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38일차> 새크라멘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inhovation 2016. 10. 23. 00:00

2013년 2월 17일 금요일

 

  보내고싶지 않은 밤을 보내고 아침이 밝았다. 모든게 다 똑같은 아침인데 기분만은 달랐다. 밥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산책은 아니고 집 앞에서 사진 좀 찍으려고. 아- 꿈으로만 생각하던 2층 집. 그런데 이 동네는 다 2층 집밖에 없다는거... 미국을 그리워하면서 함께 그리워 하게 될 집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었다. 주인님을 가게에 내려 드리고 우리는 마지막 잔쇼핑을 했다. 우선, 캐리어를 한 개 더 사야 했고, 그냥 여기저기 구경... 한 달 넘게 우릴 챙겨주신 주인님께 선물도 살 겸...

 

  먼저 집 근처에 있는 월그린에 갔다. 여자친구가 필요한 물건들이 있어서 둘러보면서 사기도 하고 또 구경하기도 하고. 이미 뭐 알았지만,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면 최소 25만원. 우리나라는 10만원인가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벌금이 진짜 비싸긴 비싸다. 최고 비싼거로 봤던 고속도로 쓰레기가 100만원이였으니...

 

  월그린에 잠시 있다가 건너편에 있는 타겟이란 마트로 갔다. 오가면서 많이 보긴 했지만 타겟은 처음 가보는 듯. 월마트나 다른 큰 마트랑 큰 차이는 없었다. 빨간색이 테마라서 그런지 홈플러스 느낌이 난다는 것? 그리고 신기했던게 가격 물건이 안적혀 있는 것들도 있었는데 중간에 있는 바코드 기계로 직접 바코드를 찍어서 확인할 수 있는게 있었다. 타겟에서는 좀 큰 마트라 여러 종류의 캐리어가 있었다. 튼튼하고 좋은 것으로 사고 싶었으나, 이제 진짜 돈이 없기에 적당한 것으로 샀다. 막판이라 거의 1달러가 부족해서 뭘 사네 못사네 할 수준이 되었다. 여자친구도 여기서 필요한 것들을 사고 나왔다.


  선물을 뭐 살까 엄청 고민을 하다가 차 주전자, 잔 세트가 생각나서 중국마트로 갔다. 미국에 계신 분이니 뭐 다 있을테고 엄청 고민을 했는데 딱 적당한 듯! 집에서 찻잔 세트는 못 본 것 같아서. 가서 보니 비싼건 엄청 비쌌지만 완전 비싼것만 있는 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생각보다 저렴한 정도. 선물 고르는 것도 엄청 고민을 하다가 결국 결정을 하고 샀다. 포장은... 신문지로 안깨지는 포장. 집에 가면 신문지는 버리고 잘 세팅해 놓아야겠다.

  점심시간 한참 넘어서야 집으로 갔다. 끼니로는 그냥 라면을 끓여먹고 미처 못 싼 가방을 마저 쌌다. 캐리어 4개를 가득 채우고 백팩 두개가 가득 찼다. 다행히 미국을 오가는 비행기편에서 캐리어 개수는 1인당 2개! 낑낑대면서 차 트렁크에 테트리스 하듯 집어 넣고 가게로 출발~

 

  가게에서는 일을 조금 도와드리다가 주인님하고 공항으로 갔다. 갈 때는 내가 운전하고 올 때는 혼자 운전하고 오시는 것으로. 길도 막힐 수 있고 혹시 모르는 상황에 저녁을 먹을 만큼의 시간적 여유는 없어서 바로 출발했다. 마지막 미국 운전... 진짜 마지막까지 프리웨이에서 졸음은 어쩔 수가 없다.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어느덧 베이브릿지를 지나서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갔다. 버스타고 왔다갔다 했던 샌프란시스코. 이제 떠나기 위해서 찾아오다니... 공항으로 들어가서 출국장 앞에 차를 잠시 세우고 짐을 내렸다. 주인님하고 오랜 시간 인사는 못나누고 헤어졌다. 언제 또 뵐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작별 인사라는게... 참 길어도 아쉽고, 짧아도 아쉽고. 아쉽지 않은 작별 인사는 세상에 없는듯. 헤어짐에 있어서 아쉽지 않을수가 있을까...

 

  공항에 들어와서 일단 수레부터 찾았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래층에 누가 두 개 버려놓은 것을 발견해서 잽싸게 내려가서 끌고왔다. 무거운 가방을 올리고 에바항공 티켓팅 장소로... 줄이 꽤 길었다. 천천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슬금슬금. 티켓팅을 하고 배가 고파서 밥을 먹었다. 푸드코트가 작게 있었는데,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일본식 덮밥을 먹기로 하고 주문을 했다. 어짜피 비행기 타면 또 먹을거 주기도 하고 돈도 없어서... 한 개만 시켰다.



  밥을 먹고는 출국장으로 가는 길에 기라델리 초코렛 매장에 갔다. 마지막 기념품을 사고 출국장으로. 사람이 여긴 더 많았다. 길고 긴 줄을 서서 우리 차례가 되어 라스베가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철저한 검색을 마치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가 생각나면서 또 다시 뭔가 미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아- 이제 진짜 가는구나.

  면세점이 쭉 늘어서 있어서 남는 시간동안 구경을 하기로 했다. 자정이 다 되서 출발하는 비행기라서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었다. 면세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우리가 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샀던 기념품들을 팔았다. 시내가 훨씬 싸다. 여기저기 한참을 돌아다니다 지쳐서 게이트 앞에서 쉬기로 했다. 나는 책을 읽었고, 여자친구는 잠을 잤다.


그리고... 탑승시간이 다 되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비행기는 이륙했다.

그리고... 우린 이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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