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벌써 1년, 미국을 다녀와서...

inhovation 2016. 10. 26. 00:00

  일주일만 지나면 미국 여행을 위해 떠난지 꼭 1년이 된다. 내 머릿속에는 아직도 미국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생생한데, 벌써 1년이나 지났다니. 항상 느끼지만, 이럴 때 또 새삼 시간이 빠름을 느낀다.

 

  미국 여행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기로 결심한 것은 미국에 도착하고 나서 며칠 있어서다.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남기고 싶어서. 그러나 밀리기 시작하면서, 또 한국에 와서도 바로바로 쓰지 못하다 보니 후반부에는 사실 생생한 경험들이 많이 희미해진 것이 사실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난 정말 바빴으니까.

 

  후기도 진작부터 남기려고 계속 했었는데 바빠서 이제야 남긴다. 뭔가 후기를 안남기면 마무리가 잘 안된 것 같아서.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고 그냥 내 생각들을 정리하려고 한다.

 

  후기를 쓰기 전에 첫 번째, 미국 여행을 결심하기까지의 심경을 담은 글을 읽어보았다. 정말 고민이 많았다. 그중 경제적인 것이 가장 컸다. 미국을 가지 않았다면, 지금 몇 백 만원 정도는 더 여윳돈이 있겠지만 후회는 전혀 없다. 40일 정도 미국을 돌아다니면서 경험한 것들이 그 정도의 경제적 비용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에는, 계약 연장을 안하고 나오는 것인데 일을 할 수 있을지, 남은 절반의 대학원 생활은 잘 할 수 있을지와 학비 등등 걱정이 많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장학재단에서 1월 중에 신청하는 대학원 장학금 기회가 지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정말 아까웠다. 미국 여행과 맞바꾸진 않았겠지만, 미국에서 서류를 준비해서 낼 수 있었겠지만 정보를 접하지 못해서 그러지 못한 것이다. 미국 여행에만 푹 빠지려고 일부러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아, 그리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어떤 재단에, 추천서까지 받아서 제출했던 재단 대학원 장학생 선발도 떨어졌었다. 비행기 값 내느라고 2학기 학비는 갚지도 못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3학기 학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학과 조교 자리 추천이 들어와서 조교를 시작하게 되었다. 3학기 학비는 면제. 정말 어떻게든 살 길은 열린다는 것에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리고 대학원 생활은 시작. 조교를 하면서 바쁜일도 많았지만 학교에 항상 있으니까 지도교수님도 자주 뵈면서 논문 진행도 잘 되었다. 학기를 마칠 때 쯤에는 작년에 다녔던 회사에 좋은 자리가 생겨서 지원을 할 기회가 생겼고,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기가막힌 타이밍들이었다. 학교에 있을 때는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수업이 끝나니 일을 다닐 수 있게 되고. 더 감사한 것은 3학기도 성적이 잘 나와서 조기수료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그래서 등록금을 내지 않게 된 것이다.

  일을 다니면서는, 회사가 정말 바쁘게 돌아갔지만, 그래도 퇴근 후에 매주 시간을 내 주시는 지도교수님 덕분에 논문도 순조롭게 진행하였다. 물론 낮에 일하고 새벽까지 논문을 썼던 그 시간들이 정말 힘들긴 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논문 제본까지 다 끝난 상황이다.

 

  이렇게 돌아보니, 미국을 가기 전에 걱정했던 고민들은 모두 싹 날아갔다. 내가 생각한 계획과 방법대로 된 일은 전혀 없다. 그냥 순간 순간 마다 좋은 기회들이 나에게 찾아왔고, 나는 그 기회들을 잡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뿐이다. 신앙적으로 표현하면, 하나님께서 모든 길을 계획하시고 인도하셨다고 할 수 밖에...

 

  미국 여행을 가기 전에, 고민하던 문제들이 해결되면 땡큐고, 아니면 그냥 엔조이라고 썼었는데, 이렇게 돌아보면 완전 엔조이, 매우 땡큐다.

 

  여러가지 내가 얻은 것들을 다 글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그냥 느낀점을 생각해보면, 너무 고민하며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꼼꼼한건지 신중한건지, 아니면 그냥 너무 잡걱정이 많은건지, 또는 소심한건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나의 행동과 선택들에 있어서 너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미국 여행을 결심하는데 있어서는 어머니와 회사 분들의 조언이 크게 영향을 줬지만, 앞으로는 결정에 있어서 나도 너무 큰 고민을 하지 말아야겠다. 신중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너무 신중해서 다가올 좋은 기회들을 놓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여튼, 1년 전의 미국여행, 나를 많이 바꾸어 놓은 것은 사실이다. 정말 여행은......^^

 


ps. 글을 오랜만에 써서 그런지 필력이 많이 줄은 것 같다. 독후감도 계속 안쓰고... 다시 습관을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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