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10일차>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inhovation 2016. 9. 21. 00:00

2013년 1월 20일 일요일

 

  어제는 하루 쉬었지만 오늘은 다시 아침에 운동을 했다. 그런데 평소보다 사람이 없었다. 아니 거의 없었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그래도 열심히 뛰면서 공원을 누볐다. 오늘은 사람이 없지만 미국 사람들은 조깅을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운동장이나 공원 같은 곳에서는 많이 볼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아침과 저녁 시간대에는 자주 찾아볼 수 있지만 점심에도 종종 볼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언덕을 뛰어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피어 39 주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주차장 사이를 누비는 사람도 보았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모두 남자든 여자든 군살이 없고 몸이 탄탄하다. 비만도가 굉장히 높은 미국이지만 이렇게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보기 좋고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어떤 곳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오늘도 별다른 일정이 없다. 교회 갔다가 오후에는 다시 가게에서 일일 캐셔를 하는 것이 일정이라면 일정이랄까? 40일 동안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이정도 알바는 해야지. 밀린 블로그도 쓰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즈음에 교회에 갔다. 교회에 가는 길은 왜 이렇게 졸렸는지 자고 일어나 보니까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한인교회를 갔다. 작은 교회였고 사람도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정말,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

 

  무슨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내 가슴속을 파고드는 작은 부분이 있었다. 성경을 읽으면서 자주 보고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칠 법도 한 말씀이었던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는 마태복음 10장 8절 후반부의 말씀이었다. 앞에 놓여있던 영어 성경 표현이 더 멋있는 것 같다.

 

You recieved without payment; give without payment

 

통로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그 앞에는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여기 부터는 마음에 와 닿으면서 집중해서 들었다. 흔히 그리스도인들은 '축복의 통로'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렇다면 통로는 무엇인가? 혈관을 예로 들자면 피가 흐르는 하나의 통로인데 이 통로에는 무엇이 쌓이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통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건강을 잃게 된다. 냄새나는 하수구라도 하수가 흐르는 통로인데 이곳도 막히게 되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축복의 통로라고 말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통로에 무엇을, 쉬운 예로 돈을 들 수 있겠는데, 이런 것들을 쌓아놓게 되면 축복의 '통로' 역할을 다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사실 이 말씀이 메인은 아니었고 총 세 가지 중에 두 번째 였다.

 

  아, 통로의 삶. 나도 이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내가 받은 것들이 많이 있는데, 위에서는 쉽게 돈을 예로 들었는데 꼭 돈 뿐만이 아니라, 내가 받은 사랑도 있고 관심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남들에게 잘 전하는 삶을 살아야 겠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컵과 같은 삶이 또 이런 삶이 아닌가 싶다. 머그컵을 좋아하는데 엄청난 수집가 정도는 아니고 소소하게 모으는 편이다. 컵에는 항상 무엇인가가 채워지기도 하고 또 비워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삶도 항상 채워지고 비워지는 것의 반복은 아닐까. 항상 채워지지만 않는 것처럼, 또 항상 비워지지만은 않은 것 처럼 적당히 채워지고 또 비워질 때도 있고. 그러나 항상 채워지는 삶을 바라면서 좁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비워질 때는 그 비워짐을 견디지 못해 괴로워하고. 어쩌면 딱 나의 모습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통로. 머그컵. 흐른다는 것과 채워지고 비워진다는 것.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설교를 통해 좋은 말씀 듣고 많이 생각하게 되고 내 인생 가운데 하나의 방향을 잡아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이렇게 정리도 하면서 남들에게 뭔가 '멋진 말'을 해 줄수 있다는 나의 아이템이 생겼다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언제쯤 누구에게 써먹을 수 있을까?



  교회를 다녀와서는 어제처럼 가게 일을 보고 집으로. 이번주 계획을 세우고 잤다. 특별한 것으로는 화요일에 나파 밸리(Napa Valley), 목요일에는 예매해 놓은 메가버스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이번 한 주도 기대가 되면서 이제 미국 여행이 30일 남았다는 생각을 하니,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은 참 빠르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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