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29일차> LA - 도서관, 다운타운, 리틀도쿄

inhovation 2016. 10. 10. 00:00

2013년 2월 8일 금요일

 

  오늘은 하루종일 다운타운에 있다가 오늘 밤, 그러니까 내일 새벽 12시 5분에 메가버스를 타고 라스베가스로 넘어가는 날이다. 별다른 일정이 없으니 늦게 일어나고 짐을 쌌다. 엊그제 산 아보카도도 챙겼다. 초록색 아보카도를 엊그제 밤에 먹었을 때는 최악이었다. 덜익은 떫은 맛. 초록색은 아직 덜인 것인데 우리는 신선해 보여서 산 것이다. 이미 한 입 먹은 것은 그냥 버리고 나머지 한 개는 비닐로 싸 놓아서 익히기로 했다. 어제 하루동안 잘 싸 놓았는데 조금 말랑말랑 해 지고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저녁 쯤에는 먹을 수 있겠다 생각하고 가방에 넣었다. 가방은 매우 무거웠다. 아직 못먹은 햇반과 3분 요리, 왕창 사 놓은 스프라이트와 물을 버릴 수 없었기에 가방에 다 넣었다. 가방은 그래도 매서 괜찮은데 들고 다니는 짐이 손을 참 아프게 했다. 그래도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는데 비가 온다. 이런. 최악이다. 나가야만 하는 시간에 비가 오다니. 완전 쏟아지는 비는 아니었는데 가랑비도 아니었다. 다시 들어와서 가방에 방수팩을 씌우고 모자를 쓰고 나갔다. 오늘은 한 번 큰 길로 나가지 않고 골목길로 해서 나가봤는데, 정말 이곳은 LA느낌이 안든다. LA느낌이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골목길을 걷는데도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건물들이 있었다. 주택가도 개성이 없었다. 이제는 그냥 'LA는 이렇구나'하는 것이 머릿속에 있어서 실망감도 없었다.

  골목을 나와 세탁방으로 갔다. 한국에서도 몇 번 보긴 했지만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은 없었는데. 숙소에서 세탁 서비스를 맡길까 하다가 양도 너무 적어서 그냥 가지고 나왔다. 백 대는 되어 보이는 듯한 세탁기가 가득 차 있는 곳에 맥시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세탁방을 이용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용해야 하나 어리버리 해 하면서 둘러보니 세탁기의 크기가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가격대 별로 크기는 달랐고. 한 쪽은 세탁기였고 한 쪽은 건조기 인 듯 했다. 그러다가 맥시칸 아저씨한테 사용법을 물어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알려줬다. 그래서 이제 동전을 바꾸려는데, 익숙한 한국말.

 

뭐 좀 도와드릴까요?

 

나이는 꽤 드신 것 같은데 패션은 꽤 독특한 한국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부르셨다. "네"라고 말하자 일단 동전을 바꾸라고 하셔서 동전을 바꿨다. 그리고 가장 작은 세탁기로 데려가셔서 세탁물을 넣으라고 하셨는데, 여기에도 가득 안차서 빨까 말까 고민하던 빨래까지 다 넣어 버렸다. 그래도 세탁기는 차지 않았다. 세제 없냐고 해서 없다고 하니까 돈을 받아 가셔서 세제도 뽑아오셨다. 우리는 옆에 있던 세제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집에서 가져온 세제였나보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자리에 앉아서 아주머니랑 대화를 나눴다. 20살 때 독일로 이민 가셔서 40년 살다가 작년에 LA로 오셨다고. 아, 역시 외국물을 드신 분 같은 느낌이었어. 미국 생활 1년만에 이런 일을 하실 수는 없지. 세탁방도 매우 넓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시간은 빨리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신기했다. 많고 많은 세탁방 중에 한국분이 하시는 세탁방에 들어가다니. 세탁기가 다 돌아가서 건조기에 넣고 또 10분 여를 기다렸다. 모든 단계가 끝나서 세탁물을 꺼냈는데, 다 마르진 않았다. 세탁물이 조금이라서 다 마를거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대충 접어서 가방에 넣었다. 땀에 젖은 상태보단 물에 젖은 상태가 나으니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세탁방을 나왔는데 날이 개었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하늘은 맑았다. 캘리포니아는 겨울에만 비가 온다는데 이정도 오는거를 비가 오는거라고 말하는 것인가? 여튼 다행이다. 지하철을 타고 갈까도 했는데 다운타운만 가면 그 안에서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으니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비도 개고 해서 그런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런데 짐이 너무 무거워서 몸은 땅 속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친다고 했던가, 그새 너무 힘들어서 기분이 점점 다운이 됐다. 이건 개성없는 LA 거리 때문이라고 LA를 탓하면서도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래도 다운타운쪽으로 오니까 좀 세련된 분위기가 나는 것 같긴 하다. 빌딩들도 많이 보이고 건물들도 낡은 건물은 많이 없다.

 

  고속도로를 넘기 전에 길거리에서 과일 파는 청년이 보였다. 길거리에 서 있는 차에서 주문을 했는지 과일을 다듬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있었다. 아침을 먹긴 했지만 시간도 조금 지나고 그동안 과일도 많이 못먹었는데 과일을 먹고 싶었다. 조금 지나왔지만 다시 뒤로 가서 얼마냐고 물어봤다. 작은 봉지는 4달러, 큰 봉지는 5달러였다. 생각했던 금액보다는 비쌌지만 봉지가 좀 커 보여서 큰 봉지로 달라고 했다. 무슨 과일을 먹을 것이냐고 해서 머뭇거리자 한 가지씩 가리키면서 물어본다. 수박, 파인애플, 망고, 메론은 많이 넣었다. 사실 이런 것들이 거의 전부. 마지막에 소금을 물어봐서 강하게 NO, 그리고 고춧가루 같은 것도 물어봐서 역시 NO. 아, 작년에 베트남에서 사과에 고춧가루 같은거 쳐 준 것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같은 것인가? 마지막에 큼지막한 망고 덩어리를 안 넣어주고 그냥 두길래 넣어달라고 하니까 통으로 넣어준다. 잘라달라고 하니까 안된다고... 서비스로 더 달라고 했는데 기분이 상했나, 왜 안잘라주지. 어찌됐건 과일을 한봉지 사 들고 바로 옆에 버스정류장에 앉았다. 마지막에 뿌려준 라임 향이 입맛을 자극하면서 과일 맛이 정말 맛있었다. 같은 과일일텐데 그 어느때 먹었던 과일보다 맛있었다. 먹다가 아까 그 망고 덩어리를 먹으려고 했는데 씹히지가 않는다. 씨였다. 아, 씨라서 못자른다고 한거구나. 그런데 어쩜 씨를 이렇게 바짝 잘 발라낼 수가 있나. 과일 장사를 오래 한 노하운가보다. 그래도 가생이에 붙어 있는 망고를 닭다리 뜯어 먹듯이 다 뜯어 먹었다. 배도 불러와서 절반 정도는 남겨뒀다. 이따 점시 먹고 먹으려고. 

 

  지친 몸을 이끌고 고속도로를 넘어 다운타운에 들어갔다. 이곳은 완전 빌딩숲. 차라리 이런 모습이 나았다. 멋지고 높은 빌딩들 사이를 지나면서 고개를 들고 빌딩들 구경하며 사진을 찍느라 하늘만 쳐다보면서 걸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런 세련된 빌딩은 없었는데 LA 다운타운은 뭔가 좀 현대적인 느낌이다. 아, 그동안 내 숙소가 너무 구린 곳에 있었나보다. 사흘동안 실망하고 저주했던 LA에게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샌프란시스코가 난 더 좋다.

  어디로 갈지 여전히 방향은 잘 정하지 못했는데 걷다 보니 동그란 원통이 세워져 있는 높은 빌딩에 그 원통 사이로 여러대의 엘리베이터가 오르락 내리락 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타 보고도 싶어서 빌딩 안으로 들어가니 어떤 호텔이었다. 우리의 차림은 말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쫓으면 호텔이 아니지. 들어가서 내부를 둘러보는데 물도 흐르고 카페도 있고 완전 좋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와는 급이 다른 곳이었다. 엘리베이터를 찾아가니 35층까지인가 있었다. 엄청 높았다. 일단 버튼을 누르고 올라갔는데 6층까지 올라가는 것도 무서웠다. 여기까지는 내부가 보이면서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다리가 아찔했다. 그리고 나서는 반대쪽으로 건물 밖이 보이면서 외부로 나오는 것이었는데 완전 무서워서 허벅지가 저려왔다. 놀이기구 타는 것은 좋아하는데 이런 얌전한 것들은 정말 무섭다. 관람차, 케이블카, 이런 것이 제일 무섭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면서 LA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은 정말 좋았는데 너무 무서웠다. 반면에 여자친구는 전혀 무섭지 않은지 창쪽에 붙어서 밖을 구경하고 자유롭게 움직인다. 35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자마자 건물 안으로 폴짝 뛰어내렸다. 아직도 진정이 안되었는지 다리는 후들후들. 복도를 지나 반대편 엘리베이터로 갔다. 내려가긴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다시 탔다. 타자마자 창밖이 보이니 타는 것도 무서웠다. 엘리베이터 문 쪽에 바짝 붙어 창밖을 구경했다. 멋있긴 멋잇다. 밤에 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1층 버튼을 안누르고 사진을 좀 찍고 내려갔다. 내려가면서는 조금 안심이 되나 싶었는데 6층으로 내려오자 다시 내부 건물의 꼭대기. 휴. 다 내려와서 내렸는데 그래도 재밌긴 재미있어서 한 번 더 탔다. 세 번째 탈 때는 그래도 조금 덜 무서웠지만 무섭긴 무서웠다.

 

  무료 전망대를 올라갔다 내려오니 기분이 좋았다. 길거리 표지판에서 메이시스 백화점을 봐서 그쪽으로 향했다. 더 빌딩 숲 사이로 들어왔는데 메이시스 백화점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외국인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어줄까요?'라고 물어봤다. 우리는 지금 사진 생각이 전혀 없는데. 그래도 이런 친절을 무시할 수 없기에 웃으면서 카메라를 넘겼다. 정말 지쳐 있었지만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땡큐를 연발하며 갑자기 생각나서 아주머니에게 메이시스 백화점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니까 역시 알았다. 내려가서 어떻게 어떻게 가라고 설명을 해 줘서 알겠다고 하니 '그려줄까요?'라고도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일단 이쪽 방향이 아닌 것은 알았으니까 반대로 가면 되겠지.

 

  길을 돌려 내려왔는데 바로 앞에 LA 도서관이 보였다. 겉에서 보기에 정말 오래되 보이는 도서관. 어짜피 지나가는 길인데 한 번 들어가보기로 했다. 겉모습과 비슷하게 1층도 엄청 꾸며진 것은 없었다. 신기한 것은 기념품 샵이 있었다는 것. 도서관에 있는 매점이나 문구점보다는 기념품 샵에 가까웠다. 조금 구경을 하다가 다시 로비로 나오니까 '무료 투어' 안내판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어? 무료 투어네'정도의 생각만 하면서 지나가는데 도서관 직원이 무료 투어에 참가할 것이냐고 물어본다. 아... 전혀 생각도 없었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1시간에서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러자 직원 옆에 있는 두 중년의 아주머니가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아... 어쩔까 하다가 한 번 참여해보기로 했다. 가방이 무거워서 맡길 수 있냐고 물어보니 안내데스크로 가 보라고는 하지만 잘 모르겠다고 했다. 안내데스크로 가서 짐을 맡길 수 있냐고 물어보니 안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짐을 들고 투어 시작!

  투어는 1층 로비에 있는 지도를 보면서 코스를 설명하는 것 부터 시작되었다. 우리에게 영어를 잘 하냐고 물어보았지만 신경쓰지 말라고, 우리는 보는 것(Just looking)만으로도 좋다고 하면서 졸졸 따라다녔다. 전체적으로 따지면 절반도 이해 못한 것 같지만 따라다니면서 보는 것들과 들리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이해를 했다. 물론 수 많은 개그포인트는 모두 놓쳐서 함께 웃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처음 생각 그대로 우리는 보는 것 만으로도 좋았다.

  지도 설명을 끝냈는데 젊은 여자 한 명이 추가되서 총 5명이 되었다. 먼저 밖으로 나가서 외곽을 설명했다. 조각상들이 여러 개 벽에 조각되어 있었는데 도서관의 책 종류에 따라 각각 의미가 담긴 모양들이었다. 1900년대 초에 화재가 있었지만 다시 복구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조각상 뿐만이 아니라 내부 구조도. 그리고 올라갔는데 상상도 못했던 공간이 나왔다. 도서관에 어떻게 이런 공간이 있을까, 넓은 2층 로비에 사방으로 벽화가 둘러있었고 계단에는 다른 조각상들도 조각되어 있었다. 대리석 바닥과 천장도 아름다웠다. 안타까운 것은 여기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뭔가 사연이 깊을 것 같은데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건축가가 이런 것을 좋아했다고 정도로만 알아들었다.

  실 안으로도 들어가보았는데 어린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상당히 좋았다. 자유롭게 소파에 널부러져서 낮잠을 자는 학생, 책을 읽는 학생, 푹신한 의자에 눕다시피 앉아서 티비를 보는 학생이 보였다. 신기한 것은 티비 소리가 다른 곳으로는 안퍼지고 스피커 주변에서만 소리가 들렸다. 시설들도 현대식 시설보다는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었지만 학생들이 상당히 좋아하게 꾸며놓았다. 전통 카페트에도 여러가지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기타, 곰, 키스하는 남녀 등의 무늬를 찾아볼 수 있었다. 구연동화를 위한 작은 연극무대도 있었다. 한국에서 내가 다녔던 도서관에서는 보지 못했던 모습들, 한국에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처음 접하는 도서관의 모습에 연속으로 충격을 받았다.

 


  신관으로 넘어가서도 여러가지 시설들을 구경했다. 지하 4층, 지상 4층 정도로 지어져 있고 신관과 구관이 이어져 있는데 잇는 통로는 에스컬레이터로, 에스컬레이터 위쪽은 모두 빈 공간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천장에 구조물이 달려 있었는데 상당히 신기했다. 뭔가 여기에도 투어 가이드가 많이 설명했는데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건축학을 모르지만 분명히 건축학적으로 여기에 뭔가 있을 것 같다. 열람실에도 들어가 보았는데 흥미로웠던 것은 할아버지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확실히 미국은 노인층이 뭔가 한국보다는 활발한 것 같다. 영화 매표소 직원도, 박물관 안내원도 노인들이 많았으니까. 한국에서 쉽게 아르바이트처럼 일 할 수 있어 젊은이들이 많이 가 있는 자리에 노인들이 많이 있다는 것. 그렇다면 정규직원 같은 직업군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분포해 있는 것일까?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만약에 정말 이렇다면 좋은 사회인 것 같은데...

  컴퓨터실도 구경하면서 지나갔는데 미리 등록을 해야 하고 게스트는 입구의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무료 와이파이가 잡힌다고 해서 해보니까 정말 되었다. 컴퓨터실에는 젊은이들이 있었는데 내가 본 첫 번째 젊은 남자는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하고 있었고, 두 번째 젊은 남자는 구글에서 '비키니 입은 여자'를 검색했는지 비키니 여자 사진만 계속 보고 있었다. 개방된 공간에서. 우리나라 같았으면 구석에서 몰래 보다가 우리같은 투어 일행이 온다면 ALT + TAB을 잽싸게 눌렀을텐데...

  1층으로 올라와서는 끝나나 했는데 야외로 데리고 나갔다. 출입금지 되어 있는 줄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보니 평상시에는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인가보다. 투어가 아니면 이런 공간에도 와 보지 못했겠지. 도서관이 건립될 당시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기둥들이 있고 기둥에는 동화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조금 옆에 정원에는 철로 담장이 되어 있었는데 세계 여러 나라의 말로 글이 새겨져 있었다. 고개를 돌리다 보니 한글도 있었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

Reading is food for the mind

 

한글을 보자 신도 나고 자긍심도 생겨서 투어 일행들에게 한글 자랑을 했다. 그러자 무슨 뜻이냐고 물어봐서 "Reading is food for the heart"라고 하니까 heart를 심장으로 이해 하는 것 같았다. 다 다시 되묻고. 그래서 어떻게 설명을 해 줄까 고민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soul이란 단어를 이야기 해서 heart 보단 soul이 맞는 것 같다고 하니까 다들 이해를 하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밑에 영어로 번역이 되어 있었다는 것.

  다시 1층 로비, 시작한 곳으로 와서 투어는 끝이 났다. 기념품으로 LA 도서관 책갈피를 받았다. 그리고 투어 가이드 아주머니와 사진도 찍고 헤어졌다. 우리는 메이시스 백화점으로 갈 것인데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까 그쪽으로 가는 투어 일행 할머니가 있어서 같이 가자고 했다. 가면서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봐서 더듬더듬 대답하면서 가니 금방 갔다. 우리는 메이시스 백화점으로 가고 그 할머니는 지하철을 타러 가고.


  무거운 가방과 짐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쉴겸 아이쇼핑도 할 겸 건너편에 있는 월그린에 들어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많이 보던 월그린. 카트에 짐을 내려 놓으니 몸이 날아갈 것 같았다. 구경을 좀 하면서 쉬기도 했지만 뭘 산 것은 없었다. 가방에 있는 초코바를 꺼내 먹으면서 아이쇼핑만. 적당히 쉬다가 밖으로 나와 메이시스로 나왔다. LA 다운타운에 있는 메이시스 백화점이었지만 다른 곳 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단독건물이 아니라 빌딩 밑에 세 들어와 있는 메시이스 백화점 같았다. 여기저기 구경했지만 역시 싼 것은 없었다. 폴로 옷도 우리나라 보다는 싼 것 같았지만 세금이 붙고 하면 조금 싸거나 비슷한 것 같았다. 배가 고파서 지하 1층에서는 밥을 먹었다. 장사가 잘 안되는지 문 닫은 집이 조금 있어서 삭막해 보였다. 칼스주니어에서 햄버거, 한국 식당에서 비빔밥을 시켰다. 한국인 젊은 부부 주인님이 나를 알아보는지 바로 한국말로 주문을 받는다. 음료수가 한 개 무료였지만 받지 않았다. 우리 것을 먼저 먹어 없애버려야 하기 때문에... 햄버거에서도 음료수는 주문하지 않았고. 밥을 먹으니 그래도 좀 힘이 났다. 그래도 가방을 매니 몸은 축 쳐졌다.

 

  엄청나게 고민을 하다가 지하철을 타기로 결정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고 차이나타운, 리틀도쿄를 보려고 했는데 충분히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안될 것 같다. 나는 어떻게 해도 여자친구는 정말 너무 힘들어보였다. 전철역으로 내려가서 원데이 패스를 끊었다. 잔돈이 없어서 큰 돈으로 냈는데 거스름돈이 모두 1달러짜리 동전으로 나왔다. 사용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한 1달러짜리 동전. 여자친구는 걱정을 했다. 앞으로 LA에서 전철 탈 일이 없는데 이런 동전을 받으면 어떡하냐고. 그런데 거스름돈도 없었는데 어찌했겠는가. 그래도 나는 전철에서 '메달'정도밖에 되지 않는 1달러 거스름돈을 줄리가 없다고 하였지만 확신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변에 역무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답답했는데 미화원 아저씨가 보여서 가서 물어보니 일반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일단 믿고 가기로 하고 전철을 탔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숙소에서 나올 때 부터 전철 탈껄. 오전 내내 힘 다 빼고 전철을 타다니... 그래도 전철을 안탔기 때문에 LA 도서관 투어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받아들였다.

 

  먼저 간 곳은 시청이었다. 전철을 내려 시청으로 걸어가는데 길거리가 정말 더러웠다. 맥시칸 동네만큼은 아니었지만 다운타운 이미지에는 전혀 걸맞지 않았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봤는데, 사람들이 다 차를 타고 다니고 걸어다니는 사람이 우리나라만큼 없으니까 인도는 청소를 잘 안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인도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홈리스들 말고는... 시청 건물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얀색의 높은 시청 건물. 멋있는 듯 하면서 별로 멋은 없었다. 왜, LA는, 샌프란시스코만큼 우리에게 이렇게 끝까지 감동을 주지 않는 것인가. 시청을 가면서 미술관도 봤는데 차라리 이런 곳을 왔으면 더 좋았을껄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길을 건너 시청을 한 번 들어가보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는데, 완전, 이건 쓰레기장 같았다. 입구 주변에도 지저분한 쓰레기가 널려있었다. 문은 잠겨 있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실망을 금치 못하고 그냥, 그래도 왔다는 기념 사진만 찍고 갔다. 시청부터가 지저분한데 길거리가 깨끗할리가 있나... LA는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

 

  버스를 타고 유니온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전철을 타고 리틀도쿄에 가기 위해서. 한 정거장이었지만 오늘 데이패스 뽕을 뽑아야 하므로 버스도 막 타고 전철도 막 타기로 했다. 사실 힘들기도 하고. 유니온 스테이션은 생각보다 작았다. 다운타운 중심에 있고 온갖 노선이 다 모이는 곳이어라서 엄청나게 클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내부는 넓고 컸다, 밖에서 보는 것 보다는. 입구로 들어가는데 엄마랑 아이가 지나가는데 엄마가 우리한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부탁도 안했는데. 미국 사람들은 이런 것을 좋아하나보다.

  입구를 들어가니 메가버스 안내판이 작게 있었다. 대강 방향을 알았으니까 이따 저녁에 잘 찾아오기로 하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내부는 옛날 영화에나 나올 법한 고풍스런 분위기가 가득한 대합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가득 찬 사람들. 해리포터 느낌이라고나 할까? 지하철역으로 가서는 항상 탔던 Red라인이 아니라 Gold라인을 탔다. 이건 지상으로 다니고 전철도 짧다. 경전철느낌. 전철을 탈 때 경찰 제복같은 옷을 입은 남녀가 여러명 탔는데 전철 표를 휴대폰 같은 곳에 대보면서 검사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도 검사를 했는데 표를 찍으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들어올 때 개찰구가 없어서 표를 안찍고 들어왔던 것. 나가면서 찍으라고 하고 지나갔다. 금방 리틀도쿄 정류장에 도착해서 나가면서 표를 찍고 나갔다.

 

  리틀도쿄는 걸어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입구부터 일본풍 느낌이 물씬 나는 분위기였다. 리틀도쿄는 정말 '리틀' 사이즈다. 그냥 지나가기만 하면 3분도 안 걸릴 것 같은 면적에 일본식 가게들이 있었다. 기념품샵과 일본 물건을 살 수 있는 마트, 음식점들이 사실 전부다. 그래도 이 작은 공간에서 일본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깨끗하게 잘 꾸며놓은 것이 매우 좋았다. 저녁을 먹었으면 좋았을 것을 점심을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배가 안꺼져서 밥 생각은 안났다. 사진면 몇 장 찍고 다시 돌아서 전철역으로 갔다. 짐이라도 가볍고 하면 오래 구경이라도 할텐데...

 

  전철을 타고서는 두 정거장을 올라가서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그런데 내리자마자 비가 살살 오는 것이 오래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바로 앞에 있는 상가로 들어가봤는데 6시가 되어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문들을 다 닫고 있었다. 비도 오고 어두워지고 문도 닫는 것을 보니 차이나타운 구경은 힘들 것 같았다. 그냥 샌프란시스코에서 실컷 본 것으로 LA 차이나타운은 접었다. 배가 살짝 고파져서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바로 앞에 있는 베트남쌀국수 가게로 들어갔다. 차이나타운에 베트남쌀국수. 베트남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쌀국수 한 개랑 분짜 한 개를 시켰다. 분짜는 동생한테 맛있다고만 들었지 먹어본 적은 없어서 한 번 시켜보았다. 조금 오래 기다리는 듯 할 때쯤 분짜랑 쌀국수가 나왔다. 분짜는 돼지고기를 동그랗게 만들어서 구운 것 같은데 맛있었다. 이걸 야채랑 같이 쌈을 싸 먹는 것인데 베트남 그 특유의 향이 나는 나물(?) 같은 것이랑 같이 먹는데 괜찮았다. 쌀국수도 베트남에서 맛보았던 맛이랑 거의 비슷한데 꼭 그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역시, 원조는 베트남 현지로 가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나왔다. 비는 좀 그쳤지만 많이 어두워져서 더 이상 다른 곳을 구경하기는 힘들었다.

  유니온 스테이션에 가서 12시까지 메가버스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었지만 특별히 어딘가를 더 갈 곳도 없었다. 조금 고민을 하던 끝에 LA에서 아직 사지 못한 머그컵을 사기로 했다. UCLA에서 제일 싸게 팔았지만 거기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었고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전철로 쉽게 갈 수 있는 헐리우드에 가기로 했다. 전철을 타고 편하고 빠르게 헐리우드에 가서 어제 보았던 컵을 싼 가격에 샀다. 많이 있어서 엄청 고르면서 샀는데 기념품으로 대량생산되는 컵이라 그런지 상처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시 유니온 스테이션에 왔지만 시간은 아직 많이 남은 상황. 메가버스 정류장을 확실히 찾아놓고 대합실로 갔다. 메가버스 정류장은 들어갔던 입구 반대편에 있었는데 이렇게 지나가보니 유니온 스테이션이 엄청 크다는 것을 알았다.

 

  대합실에 앉아서는 아침에 챙겨나온 아보카도를 꺼내서 먹어보았다. 골고루 보라색이 되어서 말랑말랑 맛있을 것 같았는데 이것만 먹기에는 특별히 맛이 별로 없었다. 계란 노른자보다 덜 퍽퍽하지만 더 반죽이 잘 된 것 같은(?) 알맹이였는데 느끼한 듯 하면서도 굉장히 좀 설명하기 힘든, 두리안 같은 감촉이지만 두리안 보다는 약한, 그런 맛이었다. 조금 먹다가 버렸다. 주먹보다 작은 크기였지만 둘이 다 먹지 못하고. 그냥 이건 서브웨이 샌드위치 속에 넣어서 먹어야만 맛이 있을 것 같다.

  남는 시간 동안에는 노트북으로 영화 한편이랑 다운받아놓은 힐링캠프를 봤다. 그러다 노트북 배터리 수명이 다 닳아서 셀카놀이와 화보촬영놀이. 10시인가, 시간이 늦어지자 표가 없는 사람들은 경비원들이 역 밖으로 내쫓았다. 사람이 많이 없어졌지만 밤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인지 소파에 옹기종기 앉아서 잠을 자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11시 30분 정도가 되서 메가버스 정류장으로 가 보았는데 줄을 많이 서 있었다. 앞쪽에 줄 설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어서 좀 놀랐다. 그리고 우리 뒤로도 순식간에 5-6명이 붙었다. 예비 표를 보여주니 무슨 번호표를 주면서 설명을 하는데 도저히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모르는 단어가 있어서. 옆에 있는 사람이 친절히 설명해 줬지만 왜 줬는지는 이해가 안됐다. 중요하다고 하면서 탈 때 기사를 보여주면 된다는데... 그럼 내가 보여주는 원래 예약번호는 뭔지.

  12시가 조금 안되어서 오랜만에 보는 메가버스가 왔다. 전광판에는 LAS VEGAS를 켜고. 아- 드디어 라스베가스로 가는구나. 실감이 팍- 되었다. 아까 나누어 준 임시표를 받으면서 차에 탔다. 좋은 자리에 앉고 싶었는데 늦게 타서 못앉을줄 알았는데 여긴 좋은자리가 없었다. 새크라멘토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왔다갔다 하는 차랑은 조금 달랐다. 좌석이 조금 더 빽빽하게 있는지 다리를 쭉 펼 수 있는 자리 앞에 의자가 있어서 특별히 편한 자리도 없었다. 2층 적당한 자리에 자리 잡고 앉아서 가방을 발 아래 내려놓았다. 의자가 높아서 이렇게 안하면 발이 땅에 겨우 닿아서, 여자친구는 안닿아서 발이 불편하다. 의자 밑에 있는 콘센트에 핸드폰이랑 디카 배터리를 연결해놓고 충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눈을 감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았는데 눈이 금방 감겼다.

 

  아- LA. 다시 찾아온다면 여유로운 마음으로 조금 더 LA에 대해 공부해서 오고 싶기도 하고 못 가본 곳도 가보고 싶다. 천문대랑 디즈니랜드.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지낸 LA.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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