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5 동남아시아

[꽃보다 신혼 09] 쉬는 여행을 알게 해준 도시

inhovation 2015. 1. 10. 04:46


2015. 01. 09 (금)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 루앙프라방에서는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아침에 2층 발코니가 있고 큰 창문 1개에 작은 창문도 2개나 있는 숙소로 옮기고, 원래 하루만 자려고 했는데 그냥 또 너무 머무르고 싶어서 이틀을 머문다고 해버렸다. 참 우리도 지금 대책이 없긴 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늦은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비가 갠 후의 루앙프라방은 또 새로운 매력이 있었다. 골목길에서 또 사진을 찍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샌드위치를 먹을까 하다가, 숙소 드나드는 골목이 루앙프라방에서 유명한 조마(Joma)베이커리 바로 옆이라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내부는 깔끔했고, 우리나라 카페 같았다. 차이점이라면 저렴한 가격 정도? 아내는 많이는 못 먹을 것 같아서 가볍게 내 손바닥만 한 하와이안피자 1조각, 치즈케이크 1조각, 에스프레소 1잔, 따뜻한 화이트 코코아 1잔을 시켰다. ...? 이렇게 시켰는데도 우리나라 돈으로 10,000원이 안 나왔다.

  여기서도 여유롭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쉬는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항상 어딜 가거나 그냥 돌아다니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 루앙프라방에 와서는 (아내가 계속 속이 별로 좋지 않아 숙소에만 있는 날이 많아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있다. 아직 비자가 열흘 정도 남아 있다는 것과 푸켓으로 가는 비행기도 보름정도 있어서 이럴 수 있겠지만, 오늘 4일째, 이틀 더 자면 6일, 여기서만 거의 일주일을 있을 생각은 안했다. 기껏 해봐야 꽝시폭포 다녀오고 뭐 3일 정도 생각하고 방비엥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바캉스(vacance)는 프랑스어로 ‘비움으로써 새롭게 채운다’는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어쩌면 나는 여기서 내 생각들을 비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생각했던 여행은 돌아다녀야 한다는 고정관념들을 말이다.

  여행을 오기 전에 아내에게 여행 가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고 싶은지 물었다. 내 예상엔 쌀국수를 먹어보고 싶다고 할 줄 알았는데 자고 싶다는 대답에 좀 놀랐다. 아니, 비싼 돈 주고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하고 싶은 게 자는 거라니... 그런데, 아내는 여기서 정말 잠 잘 잔다. 그리고 많이 잔다. 나는 원래 잠이 적은 편이고 아내는 많은 편 같기도 한데, 정말 놀랍다. 점심에 자고 저녁에도 잘 잔다. 나로서는 잘 이해는 안되는...^^;

  그래도, 여행에 와서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는 건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여행을 마치고 누군가가 ‘너 루앙프라방에서 주로 뭐했어?’라고 물었을 때, ‘응, 잠 많이 잤어.’라고 대답한들 뭐 어떤가. 꼭 루앙프라방에서는 꽝시폭포와 푸시산에 가고, 코끼리투어와 사원구경만 해야 한다는 ‘답’이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루앙프라방에서 이렇게 쉬고 있는 게 그냥 좋다. 루앙프라방은 나에게 여행에서도 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쉬는 게 이런 거라는 것을 알려준 고마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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