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대만 경유 이야기(무료 시티투어)

inhovation 2016. 10. 24. 00:00

  작년 2월 이야기를 이제야 써 보려고 한다. 진작에 쓰려고 했으나... 어찌어찌하다가 이제야 쓰게 되었다. 요즘 왠지 모르지만 미국 이야기를 다시 읽고 있는데 대만에서의 경험도 더 잊기 전에 얼른 남기고 싶은 생각이 막 들어서...

 


 

  미국을 다녀오면서 직항편을 이용하지 않아 우리는 대만 타이페이 국제공항에 갈 때, 올 때 경유를 하게 되었다. 미국 갈 때는 2-3시간 정도만 경유해서 내부에 있는 면세점 구경을 하다가 비행기를 탔고, 올 때는 새벽에 도착해서 오후 비행기라서 시내를 나갈 수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가끔은 나보다 더 꼼꼼한 여자친구가 대만 공항에서 제공하는 '반나절 무료 투어'를 알아보고 이걸 하자고 했다.

 

  갈 때도 2-3시간 정도만 있었지만 에피소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환승게이트로 가서 보안검색대를 다시 통과하는데 공항 직원이 날 잡고 따로 옆으로 불러냈다. 뭐가 문제인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산 내용 중에 액체류도 없었고, 인천공항 보안 검색대는 이상 없이 통과했는데...!!! 그러더니 지적하는 것이 바로 삼각대. 손끝에서 팔꿈치 길이 정도 되는 알루미늄(?) 삼각대가 문제란다. 나는 따져 물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출국할 때는 아무 문제가 안됐다고. 압수를 한다고 하길래 조금 강하게 따져 물으니 잡고 휘두르는 시늉을 하면서 위험하다고 한다. 헐... 이거 어떡하지... 미국에서 한 달 넘게 있을 건데, 첫째 날 삼각대를 써보지도 못하고 뺐기다니... 순순히 내줄 수 없었다. 나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을거라고 했다. 그러자 무슨 종이를 가져오더니 서명을 하란다. 가방에서 꺼내지 않겠다는 그런 서명 같았다. 음... 나는 그러지 않을테지만, 마음먹은 사람은 얼마든지 꺼내겠지 그래도. 그랬을 경우 이 서명으로 인해 가중처벌이 되고 그러려나? 뭐 여튼, 나는 순순히 서명을 하고 다시 삼각대를 받아들었다. 정말 다행이다. ...

  이렇게 미국 본토를 밟기도 전에 이런 에피소드를 겪고 면세점을 구경했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배용준이 대만 갈 때마다 산다는 파인애플케잌을 꼭 사오라고 하셨는데, 정말 완전 많이 판다. 여기저기서. 큼직큼직 시식도 많이 있어서 계속 집어먹었다. 직원들에겐, 우리가 지금 미국을 가고 다음 달에 오니 그 때 사겠다고 하고... 이러다 비행기 시간이 되어 우린 비행기를 탔고, 그리고 미국으로 간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미국여행 1일차로 이어짐...

 

[미국여행 1일차 보러가기]

 

...미국에서 재미있게 보냄...

 

[미국여행 38일차 보러가기]

 

그리고 다음 이야기는 미국여행 38일차에서 이어짐...

 

  거의 자정 다 되어서 미국에서 비행기를 탔지만 대만에는 새벽에 도착했다. 오랜 시간을 비행했지만 시차를 계산해 보면 몇 시간만 지난 셈. 그래도 다행히 밤에 출발하고 비행기에서 자다깨다자다깨다 새벽에 도착한거니까 은근 자동 시차 적응이 되버렸다. (물론, 며칠 후 완전 푹 쓰러져 잤지만...)

  두 번째로 오는 타이페이 국제공항. 출국장으로 향했다. 나가서 투어를 먼저 신청했다. 출국장 로비에 무료 투어 하는 곳이 있어서 쉽게 신청할 수 있었다. 선착순이라고 했지만, 여기가 공항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도 많이 없어서 널널했다. 8시까지 어디로 오라고 알려줘서 우린 시간을 좀 때웠다. 물도 사 마시고 공항 여기저기도 구경했다. (사실 구경할만큼 신기한건 없었다)

  시간이 되어서 공항 뒤쪽으로 가니까 버스가 한 대 있었다. 작은 버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서 탔다. 대략 한 10명 정도. 한국인 여대생으로 추정되는 사람(2-3명 일행...)도 있었다. 그리고 백인여자도 있고, 동남아 사람도 있고. 가이드는 대만분, 할아버지까지는 아닌 아저씨. 영어로 설명을 하셔서 얼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공항을 나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창 밖 풍경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판만 한문이고 우리나라 길거리 같은...? 고속도로를 나와 시내로 접어들어 골목골목을 누볐다. 세븐일레븐이 있는 것이 좀 신기한 정도로 다가왔다. 비가 왔지만 엄청나게 쏟아지진 않았고 버스에도 우산이 몇 개 구비되어 있어서 우리는 그 우산을 빌려서 사용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sansia에 있는 zushi temple. 한글로 말하면 싼샤구에 있는 (삼협청수)조사묘... 그냥 사원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그냥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볼 수 있지만 뭔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엄청 화려해 보이기도 했다. 가이드 말로는 검정 얼굴이 특이한 점이라고 했는데... 뭐 그냥 그런가보다... 그리고 이것 저것 특징들을 말하면서 사람들을 데리고 다녔지만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 위주로 따라다니면서 이것 저것 살펴봤다.

  2층으로도 올라갔는데 사진 찍는 곳에서 다 한사람씩 사진도 찍어줬다. 2층에서는 지붕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너무 신기했다. 용 조각도 너무 멋지고 화려했는데, 자세히 보니 긴- 수염 하나하나까지 정말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였다! 수염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습들도 모두 다. 너무 멋졌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경이롭기까지 해서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여자친구가 그만 보고 가자고 할 정도로... 몇 시간 더 쳐다보면서 하나하나 구경하라고 해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다.

  사원을 나오면서는 인도네시아 부부 사진을 하나 찍어줬다. 아까 사원 안에서 어찌하다 말을 하게 되어 서로의 출신을 물었는데 딱 인도네시아라고 해서, 내가 인도에시아 말을 좀 하니까 깜짝 놀라면서 좋아했다. 교생 실습을 인도네시아에서 했다고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길 했다. 내 친구 퐈이살이 지금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다고 뻥 아닌 뻥을 쳤다. 교생 실습 하는 기간 중 2주 동안 기사를 해준 퐈이살. 잘 살고 있겠지... 사진 찍어준 인도네시아 부부는 신혼여행이라고 했다.

  다음음 싼샤 옛거리(Old Street)였다. 정말 뭔가 옛날 느낌이 물씬 나면서 관리도 깨끗하게 잘 되어 있어서 정말 시간도 옛날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여기서는 특별한 것 없이 그냥 쭉 갔다가 돌아오는 정도로만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고 이동. 도착한 곳은 도자기박물관이다. 정확한 명칭은 뉴 타이페이 시티 잉거 세라믹 박물관. 버스를 내려 육교를 건너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무료투어라서 그냥 무료 입장! 내부는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고 상당히 컸다. 가이드가 여기저기 층층마다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을 해줬으나, 별로 듣지 않고 여기서도 신기한거 위주로 이것 저것 봤다.

  좁쌀 크기로 글자를 새겨놓은 것은 돋보기로 봐도 정말 너무 작았다. 와... 어떻게 이렇게 새길 수 있지...? 전체적으로 놀라움의 연속은 아니였고, 우리나라와 생활 양식이 비슷한지 그냥 뭔가 익숙한 도기 박물관에 온 느낌이였다. 여기서는 또 혼자 온 여자랑 말을 하게 되었는데 독일 사람이었다. 그래서 또 고등학교 때 배운 독일어로 막 인사를 했다. 대화는 안되도 기본적인 인사나 이런건 은근히 많이 알고 있는게 참 도움이 많이 되는 날이었다. 미국에서도 베트남 사람이 손님으로 왔을 때 베트남 말 해서 매출좀 올렸었는데... 역시, 외국어는 일단 조금씩이라도 많이 알고 볼 일이다. 독일 여자한테는 내가 사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가고 싶었으나 돈이 없어서 못갔다고 했다. 그런데 독일 여자는 자기는 서울에 친구가 있어서 와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또 어떻게 하다가 한국인 여대생들과도 말을 하게 되서 간단한 인사를 했다. 우리가 남매인줄 알았다고... 이런 얘기 정말 많이 들었는데... 6년째 만나면 정말 닮긴 하나보다.

  박물관을 나와서는 다시 버스를 타고 조금 더 이동을 했다. 도자기 거리를 데려간다고. 먼 거리를 가지 않아 내렸다. 여기서는 완전 자유시간을 주었다. 우선 도자기 파는 가게를 데려갔다. 인도네시아 부부는 이것저것 많이 사는 것 같았는데, 우린 사지 않았다. 좀 비싸기도 했고, 이거 살 만큼의 여유도 없었다.



  여기서 흩어져서 한 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우린 도자기거리 구경보다 조금 아래에 있는 시장같은 그런 길로 갔다. 뭘 사먹고도 싶었고 여자친구가 가보고 싶다고 해서.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언덕길을 내려갔다. 다리를 건너 차 타고 오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제일 신기한 것은 역시 먹는 것. 우리나라랑 다른 메뉴들이 있어서 구경을 하다가 '한 번 먹어볼까?' 하다가 사먹게 되었다. 무슨 떡 같은 것을 굽고 있었는데 괜찮을 것 같아서 한 개 시키고 들어가 앉았다. 작년에 단둥 갔을 때 마셔본 두유도 있길래 한 잔 시켰다. 떡 같은 음식은 소스도 뿌려줬는데 한국에서 먹어본 적은 없는 그런 맛이었다. 떡은 아닌데 떡같은 뭐... 구운 떡... 여튼. 중요한건 맛잇었다. 배도 안차기도 했고 다른 메뉴도 먹고 싶어서 또 시켰다. 이 집 맛은 뭔가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밀가루 부침개 같은 것도 먹었다. 어떤 사람은 계란 요리도 사갔는데 우린 먹지 않았다. 뭐냐고 물어보니까 땀삥이라고 했다. 우리가 먹은 밀가루 부침개는 청쭈아삥, 떡 같은 것은 차이따 꾸이, 두유는 나이 차. 돈이 조금 남아서 또 구워달라고 해서 포장을 했다. 공항에서 비행기 타기 전에 먹으려고...

  만나는 시간이 거의 다 되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여자친구는 잠시동안의 대만 길거리 음식 먹거리 체험에 대해 엄청나게 만족한 것 같았다. 미국에서 선진국 문화만 경험하다 왔는데 뭔가 이런 것도 엄청 좋다고... 그래서 다음엔 동남아를 같이 가 보기로 했다. 언덕을 올라가는데 옆에 가게에서 조그마한 도자기 그릇들을 정말 엄청 싸게 팔고 있었다. 돈도 조금 남았는데, 다 써버기리로 하고 얼른 샀다. 돈을 탈탈 털어서... 대만 돈은 환전 안하고 어머니께서 예전에 대만 다녀오시고 남은 돈을 조금 받아 왔는데 알뜰하게 잘 쓴 것 같다.

  버스를 타서 가이드에게 우리가 먹은 것들을 자랑했다. 그러나 별 관심은 없었다. ... 다시 버스는 시동을 걸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동안은 오늘 투어에 대한 설문지를 나누어 줬는데 모두 만점을 주었다. 정말 만점 서비스였다. 무료에 반나절동안 이렇게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공항에 내려서는 모두 다 안녕 하고 우린 입국장으로 갔다. 티켓팅을 하는데 뭔가 좀 직원이 우리 수하물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했다. 계속 물어보고... 그러다가 내가 괜찮은 것이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식 농담으로 '잃어버리면 당신 책임이다'는 식으로 얘기 했는데 이 사람이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엄청 좀 심각해 졌다... 헐... 미국에선 이런게 완전 일상화 되어 있었는데 동양으로 오자마자 먹히지 않다니... 나도 좀 당황해서 여기서 끝내고, 무사히 티켓팅을 마쳤다. 그리고 우린... 구석으로 가서 아까 사온 차이따 꾸이를 먹었다. 식었어도 맛있었다...

 

  타이페이 공항에서는 에바항공때문에 그런지 키티공간(?)이 잘 꾸며져 있었다. 여자친구가 제일 좋아했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으면서 같이 구경했다. 면세점에 들려서는 파인애플케잌, 고구마케잌(?)을 엄청 샀다. 종류별로 정말 많이 샀다. 그리고 우롱차도 맛있어서 사고 싶었지만 그냥 계속 마시기만 했다. 차 까지는 좀 비쌌다. 파인애플케잌 사는 것도 카드로 했는데 차 까지는 무리... 살 것도 다 사고 이제 우리 비행기 타는 곳으로 오니 완전 큰 키티 비행기에 짐을 많이 싣고 있었다. 아마 기내식인듯? 여권에 찍는 도장 같은 키티도장도 있어서 찍으면서 놀았다. 여기에는 '절대 여권에 찍지 말라'는 문구도 있었지만, 여권에 엄청 찍고도 싶었다;;; 여권 대신 우린 비행기표 뒤에 쾅.

  비행기를 타고 조금 있자 대만 땅을 벗어났다. 저 멀리 타이페이 시내가 보였다. 대만에서 며칠 더 있었다면 이것저것 많이 구경할 수 있었겠지만, 이정도 반나절 투어 한 것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짧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대만도 다시 오면 좋겠다. 꼭 그러길 바라며...

 

  오기 싫었지만 그래도 그리운 인천공항에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고, 우린...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40일 간의 소중한 추억을 나누어 가진채.

 


 

  지금은 결혼을 하고 같이 살고 있는 옛 여자친구와의 여행ㅋ 신혼여행의 기억도 있고, 이건 아직 생생하긴 하지만, 그래도 미국, 대만에서 그 오랜 시간 동안 같이 했던 경험을 지금 서로 이야기해보며 추억하면 정말... 기분이 묘하면서도 정말 좋다. 여행의 경험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 갖는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아~ 미국, 대만 이야기 정리 다 했네!!! 1년 넘게 밀린 숙제를 하니 기분이 정말 좋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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