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36일차> 쇼핑(로즈빌 아울렛)

inhovation 2016. 10. 19. 00:00

2013년 2월 15일 수요일


  미국에서의 여행은 이제 사실상 끝이다. 내일모레면 출국. 오늘과 내일, 우리가 할 일은 이제 딱 한 가지 남았다. 바로 쇼핑. 그동안 엄청 참아왔던 욕구(?)를 분출할 때다.


  원래는 오늘 UC 버클리에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쇼핑도 함께 하기엔 시간도 애매하고(둘 다 모두 못 즐길 것 같은?), 시계방에 김씨 아저씨가 스탠포드 보고 왔으면 UC 버클리는 꼭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셔서 UC 버클리 방문은 포기했다. 아쉽긴 했지만, 쇼핑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니 미련을 버렸다.


  우선 가게로 출근을 함께 했다. 5시 정도까지는 들어오라는 당부를 받고 나선 바로 쇼핑 갈 준비를 했다. 주변에 어디가 좋은지 김씨 아저씨께도 조언을 구했다. 쇼핑을 간다고 하니 여러가지 팁들을 알려주셨는데, 왜 이제 이런 고급 정보를 알았나, 하는 후회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었다. 코스트코나 베스트바이에서 미국에 오자마자 물건을 사고 사용을 하다가 가기 전에 환불을 하거나 새 물건으로 교환을 하는 것. 불법이 아닌 편법? 베스트바이는 기간이 짧지만 코스트코는 3달 정도까지(?) 보증이 된다고 하니, 단기간 여행자들에게는 꽤 유용한 팁...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노트북을 사려고 했으니, 사용을 해 보다가 맘에 안들면 다른 것으로 교환을 했어도 됐고, 뭐 그런 것일텐데... 아니면 DSLR같은 것을 사서 사진 찍고 다니다가 환불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막판에 알아버린 편법 때문에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뭐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주변에 어느 쇼핑몰이 좋은지에 대해서 몇 곳 추가로 알려주셨는데, 로즈빌 쪽에 큰 몰이 있다는 것과 프리미엄 아울렛을 알려주셨다. 다른 가게 사장님도 로즈빌을 이야기 하시길래 우린 오늘은 로즈빌로 가기로 했다. 백화점이 모여있는 큰 아울렛이라는 정보와 함께.

  살 목록들은 대강 이랬다.


노트북

코렐 그릇(어머니의 요청)


  먼저 노트북을 사러 베스트바이에 갔다. 베스트바이는 그동안 몇 번 가보아서 이제 많이 익숙하다. 그러면서 보아 둔 노트북도 있어서... 그래도 막상 사려니까 엄청 고민이 되었다. 돈이 많으면 이런 고민이 없으려나...? 여튼, 엄청 그래도 심사숙고 하면서 고민 했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랐다. 우리나라처럼 마우스나 마우스패드 이런 것들을 추가로 주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그런다고 했는데 미국은 아니라고... OS는 깔려 있는 것이고, 추가로 다른 소프트웨어를 살 것인지 물어보았지만 안산다고 했다. 이로서 첫 번째 목적 달성이다. 그렇게 미국 가면 한 개 사오리라 마음 먹었던 노트북을 산 것이다.


  베스트바이를 들렸다가 옆에 있는 다른 가게도 구경을 했다. 옷가게 먼저 구경을 했는데, 사람들이 만진 옷들은 죄다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전에도 계속 봤던 광경들인데, 볼 때마다 신기하다. 옆에 가게는 이것저것 많이 파는 가게였는데, 점원에게 코렐 그릇이 어디있냐고 물어봐도 잘 못알아 듣는다. 몇 번이고 코렐, 코렐 하니까 점원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 코뤠엘?"


  역시, R 발음은 무지하게 굴려야 하나보다. 안내를 받아서 코렐 그릇을 봤지만, 우리가 찾는 그런 그릇은 아니었다. 다른 곳에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게를 좀 더 구경하다가 나왔다.


  귀한 노트북 박스를 모시고 차에 타서 안보이는 곳에 숨겼다. 혹시 모르니... 그리고 우리는 로즈빌로 향하기 전에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인 앤 아웃' 햄버거 집에 가서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그동안 많이는 아니어도 그래도 종종 기회 될 때마다 먹었던 '인 앤 아웃' 햄버거... 이제 주문도 능숙하게 한다. 한 개는 빵 햄버거로, 다른 한 개는 양상추 햄버거로... 음료는 작은거 한 개만. 무한리필이 가능하니. 우리의 햄버거 세트가 나오고 감자튀김 하나하나도 음미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뭐, 항상 먹어도 맛있다.


  햄버거를 다 먹고 본격적인 몰로 향하기 위해 출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로즈빌로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구글 맵을 보면서 무사히 찾아갔다. 우리나라처럼 지하철타고, 버스타고 백화점 가는 그런 개념이 아니니 참... 미국생활이 좋으면서도 이런건 좀 불편하기도 하다. 불편하긴 해도 프리웨이를 따라 멋진 경치를 바라보면서 운전을 하는 이 기분. 가는 길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지도를 따라 잘 가다보니 로즈빌 아울렛 이란 곳에 무사히 도착 한 것은 같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Macy's 백화점이 보였다. 그리고 그동안 봤던 다른 백화점 이름들도... 아, 백화점이 몇 개가 이렇게 연달아서 모여 있는 곳이 바로 로즈빌 아울렛이었다. 아... 그럼 이제 어떡하지?

  우선 주차를 하고 내렸다. 첫 번째 보이는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엄청 신기한 건 없는 그냥 백화점이면서 엄청 신기했다. 꼭 사야 하는 것이 코렐 그릇이었기 때문에 어디서 팔지를 고민하면서 돌아다니는데... 이거 참, 발걸음이 여기저기서 떨어지질 않는다. 계산해보면 엄청 싼 것도 아니었지만, 쇼핑만 할 수 있는 돈을 엄청 많이 들고 있다보니 다 사고 싶은, 그런 충동이 몰려왔다. 코렐 그릇을 찾으러 가는 길에 '록시땅' 매장이 보여서 어머니 핸드크림 한 개 를 샀다. '미국가면 싸더라~'라는 그 음성을 잊을 수 없기에... 정말 싼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사왔다는 그런 것도 있으니...

  중앙 통로도 있고 4개의 백화점이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영등포에 타임스퀘어랑 비슷한 구조? 이곳저곳 구경하는데 제일 신기한 것은 아무래도 삼성 매장이었다.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이, 한국에서 볼 때랑은 몹시 다른, 뭔가 색다른 느낌을 우리에게 주고 있었다. 이곳저곳 기웃기웃 하면서 보는데 매우 싼 물건들도 많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캐리어. 가져갈 때 짐을 생각하면 캐리어가 필요한데 여기서 살지 말지에 대한 고민이 엄청 되었다. 다른 곳을 비교해보고 여기를 다시 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결정하기가 엄청 어려웠다. 결국, 바퀴가 부드럽네, 이건 좀 크네, 작네, 이러다가 고스란히 내려놓고 다시 코렐 그릇을 향해 갔다. 계속 찾는데 안보여서 직원에게 물어봤는데도 없다고 한다. 아- 백화점이라서 코렐 그릇은 없는 것인가?


  옷도 한 번 보았는데, 한국이나 여기나 가격 차이가 별로 나질 않았다. 비싼 것은 비싸고, 싼 것은 싸고. 입어보기만 많이 했지 사진 않았다. 2층은 남자 옷이라서 내 옷을 보면서 쭉 돌고, 1층은 여자 옷이라서 여자친구 옷을 보면서 쭉 돌았다. 여자친구는 옷도 많이 보았지만 가방 파는 곳에도 꽤 오랜 시간 머물렀다...


  이것저것 다 보아도 별로 살 만한 것이 없어서 우리는 다시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로 했다. 시계가 참 싸서 여자친구 시계를 사기로 했다. 점원 아줌마가 부자로 보이는 맥시칸 부부를 상대하느라 우리에게는 관심도 없다. 한참을 기다리면서 우리는 시계를 골라서 겨우겨우 안내받고 살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엄청 지루했지만, 그래도 시계 고르는 데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을 수 있어서 우리 차례가 되어서는 금방 살 수 있었다. 나도 시계를 지르고 싶었지만... 참았다.


  시계를 사고 다시 나오는 길에 어딜 가면 코렐 그릇을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지난번에 갔었던 월마트에서 코렐 그릇을 봤던 기억을 되살려서 근처에 월마트에 가 보기로 했다. 다시 프리웨이를 타고 근처 월마트로. 가는 길에 베스트바이와 같은 전자제품 전문점인 프라이스를 지나는데, 엄청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참기로 했다. 월마트에 도착해서 들어가니 또 엄청 신기하진 않지만 우린 또 신기한 듯 구경을 했다. 그러다가 찾은 코렐 그릇!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릇 파는 칸 맨 앞에, 제일 저가 상품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정말로 '미국 사람들은 코렐 그릇을 쓰지 않는다'는지, '플라스틱 그릇 다음이 코렐 그릇이다'라는 말이 뭔가 신빙성 있게 다가왔다. 가격도 정말 쌌다. 컵, 접시, 볼 등이 담긴 16피스에 25~30 달러 정도! 우리나라에서는 엄청 비싸다고 했는데...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세트랑 단품으로 이것저것 집기 시작했다. 저렴한 쪽(?)이라 그런지 무늬가 다양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쉬운 점은, 미국 사람들은 밥을 주식으로 하지 않아서 그런지, 밥그릇이 많이 없었다. 컵이랑 접시, 샐러드 볼 같은 것은 많이 있었는데... 여튼, 그래도 엄청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갔다. 코렐 그릇 세트 몇 박스랑 단품 그릇 수십개... 그래도 100불도 넘지 않는...?


  옷은 단 한 벌도 사지 못헀지만 그래도 살 목록 중 중요한 것들을 샀으니 오늘은 나름대로 목적 달성이다. 내일은 프리미엄 아울렛을 가 봐야 겠다. 샌프란시스코 가는 길에 크게 오픈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하고...


  어둑어둑 해지고 가게로 들어왔다. 하루동안의 에피소드들을 가게 주인님에게 말하면서 남은 시간은 가게 정리를 하고 문을 닫고 나왔다. 오늘은 특별히 저녁을 사주신다고 해서 바로 식당으로 갔다. 맛있는 베트남 음식점이 있다고 하셔서. 김씨 아저씨네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전화해보니 이미 저녁을 드셨다고 하셔서 만나진 못했다.

  찾아간 곳은 정통 베트남 음식점. 베트남 사람이 하는 가게였다. 우리나라에 있는 베트남 쌀국수집 프랜차이즈점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메뉴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몇 가지 메뉴를 시켜서 나눠먹기로 했다. 기본적인 쌀국수랑, 야채랑 새우랑 있는, 월남쌈처럼 싸여진 쌈이랑 새우였나(?), 여튼 양념 튀김 같은 것. 메뉴가 나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쌀국수는, 작년에 베트남에서 먹어본 맛이랑 비슷했다. 쌀국수를 먹을 때마다 떠오르는 향수.


  집에 와서는 짐을 풀었다. 노트북과 코렐 그릇. 그릇은 내일 짐 쌀 때 해결하기로 하면서 방 저편에 치워 놓았고, 노트북은 바로 뜯어봤다. 영어로 된 설명서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영어 자판밖에 없다는 신기함과, 윈도우도 영어로 되어 있는 신기함을 체험하다가 윈도우는 한글로 바꿨다. 처음 만져보는 윈도우 8이 신기하기도 했고, 새로운 노트북을 만지는 재미도 있었다.

 

 내일은 프리미엄 아울렛에 가서 꼭 옷을 사리라 다짐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 이제 정말 미국 여행이 끝나간다. 내일이 실질적 마지막 날. 모레는 가는 날이니...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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