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31일차> 라스베가스 - 호텔 구경

inhovation 2016. 10. 12. 00:00

2013년 2월 10일 일요일

 

  우리는 라스베가스에서의 일정이 길다. 무려 5일. 오늘이 이틀째다. 그랜드캐년은 내일 가기로 하고 오늘은 하루 종일 호텔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어제는 야경을 중심으로 보았다면 오늘은 아침부터 여유를 가지고 많이 돌아다녀보기로. 지난 블로그때도 썼던 것 같은데, 라스베가스는 호텔들이 다 화려해서, 겉이나 안이나, 호텔에 꼭 머무르지 않아도 이곳저곳 들어가서 구경하는 것도 꽤 재미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안에 있는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라스베가스에서 먹어보는 첫 아침. 토스트, 햄, 고기패티, 계란, 감자 등이 나왔다. 부실해 보이지만 정말 배부르다. 다 먹고 일어날 때는 배를 잡으며 큰 숨을 쉬게 만들 정도로. 여자친구는 밥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밥이 없어서 이 사람들은 탄수화물 섭취를 어떻게 할지 궁금했는데 감자가 나오는 것을 보니 이거로 대체하나보다. 하긴, 빵도 많이 먹지.

 

  아, 그랜드캐년 예약 이야기를 빼먹었다. 어제 밤에도 돌아다니면서 길거리에 있는 많은 투어 부스를 보았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그랜드캐년 투어만큼 저렴한 것은 없었다. 79.99달러에 아침, 점심까지 주는 버스투어. 우리나라사람이 운영하는, 네이버 지식인에서 미국여행으로 유명한 사람의 투어도 보았는데 100달러 정도였다. 미국 여행사에서 투어를 가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멍하니 있어야 한다는 블로그들도 많이 보았지만, 우리가 그랜드캐년에 대한 설명을 '들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보러' 가는 것이니 큰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우리는 그랜드캐년 투어를 미국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두 사람을 선택하고 결제를 하는 매우 간단한 방법. e-mail로 예약 확인 메일이 와서 우리의 예약이 잘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결제 하기 전에는 경비행기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엄청나게 들었지만, 두배가 넘는 금액 때문에 과감히 포기! 버스를 타고 오랜 시간 지루하게 달리면서도 미국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믿음을 갖고...

 

  라스베가스에 와서 꼭 해야 할 큰 두 가지 일 중에 한 개를 마쳤다. 그랜드캐년. 남은 한 가지는 유명한 라스베가스 쇼 구경이다. 라스베가스를 간다고 하니 한국에서 아는 분이 쇼를 꼭 보라고 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쇼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떤 쇼를 보아야 할지 종류도, 가격도 너무 다양했다. 그리고 쇼가 어떤 공연장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호텔들이 각자의 공연장을 가지고 있어서 호텔에서 하는 쇼였다. 호텔 투어를 하면서 쇼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기 시작했다. half price라는 쇼 예약 부스가 있었는데 이건 모든 호텔의 쇼를 종합해서 파는 포털부스(?) 같은 것이었다. 바가지는 아닐까 걱정도 했는데 오히려 좀 더 저렴한 것 같았다. 반값 까지는 아니었고...

 

  여튼, 호텔 투어 이야기로 넘어오면... 가장 먼저 간 곳은 앙코르 호텔이었다. 옆에 있는 윈 호텔하고 건물이 똑같이 생겼다. 그리고 연결도 되어 있었고. 아마 같은 계열사인듯?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여기 있는 호텔도 몇 개씩 같은 계열사로 묶여 있다. 나중에 쓰겠지만, 그래서 여러 개의 호텔을 돌아다니면서 이용할 수 있는 부페이용권도 팔고. 호텔 안에는 붉은 색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용이나 뱀으로 많이 꾸며져 있었다. 왜그런가 했던 설날, 중국의 춘절(?)이라서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인테리어였다. 아, 오늘이 설날이었지... 한국에서도 호텔들은 거의, 전혀 가 보지 않았는데 내가 지구 반대편 라스베가스에서 이런 고급 호텔들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다니. 어제도 그렇고. 정말 감개무량이다. 럭셔리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내부는 정말 멋있었다.

 

  앙코르 호텔과 윈 호텔까지 쭉 돌아보고서는 건너편에 있는 쇼핑센터(?)로 갔다. 안에는 백화점도 있었고 여러 브랜드샵들과 푸드코트도 있었다. 점심을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는데 이따가 이곳에 와서 먹기로 했다. 좋은 것은 여기 푸드코트에서도 샘플을 준다는 것. 시식=샘플. 밖으로 나와서는 유명할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조형물 앞에서 사진도 찍고, 멋진 호텔들을 배경으로 마음껏 사진을 찍었다. 라스베가스는 밤에만 화려하다고 했지만, 밝을 때 보는 라스베가스도 밤에 보는 화려함과는 다르게 나는 멋지게만 보였다.

  쇼핑센터를 나오면서는 half price에 가서 이런저런 쇼 정보를 물어보았다. 아침에 다른 곳에서도 물어 보았을 때 O쇼랑 RE LEVE쇼랑 비슷한 water show라고 한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러다 KA쇼도 알게 되어서 직원에게 어떤 것을 추천하냐고 물어보니 장르가 완전 달라서 뭐라고 말해주기 어렵다고 한다. 액션을 좋아하면 KA쇼를, 그렇지 않으면 water쇼를 보라고 하는데... 일단 정보는 더 알게 되었지만 우리의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여자친구랑 한참을 고민한 끝에 RE LEVE를 보기로 했다. O쇼는 정말 유명하지만 등급에 따라 좌석이 다른, 일자형 무대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저렴한 표를 사면 제대로 구경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에서였다. RE LEVE는 원형극장이라서 어디에 앉든지 공평(?)할 것이라는 결론. 내일은 그랜드캐년을 가기로 해서 내일 모레 표로 예매하기로 했다. 그래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내일 모레 표는 예매가 안된단다. 아, 이런. 자리가 금방금방 동이 난다고, 여자친구가 그러는데, 어쩔 수 없었다. 아침에 일찍 오픈 하자마자 예약하는 수 밖에.

 

  쇼핑센터를 나와서 다음으로 들어간 호텔은 팔라조 호텔과 베네치안 호텔. 두 호텔도 같은 계열사인지 건물이 똑같이 생겼다. 여자친구가 미국 오기 전에 라스베가스 호텔들을 알아보면서 베네치안 호텔 안에는 정말 베네치아처럼 물길이 있고 배가 떠다닌다고 했는데 과연 어떨지, 나도 기대가 되었다. 일단 호텔을 들어가니 쉽게 물길은 찾을 수 없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카지노에서 누가 남겨놓은 돈으로 갬블도 조금 하면서 구경을 했다. 따로 백화점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명품 가게들이 길 따라 즐비해 있었다. 물론 우리는 눈으로만 구경... 그러다가 들려오는 노랫소리, 그러다가 눈 앞에 펼쳐진 수로!?

  정말 호텔 안에 물길이 있었다. 작은 그런 물길이 아니라 끝이 어디로 연결 되어 있는지 모를 정도의 긴 수로. 배, 곤돌라에는 관광객이 타 있고 뱃사공이 노를 저으면서 노래를 불러준다. 정말 베네치아는 이런지 모르겠지만, 사진으로만 보던 그런 모습. 신기했다. 우리도 타고 싶은 생각이 좀 들었는데 뱃삯을 알게 된 후에는 그 마음이 싹 가셨다. 천장은 어제 시저스팰리스에서 보던 것 처럼 구름 모양으로 되어 있었는데 정말 맑은 하늘을 보는 것 같았다. 조금 티는 났지만. 광장 같은 곳 주위로는 멋진 이탈리아양식(?)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지만, 무슨 유명한 건물들인지는 모른채 사진만 찍었다.

 

  수로를 따라 한참을 구경하다가 팔라조 호텔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찾아가보니 부채춤 공연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정말 많아서 뒤쪽에 서서 겨우 볼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이 바로 무료 쇼. 어제 서커스 호텔에서 봤던 것 처럼, 딱 무료 쇼 같은 느낌이었다. 부채쇼가 끝나고 나서 옆에서는 새해 맞이 선물을 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처음에는 뭔가 해서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은근히 줄도 잘 빠지고 그냥 정말로 조건 없이 공짜로 나눠줘서 우리도 줄을 서서 받았다. 빨-간 종이 봉투 안에 들어있는 것은 동전모양 초콜릿하고 10달러 쇼핑카드. 봉투에 금박으로 한문이 써 있었는데 금방이 가루로 묻어 나와서 봉투는 그냥 버렸다. 10달러 카드는 호텔 안에 있는 가게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자친구랑 나랑은 다른 가게의 카드를 받았다. 매장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들어가봤다. 그런데,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몇 백달러 하는 중년 여성 전문 옷가게... 10달러를 쓰자고 몇 백 달러를 쓸 수 없기에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다. 라스베가스에서 쇼핑은 불가능한 것이구나...


  호텔을 나와서 아까 갔던 쇼핑센터에 있는 푸드코트를 갔다. 점심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메뉴 선정에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다. 딱히 엄청 끌리는 것이 없는... 그냥 제일 평범한 일식집으로 가서 우동, 볶음밥을 시켜 먹었다. 맛은 뭐, 그저 그랬다. 맛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맛있지도 않은. 다음 식사는 이곳에서 할 생각이 사라지게 하는 정도의 맛. 밥을 대충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후는 그냥 휴식. 힘이 들어서.

 

  저녁이 되어서 다시 나왔다. 서커스 호텔 안에는 작은 놀이동산이 있었는데 무료 이용권이 있어서 한 번 타보기로 했다. 무료 표가 없으면 20달러 정도인가 자유이용권, 또는 놀이기구마다의 몇 달러씩을 내고 이용해야 하는데 우리는 1가지 놀이기구 1회 이용권이 있어서 딱 한 가지만 타 보기로 했다. 엄청냔 규모의 놀이동산이면 몰라, 실내치고는 크지만 그래도 작은 놀이동산이고 특별한 놀이기구도 없어서 다른 것을 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무엇을 탈지는 한 바퀴를 돌고 나서 결정했는데, 롤러코스터를 타기로. 작은 놀이동산에서 탈만한 것이 이것밖에 없었다. 표로 바꿔서 바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사람도 없어서 줄도 없었다. 작은 놀이동산이기에 금방 끝났다. 엄청나게 무섭거나 한 그런 것은 없었다.

 

  간단하게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도 타고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할인쿠폰이 있는 서커스 호텔 1층 식당으로. 무엇을 먹을까 엄청 고민을 하다가 catfish라는 메뉴가 추천이었지만 생산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기에 제꼈다. 그런데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미국 여행 정보를 보니 미국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라고... 아... 여튼, 나는 다른 추천메뉴인 소고기 스테이크를 선택했다. 일반적인 안심이나 그런 부위는 아니고 영어사전에 검색해도 안나오고 무슨 부위인지 모르는 소고기였지만 맛있다고 하기에 선택. 여자친구는 새우요리를 시켰다. 나는 사이드메뉴를 두 개 선택하게 되어 있어서 일단 밥을 한개 시켰는데 종업원이 "Two rice?"라고 되물었다. 아, 여자친구가 시킨 요리에 밥이 없어서 밥을 두개 준다는 것인가? "Yes."라고 말하자 종업원이 알겠다고 하고 갔다. 영문은 잘 몰랐지만, 여튼 난 사이드메뉴를 시켰으니까.

  조금 오래 기다리고 나서 우리의 저녁 메뉴가 나왔다. 여자친구는 새우요리에 밥도 볶아져있었다. 나의 메뉴는. 이런. 충격을 감출 수가 없었다. 밥 두 그릇에 양념이 부어진 고기가 전무. 뭐지. Two rice가 이런 의미였나? 김치는 기대할 수 없겠지만 피클이나 다른 야채도 전혀 없다. 밥과 고기. 땡. 이게 나의 저녁식사 전부였다. ... 사이드메뉴에 감자도 있고 계란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밥만 두 그릇 먹게 되다니. 휴... 여자친구와 정말 실소를 금치 못하였지만, 여자친구 메뉴에 야채도 좀 있고 해서 그냥 먹기로 했다. 밥과 고기만. ...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었다. ...


  황당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일찍 잤다. 내일 그랜드캐년에 가려면 새벽 5시에는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했다. 6시 40분에 호텔 앞에서 픽업을 한다고 하니. 기대된다. 내일, 그랜드캐년,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그 그랜드 캐년. 과연 어떤 곳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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