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17일차> 일손 돕기(옷 장사)

inhovation 2016. 9. 28. 00:00

2013년 1월 27일 일요일

 

  오늘도 운동은 안가고...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맥도날드에서 파는 맥모닝을 만들었다. 맥모닝 빵이 있어서 한 번 만들어 보았다. 점심에 먹으려고. 오늘은 출근도 같이 하고 가게문을 여는 것 부터 일을 도와드렸다. 오늘도 역시 시간은 빨리 갔다. 점심은 맥모닝을 먹으려고 했는데 브리또를 드신다고 하셔서 우리도 같이 먹었다. 오늘은 나쵸를 두 봉지 담았는데 포장을 해 주면서 한 봉지를 또 줘서 기분이 좋았다. 나쵸 한 봉지에 이렇게 기분이 좋다니. 그런데 너무 많아서 퇴근할 때 까지 결국 다 못먹고 작은 한 봉지는 버렸다. 역시, 음식에는 욕심을 내면 안된다. 뭐든 적당히.

 

  오늘은 가게 리모델링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고 피팅룸 위치를 바꾸고 매장 디스플레이를 다시 하는 일을 했는데 참 어려웠다. 이 좁은 공간에 옷을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잘 보고 사갈 수 있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학교 다닐 때 전공한 일도 아니고 이런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해 본 적도 없어서 어떻게 하는 것인 매출을 올리는 것과 연결될지는 전혀 몰랐다. 그래도 함께 머리를 싸매면서 매장 정리를 했다. 가게 입구 쪽에 있었던 피팅룸을 뒤로 옮기고 나니 전체적으로 뻥 뚤린 분위기라서 답답한 느낌은 사라졌다. 이제 내부에 있는 옷들 위치를 어떻게 잘 정리해서 매상을 끌어 올릴지가 관건이다.

 

  가게를 보면서는 사람들과도 몇 마디씩 나누곤 했는데 기억에 남는 사람은 인도네시아 부부이다. 장갑을 보러 왔다고 해서 보여줬는데 갑자기 "Are you Korean?"이란다. 그렇다고 하고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어보니 인도네시아란다. 오. 나의 첫 해외경험 인도네시아! 반사적으로 인도네시아 말, "뜨리마까시"가 튀어나왔다. 감사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자주 썼던 말이다. 그러자 인도네시아 부부가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인도네시아 말을 어디서 배웠냐고 했다. 그래서 2년 전에 교육실습으로 다녀왔고 자카르타에 한 달 정도 있었다고 했다. 어땠냐고 물어봐서 매우 핫하다고 얘기해 줬다. 갑자기 '안녕하세요'가 인도네시아 말로 생각이 안나서 'Good morning'이 인도네시아 말로 뭐냐고 물어보니 남편이 대답해줬다. "살라맛 빠기" 아. 맞어. 항상 우리를 데리러 오던 기사, 퐈이살과 로만에게 아침마다 "빠기"라고 인사했었는데. 이제야 생각이 났다.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부부는 기분좋게 장갑을 사갔다. 간단한 인사말이라도 외국어를 많이 알아두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중국어도 참 별 것 아닌 말이지만 몇 마디 안다는 것 때문에 중국 사람을 만나면 그래도 기분 좋게 대화 아닌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은가. 반대로 생각해보면 여기 와서도 미국 사람이 한국말을 해 주면 그렇게 기분이 좋고 반가울 수 없다. 언어란 것은 참 신기한 듯.


 

  오늘은 일요일이라 6시에 가게 문을 닫았다. 그리고 나서는 장을 보러 중국 마트와 미국 마트에 갔다. 중국 마트는 채소랑 과일, 콩나물을 사기 위해, 미국 마트는 빵을 사기 위해. 빵은 미국인들의 주식이라 미국 마트가 더 좋다고 한다. 마트에 가면 항상 그러지만 사려고 했던 것 이상의 물건들을 많이 산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그래도 맛있게 다 먹으면 되니까. 마트를 나오면서 기름도 딱 30달러 넣고 집으로 갔다.

  내일부터는 샌프란시스코에 일주일 동안 아침, 저녁으로 왔다갔다 여행을 한다. 월화수는 시내를, 목금은 UC버클리랑 스탠포드 대학교에 가기로 했다. 갈 곳들을 정하고 대중교통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도 다시 공부했다. 이제 실전만 남았다. 밀린 블로그를 쓰고 잠을 청했다. 미국 생활도 이제 절반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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