 지금 내가 입고 있는것임이 밝혀졌다. ('ㅡ'a) 

  (완전 신기하다... 책을 읽고나서 바로 이렇게 적용을 해 보다니...) 

  책에 있는 내용 중 한가지를 언급하자면 노동력에 대한 부분이었다. 다른 장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도 저자가 비교적 균형적으로 책을 써서 괜찮았다. 어느 한 시각, 즉 자유주의 또는 구조주의적 시각에 치우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다시 말해,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해 설명할 때 어두운 면을 설명하는 동시에 그 어두운면이 나쁘기만 한 면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다. 우리는 쉽게 생각해서 저임금 노동자들을 떠올린다면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기 쉽다. 물론 이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가 지불되어야 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인권과 같은 부분들도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삶을 선택한 것이 노동자들 본인이었다는 것 또한 인터뷰를 통해 싣고 있다. 농촌의 삶이 너무 힘들어서 낮은 임금에 열악한 공장 조건이라 하더라도 농촌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내가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1970년대, 한참 발전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의 모습과 같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서 특별히 좋았던 점은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티셔츠 한 장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구절과 같이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티셔츠는 나에게 그냥 옷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생각해 보았을 때

티셔츠는 나에게 경제학과 정치학이 되었다

라고 비유하면 적절할까? (ㅎㅎ) 이런 생각을 하니 전 세계가 얼마나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지 새삼 실감이 난다. 고작 티셔츠 하나로 국제정치경제를 다룰 수 있는데... (정말 아까 베이직하우스 티셔츠 뒤입어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즐거운 것 같다. 어떤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안경을 이 책을 통해 내가 갖게 된 것이. ^^


2012년 5월 15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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