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33일차> 라스베가스 - 그랜드캐년 투어

inhovation 2016. 10. 14. 00:00

2013년 2월 12일 일요일

 

  드디어, 진짜 그랜드캐년에 가는 날이다. 오늘은 어제와 같은 일은 없겠지. 어제와 같이 일어나서 부지런히 준비하고 호텔 앞으로 나갔다. 항상 수 많은 슬롯머신이 우리를 유혹하지만 발걸음을 급히 옮긴다. 잠시 기다리자 어제랑 같은 작은 버스가 왔다. 버스라고 하기엔 작고 봉고차라고 하기엔 큰. 아시안계 미국인(?)으로 보이는 기사가 명단에 있는 우리를 확인하고 타라고 한다. 오예.

 

  버스에 타니 맨 뒤에는 한국인 부부와 내 나이대로 보이는 딸이 앉아 있었다. 가족여행을 온 듯 하다. 한국인인 것을 안 이유는 먼저 딱 봤을 때 한국인 느낌이 났고, 두 번째로는 뒤에서 한국말로 계속 얘기해서... 반가운 마음도 내심 들었지만 그동안 그랬던 것 처럼 왠지 그냥 아는 척 하기 그런 마음도 있어서 인사는 안했다. 아저씨랑 아주머니만 있었으면 좀 그래도 반갑게 인사 했을 텐데 두 분을 잘 챙겨주는 딸이 있어서... 여튼, 뭐. 셔틀버스는 다른 호텔을 들려서 다른 일행을 태웠다. 그리고 나서 고속도로를 타고 여행사 터미널(?) 같은 곳으로 향했다. 가면서 본 것들이지만, 라스베가스는 호텔지역 말고도 꽤 넓었다. 사막 위에 세워진 것이 호텔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북쪽에는 다운타운도 있고, 다른 지역에는 일반 주거지역도 있었다. 시간이 더 많다면 그냥 이런 곳들을 돌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것 같다.

 

  10분 쯤 지나 여행사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는 내려서 건물로 들어가라고 말해줬다. 팁을 줘야 할까 순간 고민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안주고 이정도 거리 운전 한 것은 안줘도 될 것 같아서 주지는 않았다. 여전히 팁 문화는 익숙하지가 않다. 건물로 들어가서 여권을 보여주면서 예약 확인 절차를 거쳤다. 건물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대부분이 일본인이었다. 단체 관광객도 꽤 많이 있었다. 확인절차가 끝나고 검정색 스티커를 주었다. 사우스림 가는 버스에 타는 사람들은 모두 검정색 스티커라고 한다. 그리고 잘 따라가라고. 대강 이렇게 알아들었지만 내심 조금 불안하긴 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의자에 앉아서 구경을 했다. 옆으로는 경비행기들이 세워져있는 비행기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예약할 때 경비행기나 헬기로 가는 것들도 있었는데 비싸서 포기. 경비행기를 보니까 타고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다. 다음에는 꼭 경비행기 투어를 해 보리라 다짐을 했다. 그랜드캐년을 소개하는 종이들도 있었는데 반가운 한글로 된 안내문도 있었다. 단순한 허접번역은 아닌 듯 했다. 내용은 뭐 뻔 한 내용들. 그랜드캐년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되어오고 있으며~... 사실, 투어회사를 정할 때에도 외국 회사를 고르면 이런 설명들을 잘 못알아들으니까 재미없다고 했는데, 뭐 이런 뻔한 내용들인데 알아들으면 어떻고, 또 못알아들으면 어떤가. 못알아듣는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이런 것도 나름대로 재미도 있을텐데.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한국여행사 투어보다 가격이 싼데...!!
  여자친구가 잠시 화장실 간 사이에 우리 팀이 문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아, 원래 이런거는 내가 제일 먼저 줄 서는데. 사람들이 계속 줄을 섰고 출발하기 전까지 여자친구는 나오지 않았다. 무슨 상자들을 나눠주고 있을 때 여자친구가 나와서 맨 뒤에 줄을 서서 상자를 받았다. 열어보니 아침밥. 밥이라기보다는 빵, 사과, 쥬스. 다른 투어는 대부분 조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았는데, 우리가 선택한 투어는 가격도 저렴하고 아침도 제공하는 투어였다. 줄의 맨 뒤에 서서 안내원이 이끄는 대로 밖으로 나가자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있었다. 완전 큰 버스. 기사는 흑인 아저씨. 이름은...까먹었다(미국에서의 기억이 하나씩 잊혀져간다. 얼른 블로그에 남기지 못하니...!!ㅠ) 여튼, 이 아저씨가 투어 가이드 겸 운전기사이다.

 

  버스에 먼저 탔으면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을텐데 우리는 맨 마지막에 타서 맨 뒷자리에 앉았다. 셔틀을 같이 타고 온 다른 한국인 가족과 함께. 물론 따로따로 앉았지만. 의자가 컸다. 높이도 높아서 여자친구는 발이 땅에 안닿았고 나도 겨우 닿았다. 버스 맨 뒤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어디선가 버스의 화장실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 매너라고 한 것을 보았는데 사람들이 완전 많이 이용했다. 버스를 타서 아침을 먹었다. 여자친구는 아침부터 감기기운이 있다고 비실비실, 아침도 제대로 안먹었다. 그리고 가는 내내 계속 잤다.

  버스가 꽉 차지는 않아서 나는 뒷 자리로 가서 의자 두개를 차지하고 편하게 창 밖을 구경했다. 여자친구도 의자 두 개를 차지하고 챙겨온 담요를 덮고 자고. 출발하고 나서는 기사가 자기소개를 하고 오늘의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했다. 대부분을 알아듣진 못했지만, 각 나라별로 부르면서 앞사람들과는 신나게 떠들었다. 너무 시끄러울 정도로. 한국인 5명은 뒤에서 조용히 있었다.


  북쪽 고속도로를 타고 라스베가스 다운타운을 지나 버스가 계속해서 동쪽으로 달리자 잠시 후 사막 위의 도시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드넓은 사막만 펼쳐졌다. 사막이라고 해서 아프리카의 모래언덕 사막은 아니고 그냥 삭막한 사막이다. 비행기를 타면 저 하늘 위에서 이런 사막을 휙 지나가겠지. 그런데 우린 버스를 탔으므로 이런 사막을 4시간 동안 달려가야 한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기도 해서 그런지 신기하게만 다가왔다. 정말 계속해서 달리는데도 같은 모습들만 펼쳐져 있어서 미국의 광활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는 동안 후버댐이 왼쪽에 있다고 했는데 보지는 못했다. 우선 차가 오른쪽으로 달리고 있으므로 왼편은 볼 수가 없었고, 버스에서도 아는 오른쪽에 앉아서 그랬다. 대신 후버댐 부근을 지날 때는 콜로라도 강줄기를 볼 수 있었고, 이 강이 지나는 엄청난 계곡을 볼 수 있었다. 스케일이 장난 아니다 정말. 엄청난 스케일을 지루하게 느끼면서 한 시간 쯤 달렸을까? 기사 아저씨가 출발할 때 설명한 중간 휴식지, 킹맨에 도착했다. 내려보니 정말 사막 한가운데 가게가 딸랑 세워져있다. 가게 밑으로 길이 이어져 있어서 집들이 조금 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완전 사막 한가운데다. 마치 영화 속에서 보던 그런 곳 같았다. 휴식 시간이 주어지고 우리는 사진을 찍으면서 안에 있는 가게를 구경했다. 기념품을 파는 곳이었는데 특별히 산 것은 없다. 먹는 것도 사먹을 수 있었는데 별로 먹고싶지는 않아서 먹지는 않았다.

 

  짧은 휴식이 끝나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버스는 다시 사막을 가로질러 계속 달린다. 지평선 끝에는 산이 보이는데 그 지평선의 끝이 어딘지도 모를 정도로 멀기만하다. 정말... 미국은 크구나. 사막을 계속 달리다가 눈이 보였다. 어제 눈이 왔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가보다. 조금 지나니까 (산 위로 올라갔는지) 주변이 이제 눈밭이다. 노란 사막에서 하얀 눈밭이 바뀌었다. 잠을 자고 일어나기도 했는데 버스는 여전히 달린다. 아- 정말 멀다. 다음엔 정말 경비행기다.

  한참 사막을 달리다가 굽이굽이 산을 올라가는 것을 보니 거의 다 오긴 한 것 같다 4시간도 다 되어가니. 산을 조금 더 올라가니 그랜드캐년 출입구가 보였다. 버스가 지나가는 톨게이트처럼 생긴 곳.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그랜드캐년 구역인 것인가. 마음이 설레왔다. 톨게이트를 지나서도 버스는 조금 더 산을 올랐다. 그런데 병풍처럼 둘러싸인 나무 사이로 사진으로만 많이 보던 그랜드캐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오...!

 

  버스는 주차장에 멈추었다. 그리고 우리를 모두 내리라고 했다. 점심을 먹으라고. 아- 그렇군.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은 이럴 때 쓰나보다. 밖은 꽤 추웠다. 눈도 막 쌓여있고 바람도 제법 부는 것이 한국처럼 완전 추운 겨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겨울 날씨였다. 여자친구는 여전히 아프다. 그래도 잘 돌아다니긴 했다. 다만 컨디션이 최악일 뿐...? 버스를 맨 뒤에 타니 샌드위치를 받고 나서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먹으려 해도 늦게 나가니 자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햇볕이 잘 드는 밖에서 먹을 수 밖에... 점심은 샌드위치와 과자, 사과였다. 음료수는 시원하지가 않아서 눈 속에 파뭍어 놓았다. 샌드위치를 다 먹고 꺼내보았지만 그리 차갑지는 않았다. 밖에서 춥게 점심을 먹고 잠시 안에 들어왔다.

  버스를 타기 전에 사람들이 눈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길래 우리도 찍었다. 버스기사 겸 가이드에게 찍어달라고 부탁을 해서. 사실 별로 특이한 풍경은 아니었다. 눈온 강원도에서는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배경인데. 괜히 미국, 그랜드캐년이라서 특별해 보이는 것 뿐이다. 모르고보면 특별하지도 않고...

  버스를 타고 약 5분 정도(?) 이동하니

 

'마더포인트'

 

라는 곳이니 내려서 한 시간 동안 구경을 하라고 했다. 잘은 모르지만, 사우스림, 웨스트림 뭐 이런식으로 해서 몇 개의 뷰 포인트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마더포인트도 그 중에 한 곳. 엄마(=마더)포인트 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첫 그랜드캐년 구경에 우리는 가슴이 설레오기 시작하였다. 역시나 제일 늦게 내리고 기사아저씨에게 도착 시간을 확실히 다시 물어 본 후에 출발!

  어디로 가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주차장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따라갔다. 역시, 모를 땐 사람 많은 곳이 진리인듯. 잘 정비된 나무 사이 길을 따라가다 보니 눈 앞에 그토록... 보고싶었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바탕화면으로만 보던...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이 


  와우. 사진으로 보는 것이 내가 본 그 장관을 모두 다 담아내기여 한참이나 부족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찍었다. 사진을 찍다가 떨어져 죽는 사람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잘 믿지 않았는데 정말 그럴 수 있는 곳이었다. 난간이 있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곳은 난간이 없었고 정말 끝이 어디일지 궁금한 낭떠러지 끝으로 떨어질 수 있는 곳이 발 아래 펼쳐졌다. 미국에 그동안 한 달여 있으면서 '미국 참 넓다' 하고 느꼈던 것들이 여기서는 정말, '미국은 몹시 넓구나, 정말 미국이란 나라는.... 우와....커도 너무 크다'는 것이 다시한 번 깨닫게 되는 곳이었다. 뭔가 더 행운이라고 느꼈던 것은 눈 이 살-짝 덮인 그랜드캐년을 우리는 보았다는 것.

  사진도 부지런히 찍었지만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벼랑끝 길을 따라 걸어가보았다. 한 시간의 시간이 이렇게 짧게, 마치 한 10분 정도로 느껴진 적이 거의 없었는데, 정말 한 시간은 너무 짧다. 이 넓은 그랜드캐년을 어떻게 한 시간 동안 보라는 것인가... 이래서 내가 투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인데... 가는 길에 사진을 찍으면서 몇몇 사람을 만났다. 일본인 젊은 여자 3명을 만나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사진을 찍어주면서 나오는 또 깨알같은 영어. Where are you from? 일본사람이라 그러니 자기들끼리 "한꼬꾸?" 뭐 이러는 말이 들려서 " Yes, we are Korean" 독도문제, 한일감정 심해지던 시기였는데 그런 걱정은 전혀 없었다.

  버스로 오다가 중간에 만난 분은 한국 아저씨였다. 혼자 놀러오셨는데 거의 전문 사진기사인 듯 했다. 우리 포즈를 잡아주시더니 멋지게 찍어주셨다. 그리고 보인도 같은 포즈로 할테니 찍어달라고. 항상 우리는 서서 찍었는데, 아저씨께서 '서서 찍으면 배경이 다 죽으니 앉아서 찍으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털썩 앉았다. 역시... 배경도 살고 "인물"도 산다.


  모임 시간이 거의 다 되서 서둘러 돌아가 버스를 탔다. 이미 사람들은 거의 다 타 있는 상황. 다행히 꼴지는 아니었다. 이런 곳에서 꼴지면 정말 민폐인데... 차를 타고 다음 포인트로 이동을 했다. 다음 포인트의 이름은

 

'브라이트 앤젤'

 

 빛나는 천사? 아마도 영어로 가이드 하면서 꼭 봐야 할 것들이나 특징 들을 이야기 해주었을 듯 하지만, 난 모른다. 뭐, 그냥 봐도 좋은데...

  버스를 내리고 오두막 앞에서 세워줬다. 유명한 오두막이라고. 버스를 내리면서 모이는 시간을 다시 확인하고 이번에는 안늦겠다고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서도 역시 같은 풍경. 같은 듯 하지만 뭔가 다른 분위기, 다른 것 같으면서 매 한가지로 똑같아 보이는 그랜드캐년. 그래도 그냥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뻥 뚤리며 시원하다. 이렇게 드넓은 곳에서 자연과 나만 있다고 생각하면... 뭔가 생각은 많이 나는 것 같은데 글로는 정리가 잘 안된다. 나중에 정리되면 다시 올려야겠다.

 

  여기서는 기념품샵도 있어서 들렸다.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역시 컵. 여긴 그동안 봤던 컵들보다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그랜드캐년 사진이 컵을 따라 멋지게 프린트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컵이라서 지출을 하기로 했다. 기념품 샵 2층에는 또 다른 전망대(?)가 있어서 여기서 줄도 서서 사진도 찍었다. 눈길의 그랜드캐년 벼랑길을 따라 다른 곳으로 들어갔다. 여긴 뭔가 기념적인 장소였는데 무슨 촬영(?) 뭐 이런거로 유명한 곳이라고. 잘은 모른다. 구경할 것들만 대강 구경하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멀리멀리, 오래오래 걷고 싶었지만 시간 제약으로 인해 그럴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다가 바위 위에 올라가서도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뒤따라오던 중국 관광객들이 이 장소가 마음에 들었는지 줄줄이 사진을 찍는다.

 

  돌아오는 길에 이번에는 시간이 조금 여유 있었는데 여자친구는 몸이 안좋다고 먼저 버스로 들어가고 나는 조금 더 구경하기로 했다. 철길도 있어서 그 쪽으로 가보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도 가 보았다. 그러나 역시 시간 제약으로 인해 나는 다시 버스로... 버스를 타니 사람들이 조금 있었지만 꼴지는 아니었다. 그랜드캐년의 투어는 이거로 끝이고 가는 길에 기념품샵을 들린다고 한다. 헐. 우리는 이미 샀는데. 더 싼 곳으로 데려가는 것은 아닐까 엄청 걱정이 되었다. 괜히 미리 샀나 후회도 되었다.

  기념품샵으로 가는, 산을 내려가는 길에는 숙소들이 많이 보였다. 그랜드캐년 숙소가 없다는 말도 들었는데 있었다. 그래도 비싸겠지. 아직 확인은 안해봤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랜드캐년에 다시 오고 싶다. 1박 2일로, 이 숙소에서 머무르며. 해가 뜰때부터 질 때까지 대자연을 구경하면서 걷고싶다.

 

  산을 다 내려와 사막 평지를 조금 달리고 버스가 기념품샵에 멈추었다. 여자친구는 아파서 잔다고 하고 나만 나가서 시장조사를 해 보기로 했다. 정말 컸다. 이것저것 많이 팔았다. 아... 그런데. 가격은 더 비쌌다. 휴. 정말 다행이다. 조금이라도 쌌으면 정말 짜증이 났을텐데 그렇지 않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휴식시간을 갖고 버스는 다시 무지막지하게 큰 사막을 가로질러 달렸다. 점점 어둠이 깔리는 모습이 뭔가 멋있었지만 지루하긴 매 한가지였다. 어둠이 깔리고 저- 멀리 보이는 밝은 곳이 라스베가스의 호화로운 조명의 불빛이라고 한다. 족히 100km는 떨어져 있지만 믿거나 말거나라고, 기사 아저씨가 이야기해줬다. 오늘 가이드 내용 중에 유일하게 정확하게 알아들은 내용이다.

 

  한참을 달리다가 저녁으로는 서브웨이 샌드위치 가게에 멈췄다. 우리는 사먹지 않았다. 별로 배도 안고팠고 먹고싶지 않아서. 이 때 20달러가 떨어져 있어서, 그 한국인 아주머니께서 우리 돈 아니냐 하시면서 우리에게 주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아저씨가 떨어뜨린 20달러였다. 기사 팁으로 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이 때부터 우린 또 기사 팁을 얼마 줄지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우리는 20달러는 못주는데...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 다시 기사가 후버댐을 지난다고 오른쪽을 보라고 했다. 다행히도 아까와 좌석이 같아서 우리의 오른쪽에는 바로 후버댐이 있었다. 미국의 경제위기를 일으켰다는 후버댐, 정말 거대했다. 어떻게 댐이 이만할 수가 있나... 음... 한국에서도 댐을 직접 본 적은 없는데, 여튼 뭐, 후버댐은 정말 컸다. 밤이라서 조명이 켜진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시간이 된다면 낮에도 후버댐을 여유롭게 와도 괜찮을 것 같다.

 

  후버댐을 지나서도 한 시간 쯤 지나서야 라스베가스 메인 스트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MGM 호텔에서 일괄적으로 내려주고 아까 아침에 탔던 작은 셔틀버스로 갈아타라고 했다. 내리면서 우리는 고민했던 팁을 주면서 고맙다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다. 맨 끝으로 내리면서 사진까지 찍으니 셔틀버스는 출발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셔틀버스 기사 아저씨가 흔쾌히 사진을 찍어줬다는 것이다. 물론, 타서는 사람들의 눈치는 보았다. 사람들을 차례차례 내러주고 우리는 제일 마지막으로 내려주는데 숙소까지 가기 전에 밥을 먹기로 해서 중간에 내려달라고 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여자친구를 위해 된장찌개. 항상 지나다니면서만 봤던 '김치'라는 한국식당에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밥을 제대로 못먹으니까 아픈 것은 아닐까... 이전에 들어가서 가격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했는데 엄청 비싸서(15달러 이상) 된장찌개 한개랑 밥 두개만 시켜서 밖에서 먹기로 했다. 메뉴를 두개나 시키고 팁까지 주고 올 생각 하면 우리의 여행 막바지에 지출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 우리는 된장찌개를 테이크아웃 해서 저녁을 때웠다. 지구 반대편에서 먹는 된장찌개의 맛은... 정말 잊지 못하겠다. 비싸긴 했지만 함께 준 반찬도 모두 한국 맛 그대로였다. 오이무침, 어묵볶음, 깍두기, 김치... 반찬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미국 음식 먹는 것도 정말 좋다고, 입맛에 딱 맞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그래도 한국사람이긴 한국사람인가보다. 오랜만에 먹는 한국음식의 맛에 이렇게 감탄을 하면서 먹었으니 말이다...

 

  정말 긴 하루였다. 후버댐은 지나가기만 했지만 그래도 정말 괜찮았다. 자연이 만든 그랜드캐년과 인간이 만든 후버댐. 둘 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둘이 주는 느낌은 전혀 다른. 도박의 도시, 오락의 도시 라스베가스라고 하지만, 라스베가스에 와서 그랜드캐년과 후버댐은 정말 꼭 가보아야 하는 곳 같다.

 

  사실, 오늘의 투어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별로'였다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그랜드캐년을 두 시간동안 느끼고 돌아온다는 말인가. 지금까지의 여행 중에서 가장 아쉬운 하루였다. 그랜드캐년을 나올 때도 느꼈듯이 1박 2일로도 부족하겠지만 정말 이곳은 1박 2일은 와야 '아 그랜드캐년을 조금 보고 왔구나' 할 정도인데 말이다. 진짜, 나중에 그랜드캐년은 꼭 다시 가보겠다. 1박 2일로! 오늘의 투어는 그랜드캐년의 맛만 봤다고 생각해야지.

 

  그래도... 죽기 전까지, 어쩌면 죽어서도? 절대 잊지 못하는 하루였다고는 자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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