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1일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났다. 새벽에. 오늘은 바로 그랜드캐년에 가는 날이기 때문에! 6시 40분에 픽업 차량이 오기로 했으니 5시 30분 부터 일어나서 서둘러 준비했다. 10분 전에는 그래도 나가 있어야 하니 얼른 픽업 장소로 나갔다. 역시, 아침에는 카지노가 한산하다. 이 때 하고 있는 사람도 물론 있긴 있다. 한 판 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대박이 터지면(?) 그랜드캐년 가는 차를 못타니까 참았다. 버스 픽업 장소에 관광버스가 몇 대 서 있긴 했다. '설마 저 차인가?' 하는 마음에 가서 확인해 보니 일본 사람들이 잔뜩 타 있고 그랬다. 다른 차들도 내가 이메일로 안내 받았던 'vision haliday' 차가 아니었다. 40분이 가까워지는데 차는 안오고 마음이 굉장히 초조해졌다. 날씨는 조금 쌀쌀해서 여자친구는 안에 들어가서 기다린다고 했다. 픽업 장소가 여기가 아닐리가 없는데. 불안한 마음에 카지노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투어 픽업 장소는 내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 맞다고 했다. 다시 믿음을 가지고 기다렸다. 1초가 1분 같이 느껴지고, 1분이 1시간 처럼 느껴졌다.
40분이 넘어서 하얀색 작은 버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모양의 봉고차도 아닌 작은 버스가 왔다. 써 있는 글씨는 'vision holiday' 반가웠다. 누군가는 내리고 나는 탔다. 기사는 아주머니였는데 그랜드캐년을 가는거 맞냐고 물어봤는데 해주는 대답이 완전 나를 멘붕에 빠지게 했다.
South rim tour was canceled.
뜨든. 멘붕이다. 멘붕. 멘붕. 개맨붕. 진짜 충격적이었다. 반사적으로 나오는 "WHY?" 이유를 들어보자 사우스림 가는 날씨가 안좋아서 길이 막혔단다. 어떻게 하냐고 하니까 비행기 타고 가거나 다른 날 가라고. 그러면서 명함을 한 장 주고 전화해 보라고 했다. ... 터벅터벅. 반쯤 탔던 버스를 내렸다. 셔틀버스는 가버렸고 우리는 완전 멘붕에 빠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알려는 줬지만 완전 막막했다.
사우스림. 취소. 날씨. 길막힘. 비행기. 명함. 전화.
머릿속이 복잡했다. 7시가 조금 못 되어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전화를 했다. 한 달 동안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나 겁먹음(?) 같은 것은 모두 타파했다고 생각했는데 전화는 처음이었다. 명함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전화기 버튼을 하나 하나 꾹 꾹 눌렀다. 받았다! 일단 말하는 건 할 수 있으니 막- 말했다. 내가 사우스림 투어를 가려고 했는데 셔틀 버스 기사가 취소됐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 주절 주절 설명하고 났는데, 그 사람이 또 뭐라고 막 말을 하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하는 말은 딱 들렸는데.
I can't help you, sir.
또 반사적으로 나오는 나의 WHY. 구체적으로 들어보니 담당자가 아직 출근을 안했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이제 갓 7시. 어떻게 하냐고 하니까 10분 후에 다시 전화를 달래서 일단 알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으니 떨렸던 마음이 다시 한 번 온 몸을 휘감고 가면서, '내가 영어로 전화통화를 하다니!'하는 짜릿함이 다시 온 몸으로 전해졌다. WOW! 그리고 10분을 기다리는데, 참 이 시간도 엄청 길게만 느껴졌다. 10분이 다 되어서도, 지금 전화 하면 될까? 하는 마음이 들면서 다시 떨려왔다. 아까와 같이 전화를 하니 다른 사람이 받는다. 나는 다시 나의 사정 설명. 전화를 돌려준다. 조금 기다리자 다시 다른 사람이 받았다. 또 나의 사정 설명. 그러자 어디 투어냐고 물어봤다. vision tour라고 말해주니 전화를 또 돌린다. 세 번째 사람과 통화. 또 나의 사정 설명. 이제 외우겠다. 그러자 내일 투어로 바꿀 수 있는데 어떻게 할꺼냐고 물어봤다. 나는 오늘 무료로 비행기로 업그레이드 시켜 줄 것을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웠지만, 내일은 괜찮냐고 물어보니 내일은 괜찮단다. 그래서 그냥 내일로 했다. 우리는 일정에 아주 많은 여유가 있으니까, 뭐. 다시 예약 확인 이메일을 보내준다고 하며 변동사항을 알려주었다. 시간이 조금 당겨진 것과 투어 회사가 바뀐 것. 알겠다고 하고 이메일을 꼭 보내달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 아... 엄청난 일을 해낸 것 같았다. 20분 동안 영어로 전화하면서 그랜드캐년 투어를 다시 갈 수 있게 하다니...!!!! 아.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다. 정말, 영어를 잘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아닐 수 있겠지만, 정말, 나에게는 대단한 일이었다. 휴... 조금 기다리자 메일이 왔다. 그런데 같은 내용을 그대로 보내주었다. 시간도, 투어 회사도. 다시 답장을 했다. 물론 영어로. 그리고 다시 답장이 오길, 실수였다고, 시간과 투어는 그대로, 날짜만 내일이라고. 아- 이제 다 된 것인가?
그랜드캐년 투어가 취소되었으니 오늘은 이제 쇼를 보면 된다. 쇼는 당일 예약이 가능하니. 아, 일정 정말 잘 짰다. 내일 그랜드캐년만 무사히 간다면, 그래도 아무 사고 없이 다 잘 된 것이니. 10시에 half price가 오픈을 하니까 얼른 다시 나갔다. 미국식 아침을 먹고 10시가 조금 되기 전에 줄을 섰다. 나는 천천히 서도 될 것 같다고 했지만 여자친구가 재촉해서... 오픈을 하려면 꽤 기다려야 하는 시간인데도 우리 앞에 이미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우리 뒤로 주르르륵 붙는 사람들. 아, 사람이 많구나. 여자친구 말을 듣길 잘 했다.
10시가 되어 오픈을 했다. 우리는 RE LEVE를 보기로 해서 이거로 2장을 말했다. 엄청난 돈이 나갔다. 1장에 100달러가 훨씬 넘었으니까. 300달러 가까운 돈을 내고 받은 것은 종이 표 두장. 이것도 직접 가서 바꿔야 했다. 돈을 낼 때도 너무 큰 돈이라서 헷갈렸다. 취소가 될 경우 연락을 준다고 했지만 우리는 핸드폰이 없다. 묶고 있는 곳만 알려주고 그냥 표를 받았다. 설마 취소가 되겠어, 그냥 혹시나 하니까 하는 말이겠지.
표를 받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카지노로 갔다. 일부러 간 것은 아니고 지나가는 길에 있으니까. 물론 다 잃고. 일어날 때는 아쉽지만 그래도 즐겼다는 즐거움을 가지고. 그래도, 아쉽긴 하다, 아직. 밖으로 나와 윈 호텔로 갔다. 공연을 하는 곳이다. 라스베가스의 아침은 항상 고요하다. 밤과는 새로운 분위기인 것이 은근히 매력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실 라스베가스에 호텔만 있는 것은 아닌데. 다운타운도 있고 주거지역도 있는데, 라스베가스 전체로 봤을 때 이 작은 지역에 밀집해 있는 호텔이 전부라고 생각하니 조금 그랬다. 라스베가스의 다른 곳도 보고 싶다는 생각? 뭐, 사람에 따라서는 볼 것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윈 호텔로 가서 표를 바꿨다. 좌석을 선택할 수는 없었고 자동으로 배정된다고 했다. 표를 받으면서는 우리의 좌석을 설명해 줬는데 맨 앞은 아니었고, 한 5번째 정도? 원형 극장이었지만 그래도 4가지 좌석이 있었다. 물론 가격도 다 달랐고. 제일 싼 금액의 좌석은 우리가 산 것보다 더 쌌다. 아, 더 싸게 살 수 있었던 것인가. 후회가 조금 되었지만 그래도 위안을 했다. 저 자리는 정말 안 좋은 자리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의 선택이 제일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종이 케이스에 고급스럽게 담겨있는 표를 가지고 나오면서는 오늘 저녁에 볼 쇼를 생각하며 기분이 절로 들뜨는 것 같았다. 공연장 앞에 포스터들도 붙어있고 크게 광고판(?)도 있어서 우리는 미리 사진을 찍었다. 이따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므로. 지금 찍으나, 그 때 찍으나 기념은 똑같으니까.
표를 받고 나서는 무엇을 할까 하다가 다시 호텔투어를 하기로 했다. 봐도 봐도 재밌기도 했고 아직 꼼꼼히 못 본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조금 돌아다녔다. 자주 봤던 '김치'라는 간판의 한국 식당. 어떤 곳일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다. 식당 이름이 김치. 근처에 '한미관광'이라는 간판의 투어회사도 있었지만 가보지는 않았다. 그냥, 첫 날 왠만큼 파악한 것 처럼 쌀 것 같지는 않아서. 점심 때가 되어서 또 미국식 점심을 먹었다. 작은 햄버거, 큰 햄버거, 감자튀김 등등. 맛있었다. 한국보다 다 양이 많아서 일단 나는 항상 마음에 들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서커스 호텔 안에 있는 놀이동산에서 무료 게임 쿠폰을 쓰려고 둘러보았다. 어떤 게임을 할까 하면서 구경하는데 저번에는 못 보았던 구경거리들이 또 있었다. 털 뱀 같은 인형인데 끈도 없고 자석의 원리도 아닌데 손의 움직임을 따라서 정말로 살아있는 것 처럼 요리저리 움직였다. 파는 사람이 연기도 잘 했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 같았다. 이과 출신, 논리적 이해를 중시하는 나에게는 원리가 무엇인지 전혀 몰라서 계속 구경하면서 엄청 궁금해했다. 파는 사람은 얘와 자기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invisible line)'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되는거고... 여튼. 사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한 개 살껄 하는 생각도 든다.
여러가지 미니게임들이 있었지만 확률이 높은 것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 찾은 것이 다트게임. 던져서 풍선만 터뜨리면 되는 것이니 쉬워보였다. 그리고 가장 크고 밑에 있는 풍선만 하면 될 것 같아서. 작은 꼬마애들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것은 없었다. 우리가 가진 쿠폰은 총 4장. 성공 할 때마다 작은 인형을 한 개 받는 것인데, 2개, 3개 모아서 큰 인형으로도 바꿀 수 있었다. 쿠폰을 내고 다트를 던졌다. 빵. 뻥. 뽕. 세 번 모두 성공. 한 개 더 남았지만 세 개만 해서 인형을 바꾸기로 했다. 네 개 해서 바꾸는 인형은 별로 안이뻐서. 3개를 모으면 해바라기 인형을 준다. 귀여워서 남은 여행 일정, 며칠 안됐지만, 계속 들고 다녔다.
밖으로 나와서 또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버스타고 쭉- 지나가기만 했던 곳들을 꼼꼼히 돌아다녔다. 시간이 촉박한 여행자라면 꼭 안그래도 되지만 우린 시간이 많다. 시간이 많음에도 모든 호텔을 들어가보지 못한 것은 라스베가스 스트립에 있는 호텔 단지(?)가 넓다는 것인가. 라스베가스 오기 전에 누군가가 그랬는데. 평생 라스베가스에 있는 호텔 방에서 하루에 한 번씩 자도 죽을 때 까지 다 못잔다고. 여튼, 그래도 우린 열심히 돌아다녔다. 보는 것들마다 재미있었다. 해가 넘어가면서 조명이 하나 둘씩 켜지는 모습도 멋있었다. 깜깜한 밤에 삐까뻔쩍한 모습과는 또 다른 멋.
트래져 아일랜드 호텔을 나오는데는 어떤 사람이 우리를 붙잡았다. 호텔 앞에 있는 배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접근해서 무료 쇼가 있다고 꼬셨다. 지금 보고 있는 배도 오후에 무료 쇼를 한다고 하면서. 그러면서 앞에 부스로 데려가서 이것저것을 설명해줬다. 자기네 패키지가 있는데 차로 어디를 데려가서 좋은 방에서 몇 시간 동안 서비스 받을 수 있는 것과 저녁 제공, 무료 쇼가 있다고, 그런데 이 가격이 굉장히 싸다고 했다. 얼만지 물어보자 둘이 해서 50달러였나? 그랬다. 지도를 보고 더 설명을 듣는데, 언뜻 보기에는 별로 안 먼 것 같았는데 라스베가스 메인 스트립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호텔이다. 너무 멀어서 장사가 잘 안되나? 설명을 좀 들으면서 아는척 하다가 알겠다고 하고 명함과 설명해준 종이만 받아가지고 갔다. 다시 꼭! 연락 준다고 하면서. 돌아가는 길에 서로 얘기하길, 이런 곳에 이런 싼 가격으로 잘못 끌려갔다가 강매 당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고 가지 말자고 했다. 하긴, 우리의 영어가 짧아서 못알아 들은 부분들이 더 많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지.
그래도 우리는 트래져 아일랜드에서 무료 쇼를 오늘 오후에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두어시간이 남아서 조금 더 놀다가 돌아와서 구경하기로 했다. 무료 쇼를 보고 우리의 메인 쇼, LE REVE를 보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았다. 남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건너편으로 돌아오는데 트래져 아일랜드가 시끌벅적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것을 알았기에 무료 쇼를 시작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해적선과 착한배(?)가 양쪽 작은 호수 위에 떠서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불도 뿜고 연기도 하고 하는 것이 꽤 괜찮았다. 무료 쇼 중에는 제일 볼만한 것 같다. 길을 건너가서 봐야 하는데 건너려면 빙- 돌아서 가야한다. 게다가 간다고 해도 이미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그냥 우리는 건너편 인도 위에, 마치 이곳에 올라가서 공연을 보라고 만들어 놓은 듯한 턱(?) 위에 올라가서 공연을 봤다. 멀리서 보니까 전체적인 모습이 보이면서 나름 괜찮았다. 대포를 쏘, 배가 기울어지고, 물 속으로 뛰어들고, 불도 나고. 상당히 재미있었다. 마치, LA 유니버셜스튜디오에서 봤던 물쇼 느낌? 마지막에는 폭죽도 크게 쏘아 올렸다. 이건 건너편에서 보니까 확실히 더 나은 것 같았다.
트래져 아일랜드 무료 쇼를 잘 보고 우리는 윈 호텔로 향했다. 드.디.어. 진짜 쇼를 보는구나. 과연 어떨지. 기대가 되면서도 돈이 아깝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공연장은 열려 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입장은 시작 되었고. 아까 찍었지만, 사진을 또 조금 더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작은 듯 하면서 이 호텔 안에 어떻게 이렇게 큰 공간이 있을까 할 만한 정도의 원형 극장이 나타났다. 어둑어둑한 조명과 잔잔한 음악, 가운데에 동그랗게 피어오른 자욱한 물안개가 공연을 기다리는 마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천장에는 화려한 문양의 커텐이 쳐 있었다 아직 사람들이 많이 있지는 않았다. 우리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맨 뒷 좌석이 의자도 크고 화면도 있는 것이 가장 비싼 자리인 것 같다. 원형극장에서는 가장 뒷 줄이 제일 비싼 자리인가보다.
자리에 앉아서 해바라기와 함께 이런저런 사진을 많이 찍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 옆자리에도 미국인 아주머니 4명이 와서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3명이 포즈 취하고 1명이 찍어주고. 내가 말을 걸었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매우 고마워 하면서 4명이서 포즈를 취한다.
Wait. I'm Korean. When we take a photo, we say Kimchi~. Say Kimchi~!
사진을 찍어주면서 하는 깨알같은 김치 홍보. 사람들이 그래도 "김치-"를 하면서 웃어준다.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니 네 명이서 다 각자의 디카를 줘서 김치를 8번 말하면서 두 장씩 찍어줬다. 다들 만족하는 표정. Give and Take라고. 우리도 찍어준다길래 "Sure" 라고 했다. 해바라기랑도 찍고, 둘이서도 찍고.
어느덧 공연 시간이 되었는지 사람이 거의 찼다. 안내방송을 하고 공연을 시작했다. 사진은 찍어도 되지만 녹화는 안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공연은...
정말 최고였다. 배터리가 닳도록 사진을 찍어대면서 열심히 보았다. 사진으로 안남기고 그냥 보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아.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공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궁금증을 자아내며 쇼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무대가 물로 변하고,
물이 다시 무대로 변하는.
천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배우들이 자유룝게 날아다니는
LE REVE The Dream
LE REVE 공연에 대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는 표현이 딱 맞겠다. 정말 비싼 값을 주고 본 쇼이지만 돈이 아깝단 생각은 전-혀, NEVER 들지 않았다. 쇼를 보고 나오는 길도 정말 감동의 연속이었다. 항상 그랬듯이, 우리는 기념품샵으로 들어갔다. 공연 전에도 들어갔던 곳이었는데, 이걸 왜 팔까? 하는 것들이 이해가 되었다. 돈만 많으면 다 사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가난한 여행자. 가장 마음에 드는 엽서를 사기로 했다.
쇼핑아닌 쇼핑을 하고 밖으로 나와서 보는 LE REVE 공연 광고 영상도 이제 다르게 보였다.
아, 뭔가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전에 흐릿하게 알고 있는 것을 선명하게 해 주는구나.
이렇게 따지면 미국에 와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모든 나의 경험이 그렇다. 미국에 대해 지식적으로만 알았던 것들이 내 경험이 되면서 뭔가 분명해 진 부분들이 있으니까. 글을 쓰는 시점에서, 작년에 공부했던 필기 노트를 보다가 'LA 한인사태' 관련 부분을 읽게 되었다. 작년에 쓸 때는 교수님이 그냥 말씀하시는대로 '한인타운, 비버리힐즈' 이런 단어들을 그냥 쓰기만 했는데 다시 보니까 너무 생생하게 다가왔다. 내가 걸었던 한인 타운이고, 버스를 타고 몇 번이나 지나갔던 비버리힐즈가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한 기분?
여튼, 결론은 라스베가스에서 돈주고 보는 쇼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내일은 정말로 그랜드캐년에 가게 될 날. 숙소로 들어가서 얼른 잤다. 내일은 아무 사고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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