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8일 금요일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희안한건 새벽에 한 4-5시쯤에 항상 쉬가 마려워서 깬다는 것. 화장실을 안가려고 버티면 잠은 안들고 아침까지 뒤척인다. 화장실을 다녀오면 정신이 번쩍 들어서 아침까지 또 뒤척인다. 오늘은 7시 30분에는 어제 확인한 정거장, 올드 새크라멘토로 가야하기 때문에 아침운동은 취소다. 아침을 밥으로 얼른 먹고 점심을 준비했다. 샌프란시스코 가서 먹을 것. 돈이 없으니 점심은 이렇게 집에서 미리 싸가야 한다. 어제 산 크림치즈를 식빵에 바르고 바나나, 귤, 물을 챙겨서 가방에 넣었다. 삼각대도 챙기고 카메라도 잊지 않고 챙기고. 한국에서 시티은행 통장에 넣어놓은 돈을 찾을 시간도 없었거니와 아직 한국에서 조금 가져온 현금이 남아 있었고 크게 돈 쓸일도 오늘은 없어서 돈은 그냥 있는 것만 잘 챙겨서 갔다.
길이 많이 막혔지만 2인 이상만 1차선으로 갈 수 있었기 때문에 금방 갔다. 우리 차는 세 명. 올드 새크라멘토에서 내려주셔서 어제 정류장으로 가니까 버스는 아직 없었고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예약 번호는 프린트를 안하고 에버노트에 저장해놨는데 동기화를 안시켜서 핸드폰으로 보이질 않는다. 이런. 메가버스 직원이 있길래 가서 또 나의 짧은 영어로 '내가 예약번호가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데 와이파이가 필요하니 버스가 오면 버스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를 탑승 전에 먼저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당연히 된다고 했다.
역시, 영어는 실력이 아니라 자신감이야.
버스가 10분 정도 늦었다. 버스가 와서는 앞 사람 부터 탈 동안에 얼른 와이파이를 켜서 예약번호를 저장했다. 간단한 확인절차가 끝나고 버스에 탔다. 버스는 2층으로 되어 있었고 1층 뒤쪽은 짐칸이고 안쪽에는 화장실이 (있는 것 같고), 2층은 앞에부터 뒤에까지 다 좌석이었다. 타서 우리 번호를 찾아서 앉았는데 복도를 중심으로 떨어져 있어서 자리를 옮겼다. 안옮겼으면 나는 살이 많이 찌신 할머니랑 갈 뻔 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 좌석은 마음대로 앉으면 되는 것 같다. 앞으로 탈 일이 많으니까 이제 맨 앞에 앉아야지.
버스는 40분이나 늦게 출발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 두 명이 있었는데 1층 의자를 다 밀고 휠체어를 묶는 작업이 오래 걸렸다고 직원이 올라와서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직원이 길게 말하면서 '휠체어'는 '휠체어'라고 말하지 않고 '윌체어'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wh 발음은 다 ㅇ 이다. 앞으로 영어를 말할 때 r은 확실히 아르르르- 라고, wh는 ㅇ으로 발음해야 겠다. 버스는 출발했다. 이렇게 가면 우리의 샌프란시스코 구경 시간은 늦어지는데, 어쩔 수 없다. 처음에는 풍경을 보면서 갔는데 여자친구가 어느샌가 잔다. 나는 잠은 안왔는데 갑자기 여자친구가 깨워서 눈을 떠보니 베이 브릿지(Bay Bridge)를 지나고 있었다. 뚫려있는 천장 창문으로 보니 이게 말로만 듣고 바탕화면으로만 하던 금문교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10시가 조금 안되었는데 벌써 샌프란시스코에 다 왔다니. 늦게 출발은 했지만 엄청 밟았나보다.
지금 알았는데 베이 브릿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다리라고 한다. 야경이 뛰어난. 이런건 검색해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으니까 여기다 구구절절 쓰긴 좀 그렇고. 어쨌든 10시가 조금 넘어서 정류장인 칼 트레인(Cal Train)역에 버스가 멈췄다. 내리면서 저녁에 또 타야 하는데 여기냐고 물어보니까 그렇다고 한다. 이제 오는 것도 안심이 되었으니 다운타운을 향해 출발!
샌프란시스코의 첫 느낌은 일단 '도시같다'는 것이었다. 새크라멘토 주변은 정말 좀 시골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렇다고 시골이라고 해서 완전 우리나라의 촌구석 시골은 아니고 그냥 시골풍, 설명하긴 어렵고, 다운타운도 그리 화려해보이거나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샌프란시스코는 달랐다.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건너 다운타운으로 가니 조금 높은 빌딩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많이 높은 빌딩이 있는 다운타운 중심가는 동쪽에 있었는데 오늘 갈 곳은 여기는 아니다. 오늘은 유니온스퀘어부터 피어 39(PIER 39, 39번 선착장 정도로 번역하면 될까?)로 갈 것이다. 가는 동안에 케이블카를 타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타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사람들은 표를 사서 타고 하루종일도 타고 그런다는데 어디서 파는줄도 모르겠고. 일단 계속 걸었다. 우리에겐 튼튼한 다리가 있으니.
새크라멘토에서도 봤던 메이시스 백화점이 여기에도 있다. 완-전- 크게. 역시, 뭔가 새크라멘토와는 다르다. 구경해보고 싶은 곳도 많고 들어가보고 싶은 곳도 많았지만 이렇다가는 목적지까지 못 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구경욕구를 억누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유니온스퀘어에 도착했는데 엄청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도심지 중심에 사각형으로 정말 작은 광장이 있는 정도였다. 옆으로 틀어서 가다보니 시내를 돌아다니는 셔틀 투어버스가 있었다. 신기해서 그 앞에서 얼쩡거리니까 표를 파는 사람들이 달라붙었다. 순식간에 5명이 우리를 둘러싸서, 무섭지는 않았지만, 자기네들의 지도를 펼치면서 우리 투어 노선은 간단하고 얘네 것은 복잡하다, 싸게 해 주겠다, 언제까지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르냐 등등 쉴새없이 말한다. 일단 지도를 다 받았다. 그리고 나서 점심을 먹고 다시 온다고 말하고 빠져나왔다. 무료 지도 득템.
우리 옆으로는 사진으로만 보던 케이블카가 지나갔다. 저것을 어떻게 타는 것인가. 잠깐 쉴겸 작은 마트에 들어가서 머그컵도 구경하고 미국에만 있다는 립스틱도 좀 구경하고 그러는데 옆에 표를 파는 곳이 보였다. 사실 보였다기 보다 어떤 사람이 ticket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서 쳐다보니 표를 팔고 있고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그런데 뭐를 사면 하루 종일 탈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게 뭔지 참, 블로그들을 봐도 글로만 배웠지 아는게 없어서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좀 물어보면 좋겠는데 사람들이 줄을 길게 계속 서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가게를 그냥 나왔다. 오늘은 그냥 걷기로. 아직 체력이 남아 있으니.
샌프란시스코는 정말 언덕들밖에 없었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은 샌프란시스코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언덕 넘어 언덕이다. 그래도 재미있게 사진도 찍으며 구경을 하면서 걸어 올라갔다. 여기에는 4-5층 정도 되는 아파트들이 많이 있었다. 도로 가운데로는 레일이 깔려 있었고 트램이라고 하는 케이블카가 자주 오르락 내리락 했다. 이것 때문에도 그렇고 언덕도 많고 복잡해 운전하기에 샌프란시스코는 불편하다고 한다. 줄줄이 매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부러움을 발산하며 다음에는 꼭 타 보자는 다짐을 하며 언덕을 계속 올라갔다. 북으로 북으로, 우리의 목적지는 피어 39이다.
가는 길에는 조금 돌아가면서 지도에 찍어놨던 몇 가지 관광명소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우선, 전체적으로 느낀점은 관광책에 있는 것을 모두 볼 생각을 하면 안되겠다는 것. 정말 큰 볼거리가 아닌 것도 다 적어 놓았으니 말이다. 신기하긴 했지만 마음을 울릴만한 감동이 없는 곳도 있었다. 처음에는 여행 책자에 그려져있던 경로로 이동을 하다가 그냥 포기하고 우리가 가고 싶은 길로 갔다. 감동이 덜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언덕이라 일단 걸어서 움직이는데 조금 힘도 들어서. 차이나 타운도 지났는데 여긴 그냥 정말 중국이랑 똑같았다. 작년에 중국에 갔던 생각도 났다. 그 때도 중국 시장을 아침 일찍 구경을 했는데 여기도 똑같았다. 차이나타운은 인천에도 있는데, 미국까지 와서 중국을 체험하고 싶진 않아서 우리 둘다 그냥 휙휙 보면서 지나쳤다. 길을 보면서 요리조리 잘 찾아가고 있었는데 저 멀리 십자가탑이 보였다. 순식간에 '저긴 꼭 가야해'라는 생각이 들면서 흥분이 되었다. 골목을 지나가니 넓은 잔디밭이 나오고 그 앞에는 교회가 있었다.
성 베드로 바울 교회(Saints Peter and Paul Church). 아, 크로커 미술관에서 느꼈던 감동이 다시 밀려오는 것 같았다. 일단 거대한 크기에 압도당한 것도 있지만 그 거대함 속에 아주 오묘한 세밀함이 곳곳에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밀려왔다. 여유있는 일정이라고 생각했지만 많은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여행 일정에 여유를 가질 수는 없었다. 그림은 나중에 사진을 보고 그려야 하나. 뾰족하게 솟은 탑과 창문 장식들, 문에 새겨진 글자 등등 어떤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교회 앞 잔디밭에는 중국인 할머니가 무술같은 그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산책도 하고 개랑 놀기도 하였다. 그러다 개가 좀 이상행동(?)을 보인다 싶으면 바로 목줄을 매고. 노숙자 같은 사람도 몇 명 보였다. 그래도 나는 교회를 찬찬히 구경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해서 이곳 저곳을 오랜 시간 살펴보았다. 그러나 볼 것이 많기에 이곳에서도 아쉬움을 뒤로한채 떠났다. 생각해보면 내가 좀 예전에 비해 변한 것 같다. 이전에는 이런 건축물이나 멋진 것들을 봐도 큰 감동이 없고 그냥 단지 '멋지다' 정도랑 사진 찍는 것 정도가 전부였는데 이제 이곳 저곳을 보면서 감탄도 할 줄 알게 되고... 혹시 이런 것이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 간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까?
성 베드로 바울 교회에서는 동쪽 언덕 위에 있는 코이트 타워(Coit Tower)에 가 보기로 했다. 언덕을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피어 39였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코이트 타워에 안가보면 아쉬울 것 같았다. 코이트타워는 코이트라는 사람의 유산을 기초로 1933년의 자치소방단의 활약을 기대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라고. 그 때, 갈 때는 아무것도 몰랐고 지금 검색해 보고 다 아는 것이다. 여튼, 언덕을 오르면서도 볼거리가 많았던 것은 이쁜 아파트들이 많았다. 색색이 아파트들이었는데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파스텔톤 페인트로 칠해진 아파트들이 너무 이뻤다. 내부 구조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살고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런 소소한 볼거리들이 많이 있어서 사진도 찍으며 쉬엄쉬엄 올라갈 수 있었다.
마지막 계단을 올라가서 타워에 들어가보니 벽화가 그려진 1층과 기념품 가게는 그냥 볼 수 있었지만 탑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표를 구입해야 했다. 한 사람에 7달러.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이 곳에 올라가면 샌프란시스코도 한 눈에 볼 수 있고 괜찮을 것 같아서 처음으로 '과감히' 표를 샀다. 엘리베이터는 수동으로 문을 열고 닫았는데 여기서 표 검사를 했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철 문이 안열리도록 동양인으로 보이는 엘리베이터 직원(?)이 팔로 잡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이 작은 엘리베이터, 6-7명 정도 타면 꽉 차는 좁은 곳에서 오르락 내리락만 하며 일 하는 기분은 어떨까.
엘리베이터에 내려서는 계단을 조금 오르자 꼭대기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확 트인 곳은 아니었다. 그래도 창문으로 샌프란시스코를 한 바퀴 둘러서 모두 볼 수 있었다. 안전상의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창문에 단단한 유리로 막아놔서 조금 아쉬웠다. 올라와서 한 바퀴 돌면서 우리가 걸어온 길도 보고 다른 곳도 보았다. 제일 감동스런 풍경은 바로 금문교. 아, 저기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정말 배경화면으로만 해놓았던 금문교! 뭔가 모를 뭉클함이 가슴 속에서 생겨났다. 그토록 만나고 싶던 사람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처럼 샌프란시스코 하면 금문교라고 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실제로 내 눈으로 보다니. 그래도 꽤 멀리 있어서 오늘 가까이 갈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몇 번 더 샌프란 시스코에 갈 것이니 그 때에는 '만져 볼 수도' 있겠지. 그 때의 감동은 지금과는 다르겠지. 아, 설레고 기대된다.
코이트 타워를 내려와서는 언덕 위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그러나 바다가 잘 보이진 않았다. 왜냐하면 나무를 우거지게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하긴, 이런 나무가 없으면 누가 7달러나 내고 코이트 타워 꼭대기까지 올라갈까. 언덕을 이쁘게 해 놓기 위해 있는 나무이자 동시에 상술을 위한 나무인 셈이다. 그래도 점심은 맛있었다. 잠시 신발도 벗고 쉬면서 먹는 샌드위치는 레스토랑에서 먹는 점심보다 맛있었다.
언덕길을 따라 내려가며 북으로 향했다. 내려가면서도 소소한 볼거리들은 이어졌다. 정말 오래된 차도 보고 반대편까지 쭉- 직선으로 이어져 언덕을 내려갔다 올라가는데 양편으로는 아름드리 나무가 드리워져 있는 풍경은 횡단보도 중간에서 안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마치 영화 '인셉션'에서 길이 90도로 굽어지는 장면과도 같았다. 아, 내가 본 기억들은 다 머릿속에 있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되는게 아쉽다, 정말. 또 언덕을 내려가면서 저 멀리, 언덕 아래 바다가 보였는데 내려가는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기대감이 커져만 갔다. 정말 저기 내려가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을 하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바닷가에서 풍겨오는 특유의 비릿함이 코를 찌를 때 쯤 눈 앞에는 PIER 39라고 써 있는 육교가 보였다. 옆에 주차장에서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육교이다. 물개가 오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직 정말 물개는 못봤고 물개 동상이 있었다. 그리고 앞에는 천막을 치고 물개 가죽을 몇 개 펴 놓고 두개골도 전시해 놓았다. 그리고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백인 어린애가 설명을 하는데 물개를 보호해야 한다 뭐 이런 말 인 것 같기도 하고 전반적인 물개에 대한 지식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바다사자도 많이 오고 하는 곳이란다, 이곳은. 선착장에는 십 수대의 요트들이 정박해 있었다. 사진 같은 것으로만 보던 그런 풍경이었다.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사람도 굉장히 많이 있었다. 한국 사람도 엄청 많았다. 잊을 만 하면 한국말이 들리고 그랬다. 투어의 필수 코스인듯.
선착장을 돌아서 사람들이 많이 서 있는 곳으로 가니 정말로 바다사자들이 있었다. 저 멀리는 금문교가 보였다. 아, 꿈에도 그리던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눈앞으로 보여도 오늘은 갈 수가 없구나... 다음을 기약하면서 바다사자 구경을 열심히 했다. 대강 100마리 정도 되려나. 꽤 많이 있었다. 한참을 구경했다. 이유는, 남자 바다사자가 자꾸 여자 바다사자에게 짝짓기를 시도하려고 해서 '하는거(?) 보고가자, 할 것(?) 같아, 잠깐만.' 이러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결국은 실패했다. 여자 바다사자가 계속 물속으로 도망쳐서... 엄청 아쉬웠다. 내가 가고 나서 하면 어떡하나... 뒤쪽에 있는 안내판을 열심히 해석하면서 읽으니 겨울철에 바다사자가 오고, 예전에는 개체수가 많았는데 1993년인가 지진 이후로 많이 줄었다고 하는 말들이 써 있었다.
선착장을 돌아 안쪽으로 들어오니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고 회전목마같은 놀이기구도 있었다. 마치 이곳은 인천의 '월미도'라고 생각하면 딱이겠다. 그런데 느낀점은 월미도는 뭔가 장소적인 상징으로 해서 관광지로 개발을 잘 못한 것 같은데 이곳은 달랐다. 샌프란시스코 관련한 티, 머그컵부터 시작해서 각종 기념품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그런데 월미도는 생각나는게 놀이기구랑 횟짐 정도? 뭐 이런 것도 상징이 될 수 있겠지만 PIER 39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로 좀 더 잘 꾸며놨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아, 잘 모르겠다. 미국에 왔다는 기분 좋음 만으로도 내가 미국에서 보는 모든 것을 우위에 놓고 판단하는지도. 어쨌든. 여기서도 기념품 샵을 한참 구경했다. 구경하는데 중간에 강남스타일 노래도 나와서 또 머무르면서 미국인들의 반응을 동영상으로 찍기도 하고. 고개를 흔들면서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이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초콜릿 가게도 있었는데 굉장히 비쌌다. 들어가서 사진만 찍고 구경만 하고 그냥 나왔다. 우리가 다음에 샌프란시스코에 올 때 기라델리 초코릿을 사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심각히 고민하면서. 넓지 않은 피어 39에 2-3시간 정도 있었나, 상당히 오랜 시간 구경을 하고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배가 고파왔다. 뭘 사먹으려고 해도 너무 비쌌다. 샌프란시스코 물가가 비싸다는 글을 많이 봤는데 정말이었다. 우리의 한 끼 식사 기준은 첫날 우리에게 환상을 안겨준 인앤아웃 햄버거세트, 5달러가 적정 기준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뭘 좀 먹으려면 7-8달러. 허기와 함께 서쪽으로 이동했다.
계속해서 피어 40, 41, ... 이렇게 이어진다. 크루즈 선착장도 있고 그런데 피어 39처럼 크게 발달해 있지는 않다. 안쪽으로 길을 건너면 또 다른 기념품 가게들도 줄지어 있었다. 계속해서 구경하면서 가니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 탑(?)이 보였다. 그리고 길거리음식 느낌의 가게들이 이어졌다. 여러가지를 팔았는데 우리는 브레드 볼(Bread Bowl)을 먹었다. 빠네 파스타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빵 안에 스프를 담아준다. 6.25달러. 다른 사람이 사먹는 것을 보니 크기가 꽤 커서 둘이 한 개를 먹기로 하고 한 개 시켰다. 근처에 갈매기들이 득실대는 벤치로 가서 먹었다. 비둘기, 갈매기들이 사람들이 먹다 남은 빵 조각을 먹느라고 하늘과 땅에 가득하다. 눈 앞에서 똥을 싸면서 날아가는 것도 봤다.
브레드 볼의 맛은, 상당히 괜찮았다. 아니, 맛있었다. 나중에 보니까 안쪽에 조금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똑같은 것을 판다. 맛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고 좋은 점이라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과 좀 더 위생적으로 보이거나 아님 정말 위생적일 수 있다는 것? 그래도 길거리에서 사먹는 브레드볼도 배고픈 우리에겐 엄청나게 맛있었다.
다 먹고 나서는 뒤쪽에 있는 바닷가 가까이 갔다. 잠수함이랑 군함을 정박해 놓고 구경할 수 있게 해 줬는데 멀리서만 보고 가지는 않았다. 그것보다는 뒤로 보이는 섬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감옥이 있는 섬이라는 것만 알고 찍고 나중에 찾아보니 섬 이름이 알카트라즈(Alcatraz), 영화 더 록(The Rock)의 배경인 유명한 섬이란다. 난 사진을 찍었으니 아쉬움은 없다. 들어가는 배도 있다는데 이 때는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져서 갈 수도 없었고, 이것도 나중에 검색하다가 나중에 안 사실이다. 여기서도 금문교는 보였다. 하지만 갈 수 없었다. 5시가 넘어가서 이제 돌아갈 시간을 고려하면서 움직였다. 7시에 칼 트레인 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하니 계속 걸어서 가장 구경도 하지 말고 가기로 했다. 어짜피 카메라 배터리도 다 닳아서 구경할 수 있는 곳에 가도 사진도 못찍는다.
부지런히 최단거리로 걸어갔다. 다운타운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밤이 위험하다는데 위험해보이지는 않았다. 도시라서 그런지 사람도 많이 돌아다녔다. 칼 트레인 역에 거의 다 왔을 때는 너무 열심히 걸었나 한 시간만에 와 버려서 백화점에 화장실도 들리고 작은 마트도 한참이나 구경했다. 웃긴다. 미국와서 제일 많이 하는게 마트 구경. 우리나라에서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구경하는 것이랑 비슷하다. 아니 규모는 훨씬 작은 곳들이니까 동네에 큰 슈퍼 구경하는 것과 같은 것일까?
메가버스를 타고 오는길에는 바로 골아떨어졌다. 하루종일 걸어다녔으니까 이게 정상일듯. 시내에서 조금 지체했다는 것만 기억나고 눈 떠 보니 새크라멘토 거의 다 온 상태. 아저씨가 픽업을 하러 나와주셔서 바로 타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바로 잔듯.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 날을 돌아보니 신나고 재미있었다는 기억밖에 안난다. 아직 못해본 것, 못본 것들이 많이 있는데 다음 샌프란시스코 올 때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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