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II

북한은 망할까? 안 망할까? 한 지붕 두 가족, 불편한 진실...

inhovation 2016. 3. 3. 15:14

No. 129

계획과 시장의 공존

임수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왜이러는걸까요~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북한의 정치와 경제에서도 나타는데요, 자, 이 책에 한 번 집중해보시죠." 

  집에 TV는 없지만, 컴퓨터를 통해서 종종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개그콘서트.(안녕하세요도 잘 챙겨본다^^;ㅋ) 모든 프로그램을 다 보진 않지만 [불편한 진실]은 거의 항상 본다. 황현희 특유의 말투가 웃기고, 그 상황이 너무나도 공감되기 때문이다. 왜이러는걸까요~(ㅋㅋ)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살펴보는 북한의 실상은 전혀 공감되지는 않는다.(^^;) 당연한 것이, 우리가 북한의 상황을 겪어보지도 않았고 가깝게 접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획과 시장의 공존'(임수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의 저자는 우리에게 북한의 실상에 대해 세세히 분석한 자료들을 설명하며 풀어준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제1장과 제5장은 각각 서론과 결론부로서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압축해서 담고 있다. 책을 두 번 읽었는데, 첫 번째는 정독, 두 번째는 1장, 5장만 읽었다. 제2, 3, 4장은 책에서 다루는 주제의 실제적인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 번만 읽었어도 이해가 됐을 수 있는데, 내가 잘 아는 분야의 책도 아니고 정치, 경제, 특히 경제관련 내용이라 첫 번째 읽었을 때에 이해도나 집중도가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뭘 읽은 것일까'하는 생각과 결론부분만 이해되어서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니 책의 구성과 내용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그리고 이 책으로 대학원 과제도 해야 해서 다시 읽어봐야 할 수밖에 없었다...ㅠ 제대로 과제 하려면 또 읽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ㅠㅠ....ㅋ)

 

  이 책에서 저자는 이론적인 탁상공론에 그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북한이 왜 붕괴되지 않느냐에 대한 대답으로는

 

1. 정치엘리트나 군부에서 김정일에 도전할 만한 세력이 없다는 점(책의 출판은 아직 김정일 사망 전인 2007년이다),

2. 철저한 감시와 통제 때문에 조직화된 사회세력이 성장하지 못한 점,

3. 북한의 붕괴를 두려워하는 한국과 중국을 배후에 두고 있는 지정학적 이점

 

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 북한의 '시장화(marketization)'를 이 책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사회주의 정치체제 아래 자유주의 시장이 공존하는,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 살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내용을 다룬 선행연구와 더불어 이 책은

 

1. 이중경제적 특징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상세히 추적하고 있고,

2. 계획과 시장이 공존하고 상호 작용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나름의 분석 틀을 제시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기존에 논의되었던 학술적인 소모전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내용이 조금은 어렵고 낯설어서 내가 제대로 책을 파악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에 있는 그림이 북한의 시장사회주의의 이행 과정을 나타낸, 저자의 분석 틀이다. 정상적이라면 북한의 사회주의 정치체제는 시장을 독점적으로 주도해야 하겠지만 북한은 현재 이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북한 정권의 조절 능력은 힘을 잃었고, 북한 주민들은 더이상 배급에 의존하지 못한 채 각자 시장을 형성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온전한 민주주의 체제 아래, 자유주의적 성격을 띤 시장이 아니라 사회주의 아래에 있는 애매모호한 시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2003년 11월 6일에 있었던 제7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대표회담에 있었던 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광림(남측대표) : 북에 시장이 들어섰으니, 시장에 경제를 붙여서 시장경제로 부르자.

최영건(북측대표) : 그건 안된다. (북의 변화는) '시장사회주의'다.


  이처럼 북한은 자신들에게 닥쳐온 변화를 객관적인 이름을 붙여 인정하지 않고 그들만의 기법으로 해석하고 명명하며 현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을 꼽으라면 기존의 논의처럼 학술적인, 다시 말해 김정일(김정은)으로 부터 시작해 체제를 바라보고 아래의 상황, 시장을 바라보며 예측하는 연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아래에서부터 살펴보며 쓰여졌다. 북한의 <로동신문>이나 탈북자의 증언, 그리고 북한의 실제적인 자료나 상황, 연설까지도 인용하며 연구 및 분석을 하였다. 

  이와 같은 자료들을 가지고 2장, 3장, 4장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저자의 분석 틀을 이용해 고전적인 사회주의에서 시장사회주의로 변화되기까지의 북한의 모습을 담고 있다. 김일성 시대부터 시작된 중공업 위주의 발전과 경제 위기, 다시 경공업과 농업을 살리려 하지만 계획이 실패한 것, 이런 모습으로 인해 장마당이 생겨나고 이를 허용하는, 그리고 확산을 조절하기 위해 당이 나서지만 이미 암시장이 퍼져나가며 뇌물수수로 중간관리체계가 붕괴되는 모습 등이 바로 주 내용이다.

 

  학교 수업 때문에 점점 이런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북한 경제에 대해서 조금은 전문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북한의 경제 발전 과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고 비록 5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그 당시 앞으로 북한의 정치경제체제가 어떻게 변화될지를 예측하고 있는 방법을 통해 나의 지식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놀라운 것은 현 시점에서 이 책에서 예측한 시나리오를 평가해 보자면 매우 정확하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측을 했지만 그 중 김정일 사망에 대한 것이다.

 

"김정일의 사망으로 인해 발생한 정치적 변화가 민주화로 나타날 가능성은 더 낮다. 만일 북한의 후계체제가 3대 세습형태로 이루어진다면 포스트-김정일 정권 역시 김정일이 김일성 사후 진행한 유훈통치를 장기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p. 240)

 

  그렇다. 김정은이 현재 김정일이 그랬던 것 처럼, 어쩌면 그보다 더한 모습으로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그럼, 이 글의 제목에 대한 답을 해 보자.

북한은 망할까? 안 망할까?

  내 생각인데, 망할 것 같다. 단, 저자는 결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저자는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에 충실히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시장의 확산을 통제하고자 하는 당국의 정책은 중하층 관료들을 통해서 수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의 충성심은 이제 당국가체제 내부로만이 아니라 밖으로,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편 시장세력들 역시 중하층 관료들의 충성심을 점점 자신에게로 유도하는 과정을 통해서 계획 영역으로까지 시장을 확장시켜 나간다. 이미 북한의 경제체제는 개혁을 역전시킬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으며, 점차 시장사회주의로 전환되어갈 것이다." (p. 246)

 

  또한 저자는 아래와 같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전환이 급진적 이행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그렇다고 해서 점진적 전환도 당연히 되는 것은 아니라 결론내렸다.

 

  정치와 경제는 따로 갈 수 없는 부분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는 현재 북한이 고수하고 있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아래에서 발생하기가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 쳐 보지만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최종 결론이다. 현재 "계획과 시장이 공존"하고 있지만, 이러한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 계속 될 수 밖에 없는, 이미 그러기엔 늦었고 그러한 통로도 없다는 것을 결론으로 내세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북한이 망한다는 것은 사회주의가 끝나고 민주주의가 된다는 것일까? 저자의 예측들을 읽어보면 그러기에는 힘들 것 같다.(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 김정은 체제가 무너진다고 해도 중국이 턱 밑에 민주주의 체제를 허락할리 없고 북한에서 이러한 집단적 움직임 또한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일은 어떻게 준비하고 이뤄내야 하는 것인가...!ㅠ 배우면 배울수록 복잡하다. 공부하기 전에는 막연하게 '통일 될 것 같다. 내가 이걸 배워서 통일 시대의 일꾼으로 열심히 일해야지!'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알면 알수록 좌절되고 절망스러워지는 느낌이기도 하다.

  휴...   그래도, 더 많이 배우고 준비하면 뭔가 보일 것이라는 믿음이... 방금 생겼다;.ㅋ... 아직 너무 많은, 몰랐던 세상을 받아들이느라 벅찬 것일 뿐이라 생각하며....


  북한의 경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2012년 3월 28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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