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13일차> 쉼

inhovation 2016. 9. 24. 00:00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어제 나파밸리의 피곤인가, 늦게 일어나고 가게도 안나갔다. 오늘은 그냥 쉬는 날. 아무 일정도 잡지 않았다. 집에서 계속 그냥 쉬었다. 그래서 찍은 사진도 한 장도 없다. 아니, 쉬었다고 하면 안되려나. 집에서 하루종일 밀린 블로그를 썼다. 밤 1시까지. 내일 샌프란시스코에 가야하는데... 집에 있으면서 샌프란시스코에 대해서도 정리를 했다. 앞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총 6번을 더 간다. 내일, 그리고 다음주 월화수목금. 교통수단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고 뮤니패스는 어떻게 사야 하는 것인지 등등의 정보를 알아냈다. 우리나라 교통 체계에 비해 너무 복잡한 것 같다. 버스를 타면 거스름돈을 안주니 잔돈을 갖고 타라니,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갈 곳도 정해 보았다. 박물관도 세 곳이나 알아봤고 꼭 가 보아야 할 금문교랑 UC버클리, 스탠포드 대학교에 가는 방법도 찾아 놓았다. 정말 이 두 대학교에는 가고싶어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검색을 하는데 "스탠포드 대학교에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죠?" 하는 우리와는 핀트가 안맞는 '가는 법'에 대해 검색이 많이 되었다.

 

  점심에는 잠시 나가서 베스트바이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비가 왔다. 아침부터 날씨가 우중충하더니 결국 빗방울이 쏟아진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보는 비다. 캘리포니아 지역은 비가 일년 내내 안오다가 겨울에만 온다고 하더니, 우리가 온지도 열흘이 넘었는데 그 동안 비 한 방울 올 기세를 보이지 않더니 이제서야 온다. 어쩔 수 없이 나갈 준비를 다 했다가 취소하고 그냥 집에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낮에 못간 베스트바이에 갔다. 아저씨께 내일도 아침부터 부탁을 해야 하고 다음주도 일주일 동안이나 아침에 메가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셔야 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서 선물을 하나 사 드리기 위해서. 노트북을 그냥 들고 다니기실래 가방을 하나 사 드리기로 결정해서 베스트바이에 가서 가방을 한 개 골랐다. 미리 크기는 몰래 재 봐서 넉넉한 것으로. 나오는 길에 에너자이저가 보여서 한 개 샀다. 비싸서 살지 말지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폴라로이드 가져왔는데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나의 의견에 눈물을 머금고(?) 샀다. 8개 들었는데 8천원. 한국보다는 비싼 것 같다. 미국은 소모품이 비싸다고 들었는데 정말인듯.

  집에 와서 아저씨께 가방을 드리는데 한사코 받지 않으시겠단다. 없어도 되고 지금 들고다니는 큰 장바구니 같은 그 가방에 도시락도 넣어야 할 때도 있고 해서 노트북 가방 없어도 된다고, 여행하는데 보태 쓰라고, 얼른 환불 하라고... 정말, 어찌할 줄을 모르겠는데 그냥 억지로 드린다고 해서 정말 받으실 것 같지 않아서 알겠다고 하고 나왔다. 내일 아침에는 약속이 있으셔서 6시 50분에 출발하기로 하고. 아... 참 너무 감사하다.

 

  방에 와서는 노트북 가방을 한편에 잘 놓아두고, 환불을 해야 하므로, 건전지를 뜯어서 폴라로이드에 끼웠다. 그런데 전원이 또 안들어온다. 잉, 뭐가 잘못됐나. 한참을 살펴보는데 건전지 방향이 안맞았아. 헐, 설마. 원래 껴 있던 건전지, 어제 다 닳은 줄 알고 아랫 부분을 내가 잘근 잘근 씹어서 잇자국이 다 나 있는 흉한 건전지도 방향을 맞춰서 껴 보니 잘된다. 이런. 우리의 거금이 이렇게 허무한 소비로 날아가다니. 가방은 환불이 되어도 건전지는 환불이 안될텐데... 얼른 베스트바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환불규정을 찾아봤다. 영어를 해석하면서 읽다가 귀찮아서 구글 번역기 가동. 우리의 가슴을 찢어지는 한 문장이 있었으니...

 

Nonreturnable Items : Consumable items such as food, drinks and batteries

 

  아... 어쩔 수 없지 뭐. 인터넷에 검색을 해 봐도 이미 개봉한 배터리를 환불하는 것은 정말 진상중에 '개진상' 손님인 것 같았다. ...

 

 

  오늘 밤은 이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블로그를 1시까지 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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