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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이야기

"연구자는 논문으로 말한다"의 진짜 의미

by inhovation 2025. 6. 20.

석박사 과정 중에 지도교수님께서 자주 하신 말씀이 있다. 학교나 전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논문이고, 연구자는 논문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그 때에 든 막연히 든 생각은, 좋은 논문, 탑 저널까진 아니더라도 그래도 어느정도 괜찮은 IF를 가진 저널에 논문을 실어서 학교나 전공이 가진 어떤 한계를 뛰어 넘으라는 의미로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 (뛰어난) 논문을 보고 나를 인정해주고 이름도 날리는 것 정도로. 그래서 그런지, 박사 과정 중에 처음 SSCI에 게재 확정 되었을 때에는 정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KCI에도 몇 편의 논문이 게재되고, 계속해서 지루한 투고-재심-게재불가의 과정들도 거치면서 많이 갈려나가기도 했다. 최근에 지도교수님과 같이 공부한 논문은 지지부진 하지만, 회사 일을 하면서 전혀 생각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의료정보학 논문을 쓰게 되었고, 학회에서 발표까지 하는 기회를 얻었다.

 

"연구자는 논문으로 말한다."

최근에 지도교수님을 오랜만에 만나 점심을 먹으면서도 교수님께서는 10년 동안 하신 말씀을 똑같이 하셨다. 논문으로 너를 드러내면 된다고. ... 논문으로 말한다는 것이 도대체 뭘까? 이 말의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이 있겠지만, 논문을 쓴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석사 졸업을 하면서 논문을 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평가를 달리 한다. 논문 없는 석사를 낮게 본다기보다 논문을 쓴 사람에 대한 평가가 월등히 높다는 의미이다. 논문을 써 보면 안다. 논문은 단순한 글이 아니다. 연구의 성과를 매우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대학교 4학년 때, 한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논문은 한 줄의 주장과 한 줄의 근거가 계속해서 엮여 있는 글이라고. 이 말씀대로 생각해보면, 정말 한 줄도 쓰기가 어렵다.

만약, 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이라면 또 차원이 다르다. 그 논문은 엄정한 심사의 과정을 통화한 것이다. 그래서 학계에서 어느정도 인정도 받은 것이다. 학위논문이든 학술논문이든, 논문을 쓴다는 것의 목적이 이 심사를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작부터 고도의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박사과정 때, 한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논문은 곱게 갈아서 써야 단단하다고 했다. 논문을 쓰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면 거친 입자들 뿐이고, 쉽게 부숴진다고 했다. 논문을 곱게 갈기 위해서 연구자는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 점점 지식을 쌓으며 부족한 부분을 깨달아 알게 괸다. 심사의 과정에서 뼈를 때리는 심사자의 의견을 통해 내가 발견하지 못한 부족함을 알게 되어 더 겸손해지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

 

이렇게 보면 결국, 논문을 쓴다는 것은 연구자가 성장해 가는 것이다. 논문의 게재, 성공과 실패 여부와 상관 없이, 연구자라는 사람, 그 자체로서 어떤 값진 역량을 갖추어 나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연구자는 연구자가 대하는 주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생각이나 시야를 점차 넓혀나가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시야를 넓히고 역량을 쌓으면 성장해 간다.

그래서, 내가 깨달은, 논문으로 말한다는 것의 의미는, 논문을 쓰며 연구자 스스로 성장하라는 뜻으로 새로 다시 정립되었다.

 

의료정보학 논문을 쓰며, 전혀 다른 분야의 회사에 들어오며, 내가 이런 논문을 쓸수나 있을지, 학회에서 발표를 할수나 있을지 전혀 예상치도 못했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도 역량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1년 정도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몇 달 동안 논문을 쓰고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나는 이렇게 논문으로 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