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하는 나무 위에 오르니 이거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된다. 이게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뛰어내렸다. 1초? 정도 자유낙하의 짜릿한 기분을 만끽하고 물속으로 내 몸이 풍덩 들어간다. 물속에 들어간 순간, 귀로는 ‘꾸르르르르르르’하며 귓속으로 들어오는 물소리와 코를 통해 목구멍으로까지 넘어가는 강제 물 한모금의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온다. 잠시 후 몸이 물 위로 떠오르며 3초 정도의 공황상태를 벗어나 육지(?) 쪽으로 헤엄쳐갔다. 이거, 기분 진짜 째진다!
두 번째 다이빙은 그래도 한 번 해 봤다고 여유가 있었다. 코를 손으로 막고 이번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높이 점프를 하며 뛰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그런지 물속으로 들어오면서는 엉덩이가 바닥에 살짝 닿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번엔 물 위로 떠오르고 나서 금방 정신을 차렸다.
한국 사람들도 꽤 많았는데 내가 있는 동안 다이빙을 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서양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계속 뛰어내렸다. 뭔가 뿌듯...? 그러나 다이빙을 하든지 안하든지,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해보였다. 에메랄드빛 폭포수 아래서 유유자적 헤엄을 치며 노는 모습이 마치, 나도 보지는 못했지만 무릉도원이 따로 없을 정도랄까? 헤엄치는 대부분의 서양의 젊은 친구들, 의자에만 앉아있는 등산객 복장의 한국의 어르신들, 킹왕짱 좋은 카메라에 삼각대를 펼쳐놓고 사진만 찍는 중국인들, 모두 다 나름대로 꽝시폭포를 즐기고 있었다.
6시쯤 일어났다. 탁밧을 보기 위해. 문을 열었는데, 로비에서 텐트를 쳐놓고 주인 아저씨가 자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살금살금 나갔는데, 아저씨가 깨서 “탁밧?” 이러니까, 그냥 나가면 된다고 했다. 우리 숙소는 유명한 왓시엥통 사원과도 가깝고, 바로 앞에 다른 사원도 있었다. 숙소 후기에서도 탁밧 보기 가장 좋은 곳이라는 말이 있어서 그냥 숙소 앞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중심가 쪽을 보니 플래시가 터져 나왔는데 아마 탁밧행렬이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우리 숙소 앞 사원에서도 주황색 옷을 입은 스님들이 줄줄이 나왔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 앉아있던 라오스 할머니 네 분이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드렸다. 보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뭔가 경이롭고 신비한 모습이다. 진정한 나눔의 삶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하고 있는 그들이었다.
다른 쪽 사원에서 나온 스님들도 우리 앞을 지나가며 똑같은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다. 6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시작된 탁밧은 7시 정도가 되어서 끝났다. 숙소 앞 사원에서 온 스님들이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왔는지, 탁밧에 참여하는 할머니들 앞에 일렬로 서서 불경 같은 것을 외우는지 아니면 기도를 하는지 다 같이 무슨 말을 합장하고 들어갔다. 할머니들도 두 손을 모으고 스님들의 그런 감사 인사(?)를 잘 받는 듯 했다.
탁밧을 보고는 아침을 먹었다. 아내는 계속 속이 안 좋아서 패스. 로비에 나와서 녹차를 마시는데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가 한 명있어서 말을 걸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26살의 남자애는 여자 친구랑 뉴질랜드에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방콕으로 들어와 방비엥을 거쳐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들... 방비엥이 마치 양평이나 대성리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지금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 외국 느낌이 안난다고...ㅎㅎ
체크아웃을 하기 전에 다른 숙소를 알아보고 왔다. 25달러면 조금 괜찮은 게스트하우스, 20달러 이하로는 조금 덜 괜찮지만 그래도 괜찮은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확실히 예약은 하지 않고 다시 우리 숙소로 가서 짐을 가지고 나왔다. 아저씨랑도 인사하고 싶었는데 아저씨는 낮 동안에는 계속 어딜 가 있는 듯 했다. 추가 숙박 1일치와 세탁서비스 계산을 하고 아주머니와 사진을 찍고 나왔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괜찮은 게스트하우스로. 25달러에 2박을 해서 할인을 좀 해달라고 했는데 boss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하더니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조금 고민하다가 미련 없이 나왔다. 조마베이커리까지 나와서 뒤쪽으로 이어지는 게스트하우스 골목으로 들어갔다. 150,000킵에 이틀 예약을 하고 돈은 나중에 내기로 했다. 이곳도 할인은 안됐지만 그냥 자기로...
숙소에 짐을 풀고 아내 몸 상태가 조금 괜찮은 것 같아서 꽝시폭포를 가기로 했다. 지나다니며 계속해서 무시했던 툭툭 기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왕복 200,000킵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같았다. 두명이 바로 출발할꺼냐 계속 물어보는데 너무 비싼 것 같아서 안간다고 하니까 180,000, 160,000킵까지 계속 내려간다. 아하, 한 차에 이정도 가격까지 내려갈 수 있는 거라는 것을 알고 그냥 갔다. 다른 툭툭기사는 우리 둘이 일단 50,000킵에 태우고 다른 사람들 더 구하자고 했지만 타지 않았다.
배가 고파서 샌드위치 파는 곳으로 갔다. 다 맛은 똑같을 것 같고, 그냥 아무데나 앉아서 메뉴판에서 치킨 아보카도 샌드위치 1개, 마실 거는 오레오 바나나, 망고 요거트를 시켰다. 샌드위치는 정말 크고 맛있었고, 오레오 바나나랑 망고 요거트도 많이 했다면서 한 컵 반씩 줬는데 맛있었다. 인심이 정말 좋네.
배를 채우고 꽝시를 어떻게 갈지 고민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여행사에서 60,000킵에 봉고차를 타고 가는게 있다고 해서 아내랑 그냥 여행사 통해서 갈까 고민하다가 한참을 걸어 다녔는데, 저 쪽에 툭툭 기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한국인 여자애들이 있었다. 지나가는 길에 그냥 슬쩍 “혹시 꽝시 가세요?”라고 물어보니까, 한 분이 뭔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네.”라고 해서, “저희도 가려고 하는데, 얼마까지 흥정하셨어요?”라고 하니, “한 사람에 8만킵 달래요.”라고 해서, “제가 아까 저희 둘이 가는데 16만킵까지 흥정했는데 괜찮으시면 같이 가실래요?”라고 하니 괜찮다고 해서 내가 흥정에 나섰다. 그래서 계산기 들고 바로 그냥 막무가내로 160,000을 치고 보여주니 매우 난감해한다. ㅎㅎㅎ 황당하기도 하겠지. 4명이서 8만씩 받아서 24만에 갈 수 있었는데 갑자기 길가던 남자가 나타나서 6명이서 16만으로 해달라고 하니... ㅎㅎㅎ 툭툭 기사는 20만을 불렀는데 내가 계속 16만이라고 하니 17만을 말했다. 더 이상은 좀 그런가 해서 17만으로 해서 같이 가는거 괜찮은지 물어보니 괜찮다 해서 17만으로 흥정 성공. 옆에 있는 다른 툭툭 기사에게 뭐라고 말하더니 그 사람 차로 가기로 했다. 이분은 17만에는 가기 싫은 듯?
가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23살, 대학생, 넷이서 배낭여행을 왔다고... 인천에 살고 있는 것도 똑같아서 뭔가 그냥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서로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 샌가 꽝시폭포에 도착. 2시 20분에 도착해서 2시간을 놀기로 하고, 4시 30분에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 돈은 안 받는 거 보니 나중에 내나보다.
조금 걸어 올라가서 입장료를 내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가면서 곰들도 좀 보고 열심히 올라가니 사진으로만 보던 꽝시폭포(인줄로 알았던 물 웅덩이)가 나왔다. 그래도 나름 폭포처럼 작게 물이 쏟아져 내려왔고, 그 아래에서는 에메랄드빛 물속에서 사람들이 놀고 있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조금 더 올라가니 큰 물(?)이 나와서 여기서 옷을 갈아입고 놀았다. 아내는 몸이 안 좋아 수영복을 챙겨오지 않아서 나만 놀았다. 중간에 다리가 쑥 빠지면서 깊어져서 깜짝 놀랐다. 중간에는 키보다 깊은 곳도 있었다. 그래도, 수영을 배운 적은 없었는데 어떻게 허우적대면서 헤엄을 치니 무사히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폭포 아래에서 마사지도 좀 받고 다이빙도 하면서 놀았다.
한 시간 정도 놀고 나서는 다시 옷을 좀 입고 산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도 계속해서 보이는 물웅덩이들, 에메랄드빛이 너무나도 예뻤다. 조금 더 올라가나 큰 폭포가 나왔는데, 아, 이게 정말 꽝시폭포인 듯 했다. 폭포의 모습은 뭐 상상할 수 있는 그 모습이겠으나, 그 아래에 모이는 에메랄드빛 물이 정말 장관이었다. 여기서도 기념사진을 찍고, 갈 시간이 다 되어가서 내려갔다.
툭툭을 타고 오는 길에도 수다 타임. 도착하고 나서 내일 떠난다는 친구들은 바삐 또 다른 곳으로 향했고, 우린 숙소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숙소 방에서 와이파이가 안 잡혀 마당으로 나와서 컴퓨터를 하는데 한국인 아저씨가 말을 걸어오셨다. 치앙마이에서 루앙프라방으로 배를 타고 오셨는데, 괜찮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런 저런 말들을 해주시며 또 수다타임. 아저씨는 사모님과 고1 아들이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치앙마이에서 만난 유럽인 젊은 커플과 같이 다니고 있다고 했다. 우리의 정해지지 않은 일정은 아저씨는 조금 답답해(?)하시는 듯 했다.
아저씨의 말을 듣고 나서 이런 저런 생각도 하게 됐다. 여행을 다니면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며 많은 것들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사실 우리의 이번 여행 목표는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냥 쉬면서 돌아보길 원했고, 그래서 일정도 좀 많이 여유롭게 잡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냥 우리는 아저씨의 말을 참고만 하고 우리 계획을 또 세우기로...
오늘도 열리는 야시장을 가서 구경을 또 했는데도 재미있었다. 나는 스카프를 한 개 샀는데, 이거 파는 친구가 한국말도 곧 잘 했다. 어제 6만에서 4만킵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얼마냐고 물어보니 처음부터 45,000킵이란다. 내가 30을 부르니 잠시 후 35을 불렀다. 30이 안되냐고 하니 한국말로 또박또박 “삼십오만킵”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냥 더 깎진 않고 샀다. 마음에 드는 스카프였다.
다 마음에 들어서 뭘 사야할지 모르는 아내는 고민만 하다가 그냥 우린 다시 점심에 갔던 샌드위치 가게로 갔고, 샌드위치 두 개만 사먹었다. 또 먹어도 맛있는 샌드위치. 솔직히 어제 15,000킵 뷔페가 실망스럽긴 했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아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냥,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지금 이 순간과 시간들이 모두 소중하니, 어떻게 앞으로 여행을 하든지 나는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여기 루앙프라방이 마음에 들어서 며칠 더 있기로 하고, 언제 갈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금이 너무 좋다고... 아내도 내 말에 동의했다.
루앙프라방, 도시 자체만으로는 사원만 많고 특별한 뭔가가 막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유를 즐길 수 있고, 그냥 너무 좋은 것 같다. 나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