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13 미국 서부

<미국여행 11일차> 드라이브

inhovation 2016. 9. 22. 00:00

 2013년 1월 21일 월요일

 

  어제 일찍자서 그런지 4시 반에 깼다. 밀린 블로그를 쓰고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안일어나서 아침 운동은 안나갔다. 아, 혼자서는 아직 습관이 안된 것인가. 뭔가 좀 그랬다. 씁쓸한 그런 마음? 그래도 집에 있으면서 신기한 구경을 했다. 바로 쓰레기차. 미국에 집들도 너무 많고 집집마다 큰 쓰레기통,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수거하는 음식물 쓰레기통보다 더 큰 것들이 집집마다 있는데 이 동네는 월요일 아침마다 집 앞에다 쓰래기통을 내 놓으면 비워준다고 한다. 지난 주에는 그래서 어떻게 수거하는지 정말 궁금했는데 방에 있다가 쓰레기차 소리가 나서 얼른 창문으로 가서 보니까 쓰레기차가 쓰레기통을 비우고 있었다. 차 옆에 큰 집게가 있었는데 그걸로 쓰레기통을 두 팔로 안는 것 처럼 집어서 그대로 들어 올려서 위에서 뒤집어 쏟아버렸다.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 차는 사람이 직접 맞춰서 체인으로 끌어 올려서 뒤집어 엎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은, 워낙 집들도 많고 통들도 많으니까 신속 정확하게 한방에 해결해 버리네.

 

  아침을 먹고서는 오늘 뭐 할지를 생각했다. 일단 내일 나파 밸리 가는 것은 말씀을 드려서 차를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나파밸리는, 회사 다닐 때 미국 캘리포니아로 간다고 하니까, 거기에 나파밸리라는 곳이 있는데 정말 동화에 나올 것 같이 멋진 곳이니 꼭 가보라고 해서 가는 것이다. 그래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알아보니까 포도밭이고 와이너리들이 많이 있는 곳. 뭐, 비슷한 예를 들자면 보성 녹차밭 정도라고 말하면 적당하려나?

 

  일단 오늘은 오후까지 놀고 또 가게 일을 도와드리기로 했으니 차를 타고 마트로 갔다. 구글 지도에서 보고 큰 마트들에 별표를 쳐 놓고 GPS 신호를 보면서 마트로 이동했다. 처음에 간 마트는 꽤 컸는데 조금 돌아다녀보니까 중국마트였다. 마치 한인마트처럼 온통 한문에 중국 식품, 제품 그리고 중국 사람들. 재미가 없어서 나왔다. 마트를 나와서는 옆에 운동화 파는 곳에 들어가봤는데 여자 직원이 너무 친절하게 말을 자꾸 걸어서 조금 보다가 그냥 나왔다. 영어로 자꾸 뭐라고 말하는데 잘 못알아 듣기도 하겠고 과도한 친절은 오히려 부담스러운 면도 있으니 말이다. 꼭 영어를 못알아 들어서 나온 것은 아니다. 절대.

  차를 타고 다시 다른 마트로 갔다. 그런데 가다보니 어제 교회 가다가 잠시 들렸었던 월마트. 한국에는 월마트가 들어왔다가 철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제 월마트 구경을 제대로 못해서 아쉬웠는데 잘됐다. 맘잡고 샅샅히 구경했다. 여자친구가 일기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노트를 보는데 우리나라처럼 일반적인 노트가 없고 거의다 스프링 노트만 있엇고 가격도 꽤 비쌌다. 미국 애들은 이런 노트만 쓰나보다. 고르고 고르고 고르다가 1 달러자리 끈 제본 되어 있는 것을 집어 들었다. 전자제품은 베스트바이에서 많이 구경했지만 또 구경했다. 노트북을 사려고 고민중인데 베스트바이가 더 싸다. 대신 여기서는 사람이 없어서 키보드도 조금 눌러보면서 윈도우 8도 좀 해봤다. 어렵다. 캐리어를 구경하는데 Jeep 캐리어가 50달러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굉장히 좋아 보이는데. 잘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비싼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참을 열어보고 끌어보고 구경을 하다가 메모를 해 놓았다. 한국 갈 때 짐이 많아지면 한 개 사기로 찜 해 놓고. 옆으로 가서는 엊그제 본 코렐 그릇을 구경했다. 여긴 왜 이렇게 싼가. 접시, 볼, 컵이 총 16개 들어있는 세트가 3만원을 하지 않는다. 엊그제 알아본 곳 의 1/3 가격. 바로 사진들을 막 찍었다. 집에가서 어머니께 보고해야지. 조금 더 몇 가지 구경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계산대 옆에 있는 봉지 넣는 곳이 신기하다. 직원이 내 물건을 아래로 내려놓으면 내가 바로 돌려서 봉지에 담게 되어 있다. 미국은 봉지값을 받지 않아 봉지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펼치기도 편리하게 되어 있고.

  계산을 하고 나서는 바로 앞에 있는 안경점에 잠시 들려보았다. 들릴까 말까 엄청 고민을 하다 들어갔다. 그랜드캐년에 가면 눈이 너무 부셔서 선글라스를 쓰고 다녀야 한다는데 나는 안경을 써서 못쓰니까 일회용 렌즈를 살 수 있나해서. 길 물어보고 물건사고 하느라 영어는 써 봤어도 또 이런데서 쓰는 영어는 처음인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긴장이 되었다. 그래도 자신감을 갖고 들어갔다! one-day lens를 찾고 있다고 말하니까 의사의 처방전을 보여달라고 했다. 없다고 하니까 있어야만 줄 수 있다고, 옆에 안과 의사 방이 있는데 가서 먼저 받아오든지 다른 병원에 가서 받아오라고 했다. 얼마 정도냐고 하니까 10만원 정도. 의사의 처방전이 포함된 가격인지 렌즈 가격만인지는 여자친구랑 의견(?)이 갈렸다. 서로 듣고 해석한 것이 달라서. 어떻게 됐든, 100 달러를 고작 하루 선글라스를 위해서 지불할 수는 없으니 그냥 나갔다. 실명되는 것도 아닐텐데, 사진 찍을 때만 선글라스 끼면 되지 뭐.

 


   월마트를 나와서는 옆에 있는 다른 가게들을 구경하는데 지난 주에 공원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보였던 달러 트리가 있었다. 여기는 그 때 거기보다 훨씬 더 큰 규모였다.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할머니가 "Back back"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가 입구가 아닌줄 알고 뒤로 물러났는데 입구가 맞다. 뭐지. 다시 들어가보니 Back pack은 갖고 들어갈 수 없다고 사물함에 맡기라는 것이었다. 이런. 백팩도 못 알아 듣다니. 사물함에 맡기려는데 25센트가 없어서 할머니가 빌려주고 이따가 나갈 때 다시 달라고 했다. 서비스 좋다. 달러트리에서는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재밌었던 것은 콜라가 2.5리터짜리 패트병이 있었던 것. 완전 비만 콜라 패트병이다. 옆에 있었던 우리에게 익숙한 패트병이 너무나도 귀엽게 보일 지경이었다.

 

  집에서 나올 때 싸온 바나나랑 귤은 먹었는데 배가고팠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였는데 미국에서의 첫 날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준 인앤아웃 버거를 먹기로 결정하였다. 대충 위치는 알겠는데 정확히는 몰랐지만 일단 나의 동물적인 지리감각을 믿고 떠나기로 했다. 가는 길에 왼쪽에 새크라멘토 대학교가 보여서 이따 들려보기로 했다. 차를 타고 계속 달렸다. 일단 아는 곳으로 가기로 하고 가다가 나오면 거기로 가기로. 차를 타고 계속 가다가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인앤아웃이 보이지 않는다. 아, 배는 무척 고파오고, 다른 것을 먹을까 고민은 되고... 여기보다 더 가면 없는 것 같아서 그냥 꺾어서 고속도로로 들어가서 돌아가기로 했다. 좌회전을 하고 고속도로로 들어가려면 오른쪽으로 바짝 붙어야 하는데 차선을 못바꾸고 1차선으로 가면서 고속도로 진입로를 지나치게 되었다. 이런. 다시 유턴을 하든 뭘 하든 가야하니 조금 앞으로 갔는데 데 그토록 바라고 원하고 소원하고 소망했던 인앤아웃버거가 보였다! 바로 우리가 찾던 그 지점. 아... 감동이 밀려왔다.

  인앤아웃에 들어가서는 항상 먹었던 치즈버거를 시켰다. 음료수는 무한리필이니까 Small cup 한 개만 시켰는데 Middle cup으로 줬다. 컵 받고 나서 알았는데, 한국이라면 따졌겠지만 미국이라 안따졌다. 영어로 말해야 해서 못따진 것이라고 하지 않겠다. 그냥 먹기 위해 안따진 것이다. ... 주문 받은 흑형과의 의사소통 착오가 있었겠지. 조금 기다리고 햄버거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케찹은 셀프서비스니까 작은 통에 듬뿍 짜고. 날이 좋아서 야외에서 먹는 것도 참 시원하고 좋았다. 캘리포니아에만 있다는 인앤아웃 햄버거. 한국에 가면 절대로 이 맛을 못느낄 것 같다. 주문하자마자 바로 패티가 구워지고 만들어지고, 감자도 바로 튀겨져서 나오는 '정말로 내가 주문한' 햄버거. 맥도날드 같은 곳은 누군가가 먹을 햄버거를 미리 만들어 놓고 그 햄버거를 나에게 주는데... 아, 정말 맛있다. 치즈향이 코끝으로 풍겨오고, 신선하다는 표현보다 미국식으로 fresh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이 느낌을 더 잘 표현해 줄 것 같은데, 정말 fresh한 양파와 양상추, 토마토가 입안에서 빵과 패티, 소스와 함께 어우러지는 이 맛! 이것도 정말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 미국와서 우리에게 정말 작지만 큰 감동을 안겨주는 인앤아웃 햄버거.

 

 

  햄버거를 먹고 나서는 고속도로를 제대로 타고 새크라멘토 대학교로 갔다. UC 계열은 아닌 것 같고 그냥 California State University, Sacramento가 정식 명칭이다. 줄여서는 Sac State. 차를 내부에 주차해도 되나를 잘 몰라서 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았는데 너무 아쉬웠다. 알맹이인 학교 가운데로는 가보지도 못하고 크게 주위만 한 바퀴 돌다니. 특히 동쪽으로는 언덕이 있었는데 언덕 너머에 뭐가 보일지 엄청 궁금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주차장에 몰래 차를 대고 언덕을 올라갔다. 엄청난 상상과 기대를 가지고. 엉금엉금 언덕을 올라갔는데 대 실 망. 정말 별 것 없었다. 좁은 강이 흘렀는데 그냥 딱 보면 와- 하는 것이 아니라 아- 하는 정도의 풍경이다. 그래도 저쪽에는 미니 금문교가 있었는데 거기까지만 가 보기로 했다. 여기서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조깅, 스케이트보드, 자전거. 미국이 운동하기에는 참 좋은 나라 같다. 다리에서 사진찍고 중간까지만 건너가서 강을 봤다. 또 여기서 보니까 은근 괜찮기는 하다. 그래도 오랜 시간을 머물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까 아메리칸 리버(American River) 길게 굽이굽이 흐르는데, 멋진 곳도 있다는데 여기서는 이런 모습이구나.

 


  작은 캠퍼스가 아담하니 잘 꾸며져 있었다. 풋볼 경기장도 있었는데 들어가보진 못했고 학교 내부도 구석구석 둘러보진 못했다.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있고 주차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도 되어서. 행여나 딱지를 떼이거나 견인이 될 수도 있으니... 몇일 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똑같이 느끼는건데 '여름에 왔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것이다. 여기도 멋진 가로수길이 있는데 많이 울창하지 못하고 가지만 남은 나무들도 있어서 멋지긴 한데 약간 아쉬운 느낌.

 

   오후에는 가게로 돌아와서 가게일을 돕다가 집에 와서는 나파밸리 계획을 세부적으로 세웠다. 내일은 해 뜨고 7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점심은 베이글에 크림치즈 발라가기로 하고 저녁은 집에 와서 먹는 것으로. 너무 어두워지면 운전하기도 힘드니 해 지기 전에 들어오는 일정으로 세웠다. 블로그랑 올드 새크라멘토에서 가져온 나파밸리 팜플렛을 보면서 두 곳을 정했다.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곳이랑 멋진 성 안에 있는 와이너리를 가는 것으로. 구글 지도에 별을 찍어 놓고 가는 길을 그래도 메모로 적어 놓았다. 오늘 보니 기름도 거의 바닥이던데 기름 넣을 돈도 챙겨놓았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정말 돈이 좀 들어가는 관광 시작이니 나파밸리 가는 길에 시티은행에 가서 돈을 찾기로 했다.

  모든 계획이 다 세워지고 나서 누우려는데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나파밸리라는 곳이 포도밭과 와이너리가 많은 단순한 지역 이름인데, 여기를 간다고 계획을 세우고 갔는데 정작 가고싶은 와이너리는 못찾고 돌아오는 것은 아닐지, 마치 작년에 베트남 갔을 때 목공전통마을 동키를 찾아가려고 갔는데 전통마을에는 도착했지만 기대했던 것들은 없었던 것 처럼,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 한켠으로는 마음이 편해졌다. 베트남에서도 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또 전통마을에 가서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골목에서 길을 잃었던 것 처럼, 내일도 만약 잘 찾아가지 못한다면 또 가는 과정을 즐기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일은 정말 또 기대된다. 나파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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