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야기/독후감 I

63. 약해도 쓰임 받을 수 있다, 전병욱 지음, 규장 펴냄

inhovation 2016. 2. 29. 23:02

나도?


  찬양단 리더 4년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고등부 교사를 했습니다. 처음 맡게 된 직책은 고등부 찬양단 리더. 2005년 당시 고등부 간사로 일하시던 권인 전도사님께서는 이렇게 저를 불러주셨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 부터 저는 목이 잘 쉬는걸로 유명했습니다. 특히나 수련회를 가면 둘째날 셋째날은 말을 못할 정도였습니다. 첫째 날 저녁집회 시간에 찬양하고 기도하면 목에 구멍이라도 난 것 처럼 말을 하면 바람소리같은, 그런 소리만 나고 말을 전혀 할 수 없을 정도. 저는 제 스스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일회용 목소리' 회복하려면 대략 일주일이 소요되는.

  저는,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혼자 노래하는 것은 몰라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은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희안하게도 저는 지금까지 계속 찬양단 리더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왜 하나님은 이런 나를 쓰시지? 나보다 목소리도 듣기 좋고 목도 잘 안쉬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하나님을 생각하면 정말 답이 안나옵니다. 이해가 안됩니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4년째 탈 없이 잘 해오고 있다는 것이고 더 놀라운 것은 종종 직, 간접적으로 찬양인도 참 잘 한다는 말도 듣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럴 때 마다 헷갈립니다. 예의상 그런 것인지 정말로 그런 것인지. 어찌됐건 결론은 365일 쉰 목소리의 소유자, 이인호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찬양을 인도하는 워십리더로 4년 째 쓰임받고 있다는 것 입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느 곳에서 쓰임 받고 있습니까? 혹시 저와 비슷한 상황으로 있지는 않으십니까? 정말 연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크게 쓰임 받고 있는 일. 감사하시기 바랍니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2000년 전 12제자가 이랬습니다. 예수님의 사역을 도우며 따라다녔던 12제자. 대제사장 12명 정도를 선택해 훈련시켜 천국 복음을 전파 했다면 어땠을까요? 매우 영향력이 있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세례요한이라도 제사로 삼으셨다면? 우리는 예수님께서 이렇게 하면 참 편하게 일 하셨을 수 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 보지만 예수님은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제자로 부르신다는 것이 고작 어부, 세리, 열심당 당원 그리고 뭐 나머지 사람들은 뭐하던 사람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런 사람 12명을 부르셔서 3년동안 훈련시키고 천국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 쓰셨습니다. 물론 가룟유다는 최후가 비참했지만. 분명한 결론은 제자들이 쓰임받았다는 것 입니다.

  영어 과외를 한 지 한 달 반 정도가 되었습니다. 영어를 너무나도 못하는데 어떻게 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영어 과외를 그만 하려고 손을 써 봤는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과외를 하고 집으로 가는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4년째 과외 잘 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이런 상황을 주시는가?' 혼자 생각하면서 저의 모습을 돌아보았습니다. 단어를 잘 몰라서 매 번 영어사전을 두들기는 모습, 해석이 막혀서 해설집을 들고 해석해 주는 모습, 발음을 몰라서 발음기호 찾아서 몇 번씩이나 읽어보는 모습 등. 모두 학생 앞에서 '잠깐만' 이라고 말 하고... 혼자 생각하면서 너무 비참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집은 책이 바로 이 책이였습니다. 3년 전에 사서 읽었을 땐 단순히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것 뿐이였는데 한 장, 한 장 너무나도 은혜가 되었습니다. 연약한 제자들이 쓰이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지금 내 모습도 쓰일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영어 과외를 할 때는 같은 모습이지만...

  약해도 쓰임 받을 수 있습니다. 12제자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럴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연약한 점을 들어서 쓰실 때 우리는 하나님을 의지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하나님도 이런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까요? 항상 하나님을 의지하는 굳건한 믿음. 그럴 때 능력주시는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우리들. 그리고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로. '하나님께서 하셨어요(God did it)' 라고 말 할 때 받으시는 하나님의 영광. 가슴벅차지 않습니까? 우리가 쓰임받는 다는 것. 이제 우리의 연약함을 숨기지 말고 하나님께 내어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 필요하시다면 저의 가장 약한 것 까지도 내어드리기 원합니다'라는 고백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 (고린도전서 1:27-29)


2008년 3월 11일 @gg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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