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나의 믿음에 계속해서 고민을 던지는 책

inhovation 2016. 3. 3. 15:00

No. 127

욕쟁이 예수

박총 지음

살림 펴냄 


  "야, 이 씨발 새끼야!"

  첫 문장부터 욕을 보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매우 황당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 번 따라해 봤다. 복음과 상황의 편집장으로 있는 박총 전도사의 '욕쟁이 예수'의 첫 문장은 바로 거침없는 욕으로 시작한다. 책 제목도 파격적인데, 첫 문장도 이처럼 파격적이라니. 이런 걸러지지 않은 솔직한 책, 좋다.(ㅋㅋ^^)

 

  박총 전도사와는 나와 개인적으로 '일방적인' 친분이 있다. 2008년-2009년 Young2080의 QT Zine에 '청년행전'이란 이름으로 꼭지를 연재할 때 이미 박총 전도사는 전부터 '이 시대의 분닥세인트인들과 나누는 대화(?)' 라는 꼭지로 연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연재하기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꼭지였고, 또 매거진의 같은 작가로서 같이 글을 연재하면서도 왠지 모르는 '일방적인' 친분감이 쌓였다.(내 동생은 박총 전도사님이 하는 강연에서 직접 뵙고 이 책을 사서 싸인까지 받아온 것 같은데, -책의 앞표지에 싸인이 있어서... 그리고 예전에 갔다온다고 하고 이 책이 생긴 기억이 있어서-나는 전혀 뵌적도 없고 그분은 나를 전혀 모르신다.(ㅋ...어쩌면 QT Zine에 연재한 내 코너를 읽으셨다면 좀 아실수도?ㅎ^^;;) 얼마 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박총 전도사의 강연을 듣고 '아 상당히 매력적인 분이구나'라는 느낌 들었고, 이 책을 꺼내 읽어보았다. 책은 QT Zine에 연재했던 내용이고, 지면상 싣지 못한 내용들까지 모두 들어있다. (나도 좀 잘 썼으면 이렇게 묶어서 책으로 낼 수도 있었을텐데....ㅎ^^;)  


[세.바.시 박총 전도사의 강연 보러가기]

 

  내용은 모두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님에 대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기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모든 장은 'ㅇㅇㅇ예수 '라는 제목으로 예수님에 대한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정관념을 몽땅 깨뜨려버린다. 사랑의 예수, 인자한 예수, 긍휼이 여기는 예수 등과 같은 제목의 책은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평안하게 해 주고 위로를 주는가. 하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래 차례를 보라. 가히 누군가는 신성모독이라 할 정도로 각 장의 제목이 정말 착하지 않다. 욕쟁이 예수, 양다리 예수, 술꾼 예수 등등...


  그렇다고 부정적인 이미지의 예수님에 대해서만 다룬 것은 아니다. 연인 예수, 켈트 예수 등과 같은 마음에 평안을 느낄 수 있는 장도 있다.(저자가 우리를 배려해서 간간히 이런 장을 넣어 놓은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ㅋ) 방금 '부정적인 이미지'라고 했지만 책 내용이 절대 예수님을 부정적으로 폄하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한쪽 방향으로만, 고정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예수님의 다른 면보를 조금 더 부각시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고, 그 가운데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었던 우리네의 믿음에 도전을 주고 있다.

 

 

  욕쟁이 예수? 우리는 소위 맛집 탐험 같은 프로그램에서 욕쟁이 할머니를 종종 보게된다. 욕쟁이 할머니는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며 손님을 끌어모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욕쟁이 할머니에 대해 '저 할머니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간혹 상처받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 할머니는 정말 솔직하구나, 저 할머니는 가식적이지가 않아 등등의 이미지를 생각해 낸다. 욕쟁이 예수라는 장에서도 우리에게 이런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예수님의 욕, '독사의 자식들아'는 왠만큼 신앙생활 했다는 사람이라면 심한 욕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들이 받아들이기에 독사의 자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 와닿지가 않지만 우리말로 적당히 바꿔본다면 '개새끼들아' 정도로 바꿔보면 그 이해가 빠르다. 한 우물에서 단 물과 쓴 물이 날 수 없고, 한 입에서 축복과 저주가 나올 수 없다는 말씀을 듣고 욕하는 버릇을 다 고친 나는 과연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개새끼까지는 허용해야 하는것인가. 단면적으로 받아들이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이런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의 믿음생활에 있어서 '솔직함'을 강조한다. 힘을어 죽고 싶을때, 기도도 나오지 않을 때 우리는 거룩한 모양새를 내며 '하나님, 저를 구해주세요'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 아버지 되신 하나님께 '아 ㅆㅂ, 하나님 ㅈㄴ 짜증나 미칠것 같아요'와 같이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는 것을 권하는 것이다.(.......ㅋㅋ^^;)

 

   술꾼 예수도 정말 읽어볼 만 하다. QT Zine 연재 당시 이 글을 읽고 교회 청년부 내에서 많은 토론이 있었고 이야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고 스스로 문제에 대한 정리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어떤 전도사님은 저자의 이런 의견이 술 마시는 것을 권하는 늬앙스가 강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정말로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 문제에 대해 결정하고 올바른 신앙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신앙에 있어 고민하고 있는 문제을 언제까지나 덮어두고 홀로 고민하는 것 보다는 이러한 글을 읽으면서 갈등하고 기도하며 믿음을 키워나가는 것이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의 모습으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외에도 다른 모든 장들도 정말 좋은 내용이 많다. 스님과 함께 일하는 예수를 읽으면서는 반성도 많이 했다. 이단의 경우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직 확실히 정하지는 못했는데...(ㅋ) 이단 포함, 다른 종교인들에게는 불친절하고 경멸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 보다는 우리의 구원의 논리, 구원의 확신을 잃지 않고서는 저들과 함께 일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더 좋은 삶의 모습 같다. 스님이라고 해서 하나님 형상대로 창조되지 않은 외계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앙에 대해 고민하고, 내 믿음에 대해 여러가지 면에서 회의감이 드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마음의 갈등을 풀어줄 것 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 책을 읽어며 신앙인으로서 여러 분야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고, 화장이 잘 된 화장발 예수님이 아닌, 생얼 예수님을 만나면서 스스로 그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12년 3월 21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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