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30일차> 라스베가스 - 호텔 구경

inhovation 2016. 10. 11. 00:00

2013년 2월 9일 토요일

 

  비몽사몽. LA에서 라스베가스로 갈 때 중간에 어딘가에서 쉰다고는 들었는데 기억은 잘 안난다. 눈도 몇 번 뜬 것 같고 어수선했던 것 같은 기억을 살려보면 어디에 잠시 멈춰서 쉬었다 간 것도 같은데 기억은 없다. 그러다 눈을 떴는데 버스는 어둠 한가운데를 달리고 있었다. 구글 지도를 켜서 확인해 보니 약 한시간 정도만 더 달리면 라스베가스에 도착할 것 같았다. 저 멀리 휘황찬란한 불빛이 보이는 곳이 라스베가스인가 했는데 근처에 있는 다른 호텔이었다. 라스베가스 외곽에 있는 그냥 호텔인가보다 여기는. 비몽사몽으로 잔 것 같기도 하고 안 잔 것 같기도 한 기분으로 버스에서 조금 더 있으니 버스정류장에 도착을 했다. 공항 옆에 있는 큰 버스정류장.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고속버스 터미널 같은 곳은 아니었고 버스 서는 곳이 십 수개 있는 버스터미널이었다.

  짐을 내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는 짐칸에 짐이 없으니 바로 내려서 잠을 좀 깼다. 덜 깬 기분으로 일단 화장실부터 다녀오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갔다. 라스베가스에서 버스를 타야 하는데 아직 이곳의 교통시스템 개념을 다 파악은 하지 못했다. 버스티켓파는 판매기가 있었는데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잘 모르니 다른 사람들이 뽑는 것을 구경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이 다 구경하고 있었다는 것. 그것도 티 안나게 몰래, 그러나 다 티가 나는. 우리도 그랬겠지.

  1일 패스, 3일 패스, 7일 패스, 30일 패스, 뭐 이런 식으로 있는 것 같았고 가격도 대충 보아서 우리는 어떻게 구입을 하는 것이 좋을지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6시 전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대합실 밖에 다 서 있었는데 6시가 넘어서 그런지 직원이 대합실 문을 열어서 안쪽에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서 일단 앉았다. 그리고 어제 밤에 유니온스테이션에서 사 놓은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었다. 미국 와서 자주 사먹는 서브웨이 샌드위치. 오늘 아침에 배고플까바 어제 밤 버스 타기 전에 사 놓은 건데 정말 잘 산듯. 샌드위치를 먹고 창구에 가서 버스 노선표를 얻을 수 있냐니까 큼지막한 지도를 준다. 노선이 적혀있는 것이어서 우리가 묵을 숙소로 가야 할 노선을 찾았다. 그리고 여기서 머무를 날짜들을 계산해서 몇일 패스로 사야 할지를 계산했다. 중간에 그랜드캐년도 다녀와야 하니 일주일패스로 하는 것은 경제적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다 오늘은 일단 데이패스를 해서 숙소로 가고 내일 3일 패스를 하든지 말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딱 맞게 돈을 잘 넣고 데이패스 두 장 구입. RTC 버스인데 라스베가스에 다니는 버스는 다 되는 듯 하다. 데이패스라기보다 24시간 패스라는 말이 더 정확하겠지. 버스가 24시간 다니는 것도 있다.

 

  버스표도 샀으니 밖으로 일단 나와서 어디서 버스를 타야 할지를 찾아야 했다. 각 노선별로 서는 곳이 너무 많아서 찾을 수가 없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우리가 나온 반대쪽으로 안내한다. 역시, 모를 때는 물어보는 것이 최고. 조금 기다리자 버스가 왔다. LA에서는 볼 수 없었던 2층 버스. 2층 맨 앞에 앉아서 버스가 출발하길 기다렸다. 버스카드 찍는 방법이 신기했는데 버스카드를 타면서 카드 긁듯이 긁는 방법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보여주기, LA는 한국 교통카드처럼 갖다 대기, 그리고 이곳 라스베가스는 긁기. 한 나라 미국이면서도 도시별로 방법이 다 다르다니.

  버스는 승객을 조금 태운 후에 출발하기 시작했다. 어둑어둑해서 잘 보지 못했던 사막이 버스 밖 창문 너머로 펼쳐졌다. 사막 가운데 지은 도시라고만 들은 말이 정말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코너를 돌자 그렇게도 많이 들었던 '스트립'으로 들어섰다. 라스베가스 블루버드를 '스트립'이라고 부르나보다. 저 멀리 보이는 것들이 영화에서만 보던 호텔인가. 떠오르는 해를 머금고 있는 듯한 황금색 건물, 만달레이 베이 호텔부터 우리 눈 앞에서 금빛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뒤이어 나타난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그리고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MGM. 파리의 개선문과 에펠탑.... 연신 카메라 셔트를 눌러대며 '이곳이 정말 라스베가스인가' 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멀리 보이는 탑은 꼭대기에 무서운 놀이기구가 있다는 그 탑인 것 같다. 호텔들을 구경하며 우리의 숙소로 갔다. 우리 숙소는 스트립 중심부를 지나 변두리(?)에 있었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6시. 무거운 짐을 들고 돌아다닐 수는 없고 LA처럼 짐을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로비로 갔다. 로비로 가는 길은 길고 유혹이 많았는데 입구부터 카지노가 계속해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나중에 호텔들을 모두 돌아보면서 파악한 것이지만 로비는 모두 안쪽에 숨겨져있다는 것. 꼭 숨겨져있다기 보다는 카지노가 먼저 고객을 반긴다는 것이 조금 더 적절한 것 같다. 체크인은 2시라고 써 있었지만 우리는 짐만 맡길 것이기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남자직원이 우리를 불러서 나는 그의 앞에 서서 우리의 사정을 설명했다. 또박또박 문법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밤에 LA에서 출발했다.

조금 전에 도착했다.

우리는 오늘부터 이곳에 머무를 것이다.

그런데 체크인 시간이 2시인 것을 보았다.

우리에게 짐이 있다.

맡겨줄 수 있느냐.

 

구구절절한 사연을 이야기하자 남자 직원은 '물론 맡길 수 있고, 뒤쪽에 말하면 된다. 그런데 체크인 시간은 10시이다'라고 대답했다. 2시가 아니라 10시라니. 재차 확인을 하니까 맞다고 한다. 비수기라서 얼리체크인이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면 4시간만 버티면 되는데... 우선 체크인에 대한 것은 고민해 보기로 하고 한 가지 더 물어봤다. 정말 이해가 안됐던 것인데 라스베가스에서는 와이파이요금 등에 대해 별도의 부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기본적인 숙박비 이외에 왜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하는 와이파이에 대해 요금을 받는지 이해가 안됐다. 그래서 물어보니 와이파이는 무료라고 하는 것이었다. 잉.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는 소파로 돌아가서 두 가지 기쁜 소식을 전했다. 10시 체크인과 무료와이파이. 일단 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야 했는데 4시간만 기다리면 짐을 방에 놓을 수 있으니 기다리기로 했다. 방전된 노트북을 꺼내 어댑터를 연결하고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면 금방 갈 줄 알았던 시간이 지루하게 흘러갔다. 몸이 피곤하니 시간이 늦게 가는 것만 같다. 어느덧 10시가 되어 줄을 서고 체크인을 기다렸다. 아까 우리를 맞아주었던 남자직원 옆의 여자직원이 우리를 불렀다. 그런데 체크인을 한다고 말하자 갑자기 얼리체크인을 이야기하면서 추가요금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건 뭐지?

  흥분해서 당신네 직원이 10시 체크인을 말했고 추가요금이 없다고 말하자 누가 그랬냐고 나에게 물어봤다. 옆 직원을 가리키자 옆 직원이 자기 손님을 보다가 우리 직원에게 우리가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어서 10시에 해준다고 한 것이니 그냥 하라는 것이었다. 오... 멋진남자. 여자 직원은 알겠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몇시에 왔냐고 물어봐서 5시라고 말해주었다. 역시, 세상에 규정이 다 있어도 안되는 것은 없다. 착한 남자 직원 덕분에 무탈히 얼리체크인가격을 내지 않고 얼리체크인을 해서 숙소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바로 골아 떨어졌다. 밤새 버스를 타고 왔어도 피곤하긴 피곤했나보다.

 

  오후에 일어나서 남은 햇반과 3분요리를 먹고 밖으로 나갔다. 24시간 버스이용권도 있는데 뽕을 뽑아야지. 호텔에서 나가는 길은 참 길었다. 온갖 놀이시설과 재미있는 볼거리들, 그리고 수천대는 족히 되 보이는 듯한 카지노 기계들과 게임들을 보는데 시간가는줄 몰랐다. 이렇게 우리의 라스베가스 호텔 셀프투어는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본 것은 서커스서커스 호텔의 간이 서커스였다. 라스베가스에 많은 무료쇼가 있다고 하는데 서커스서커스 호텔에서는 그 이름에 맞게 서커스를 보여주었다. 시간이 정해져 있고, 꽤 자주, 간단한 서커스를 했다. 작은 무대가 있고 위에는 그물망과 그네가 걸려 있었다. 사실 본 쇼가 시작되기 전에 낙하 연습을 하는 모습이 더 재미있었다. 실제 공연은 끈으로 만든 그네에서 발목만 매달려서 그네를 타고 하는 이런 묘기를 보여주는 짧은 쇼였다. 딱- 무료쇼 같은 느낌. 다음 공연은 훌라후프였는데 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끈 그네쇼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한다는 점. 특히 드러머가 할아버지였던 것이 기억에 더 남는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드럼을 치는데, 예전부터 계속 생각했던, 역시 미국은 노인인구의 이런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을 여기서도 보고 알게 되었다.

 

  다른 호텔 이곳 저곳을 계속 구경하는데 참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 지를 모르겠다. 밤에 그렇게 휘앙찬란하다는 라스베가스를 직접 눈으로 보니 글로,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사실 기대치가 100이었다면 100을 다 만족시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라스베가스의 야경이 나를 불만족 시킨 것은 결코 아니다. 많은 나라에 가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만 보던 세계 각국의 모습이 호텔의 테마를 통해 드러나 있고 직접 볼 수 있었다. 시저스팰리스 호텔에서는 정말 로마시대의 건축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뉴욕뉴욕 호텔에서는 실제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본따 만든 호텔과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었다. 파리호텔에서는 개선문과 에펠탑을 통해 파리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호텔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는데, 여행을 준비하면서 봤던 글 처럼 이런 호텔만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것도 엄청 재미있었다.

  시저스팰리스 호텔을 본격적으로 처음 들어가봐서 구경한 것 같은데 이 역시도 엄청난 카지노를 지나서야 내부의 쇼핑센터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호텔 안에는 고대 건축물 같은 것들도 중간중간에 있었지만 안에 큰 쇼핑센터가 있었다. 명품샵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는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부담스러운 것들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여자친구는 가방을 사고 싶어서 한참을 구경도 하고 상담도 하고 명함도 받아왔지만 돈이 없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고 무료쇼를 하는 곳에 갈 수 있었다. 작은 분수같은 곳 위에 바위가 있었고 그 위에 세 개의 사람보다 큰 동상이 말을 하면서 싸우고 있었다. 어색한 움직임이었지만 소리와 불, 변신(?)을 적절히 조화해서 그럭저럭 볼만한 쇼였다. 그러나 역시 무료쇼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런 무료쇼를 통해 호텔 안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호텔을 돌아다니면서 그냥 여유를 즐기는데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았을 때의 어색함 같은 그런 것이었다. 호텔을 걸으면서 잠시 생각해 보니 나는 그동안 '여행'이라는 것을 다닌 적이 없었다. 물론 작년에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 고생과 함께한 배낭여행이지 이런 '휴양지에서 즐기는 여행'의 성격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에도 가족과 다 함께 시골은 많이 갔어도 가족과 함께 편하게 즐겼던 여행의 기억은 없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돈은 아니지만 오로지 소비할 목적으로 가지고 온 약간 두둑한 돈과 여유로운 시간을 풍부한 볼거리가 있는, 도박과 오락의 상징 라스베가스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고 있는 내가 너무나도 어색한 것이다.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 좋았다. 그동안은 이런 여유로운 여행의 즐거움을 몰랐던 것이지. 그러면서 다짐하기를 '앞으로는 살면서 이런 휴양을 적절히 가지면서 즐겨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꼭 무엇인가를 배우고 머릿속에 교훈적인 것을 남기고 오는 여행, 물론 이것도 좋긴 하겠지만 바쁜 일상을 떠나 오로지 즐기는 여행도 마음을 여유롭게 해주면서 좋은 것 같다. only enjoy, 이것도 미국 여행을 통해 느끼기로 한 것이었지. 지금 라스베가스에서는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only enjoy를 하면서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시저스팰리스를 나와서는 연결되어 있는 벨라지오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오션스 시리즈 중 어디선가 보았던 벨라지오 호텔. 이제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완전히 새롭게 보일 것만 같다. 벨라지오 호텔을 나오자 넓은 분수가 있었다. 사진을 좀 찍다 보니 무료 분수쇼가 시작이 되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난간을 촘촘히 막고 있어서 바로 눈 앞에서는 보지 못했지만 음악과 분수가 함께 어우러져 보이는 모습은 정말 멋졌다. 무료쇼 중에 가장 나은 것이 바로 이 벨라지오 분수쇼가 아닐까 싶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보았던 노래하는 분수는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함은 있었지만 이렇게 규모가 크진 않았는데.

 

  계속 돌아다녔다. 뉴욕뉴욕호텔도 들어가보았는데 이곳에서는 새로운 향기가 났다. 젊음의 향기라고 해야 할까? 근데, 냄새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꼭 향기롭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지독한 냄새는 아니었고. 2층의 육교를 통해 들어갔는데 이곳은 입구부터 클럽이 있어서 다른 호텔과는 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옆으로 이어진 엑스칼리버 호텔은 동화속에 나오는 성과 같이 생겼다. 내부 구경을 조금 하다가 만달레이베이까지 가는 무료 트램을 타고 끝까지 가 보았다. 엑스칼리버, 룩소, 만달레이베이는 같은 계열사의 호텔인지 무료 트램을 운영한다. 만달레이베이에서는 운좋게 누가 남기고 간 돈을 바우처로 뽑아서 카지노 기계에서 버튼좀 눌러볼 수 있었다. 물론 다 잃었지만. 참... 내 돈도 아니고 주운 몇센트 가지고 한 게임인데도 이렇게 아까운데 어떻게 내 돈 가지고 게임을 할 수 있을지. 동시에 사람의 욕심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기도 하다. 잠깐의 게임을 하고서는 다시 트램을 타고 중심가로 왔다. 중간에 m&m 초콜릿 가게도 들어가보았다. 4층으로 되어 있는 곳인데 온갖 m&m 천지였다. 초콜릿은 기본이고 인형, 각종 기념품,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극장, 꼭대기층에는 자동차까지. m&m을 정말 좋아한다면 재미있을만한 곳이었다.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배가 많이 고파졌다. 그리고 이러이즌 우리의 끝없는 고민. 무엇을 먹을 것인가. 고민고민 한 끝에 아까 받았던 Denny's 쿠폰을 쓰기 위해 Denny's에 가기로 했다. 두 장 받았는데 나는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버렸다. 그런데 알고보니 5달러 할인쿠폰. $5를 5%로 잘못보고 별로 필요도 없겠다 싶어 버린건데... 아깝다. 들어가서 메뉴를 보는데 샐러드, 메인메뉴, 후식 세트가 있었다. 9.99, 10.99라는 아주 착한 가격. 두개를 시키면 20달러 이상이고, 이렇게 되면 쿠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서 매장 절반은 청소를 끝내서 앉을 수 없었다. 물론 사람도 별로 없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두 가지 메뉴를 골랐다. 메인으로 소고기랑 닭고기를 시킨 것 같다. 샐러드가 나와서 먹는데 이건 우리나라의 세트메뉴에서 볼 수 없는 샐러드나. 메인메뉴 샐러드다. 아웃백에서 자주 시켜먹는 샐러드 정도의 느낌? 정말 많았다. 맛도 있었다. 잠시 후 나오는 메인메뉴. 은근히 작아보였는데 다 못먹었다. 미국인들 사이즈에 맞추다 보니 정말 다 음식이 큰가보다. 같이 나오는 치즈랑 감자도 맛있었다. 한국에서는 이런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는데... 아웃백이랑 비슷하면서도 훨씬 나았다. 일단 가격부터가 완전 맘에 든다. 후식을 시킨 것 중에 따뜻한 작은 빵이 나왔는데 아이스크림에 찍어먹으니 완전 맛있었다. 한국에서도 자주는 아니지만 몇 번 먹어본 맛인데, 이름은 모른다. 이렇게 배터지게 먹고, 심지어 남기고 계산을 했는데 17달러 정도. 이정도면 완전 성공적인 저녁식사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소소한 구경거리들을 구경하면서 갔다. 잠자러 들어가기 전에는 우리를 유혹하는 수많은 카지노 기계들을 못본척 지나갈 수가 없어서 각자 1달러씩 해보기로 했다. 사실 미국에 와서 하고싶은 것 중에 카지노에서 10달러만 해보기가 있어서 조금은 즐기기로 했다. 라스베가스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카지노인데 여기서 돈을 안써보고 온다는 것은 마치 목욕탕에 가서 탕에 안들어가는 것 같았다. 소심한 배팅을 하다가 대박이 터진 것이 4달러가 되었다. 고작 천원에서 사천원이 된 것인데 우리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바우처를 뺐다. 누가 봤으면 한 400달러는 딴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기분 좋은 마음을 가지고 다른 기계를 찾아갔다. 이렇게 많이(?) 땄으면 다른 기계로 가야 한다며. 그런데, 다른 기계로 가서는 다 잃었다.

 

  돈을 잃고 다시 긴 복도를 걸어서 잠자러 가는데 마음이 영 찝찝했다. 1달러만 해 보기로 하고, 즐길 목적으로, 1달러 잃은 것인데 4달러 생각이 자꾸 나면서 돈이 아까운 것인지. 나는 천원 한 장 쓴 것인데. 여자친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참 여기에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이전에도 레드호크 카지노에서 느꼈던 것이지만 카지노를 일확천금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니까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순수히 즐길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돈이 조금 불어나자 목적이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것이다. 오로지 더 따는 것으로. 이런 것들을 곰곰히 생각하자 우리는, 아니 나는 결과만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았다. 과정 중에 느꼈던 짜릿함이나 즐거움은 다 잊은 채 돈을 잃었다는 그 안타까움만 남아있는 것이다. 사실 10,000원에 가까운 돈을 주면서 보는 영화는 어떤가. 그것이 나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흔쾌히 나는 돈을 지불한다. 단순히 영화를 보며 즐기기 위해서. 그런데 왜 이 카지노에서는 1,000원 한 장 쓰는 것이 아까운지... 과정을 더 중시해야겠다. 모든 일을 생각할 때에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결과만'을 생각해서는 안되겠다. 과정중에 얻는 많은 것들도 놓치지 말아야지. 카지노에서 1달러로 깨달은 깨우침이다.

 

  라스베가스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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