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누포캠프, 미얀마 난민수용소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다

inhovation 2016. 3. 3. 15:44

No. 133

철조망에 걸린, 희망

임연태 지음

이승현 사진

글리어마인드 펴냄


  지지난주, 신문에 한 주 동안 특집 기사로 미얀마에 대한 내용이 실렸었다.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미얀마의 경제성장을 위해 미얀마의 관리들이 한국을 방문한다느니 전세계가 미얀마에 집중하며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세계사를 배우지도 않았고 크게 관심 갖고 있지도 않았기에, 물론 이런 내용을 꼭 세계사에서 배우는 것은 아니겠지만, 미얀마가 개혁개방 하나보다 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이 눈에 띄었다.

 

국내최초, 미얀마난민수용소 누포캠프를 기다

 

  무슨 내용일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한 주의 이슈가 되었던 '미얀마'라는 글자와 표지에 있는 아이의 사진, 그리고 책의 제목인 '철조망에 걸린, 희망'만 보고 책을 샀다. 책을 대강 살펴보았을 때 글만 있는 것 보다 사진이 많아서 우선 좋았다.(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으니까^^;;;ㅋ) 책을 사고 집으로 오면서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미얀마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게될 것이란 생각에. 

  먼저, 미얀마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읽는이 가운데는 잘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미얀마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지도를 찾아보면서 처음 알았다. 동남아시아 인 것은 알았는데 도대체 미얀마는 어디에 있을까?

  아- 그렇군.

  위치는 대강 어디있는지는 알았다.ㅎ 인도의 동쪽, 베트남 옆에, 인도네시아 섬들 위 본토에!

  인구는 우리나라랑 비슷하다.우리나라가 25위, 미얀마가 26위.

  면적은 우리나라보다 약 6.78배 더 크다. 꽤 크군...

  1인당 GDP는 우리나라가 $20,165(2008년 기준, 현재는 더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음), 미얀마가 $583(2006년 기준)이다. 

  중요한 것은 정권에 관한 것이다. 위에 정보에도 나와있듯이 군사정권이었는데 이제 군부가 막을 내리고 민주화가 시작되는 것 같다. 아래 기사를 읽어보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얀마의 봄, 수치의 새로운 도전 / 마침내 당선 국회 입성… 개헌이 일차 과제

 

  1962년, 군사 쿠데타 발발 이후 50년 동안 걸어잠군 문을 이제야 연다고 하니, 그동안 경제적으로 얼마나 고립되어 있을지, 대충 북한과 비교해서 생각하니 상상이 간다. 

  여튼, 여기까지는 이 책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미얀마에 대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정보였다.

 



  이 책은 이런 미얀마의 상황, 내전을 피해 태국에 있는 누포캠프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작가는 불교계 신문 및 잡지사에서 기자활동을 한 임연태 논설위원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님들의 이야기도 나오고 불교학교를 설립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야기도 자세히 소개되어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말하겠다. 


 

  책을 펴자마자 첫 장부터 양면을 가득 채운 사진이 나온다. 바로 누포캠프의 한 모습이다. 가로, 세로 2km정도 되는 캠프 안에는 2만여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여의도 면적에 대한 비교이다. 누포캠프의 면적은 대략 A와 B 사이 정도 된다고 보면 되겠다. 저 안에 2만여명이 몰려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인구는 점점 늘어만 간다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가고싶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한 것 같다. 단순히 간다는 것을 넘어 내가 가서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작년에 인도네시아에 다녀온 것도 많이 생각났다. 교육실습을 하고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만 현지 아이들과 사람들을 만났을 때의 느낌과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곳 사람들은 세 가지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우선 항상 밝은 모습. 그리고 열심히 사는 모습. 그러면서 즐기는 모습.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에서도 이 곳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난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우울한 모습들만 있을 것 같지만 작가도 느꼈듯이 꼭 그렇지는 않았다. 생필품보다 꽃을 더 찾으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심히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모습. 그리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삶의 자세.


 만약 내가 난민캠프에서 살아가는 상황이라면 나는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사진과 함께 작가의 글이 실려 있어서 책을 읽으며 현지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머릿말에서 걱정하는 '현장의 분위기를 잘 전해주지 못할까'하는 작가의 마음은 기우였다. 글도, 사진도 누포캠프의 사람들과 독자를 만날 수 있도록 이어준다. 

  특별히 더 기억에 남고 감명깊었던 부분은 이곳에서 사역(?...이라고 표현해도 되나;;)하시는 '영봉 스님'의 이야기이다. 새생명학교라는 이름으로 이곳의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한 달에 만원이면 한 명의 아이가 교육과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데 학생이 너무 많아 이 역시 힘겹게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다. 교사로 있는 사람들도 다른 곳에 비해 매우 적은 금액이지만 이 사람들의 월급까지 챙겨가며 이곳 아이들의 아버지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스님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나도 이런 일을 하고 싶고, 한 때 작게나마 했었지......)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고, 또 이런 일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쪽으로 계속해서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내 삶의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결정'을 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영봉 스님이 대단해 보였다. 어쩌면 나도 엄청난 주변의 만류와 모든 상황들을 제쳐놓고 나간다면 스님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며 또 다른 보람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쉽사리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니... 언젠가 나도 이런 자리에서 남을 위해 사는 모습을 꿈꾸며, 이 마음을 가슴 속에 간직해 둘 수 밖에는 없겠지, 아직은.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는 것들에만 신경쓰며, 또 그것이 전부인 것 처럼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바쁜 일, 친한 사람들, 반복되는 일상들. 하지만 이런 책들을 통해 내 주변에서 벗어나 조금만 멀리 내다보면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가 보이고 이들에게 마음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월 1만원이면 1명의 아이가 교육과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니. 우리의 작은 나눔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큰 도움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비단 이곳 뿐만이 아니라 다른 단체에서도 하는 후원도 얼마나 많이 있는가...! 

  언젠가는, 나도 이런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그곳이 북한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금 공부를 하며 일도 하고 있지만, 꼭 북한이 아니더래도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 또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나의 재능을 사용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남은 마음을 한 가지 말하라면 바로 이것이라고 하겠다. 

 

ps. 그런데, 미얀마가 이제 민주화 되고 개혁개방이 된다는데, 누포캠프는 어떻게 될까? 이곳 사람들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2012년 4월 23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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