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37일차> 쇼핑(프리미엄 아울렛), 떠날 준비

inhovation 2016. 10. 20. 00:00

2013년 2월 16일 목요일

 

  어제에 이어 오늘도 돈 쓰는 날. 어제 다 못한 쇼핑을 하는 날이다. 미국에 온 첫 날, 주인님 집에 들어와서 방을 처음 보았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카페트 바닥에 전등이 올려진 작은 테이블과 매트리스밖에 없었는데, 그동안 있으면서 산 물건들이 방바닥을 가득 채웠다. 구석에 정리해서 넣어 놓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널려 놓은 것인데, 완전 쓰레기장 같다. 근데 사실 다 쓰레기는 아니고 선물들인데... 다 새거. LA랑 라스베가스 가기 전에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아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점점 많은 것들을 사오면서 어질러진 방의 시초가 되었던 것 같다. 떠나기 하루 전 방바닥은 과관이다, 정말.

  정말 많이 샀다... 기념품으로는 컵을 제일 많이 샀고, 자질구레한 열쇠고리랑 엽서 등등, 어제 산 코렐 그릇과 노트북. 제다가 버리지 못하고 가져가는 팜플렛도 한무더기 되는데...

 

  아침을 먹고 나와서 우선 또 가게를 갔다. 주인님을 가게에 모셔다 드리고 차를 받았다. 오늘도 역시 5시 정도까지는 와서 일을 도와달라는 당부를 하셨다. 오늘은 프리미엄 아울렛을 가기로 했다. 어제 밤에 엄청 알아보고 할인 티켓까지 받아놓았다. 회원가입까지 하는 철저한 여자친구. 나는 귀찮아서 하지 말자고 했는데... 근처에 프리미엄 아울렛은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폴섬, 다른 한 곳은 바카빌이다. 폴섬은 타호 호수 가는 길에 있는 것이고, 바카빌은 샌프란시스코 가는 길에 있는 것이다. 거리는 둘 다 멀지만, 폴섬이 좀 더 가까웠다. 그래서 우린 먼저 폴섬으로 갔다. 차를 타고 프리웨이를 달려 프리미엄 아울렛 폴섬점(?)에 도착! 다운타운 아닌 곳에서는 2층 건물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다운타운의 백화점처럼 높고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넓은 그냥 1층 매장들이 있었다.

 

  넓긴 넓었다. 엄청. 어디부터 가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이곳저곳을 보는데 익숙한 메이커들이 많이 있었다. 다 들어가 보지는 않고 제일 관심이 높았던 갭 매장부터 가봤다. 아... 저렴하긴 저렴했다. 그동안 봤던 가격들 보다는 훨씬. 이것저것 보는데 다 사고싶다는 생각만 들고, 그런데 뭘 살까 고민을 하면 딱 한개 정하기도 힘들고 그랬다. 돈이 무제한이었다면 어땠을까...

  다음으로 간 곳은 리바이스. 청바지도 한국에서보던 리바이스 청바지보다는 저렴했다. 한국에서 백화점 가면 청바지는 눈길도 주지 않았는데...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아까 매장에서 했던 고민들을 계속 하다가, 두 개를 사면 할인이 된다길래 여자친구 하나, 나 하나 이렇게 사기로 했다. 눈길도 안주던 리바이스라 그랬는지 501 이런 번호는 뭐 대강 들어서 알고는 있었는데 여자 청바지 같은 경우에는 커브(?)가 있었다. 엉덩이의 모양, 허벅지의 모양 이런 것을 재서 몸에 딱맞는 커브의 청바지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아마 한국에서도 똑같이 할 텐데, 리바이스에서 청바지를 사 본 적이 없으니... 커브 재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종업원이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준다. 사진을 찍고 나도 청바지를 골랐다. 기장과 허리를 따로따로 볼 수 있어서 몇 번을 입어보고 짧네 기네 고민고민을 하다 결국은 한 벌 샀다. 폴로 매장을 가고 싶었는데 여기에는 폴로 매장이 없었다. 그래서 새크라멘토를 지나 바카빌까지 가기로... 그냥 처음부터 바카빌을 갔어도 됐을텐데...


  여튼, 차를 돌려 프리웨이를 타고 온 길을 되돌아가고 한 시간도 더 가서야 바카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카빌은 처음에 미국 와서 새크라멘토로 가는 중간에 exit으로 나와서 인앤아웃에 갔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 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는데, 이젠 우리끼리 차를 몰고 여기까지 오다니... exit으로 나와서 핸드폰 안내를 따라 프리미엄 아울렛에 도착했다.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양 쪽으로 넓게 있어서 우선 먼저 도착한 곳에 주차를 하고 구경을 했다. 느낌은 폴섬에서 보던 곳이랑 비슷한 느낌? 그런데... 폴로 매장이 없어서 알아보니까 길 건너편에 있는 것이였다. 차를 빼서 길을 건너 주차를 하려고 하는데... 차가 너무 많다. 이곳은 주차할 곳이 없었다. 여자친구 먼저 내려서 매장 구경 하고 있으라고 하고 나는 주차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2-30 바퀴 돌았는데도 차가 안빠진다. 빠지는 차가 보여서 들어가려고 하면 이미 다른 차가 들어가 있고... 진짜 점점 화가 나고 초조해지고 답답했다. 결국, 아까 차를 세웠던 건너편에 차를 세우기로 하고 길을 건너려는데 신호가 딱 바뀐다. 급한 마음에 엑셀을 확 밟아서 교차로를 통과했는데, 아차. 이미 지나고 보니 위에 카메라가 보였다. 헐. 신호위반 찍혔으려나...? 주인님이 그러시길, 한국에서 친척들이 놀러 와서 차 끌고 다니다가 카메라에 그렇게 많이 찍히고 그냥 한국으로 가버리면 그 벌금은 다 남아 있는 우리들이 낸다고... 그 금액이 한국처럼 몇 만원 수준이 아니라 몇 십만원이라서 정말 이건 부담이 너무 된다고 하셨는데... 설마...

  일단 불안감이 있어도 수 십분 동안 떨어져 있었으니 주차장을 가로질러 폴로 매장으로 갔다. 여기저기 옷을 많이 봐 두어서 그래도 금방 살 것들을 살 수 있었다. 돌아갈 시간이 촉박해져 오는게 정말 너무 짜증이 날 정도로 아쉬웠다. 곧 군에서 나올 동생의 주문을 받은 옷도 사고, 내 옷도 사고, 커플티도 사고... 짜증나는 마음이 한가득이었지만, 그래도 또 쇼핑을 하면서 돈을 쓰니가 기분은 좋아진다. 계산을 하는데 젋은 남자 캐셔가 영어로 뭐라고 그랬다. 그런데 못알아 들어서 다시 물어보니 됐다고 하면서 옆에 여직원이 남자 직원을 웃으면서 한 대 친다. 아... 이런 농담들을 알아듣고 싶은데, 정말... 영어 듣기 능력이 부족하니...

  폴로 매장을 나와서 주차장으로 가는데 매대에 가방들이 널려있고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가보니 샤넬을 비롯한 명품이라고 알려진 백들이 널려져있다. 아... 뭐지. 귀한 대접을 못받고 그냥 널려져셔 판매되는 가방들. 가격이 싼가 하고 봤더니 그렇게 싼 것도 아니다. 몇 백불... 혹시나 한 개 살 수 있을까 했지만 구경만 좀 하다가 다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차로 향했다.


  차를 빼고 프리웨이로 접어들어서 가는데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차들이 많이 몰린 것 같다. 그래도 과속을 하거나 급하게 차를 운전해서 사고를 내면 안되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느긋하게 왔다. 그래도 새크라멘토 갈라지고 나서는 정체가 좀 풀려서 제 시간에는 올 수 있었다.

 

  가게를 정리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나서는 각각 방에 가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뭐 부터 챙겨야 할 지 몰랐지만, 일단 옷장 속에 던져놓고 막 쌓아 놓은 것들을 다 꺼내서 캐리어네 차곡차곡 담았다. 코렐 그릇 두개 들어가니 캐리어가 거의 다 차버리니 이를 어쩐담... 내일은 캐리어를 꼭 사야겠다고 다짐하고 짐을 쌌다. 여자친구 짐 싸는 것도 도와주면서 안잠기는 지퍼를 이리저리 가방을 눌러 겨우 잠궜다.

 

  짐을 다 챙기고, 침대 이불도 정리하고 누우니 기분이 묘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옷장과 전등 하나만 놓여있던 책상. 모든 것이 처음 본 그대로 돌아갔다. 아-. 마지막 밤.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온갖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온 몸을 휘어감는 느낌이다.


기분이


진짜 이상하다



보내고 싶지 않은 밤

잠들고 싶지 않은 밤

그러나 흐르는 물처럼

이 밤도 흘러가 버려

잡을 수 없기에

아쉬움만 커져가는

마지막 밤


이제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에

눈이 흐려지고

가슴이 아릴 정도로

그립고 슬프다


모든 기억을 추억으로 남긴 채

이 밤을 보내주기 위해

나는 이제

눈을 감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