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꼭 다녀야 하는 곳일까?
IVP 도서 목록을 보다 재미있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바로 이 책, '교회, 나의 사랑 나의 고민'이다. 전에 동생이 교회에 대해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이 책을 선물해 준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나 역시 나름 오랜 신앙생활을 하며 한 교회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기에 교회에 대한 고민이 없던 적은 없다. 그리고 기독교가 개독교로 통용되며 교회가 욕먹는 요즘, 교회에 대해 많은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주문하고 약간의 걱정도 되었다. 내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속 시원한 해결책을 주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었다. 나의 마음 속에 들어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대로 모든 것을 정해주고 제시해 버릴 것 같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하면 좀 설명이 될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책을 사고 세 번 넘게 읽었다. 사실, 책이 매우 얇고 작다. 100페이지가 좀 넘는다. 그래서 쉽게 여러 번 읽은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읽을 때 마다 느낌이 달랐다. 읽을 때 마다 정답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책을 읽는 시간은 적어도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또 책을 읽고... 또 다른 사람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또 생각하게 되고... 사실, 아직까지도 내가 고민하고 있는 그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했다.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되면서도 내가 생각하는 그런 궁극적인 고민의 해결은 되지 못했다.
그러나, '교회는 꼭 다녀야 하는 곳일까?'하고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한 번쯤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어쩌면 그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해답을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 사람들을 향해서 책을 썼다. 꼭 이 책이 해답을 제시해 주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 책을 읽고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과정 가운데에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 나갈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회에 꼭 가야 하는가?
책은 총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립 얀시는 먼저 자신의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왠만한 기독교 서적 베스트 셀러의 저자로 잘 알려진 필립 얀시 역시 교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방랑했다고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필립 얀시의 교회 방황기가 매우 궁금했다. 그러나 여러 번 읽다 보니 그 이야기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첫 번째 장에서 그는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잠시 교회를 떠나 있을 때면, 고통 받는 쪽은 언제나 나였다. 믿음이 시들고, 사랑 없는 딱딱한 등딱지가 나를 덮었다. 나는 더 뜨거워지는 게 아니라 더 식어 갔다." (p. 18)
책에서 직접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위의 구절을 통해 필립 얀시는 교회를 아예 안다닌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도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서도 교회를 꼭 가야 하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예배의 오랜 시간을 차지하는 설교도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라디오를 통해서 접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직접 교회에서 듣는 설교보다 더 은혜로울 때가 많아 이런 고민을 더 가속화 시켜주기도 한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꼭 교회를 가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그리스도인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내 주위에도 이러한 물음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필립 얀시는 이에 대해 교회에 항상 붙어있으라고 말한다, 위의 고백을 통해 우리는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 교회라는 공동체에서 떨어져 있을 때의 고립감을 말이다. 그런데 나의 경험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을 때에도 실제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내 주위의 사람들과 이야기한 결과들을 생각해 봤을 때도 그렇다. 교회에서 멀어질 수록, 또 교회에 출석하지 않을 수록 신앙을 지키기가 더 힘들다고 한다. 성경을 읽거나 기도를 드리는 시간도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이러한 세월이 오랜 시간 지속될수록 하나님과의 관계 역시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드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아닌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거의 없을 듯...)
교회에 꼭 가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나 역시 필립 얀시와 같이 '네'라고 하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대답도, 어쩌면 이 책도 완전한 해결이 될 수는 없다. 스스로 많이 고민해보고 어쩌면 경험까지도 해 보아야 완전한 대답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고민에 대해 필립 얀시는 이 책을 통해 상당히 많은 도움을 제시하고 있다.
건강한 교회, 올바른 예배, 사람들과의 관계
앞에서 언급한 필립얀시의 경험적인 이야기 이외에도 이 책은 상당히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올바른 예배에 대해서, 교회의 사명에 대해서,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해서 또 개인의 삶과 믿음에 대해서 등등... 알코올 중독자들이 교회에서 치유받고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진솔한 모임에서 변화받는 것, 예배의 관객은 하나님이고 그를 기쁘게 해주는 배우는 우리들이라는 것, 완전한 사람들이 모여있지 않은 곳이 교회라는 것은 우리네의 교회에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교회까지 경쟁을 통해 행위에 점수를 매기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승리 팀의 선수 탈의실처럼 기뻐 환호하는 곳, 감사하는 곳이다. 모두가 용서받았고, 하나님은 사랑이시며, 승리가 보장되어 있다는 그 놀라운 소식을 축하하는 곳이다, 교회는 율법주의의 성채가 아니라 세상에 빛을 밝히는 은혜의 등대불이다." (p. 74-5)
"그러므로 예배를 마치고 떠날 때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내가 무엇을 얻었는가?'가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셨는가?'이다." (p. 20)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는 무엇보다 우리-당신과 나-를 통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어디에 사시는가? 세상이 어떻게 하나님을 알 수 있는가? 하나님의 임재는 더 이상 시나이반도의 성막이나 예루살렘 성전에 거하지 않는다. 대신 하나님은 당신과 나같이 평범하고 못난 사람들 속에 살기로 하셨다." (p. 76)
"세상의 눈앞에서, 우리 자신은 곧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증거다. 우리 모습은 하나님의 모습을 가시적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쉽게 낙심이 된다. 우리가 하나님의 모습을 형편없이 드러낼 때가 많아서다." (p. 77-8)
거듭 말하지만, 매우 얇은 책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신앙생활의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고민을 하며 하나님, 교회, 사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신앙생활의 경험이 비교적 짧은 사람에게는 어쩌면 명확한 대답과 더 깊은 신앙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나에게도 대답을 주고 있지만 내가 아직 정리를 하지 못한 것일 지도...ㅎ)
분명한 것은 이 책은 교회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교회가 욕먹는 이 시대에 교회의 사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필립얀시가 경험했던 '건강한'교회와 '모임'에 대한 것들 역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1년 9월 28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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