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20일차> 샌프란시스코 - 레지옹 오브 아너, 태평양, 드 영 박물관

inhovation 2016. 10. 1. 00:00

2013년 1월 20일 수요일

 

  오늘은 미술관 두 곳에 가기로 한 날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세 개의 큰 미술관이 있다. 한 개는 지난 번에 간 현대미술관, 그리고 두 개는 오늘 갈 레지옹 오브 아너(Legion of Honor)와 드 영 박물관(de Young Museum)이다. 이 두 곳은 하나의 티켓으로 같은 날 이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위치도 제일 서쪽에 비교적 가까이 붙어 있어서 오늘 모두 들리기로 했다. 먼저 지난 번에 못 산 금문교 사진꽂이를 사기 위해 금문교에 잠시 내리기로 했다. 일반 마트에서도 팔 줄 알았는데 팔지 않았다.

 

  칼트레인을 내리자마자 조금 걸어가서 30번 버스를 탔다. 이것을 타고 쭉- 가서 라구나에서 내린 다음에 28번을 타고 가는, 지난번과 같은 방법으로 금문교에 가는 것이다. 다운타운에서는 중국인들이 완전 많이 탔는데 차이나타운을 지나자 모두 내리고 다시 버스는 텅텅 비었다. 그런데 이 버스, 예전에 버스 기다렸던 곳에서 회차를 한다고 다 내리라고 한다. 종점도 아닌데 왜 여기서 회차를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내리라니 별 수 있나, 내려야지. 나와 같이 내린 사람들을 따라 바로 옆 정거장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렸다. 다음 버스도 회차를 하는 버스였고 그 다음 버스를 탈 수 있어서 바로 타고 28번을 잘 갈아타서 금문교에 다시 도착. 오늘도 날씨가 맑다. 안개낀 날이 많다더니 도대체 이런 날은 언제인지... 이번 여행중에 지금까지 날이 안 좋은 날이 한 번도 없었는데, 참 운도 좋다.

  금문교 기념품샵에 가서 사진꽃이를 사서 계산을 하는데 뒤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계산원이 우리를 잡고 계속 말을 걸었다. 반은 알아 듣고 반은 못알아 듣고, 그러나 표정이나 행동은 모두 알아 듣는 척. 마트에서 팔 줄 알고 지난 번에 안 사갔다고 얘기했다니까 오직 여기서만 파는 것이라고 했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바이바이. 사진 좀 더 찍고 버스를 탔다. 먼저 갈 곳이 레지옹 오브 아너(Legion of Honor)인데 이 곳도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했다. 시청에서 가져온 지도를 잘 보고 내린 다음에 버스를 잘 갈아탔다. 한적한 2층짜리 아파트가 즐비해 있는 곳으로 지나갔는데 참, 이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마을이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다운타운과 주거지역이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어서 그런가, 여튼 한국과는 다른 모습인데, 좋은 것 같다.

 

  버스를 내리고 또 갈아타고 올라가도 되는데 이정표도 나오고 거리상으로 그렇게 멀지 않아서 걸어가기로 했다. 사실 버스정류장을 못찾았다. 분명히 버스 노선은 되어 있었는데 정류장이 없어서... 평화로운 마을을 구경하며 레지옹 오브 아너로 가는 공원 입구로 들어갔다. 공원은 작게 있고 대부분이 골프장이어서 탁 트인 잔디밭을 볼 수 있었다. 나무로 둘러 싸인 한 가운데 푸른 잔디 위에서 즐기는 운동. 여태까지 골프에 대해 흥미도 없었고 별로 생각 해 본적도 없는데 좋은 스포츠같다. 자연 속에서 즐기면서 여유를 가지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건강에도 좋을 것 같고... 골프나 한 번 배워볼까? 아, 근데 너무 비싸다.

  이런 생각을 하며 대화를 하며 언덕을 오르는데 뒤에서 버스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다른 쪽에서 오고 있었다. 이러니 우리가 지도를 보고 오는데 버스 정류장이 없지. 시청 지도, 업데이트좀 해야겠다. 버스를 먼저 보내고 5분 정도 언덕을 올라 레지옹 오브 아너에 도착했다. 저 위로 보이는 낮은 건물과 잔디밭 가운데 세워진 말을 탄 사람의 동상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굉장히 작아 보이는데 이 곳에는 어떤것이 있을지 궁금한 마음과 기대감도 들었지만 예상보다는 작은 모습에 약간 실망감도 앞섰다. '그냥 쇼핑이나 열심히 할껄' 하는 생각.

  입구를 들어서자 넓은 광장 한 가운데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진짜인가? 우리학교에도 있는데, 만약 진짜라면 이렇게 비를 맞을 수 있는 밖에 세워놓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 사진을 찍었다. 진짜일 수도 있으니까. 한 명씩 교대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떤 남자 둘이 나오면서 사진을 찍어준다고 해서 매우 고마웠다. 친절하게 로뎅 머리가 잘렸다고 다시 찍어주기까지 하면서 확인도 해 보라는 친절남. 사진을 잘 찍어줘서 고맙다고 하며 헤어졌는데 남자들 둘이 손을 잡는다. 헐, 게이인가? 그런데 잠시 후 이어지는 상상 이상의 행동.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붙잡은 손등에 "쪽!"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입술을 맞추는 것 아닌가! 아... 게이와 레즈비언이 많은 미국이라고는 하지만, 그리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한국보다는 개방적인 미국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나는 적응이 안된다. 그래도 성 소수자들에 대한 깊은 대화를 한국에 있을 때 어떤 기회가 되서 해 본 적이 있었는데 꼭 나쁘게만을 바라보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런데, 직접 보니까 일단 내가 그동안 가져왔던 머릿속의 선입견이 앞선다. 이들도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텐데...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사람들'을 뒤로한 채 입구로 들어갔다. 프랑스 루브루 박물관에서 가져온 작품을 특별 전시회 한다고 하였지만 우리는 일반티켓으로 끊었다. 지난번 현대미술관에서도 코트를 맡기는 곳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도 무거운 가방과 코트를 맡기려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아래층에 있다고 해서 먼저 아래로 내려갔다. 우리나라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편리한 시스템이다. 현대미술관이나 크로커박물관과는 달리 이곳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다운타운에서 멀리 떨어져서 그런 것일까, 견학을 온 아이들은 많았지만 저번처럼 노인들이 많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래층에서는 먼저 여러가지 도자기들을 보았다. 크로커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들이지만 그 때는 시간이 모자라서 그냥 지나갔는데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되니 좋았다. 역시 처음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사진도 찍으면서 하나 하나 들여다 보니까 그 안에 도자기 안에 표현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사치품이라고만 생각하고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찻잔이나 주전자에 차를 마시면 차 맛이 좋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짜 미각을 좌우하는 맛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마시면 기분이 좋아져서 차 맛이 좋은 것 처럼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 아니, 어쩌면 이런 고급 찻잔은 일반 찻잔과는 달리 만드는 과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차의 온도와 같은 것을 잘 유지하게 해준다거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더 맛이 있을수도 있겠다. 여튼, 사치품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것들을 집에 한두개 갖고 있는다고 해서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넓지 않은 곳이었기에 다 보고 2층으로 올라갔다. 따로 표 검사를 하는 특별전을 보고도 싶었는데 너무 비쌌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보기 시작했는데 특별전을 보고싶다는 마음이 싹 가실 정도로 멋진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크로커박물관보다 규모는 조금 작은 듯 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방에 여러 그림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모두 우리의 발걸음을 잡았다. 사전을 들고 안되는 영어를 해석하면서 뜻을 알아가는 기쁨 또한 엄청났다. 그 중에 제일 큰 깨달음이 바로 마돈나(Madonna)였다. 그림마다 여자가 아기를 안고 있는 그림이 상당히 많았는데 그 때마다 마돈나가 있어서, '마돈나가 뭐지, 여인인가?'하면서 지나가다가 하도 많이 나와서 한 번 사진을 찾아봤는데 '성모 마리아', 미술관에서 서로 입을 쩍 벌리고 크게 웃지도 못하고 무식을 한탄했다.

  그림을 볼 줄은 모르지만 그래도 예전에 교수님이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아우라(Aura)'에 대해서 설명해 준 적이 있었다. 그림을 보면 사람들 머리 뒤에 아우라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정말 후광 잔치였다. 그림마다 아우라가 있는 것이 굉장히 많았다. 그 중에 3번 정도 소름을 끼치게 한 작품이 있었는데 예수님과 두 죄인이 십자가에 걸려 있는 그림이었다. 가운데는 당연히 예수님이고 좌우에는 두 죄인, 왼쪽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은 성모마리아와 예수님과 가까운 사람들, 오른편엔 병사들이고 가운데는 백부장정도일것이다. 예수님 머리 뒤에 후광이 있는 것은 어쩜 당연할 텐데 한 죄인의 머리 뒤에는 후광이 있고 다른 죄인의 머리 뒤에는 후광이 없었다. 죄인의 머리 뒤에 후광이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성경구절.

 

네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죽음 직전에 예수님을 영접한 죄인에게 예수님이 한 말씀이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엄청난 깨달음이 왔다. '진정한 구원이란 이런 것이구나' 단지 그림에 불과하지만 그림 속의 아우라를 통해서 구원을 받고, 못받고의 차이가 이렇게 드러나는 것을 보니 그동안 잘 느끼지 못했던 '구원'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면서 내 마음 속에 크게 다가왔다. 바로 이 작품의 이름은 "Crocifissione", Matteo di Giovanni의 작품이다. 누군지는 잘 모른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들어봤다. 이렇게 더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한국에 가면 그림에 대해 취미로 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고 보는 것도 재미있고 신기했지만 이제 이렇게 보다 보니까 좀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시대마다 인상파, 무슨파, 무슨파가 있다는데 이런 파별로의 그림체나 특성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었다.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정말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미술관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 우리처럼 여행하다가 정말 취미로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 급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물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림을 너무 잘 그리고 있었기에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하니 얼마든지 찍으라며 살짝 비켜주는 센스까지 보여주었다. 그림이 거의 다 완성되고 있을 때 봐서 정말 좋았다. 파스텔로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전시된 작품들을 보는 것만큼이나 신기했다. 돌아다니는 직원들도 신기해 하면서 대화도 나누는 것을 보니 이런 일이 흔치는 않은가보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수백점은 되어 보이는 작품들 보다 한 작품만 몇 시간째 들여다보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니. 대단하다 정말.

 

  몇몇 조각들도 있었는데 구경을 다 마치고 미술관을 나왔다. 항상 그렇지만, 제대로 보려면 몇 시간을 더 보내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배도 고팠고 다음 코스가 있기 때문에 이정도로 마치기로 했다. 미술관을 나와서는 바다 쪽으로 가 보았는데 골프장이 둘러싸고 있어서 완전 가까이는 가지 못했다. 골프장을 가로질러가야 하기 때문에. 그러나 나무들 사이로 내다보이는 금문교의 모습은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골프코스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태평양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지만 은근히 걸어가야 할 것 같아서 그냥 포기했다. 이따가 버스가 그쪽으로 가니까 버스 안에서 보면 되니까. 사진을 찍으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종점이기 때문에 버스가 도착하고 9분 후에 출발한다고, 시동이 켜지면 타라고 했다.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 역시, 갈아타야 한다. 한적한 마을을 지나 버스는 서쪽으로 가는데 길 끝에 있는 집 뒤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빌딩도 없고 그냥 하늘 뿐이다. 저 뒤에 태평양이 펼쳐져 있는 것인가? 우리가 내릴 정류장이 다 와서 벨을 눌렀는데 전 정거장에서 내렸다. 하늘을 보니 정돈된 듯 하면서 얽혀있는 전차 전선들.

 

  우리는 바다쪽을 바라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펼쳐져 있는 태평양. 다음 정거장으로 가서 버스를 갈아타야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태평양 한 번 제대로 보고 가자고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작은 공원을 지나 길 건너에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서 모래를 밟으니 발이 푹푹 꺼진다. 아- 이렇게까지 왔는데 태평양 모래 한 번 밟아보자는 마음에 신발을 벗었다. 양말을 구겨넣고 신발을 손에 들고 모래를 밟았는데, 따뜻하다. 부드럽다. 신이났다. 펄쩍펄쩍 뛰면서 나파밸리에서 느꼈던 기분을 다시금 만끽했다.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는 수영을 하는 사람과 서핑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우리는 점점 바다쪽으로 다가갔다. 어느샌가 모래는 차가워지고 축축해졌다. 삼킬듯한 파도소리, 철썩이며 생기는 거품들이 점점 우리에게 다가왔다. 조금 기다리자 태평양 물이 우리 발을 덮었는데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모래와는 달리 얼음장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태평양 바다는 우리에게 더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해변을 걸으면서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는데 마치 '세상의 끝'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 바다 너머 수평선으로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구는 둥글다고 하지만 둥글지 않은 것 같았다. 이 바다를 건너 지구 반대편까지 가야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태평양 바다는 넓디 넓었다.

  태평양 바다내음을 맡으면서 걷고 뭍으로 올라오니 우리가 예정했던 시간보다 30분이나 지체되었다. 그래도 좋다. 일정에 맞게 움직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이렇게까지 왔는데 바닷물에 발도 못 담그고 가는 것보다는 여유를 부리면서 돌도 줍고 모래도 밟으며 걷는 기분을 느낀 것이 훨씬 값지고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변칙. 나의 인생에도 이렇게 변칙을 두는 것을 너무 불편하게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계획하기 좋아하고 그 계획대로 되는 것에 보람을 느끼지만 그렇지 못할 때 느끼는 기분은 정말 암울하고 침체되는데 이제는 너무 얽매이지 말아야겠다. 여정에 있어서 변칙이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던 것 처럼 내 삶에 있어서도 계획이 변경되는 것에 대해서도 짜증내기 보단 그 가운데 기쁨을 찾아 보아야지. 세상의 끝, 태평양 바다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버스를 타고 골든게이트파크 옆을 따라 쭉 오다가 내렸다. 시간이 되면 골든게이트파크도 걸어다니며 구경을 하면 좋겠으나 어쩔 수 없었다. 조금 들어가니 검은빛 건물의 드 영 박물관(de Young Museum)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이것도 특별전. 엄청 보고 싶었지만 그냥 여기서도 아까 티켓으로만 이용 가능한 일반권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레지옹 오브 아너와는 다른 현대미술도 있었다. 위층에는 아메리카, 뉴기니, 아프리카 예술품들도 있었는데 성화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미술관들을 조합해 놓은 느낌이랄까? 아쉽지만 여기서는 정말 시간이 부족해서 모두 다 보지는 못했다. 뉴기니랑 아프리카쪽은 거의 통로로만 이용 했을 뿐. 이 티켓이 하루에 다 이용 가능하다고 하지만 두 곳 모두 제대로 보려면 하루, 하루 따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곳에서도 기념품 샵이 잘 되어 있었는데 아까 레지옹 오브 아너에서 팔던 그림 엽서가 여기서는 1.25달러였다. 아까는 1달러였는데. 특별전에 걸려 있는 그림이어서 그런가보다. 박물관 폐관시간이 다 되어 가는지 안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퇴장할 것을 공지했다. 9층 탑 꼭대기에도 올라가보고 싶었는데 운행시간이 끝나서 올라가보지는 못했다. 아마 골든게이트파크가 한 눈에 보였을 텐데... 입구를 나오면서는 아까 들어오면서 보았던 깨진 돌 조각들을 보았다. 이것도 예술품이란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앉아있기 좋은 돌덩어리인데 돌이 깨어진 금과 바닥으로 난 금이 정확히 일치한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보면 볼수록 정말 신기하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와서는 어제 본 메이시스 백화점 말고 근처에 있는 다른 백화점에 들어가 보았다. 이곳은 약간 영등포 타임스퀘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찾는 쇼핑몰과  더 비슷한 느낌. 여러 매장들을 구경하다보니 밥 시간도 놓치고 다시 바쁘게 새크라멘토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이것으로써 샌프란시스코 뮤니패스 이용은 끝이다. 내일은 칼트레인을 타고 스탠포드에, 모레는 바트를 타고 UC버클리에 갈 예정이었는데 금요일, 2월 1일은 가게가 바쁜 날이라고 해서 버클리는 나중에 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메가버스 시간을 옮기고 귀국하는 비행기 표도 다시 확인해 보았는데, 집에 못 갈 뻔했다. 한국에서 미국 올 때는 1월 11일 금요일에 출국, 1월 11일 금요일에 도착하니 날짜 개념을 똑같이 생각하고 귀국하는 것도 화요일에 타서 화요일에 도착인줄 알았는데 일요일에 출국해서 화요일에 귀국인, 하루를 더 잡아먹는 스케줄이었다. 아, 아직 갈 날은 많이 남았는데 거의 이틀을 예상했던 스케줄에서 빼야 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오늘로써 미국 여행의 절반이 지났다. 어쩌다보니 귀국편 비행기까지 보게 되고 갈 생각도 하게 되었는데, 참 시간이 빠르다. 20일 동안 처음에 다짐했던 매일 운동과 매일 일기는 어쩔 수 없이(?) 못지키게 된 것도 있지만 그래도 많은 것들 느끼고 경험했다. 단순히 재미를 느낀 것들도 많았지만 이런 것들도 다 나에게 쉼을 주면서 여유를 선사해 주었다고 생각하니 참 좋다. 남은 20일,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LA와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년이 남아 있는데 기대가 된다. 그곳에서는 또 어떤 것들을 보고 경험하며 느끼고 생각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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