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1. 07 (수)
루앙프라방에 잡은 우리 숙소가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고 해도 너무 조용한 것 같았다. 그래서 중심가로 가 봤는데, 조금 사람이 더 많다 뿐이지 ‘여유’라는 것은 이곳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지의 북적북적함, 소란스러움, 호객행위도 이곳,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꽝시폭포를 가자는 툭툭이나 미니밴 기사들도 살짝만 물어볼 뿐이지 요란스럽지는 않았다.
큰길이라고 해봤자 왕복 2차선 정도의 도로지만, 차들도 잘 다니지 않았고 툭툭과 오토바이들도 클락션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가끔씩 지나갈 뿐이었다. 골목길은 더 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는 여행객들, 여유롭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평온해 지는 듯 했다. 아니,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할 정도로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재미있는 것은 베트남에서 거의 보지 찾아볼 수 없었던 뚱뚱한 사람들을 여기서는 볼 수 있었다. 고도비만 정도의 뚱뚱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몸매가 베트남의 호리호리한 남자들이나 너무 마르고 키까지 작은 여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살도 어느 정도 있었고 배 나온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뚱뚱한 아저씨가 마침 지나가서 아내에게 물었다.
“여기 사람들은 왜 뚱뚱할까?”
아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명쾌한 답을 내려줬다.
“걷는 것 봐. 그리고 여유롭잖아. 이렇게 생활하니까 그런 거 아냐?”
아... 뭔가 맞는 말인 듯하다. 뭐, 인종적인 차이도 있을 수 있겠으나, 베트남 사람들은 항상 바쁘게 움직이고 정신없이 사는 것 같은데, 라오스 사람들은 확실히 그렇지 않다. 이런 것들이 외형적인 차이까지 만들어 낸 것은 아닐지... 하여튼, 여기 사람들은 뭔가 여유가 넘쳐난다. 도시 자체도 조용하고 그냥, 여유롭다는 말 말고는 다르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관광객들까지 그래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지금까지 방에서 나와 숙소 거실(?)에 앉아 여유롭게 글을 썼다. 작은 책상에 차 한 잔 받아놓고, 잠시 막히면 밖을 보면서 그냥 잠시 멍때리거나... 아까는 멍때리고 있는데 갑자기 울컥 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이렇게 여유롭게 앉아서 ‘쉬고’ 있다는 사실이 뭔가 믿기지 않았고, 그냥, 그냥 갑자기 감정이 그랬다. 왜지...
정오의 따가웠던 태양도 이제 부드러운 색을 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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