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12일차> 나파 밸리(Napa Valley)

inhovation 2016. 9. 23. 00:00

 2013년 1월 22일 화요일

 

  6시 알람을 듣고 깼다. 소풍날 아침은 일찍 깨어 주는 것이 정석이지만 어머니께서 김밥을 싸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고요한 새벽에 정신은 들었지만 눈은 떠지지 않았다. 조금 뒤척이다가 그래도 이러면 안된다는 강한 의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일단 밥부터 먹으려고 1층으로 내려갔다. 국을 데우는 동안 베이글을 굽고 크림치즈를 발라서 도시락을 쌌다. 밥을 먹고 씻고 옷을 입고 준비를 다 하니 7시 20분. 계획했던 것 보다 20분이나 늦어졌지만 우리끼리 가는 건데 누가 뭐라 하랴. 밖에 나와 차에 타려는데 차 앞유리에 성에가 가득 꼈다. 얼른 다시 들어가서 뜨거운 물 한 바가지를 찌끌었다. 나오면서 물 한 병을 챙겨 나오고 차에 올라탔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동을 걸고, 출발.

 

  날은 참 좋았다. 이제 막 해가 뜨려는 여명의 아침에 소풍을 간다니, 기분이 들떴다. 우선 기름을 넣기 위해 위치를 확실히 알고 있는 주유소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바로 타지는 않았다. 주유소에 도착할 무렵 주유소로 들어가야 하는데 못들어갔다. 방향이 안맞아서... 어쩔 수 없이 다시 흐름 따라 직진. 이제 주유소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금방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갔다. 조금 가니 주유소가 나왔고 주유소로 진입.

  미국 와서 다음날 아침에 아저씨한테 처음 배운 것이 미국에서 기름 넣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기름을 넣으려면 셀프이고 카운터에 가서 말해야 하는데 뭐라고 말해야 하냐고 물어보셔서  "I want to ..... " 하면서 말을 못이었는데 "소설쓰지 말라."면서 5번 주유구에서 20달러 넣을것이면 간단하게

 

"Twenty on five."

 

라고 말하면서 돈만 내밀면 내가 서 있는 주유구에서 20달러만큼을 넣을 수 있게 된다 했다. 영어도 역시 언어. 길고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자, 이제 배운 것을 써먹을 차례. 일단 차는 6번 주유구에 잘 세웠고 시동을 끄고 돈을 갖고 내렸는데 주유소 안에 있는 마트밖에 보이지 않는다. 주유소 주인은 어디있는 것일까. 마트로 들어가서 나는 소설을 시작했다. 왜냐면 일단 우리 차가 가솔린인지 디젤인지도 몰라서. 이전에 코스트코에서 넣을 때 가솔린인 것 같은데 큰 차라서 디젤일 것 같기도 하고, 헷갈렸다. 주인에게 저 차가 가솔린이 맞냐고 하니까 맞다고 했다. OK. 기름을 넣고 싶은데 여기가 기름 주문하는 곳 맞냐고 하니까 맞다고 했다. OK. 이제 소설 끝. 당당하게 돈을 내밀면서 말했다.

 

"Twenty on six."

 

주인은 바로 알겠다고 하고 돈을 받고 뭘 두드린다. 이제 된거냐고 하니까 됐다고 해서 밖으로 나가서 주유건을 뽑아 차에 꼽고 방아쇠를 당기니까 기름이 나온다. 오오오오, 기름이 잘 나온다는 것 하나에 이렇게 감동을 받고 뿌듯할 수 있단. 엄청 신났다. 십수초의 정도 20달러 만큼의 기름이 들어가고 주유기는 멈췄다. 다시 출발.

 

 

  고속도로로 들어가서는 옆에서 핸드폰을 봐 주면서 분기점에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얼만큼 왔는지를 알려 주었다. 이정표도 보고 갈 수 있지만 잘 들어섰는지 확실히 보고 안심도 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가는 5번 고속도로를 잘 탄 것을 확인하고는 안심이 되었다. 이제 이 길 따라 쭉- 가다가 12번 도로로 빠지면 된다. 가면서 멋진 풍경들도 종종 펼쳐졌다. 드넓은 평원, 아름다운 산 능선이 운전하면서 심심치 않게 해 주었다. 나파밸리, 소노마밸리 쪽으로 가는 12번 도로 이정표를 보고 나서는 포도밭을 계속 볼 수 있었는데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었다. 겨울이라 포도는 열려있지 않겠지. 그래도 멀리 푸른 풀밭도 보이고 가지만 있는 포도밭 아래로 피어있는 노란 꽃들도 이뻤다. 수백년은 되었을 것 같은 나무가 길 양쪽으로 늘어져 있는 곳도 있었다. 가는 길 마다 나는 얼른 사진 찍으라고 주문을 계속 했다. 이렇게 해서 차 안에서만 찍은 사진이 120장.

 

  세인트 헬레나(St. Helena) 시내에 접어들어서는 새크라멘토, 샌프란시스코와는 또 다른 느낌의 상점가의 느낌이 나서 신기하게 구경을 했다. 근처 시티은행에 일단 차를 세웠다. 베트남에서도 그랬는데 여기도 한국어 서비스가 된다. 당좌성예금, 저축성예금이 뭔지 몰라서 헤맸는데 내 계좌 조회를 해 보고 일단 돈을 출금했다. 1,200달러를 인출하려고 했는데 이 기계에서는 1,000달러가 최대라고 해서 1,000달러만 인출했다. 그리고 봉투를 얻기 위해 은행에 들어갔다. 역시, 은행직원은 어딜 가나 친절하다. 봉투를 여러개 얻어서 소파에 앉아서 돈을 나눠담고 여러 가방에 넣었다. 이제 현금 100만원을 들고 다니니까 돈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직원에게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은행에는 화장실이 없고 앞에 있는 주유소에 가서 이용을 하라고 했다. 물어본 김에 스타벅스도 물어봤는데 이 동네에는 스타벅스가 없고 건너편에 가면 다른 카페가 있다고 했다. 주차를 해도 되냐고 하니까 얼마나 할꺼냐고 해서 20-30분 정도라고 하니까 괜찮다고 했다. 좋아. 땡큐 베리 마취를 연발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 들렸다가 카페는 안가고 아까 오면서 본 길거리 구경을 했다. 아직 문은 안열어서 가게들 앞에서 마음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30분 정도 구경을 하고 차에 탔다.

  굽이굽이 아름다운 시골길을 달렸다. 왼쪽엔 산, 오른쪽엔 넓은 포도밭을 끼고 갔는데 여긴 운전하는 것 보다 정말 바람을 쐬면서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까 시내에 자전거 빌리는 곳도 있었는데. 계속 가고 있었는데 오른쪽에 어떤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고개를 잠깐 돌려 보니 'Welcome' 간판이 크게 있었다. 저건 사진을 꼭 찍어야해. 차를 돌려 다시 갔다. 아까 그 사람들은 이미 갔는지 아무도 없었다. 두시간 내내 운전만 하다가 마음껏 편하게 보고 싶었던 포도밭을 직접 보면서 바람을 쐬니 기분이 짱 좋았다. 팔짝팔짝 뛰면서 춤도 추고 운전을 하면서 움추려 있던 몸도 폈다. 아, 정말 기분 좋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와 가서 지도를 보면서 천천히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살피면서 갔다. 첫 번째 목적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와이너리로 올라갈 수 있는 스털링 빈야드(Sterling Vineyards)다. 어제 블로그에서 보고 알아낸 곳. 입구부터 멋있었다. 넓은 입구에 저 멀리까지 일직선으로 가로수길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 여기도 여름에 왔으면 정말 더 멋있었을텐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티켓부스로 가서 물어보니 General Admission은 25달러, Tasting 추가는 35달러, 주변 와이너리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Passport는 50달러라고 한다. 음주운전은 안되니까 우리는 그냥 구경만 하기로 하고 25달러를 내고 일반표를 샀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는데 여기서 보는 경치가 정말 짱이다. 밑에서만 보는 포도밭도 장관이었지만 위에서 산과 포도밭들을 한 눈에 바라보는데 기분이 정말... 케이블카를 무서워하는데 이런 기분과 함께 느끼니 아주...

 

  케이블카를 내려서는 길을 따라 투어를 시작했다. 앞에는 테이블이 있었고 와인을 따라주는 할머니가 있었는데 우리를 불렀다. 그리고 와인을 마셔보겠냐고. 읭? 우리는 테이스팅은 없는데 왜 따라주는 것일까. 설명을 해 드렸다. 우리는 General admission이고 테이스팅은 하지 않았다, 25달러 짜리 표를 샀다고 말했는데, 25달러 짜리 표 안에는 5번의 무료 시음이 있다는 것 아닌가. 오, 완전 좋다. 냉큼 받았다. 대신 운전을 해야 하니 조금만 달라고. 스털링 빈야드가 새겨진 와인잔에 백포도주를 고급스럽게 따라주었다. 와인을 마실줄도 모르고 맛도 잘 모르지만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와인 잔 아래를 잡고 두세번 흔들고 향을 먼저 맡고 마셨다. 맛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냥 맛있었다. 첫 맛은 포도주의 그런 쌉싸름한 맛이었지만 입 안에 남는 향기가 뭔가 고소한 것 같은 맛도 남았다. 여자친구는 잘 못마셔서 내가 다 마셨다. 이 와인잔은 들고 다니면서 나머지 시음하는 곳에서 계속 이용할 수 있었다.

  영어로 된 안내판을 읽고 해석하면서 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과정들을 알 수 있었다. 직접 와인을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었는데 이건 그냥 큰 철로 된 통들 오크통을 만드는 과정들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실제 직원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비디오로도 설명이 되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몰랐던 것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오크통을 만들 때 불로 굽는 다는 것, 그리고 얼만큼 구웠느냐에 따라서 와인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적포도주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보라색 포도, 백포도주는 청포도. 이런 것들을 구경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야외 테라스로 나갔다. 여기서는 드넓은 포도밭을 볼 수 있었는데 정말 경치가 좋았다.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내가 보는 것을 다 나타낼 수 없는 것은 카메라가 안좋아서는 아닐 것이다. 어찌 이 넓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이 작은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있으랴. 경치를 구경하면서 온 몸으로 자연을 느꼈다.

 

  배가 고파서 테라스에 앉아서 베이글을 먹고 싶었는데 자치주의 법에 의해서 도시락 까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무섭다. 도시락 먹는 것이 이 와이너리의 규칙이 아니라 법에 의해 규제가 되어 있다니. 배고파서 아무데서나 앉아서 빵 먹었다간 벌금을 문다니. 어쩔 수 없이 다시 다름 코스로 향했다. 첫 번째 와인을 받았던 곳을 통과하려 하는데 아까 그 할머니가 두 번째 와인을 따라주었다. 이건 첫 번째보다 탄산이 더 느껴지면서 맛있는 것 같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맛은 모르겠다. 그래도 맛있게. 계단을 올라가니 선물용 와인도 팔고 레스토랑 처럼 생긴 곳도 있었다. 입구에서는 남자가 세 번째 와인을 따라 주었다. 이건 적포도주. 잔을 대고 있으니 계속 따라준다. 됐다고 했을 때는 이미 절반 정도 채워진 상태. 아니, 시음을 이렇게 많이 해도 되는 것인가? 조금 마시고 화장실 앞에서 몰래 버렸다. 그래도 운전을 하면서 가야 하는데... 만약 차를 안가져 왔다면 더 달라고도 해 봤겠지. 이렇게 비싼 포도주를 내가 언제 공짜로 마셔볼 수 있을까.

  오른쪽에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는 곳에 가서 눈치를 보면서 앉았다. 아, 여기에는 앉아도 되는구나. 입구에서 몇 분 정도 걸리냐고 물어봤을 때 다 돌아보면 45분 정도라고 했는데 제한시간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벌써 한 시간을 넘기고 있으니. 시간적으로만 봐도 대충 구경한 것이 아니라 '여유'를 즐기면서 구경을 한 것이다. 힘든 다리를 잠시 쉬게 하면서 앉아 있는데 다른 할머니가 오시더니 와인을 또 따라준다. 네 번째 와인. 같은 적포도주지만 맛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세번째 와인을 받으면서 가져온 종이에는 우리가 마시는 다섯 종류의 와인이 적혀있었는데 점점 비싼 것이었다. 마치 예수님이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기적을 베풀어서 물을 포도주로 바뀌게 했을 때 사람들이 '대부분의 주인은 맛이 좋은 포도주를 내어 놓고 나중에 맛이 떨어지는 포도주를 내어 놓는데 당신은 이렇게 좋은 포도주를 나중에 내어놓는다'고 칭찬했던 것이 생각났다. 여기서도 비싼, 물론 비싼 것이 맛이 꼭 좋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싼 포도주를 먼저 주고 점점 비싼 것을 주면서 마시면서도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 아닐까.

  네 번째 포도주를 마시고 나서는 야외 테라스로 나갔다. 여긴 큰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사이로 보이는 저 멀리 푸른 산과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취해서 그런가? 취한 것 같지는 않는데. 그래도 여유있게 앉아 있으며 얘기도 많이 나누고 조금 쉬었다. 몰래 베이글을 먹고 싶었지만 법을 어길 수는 없으니 물을 마셨다. 취했다면 술도 좀 깰 겸. 앉아 있으면서 나만 다섯 번째 포도주를 받아왔다. 맛은 여전히 모르겠다. 나에게 포도주를 주면서 맛보라고 하는 것은 마치 탄산음료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에게 칠성사이다, 킨사이다, 스프라이트, 코카콜라, 펩시콜라, 815콜라 등등을 주면서 맛보라고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다. 계속 마셔봐야 구분도 할 수 있고 참 맛(?)도 알고 느낄 수 있겠지. 

 

  스털링 빈야드가 특별히 좋았던 점은 와인을 다 마시고 와인잔을 반납하니 기념품으로 내가 게속 들고 다녔던 와인잔과 같은 모양의 와인잔을 포장해서 준다는 점이다. 이것만 없었어도 덜 감동했을텐데 완전 감동했다. 덕분에 다음으로 들리는 기념품 샵에서는 크게 뭘 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래도 전경이 담긴 퍼즐편지만 사고 나왔다. 내려올 때도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데 정말 짜릿. 설문조사 종이를 줘서 'Very good'이라고 크게 적어줬다. 차에 타서는 그동안 정말로 먹고 싶었던 베이글을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배고파서 더 맛있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나서는 다시 긴 가로수길을 나와 사진을 찍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햇살은 정말 눈이 부시도록 강렬했고 날씨는 정말정말 좋았다.

 


  다음으로 갈 와이너리는 바로 카스텔로 디 아모로사(Castello di Amorosa)다. 여기는 올드 새크라멘토를 돌아다니다가 얻은 팜플렛을 보고 결정한 곳이다. 그래도 블로그들을 검색하다가 본 적이 있을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같다. 이 와이너리의 특징은 성 모양이라는 것. 내가 전문적인 여행 블로거는 아니라서 정보들은 잘 모르겠는데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닌 것 같고 정말 옛날부터 이 성에서 왕이 백작들을 모아놓고 와인 파티를 벌인 것은 아닐까 싶다. 관광용으로 이렇게 와이너리는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고, 그렇다 하기에는 내무 디자인이나 이런 것들이 너무 잘 만들었다. 뭐, 아닐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말 멋지다는 것. 내가 언제 또 이런 멋진 성에 또 와보겠는가.

  스털링 빈야드에서 차로 5분이나 달렸을까, 아까 오는 길에 입구를 봐 두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곳 역시 입구부터가 정말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들었는데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양쪽으로 포도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저 위에는 멋진 성이 우뚝 솟아있는데 차를 타고 올라가다가 멈춰 서서 창문 밖으로 카메라를 내밀고 사진을 마구마구 찍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서도 티켓을 사기 전에 사진을 찍느라고 들어가지도 못했다. 폴라로이드 사진도 찍으려고 카메라를 가져왔는데 배터리가 다 되었는지 켜지지를 않는다. 필름도 새로 넣었는데, 아쉽다. 폴라로이드는 차에 넣어놓고 디카만 가지고 들어갔다. 입구부터 남자인데 여자같이 행동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사진찍어주는 남자 한 명이 입구에서 계속 폴짝폴짝 사진을 찍고 있어서 성문에서 사진은 나중에 찍기로 하고 그냥 들어갔다. 스털링 빈야드와 달리 성 밖은 그냥 볼 수 있고 완전 내부로 들어가는 것만 표를 사야 해서 얘네처럼 사진만 찍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내부도 어느정도 구경은 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표 없이도 잠입이 가능할 것 같았다. 아까와 달리 케이블카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표 검사 하는 사람도 없고 매표소도 입구에서 안쪽 방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래도 이런 나쁜 생각은 버리고 우리는 표를 구입했다. 스털링 빈야드 보다는 조금 싼 18달러.

  여기저기 너무 멋져서 카메라를 이리저리, 다 담아내고 싶은 마음에 무엇을 먼저 찍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캘리포니아 쪽에 온다면 정말로 와이너리 투어는 하루 정도 해 보는 것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 성벽같은 곳에서 사진도 찍고 드디어 입장. 내부도 특별한 것은 없었고 성 내부였다. 그래도 이런 장소를 보고 있다는 것에 너무 감격스럽고 신기했다. 파티를 하는 큰 방도 있었는데 깊숙히 들어가 볼 수는 없었오 입구 근처에서만 구경을 해야 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구경을 했다. 성당같은 방도 있었고 큰 와인 통이 있는 방도 있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담그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가? 스털링 빈야드보다는 와인너리로 승부하는 것 보다 건물의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너무 멋져서 괜찮음. 가이드가 있고 못들어가보는 곳에 막 들어가는 사람들을 봐서 다시 매표소로 와서 물어보니까 15달러 추가요금을 내면 가이드가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설명을 해준다고 했다. 동굴같은 곳도 들어가고 성 뒤쪽에 스털링 빈야드에서 봤던 큰 철로 된 통들도 있는 곳도 가는 것을 봤는데, 궁금하긴 했지만 우린 돈을 아껴야 하므로 그냥 알겠다고만 하고 나왔다. 스털링 빈야드에서 봤던 것들일꺼라고 생각하면서... 입구 쪽으로 다시 돌아가서 아까 못올라가봤던 성 꼭대기에도 올라가봤다. 와, 정말 여기서 보는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캐슬로 디 아모로사에 가서 여기에 안올라가 본 것은 해보지는 않았지만 투어를 한 것보다 못할것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경치가 너무너무 좋았다. 등에서부터 뒷목을타고 짜릿함이 머리 끝까지 전달되는 이 기분!

  지하에는 기념품샵과 무료시음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시음은 안했다. 이제 집까지 운전해서 가야 하므로 와인을 마시면... 18달러에 무료시음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지하 내려가는 입구에 무료 시음이라고 써 있는 것을 봐서는. 여기서는 기념품을 특별히 안사고 전경이 담겨진 팜플렛을 여러장 챙겨왔다. 엽서에 있는 사진이나 이거나 똑같아서. 밖에 나와서도 사진을 계속 찍었다. 배터리는 이미 한 번 갈았고 두 번째 배터리도 다 닳아서 계속 카메라는 꺼졌다. 어제 배터리 안샀으면 어쩔뻔? 정말 모든 수명을 쥐어 짜면서까지 사진을 다 찍고 나서는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오다가 아까 잠시 들렸던 세인트 헬레나에서 기름을 10달러 더 넣었다. 가다가 멈출 것 같이 기름이 다 떨어져 가서. 99번 도로로 갈라지는 곳에서만 극심한 교통체증이 있었지 오는 길은 막히지 않았다. 다만 졸음이 나를 귀찮게 했을 뿐. 와인 한 잔 마시고 잠을 자 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그런가? 99번 도로를 타서도 길이 계속 막혔지만 2명 이상은 1차선으로 달릴 수 있었기에 우리는 집 근처까지 빨리 올 수 있었다.


  6시가 조금 못 되어서 집에 도착한 것 같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는 주유등이 켜졌다. 기름 넣길 잘했다. 하긴, 여긴 고속도로에서도 빠질 수 있는 Exit이 많고 주유소들도 자주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집에 와서는 저녁을 먹고 다다음주 계획을 세웠다. 라스베가스 호텔은 예약을 했는데 LA 호텔 예약은 아직 못해서 이것을 끝내기로 하고 검색을 시작했다. 한인민박도 많아서 알아봤는데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계속 별로였다. 같은 가격이면 저렴한 호텔방을 구할 수 있는데 말이다. 계속 찾다가 3성급 호텔, 라마다, 이름도 한국에서 들어 본 적이 있는 호텔이 한인민박 정도의 가격으로 나와서 바로 예약했다. 아, 이로써 다음주 샌프란시스코와 다다음주 LA, 라스베가스 여행 계획이 다 세워진 것인가. 마음이 정말 홀가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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