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35일차> 라스베가스에서 롱비치를 거쳐 새크라멘토로

inhovation 2016. 10. 16. 00:00

2013년 2월 14일 화요일


  라스베가스에서 마지막 날이다. 그러나 늦장을 부릴 수는 없다. 정오가 되기 전에 남은 호텔 뷔페 무료 이용권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무는 없지만 비싼 돈 주고 산 것인데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아침은 더 쿼드 호텔에서 먹기로 했다. 사람들의 평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갈 수 있는 곳은 다 가야지. 여행이 길어질 수록 피곤해지는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짐은 아침을 먹고 와서 챙겨 나오기로 했다.

 

  평일 아침. 밤만큼의 화려함은 없지만 그래도 라스베가스는 여행객들로 언제나 붐비는 듯 하다. 언제나 깔끔한 호텔 거리를 걸어서 쿼드 호텔로 향했다.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카지노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니 뷔페가 보였다.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음료를 주문 받고 자리에 앉아서 말없이 멍좀 때렸다. 그리 배고프지도 않았고 피곤하기도 했고.

  어제 가보았던 호텔들 보다 엄청나게 특별한 메뉴나 그런 것이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 하니 이것저것 먹었다. 오믈렛을 직접 만들어 주는 것이 미국여행 초반에 벤 아저씨랑 갔던 레드 호크 카지노 뷔페와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마지막 호텔 뷔페를 가야 하기 때문에 정말 간단히 허기만 채웠다. 뷔페를 나와 다시 숙소로. 짐을 꺼냈다 넣었다 하면서 배낭을 챙겼다. 기념품도 가득 사서 가방이 자리도 없을 뿐더러 너무 무거웠다.


  기념품. 샌프란시스코랑 LA에서도 기념품은 많이 샀는데, 라스베가스 기념품이 정말 짱이다. 왕 저렴. 1달러 짜리 기념품이 널리고 널렸다. 컵도 1달러, 열쇠고리도 1달러. 물론 가격이 올라갈 수록 종류도 많아지고 더 이쁜 것 같기도 하지만, 1달러만 해도 괜찮은 기념품들이 아주 많다. LA에서 사온 기념품과 라스베가스에서 한보따리 산 기념품 때문에 한참동안 짐을 정리하고 결국 가방 지퍼를 닫았다. 묵직한 가방과 쇼핑백. 그리고 다트 게임을 해서 뽑은 우리의 해바라기까지. 우리는 다시 완벽한 배낭여행객으로 변신했다.


  호텔 구경을 그렇게 했지만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한 곳들도 많이 있다. 오늘의 남은 일정은 파리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공항을 가서 비행기를 타고 롱비치로 간 다음 새크라멘토로 가는 것. 파리 호텔은 들어가보지도 못했고 어짜피 점심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바로 파리 호텔로 향했다. 인터넷에서 평이 제일 좋았던 파리 호텔! 뷔페가 아주 환상이라는데 그 맛이 어떨지 정말 궁금했다.


  아침먹은지 얼마다 되었다고 벌써 점심을 먹는지... 그러나 점심시간이 지나면 24시간 이용권은 효력을 잃어버리니 얼른 우리는 입장해야했다. 파리호텔로 가까이 가는데, 버스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봤을 때와 느낌이 완전 달랐다. 에펠탑도 길 건너 멀리서 볼 때랑은 또 다른 느낌. 와우... 프랑스는 안가봤지만 프랑스 풍으로 지어진 파리 호텔을 보니 프랑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라스베가스에 일주일 정도 머무는 동안 세계일주 다 해본 듯 하다. 중천에 걸린 해를 찌를듯한 에펠탑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올라간다면 라스베가스를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린 시간이 없다 이제. 정말 너무너무 아쉽지만 상상만 하면서 파리 호텔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도 프랑스 풍으로 꾸며져 있었고, 특이한 점은 에펠탑의 뿌리(?) 부분이 호텔 내부로까지 들어와 있었다.

  우리가 가야 할 뷔페를 찾아야 하는데, 라스베가스의 모든 호텔이 그렇듯이 내부에서 길 찾기가 쉽지가 않다. 정신을 놓고 다닌다면 카지노만 헤멜 수도 있다. 결국 인포메이션에 가서 우리가 가야하는 24시간 뷔페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저- 쪽으로 가라고 한다. 입장 유효 시간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점점 다급해져갔다. 길을 따라 걷는데 뷔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다른 식당은 보이는데 우리 뷔페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말 미안하지만, 다른 식당 주인 아저씨가 밖으로 나와있어서 우리가 갈 뷔페를 물어봤다. 별로 불친절한 그런 것은 없고 친절히 알려줬다. 바로 옆에 있다고... 아...


  사람들은 들어가려고 줄을 서 있는 듯이 보였지만 우리는 24시간 티켓이 있기 때문에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옆으로 지나가서 티켓을 보여줬다.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아. 들어왔는데, 정말 환상적이다. 일단 인테리어부터가 장난이 아니다. 작은 프랑스 마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천정은 하늘색과 구름으로 마감을 해서 정말 하늘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부는 정말 넓었는데 방금 말 했던 마을과 같은 식이라서 이집 저집 각각 종류별로 음식을 가져올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이 있는 곳은 길거리(?)인 것이고. 아침에 더 쿼드 호텔 뷔페에서는 자리에 앉아서 피곤해서 멍을 때렸지만 여기서는 자리에 앉아서 음료수가 올 동안 구경을 신나게 했다. 아무 음식을 먹지도 않았지만 정말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다.


  음료를 받았다. 서빙을 해 주는 사람도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할머니 웨이터. 프랑스 전통 의상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마치 프랑스 할머니 소녀(?)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할머니 웨이터. 물론 시골에 그런 식당에 가면 할머니들도 있지만, 이런 뷔페식 레스토랑에는 젋은 사람들만 있는데...

  음식을 마구 담기보다는 일단 스캔을 했다. 역시나 배고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절제해서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지니까 정-말 맛있어 보이는 음식만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아 근데 정말 다 먹고 싶었다. 진짜 음식이 여기는, 다른 뷔페랑은 달랐다. 맛있어 보인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정말 다 먹어버리고 싶다는 느낌? 한바퀴 돌고 그래도 우리가 담아온 음식은 연어였다. 연어 킬러 커플. 연어는 일단 기본적으로 항상 먹으면서 다른 음식들을 먹었다. 디저트도 좋았고 샐러드바도 정말 좋았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크렘 브륄레(creme brulee)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름도 나중에 인터넷 찾아서 안 것이고 여기서는 어떻게 읽어야 할 줄도 몰랐다. 영어 알파벳대로만 읽는다면 크림 브루리. 아, 정말 태어나서 먹어본 디저트중에 가장 맛잇는 디저트였다. 음식 먹다가 배부를 때 쯤에 이것을 마무리로 먹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 계속 가져왔다. 그 맛을 표현하자면 아주 부드럽고 계란향(?)이 나면서 크림맛이 나면서 달달하니....아... 윗면은 구워진 듯한 아주 약간의 바삭함이 있고, 그 아래로는 완전 그냥 반죽보다 더 부드러운 맛이 있다. 내 언젠가는 한국에서 이걸 찾아서 먹어보거나 힘들면 직접 만들어 먹으리.


  앉아서 후식을 계속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공항 가야 하는 시간만 맞추면 되니까. 소화좀 시키고 자리를 일어났다. 마지막 뷔페를 나오는데,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아- 정말 24시간 뷔페. 최고다. 가격은 비싼 듯한 느낌이지만 이런 가격에 최고의 뷔페를 24시간동안 즐길 수 있다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다. 맛의 차이는 있었지 실망스러운 뷔페가 있거나 하진 않았다. 게다가 한 뷔페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보지 못했지만, 이곳도 정말 맛있는 곳이라고 하니... 추천 코스는 다섯 끼를 먹는다고 하면 우리처럼 이렇게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이른 점심 - 이른 저녁 - 야식 - 이른 아침 - 이른 점심

 

  첫 점심 시간을 잘 정해야 한다. 우리는 11시 30분 정도로 해서 먹었고, 마지막 이른 점심은 11시 30분 전에 입장했다. 그러나 스케줄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해서 먹으면 되니 정석은 아니다. 음식을 다 먹고 호텔을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엄청난 시간적 여유는 없었기 때문에, 여기서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나가기 전에 잠시 화장실을 들렸다. 그런데 화장실이... 어우. 장난이 아니다. 긴 말이 필요 없고 이건 사진 하나로 땡이다.


  예술적인 화장실에서 감탄을 연발하고 나왔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밖으로 나오니 보이는 것은 개선문. 에펠탑으로 들어가서 개선문으로 나왔다. 파리 구경 다 했네 정말. 럭셔리함이란 이런 것일까. 파리 호텔에서 '럭셔리'를 느끼고 우리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길을 건넜다. 길 건너에서 본 파리 호텔. 유난히 더 파란 하늘에 놓인 에펠탑과 열기구의 멋진 풍경이 아쉬움을 더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나먼 첫날, 아무것도 모른 채 새벽을 지냈던 버스정류장에서 가져온 버스지도를 다시 펼쳤다.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없었고 중간에 4거리에서 갈아타야 했다. 헐리우드 호텔 반대편에서 버스를 탔다. 어제 비싼 돈을 주고 산 버스표로. 조금 가서 내렸다. 뉴욕뉴욕 호텔 앞에서. 그리고 대각선으로 길을 건너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배차시간이 잘 맞아야 공항에 여유있게 도착할 것 같았다. 아, 버스정류장으로 가다가 뒤를 보니 뉴욕뉴욕 호텔이 만든 스카이라인이 이렇게 멋있을수가. 거의 매일 지나다니면서 봤는데 왜 오늘은 또 다른 느낌으로 이리 멋지 보이는 것인지. 라스베가스는 밤에만 볼 것이 있다는 사람은 낮의 단아함과 화려함을 보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버스를 타러 가는데 버스가 왔다. 헐레벌떡 뛰는데 사람들이 많이 타서 우리가 버스정류장에 갈 때 까지 버스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 다들 공항가는 사람인지 짐이 많다. 우리 역시 짐이 많았고. 버스를 타면서 봤는데, 버스 1회용 이용권도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는 아니었지만 본 것 같다. 아... 이러면 어제 24시간 이용 버스표를 구입하지 않았을텐데... 그것도 거스름돈도 못받고... 그래도 뭐 이제와서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여행갈 때 꼼꼼히 미리 알아보는 수 밖에.

 

  버스를 타고 높은 호텔거리를 나오니 사막 분위기가 펼쳐졌다. 낮은 호텔들이 보이다가 저 쪽에 공항이 보였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모두 다 한 곳에서 내렸다.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 일단 버스정류장을 지나 길을 건너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가는 길에 보이는 리무진. 허리가 부러질 것만 같다. 라스베가스에서 이런 차들을 돈 내고 몇 분 타는 것도 있었는데, 해보고 싶긴 했지만 하진 않았다. 나중에 이런 차를 탈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찾아 올까...? 실내로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는데 우리가 타야 할 jet blue 항공사의 이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를 때는 물어보는 게 최고. 다른 항공사 칸에 가서 직원에게 물어봤다. jet blue 항공사는 어디로 가야 하냐고. 그런데 이 직원, 짱이다 정말. 젋은 여자 직원이었는데 입에는 사탕을 물고 있다. 그것도 막대사탕. 게다가 색깔이 있는 막대사탕. 혀는 사탕 색으로 다 물들고. 내가 물어보니까 사탕을 빨고 있는 채로 지도를 보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셔틀버스를 타고 다른 건물로 가라고. 자유분방함의 아이콘인가. 어떻게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이 막대사탕을 먹으면서 근무를 할까...

  돌아가는 길에 공항 구경도 조금 했다. 옛날 자동차랑 경비행기 같은 모형도 전시해 놓았다. 여튼, 우리는 안내에 따라 밖으로 나와서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셔틀버스정류장에서 공항을 구경하면서 버스를 기다리자 작은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고 새로운 동으로 갔는데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건물이 매우 깔끔했다. 단점이 있었는데, 카트를 사용하려면 돈을 내야 했다. 인천공항이 짱이다, 이런 것을 보면. 위층으로 올라가서 jet blue 항공사 칸으로 갔다. 티켓팅을 하고 짐을 부쳤다. 처음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을때는 말한마디 거는 것도 힘들고 그랬는데, 이제 영어도 익숙하고 공항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익숙해졌다. 게이트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쉬면서 아까 파리 호텔 뷔페에서 챙겨온 디저트를 먹었다. 크림 브륄레. 진짜 맛있다.

 

  이제 게이트로 들어가기 위해 심사대로 갔다. 비행기를 타기 전 심사는 매우 엄격하고 까다로웠다. 신발을 벗는 것은 기본이고 벨트까지 풀어야 했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벨트를 풀어서 바구니에 넣어 놓는데 심사관(?)이 내가 엄청 변태짓(?)을 하고 있다는 제스쳐를 하면서 여자친구한테 나를 손가락질 하면서 가리킨 것. 농담을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데 이런 공항 심사대에서까지 이런 농담을 하다니... 정말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것을 다 빼고 유리관 속으로 들어가서 온 몸을 스캔당한 다음에야 허리띠를 맬 수 있었다. 테러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심사인 듯 하다.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는 통유리로 보이는 공항을 구경하면서 의자에 앉아있었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공항 안에도 카지노가 있다는 라스베가스 공항. 이런 곳은 어짜피 사람들이 지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큰 돈은 안터진다고 한다. 지내는 동안 카지노에서 재미를 못 본 우리들에게 카지노 기계는 흥미롭기만 할 뿐 매력적이진 못했다.

 

  지루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데 우리 쪽 게이트가 열렸다. 계속 방송을 하는데 뭐라고 하는 지는 잘 들리지 않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까 입장을 정해주고 있었다. 아마 좌석별로 다르게 입장을 하는 것 같았는데... 표를 들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딱 우리가 입장할 차례라고 한다. 아. 다행이다. 그렇다고 뭐, 우리 순서를 놓친다고 못타는 것은 아니지. 짐을 들고 비행기를 탔다. 작은 비행기였다. 3-3 좌석이였고, 우리는 창측으로 앉았다. 오랜만에 타 보는 비행기라 설레기도 했다.

  잠시 후, 비행기가 활주로로 향해 엔진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호텔 건물들을 보니 일주일 정도 있었던 라스베가스에서의 추억들이 휘리릭 머리속으로 지나가는 듯 하다. 비행기가 높아지면서는 황토색 사막과 함께 라스베가스의 전경이 보인다. 아- 라스베가스. 이렇게 안녕이다. 창문을 통해 구경을 하는 경치는 정말 장관이었다. 그랜드캐년을 갈 때 경비행기 투어를 못해서 사막의 경치를 보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아쉬웠는데, 이렇게 라스베가스의 모습과 사막의 광활함을 보게 되니 그런 아쉬움이 싹 달아나는 듯 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끝도없이 펼쳐진 황무지, 사막이 창문을 가득 채웠다. 이런 사막 한 가운데 라스베가스가 있는 것이고... 마치 라스베가스는 사막의 "신기루"처럼 세워진 도시 같았다.


  한 시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롱비치에 도착했다. 가는 동안 산도 보고, 산 속에 있는 마을도 보고 재미있는 구경을 많이 해서 지루하진 않았다. 롱비치는 LA에서 전철로도 갈 수 있는 곳으로 LA 남쪽에 위치한 도시(?)이다. jet blue 항공사가 거점으로 삼는 공항이 롱비치 공항이라 롱비치를 중심으로 서부 노선이 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여기서 몇 시간 기다렸다가 새크라멘토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된다. 비행기에서 내리는데,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공항 중간에서 계단으로 내려야 했다. 오- 한 번도 이렇게 내린 적은 없었는데, 완전 신기했다.

 

  공항에 내려서는 시간이 조금 있었지만 다른 곳을 나갔다 올 만큼의 여유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공항에 앉아서 쉬기로 했다. 나는 앉아서 노트북으로 밀린 블로그를 쓰고, 여자친구는 여행의 피로를 배낭여행객 답게 공항 의자에 누워서 풀었다. 기다리는 동안 기념품 가게도 둘러보고 게이트 근처도 구경을 했는데, 너무 작은 공항이라 그런지 크게 볼 것은 없었다. 나가보고도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그러진 못했다. 비행기 시간을 보고 있는데 우리 비행기가 연착이 된 것 같았다. 한 시간 정도. 게이트 직원에게 물어보니까 사실이라고... 아, 더 기다려야 하다니...

 

  지루한 공항 대기 시간이 끝나고 새크라멘토로 가는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번 탈 때도 역시 계단으로 비행기를 탑승했다. 라스베가스에서 올 때랑 같은 기종의 비행기였다. 3-3 좌석에서 창가 쪽 자리. 이번에는 이륙할 때 LA의 계획적인 도로들을 볼 수 있었다. 일자로 쭉- 쭉- 그어 놓은 듯 한 도로들을 사이로 지어진 빌딩들, 밤이 어두워지면서 하늘에서 보이는 LA의 야경은 라스베가스에서 보았던 야경과는 또 다른 멋이 있었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보이는 캄캄한 태평양 바다 속으로는 해가 잠기고 있었다.

 

  잠은 오지 않고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동안의 비행 끝에 새크라멘토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에 내려서는 모노레일을 타고 다른 동으로 이동했다. 새크라멘토 공항도 상당히 깔끔했다. 짐을 찾으러 내려가는 길에는 온 가족이 나와서 생일파티를 해 주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아버지를 가족들이 나와서 생일 축하 해 주는 모습 같았는데, 공항 안에 피켓도 들고 큰 글씨도 프린트 해서 붙여놓고 그랬다. 이색 생일 축하를 받는 아버지의 기분은 어떨까?

  내려와서 짐을 찾고는 아저씨와 연락 하는데 한동안 애를 먹었다. 핸드폰이 되지 않아서 공중전화로 전화하는데 계속 직접 연락이 안되니까... 30분 가까이 미아처럼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익숙한 차가 와서 보니 아저씨였다. 짐을 싣고 집으로...

 

  이렇게, 우리의 열흘 간의 LA와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년 투어는 마무리되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시간들만 남아있다. 점점 미국에서의 밤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