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을 바라보는 하나님의 생각은?
이건 경제학 원론서잖아
책 제목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기독교 경제학. 과연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경제에 관심이 많은(정확하게 말하면 돈에(만?) 관심이 많은) 나는 이 책의 내용이 정말 궁금했다. 저금, 펀드, 주식을 하면서 돈을 굴리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이 ‘어떤 경제적 지식을 알려주어 돈을 더 많이 갖게 해주지는 않을까?’ 또는 ‘이런 경제적 지식을 기독교적으로 알게 해 주어 기독교인이라면 어떻게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지(?) 등을 알게 해주는 않을까?’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 기대는 모두 무너졌다. 간단히 말해서 이 책은 딱딱한 원론서다. 수 많은 경제학의 세부 학문 중에서 '기독교 경제학'이라는 작은 영역을 소개시켜주는 책이라고 하면 적당할 것 같다. 딱딱한 경제학을 논하며 기독교의 입장을 밝히는 원론서이지만 책의 내용은 나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경제학이라곤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이라는 단어)만 아는 내가 읽어서 그렇지,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경제학도나 경제학적인 배경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상당히 괜찮은 책일 것 같다. 게다가 경제학도이면서 그리스도인이라면 더 없이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기독교 경제학? 처음 듣는 말인데?
경제학자가 이 책을 접했을 때 품을 수 있는 의문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기독교 경제학? 나 같은 사람은 ‘기독교 경제학이라는 것이 있구나’ 하고 생각할 테지만 이들에게 기독교 경제학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도 밝히고 있지만 사실 기독교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아직, 어쩌면 앞으로도 학문으로 인정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기독교 경제학은 미시경제학이나 거시경제학과 같이 경제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은 영역이다. 마치 뇌구조 테스트에서 작은 점에 화살표 치고 나와 ‘기독교 경제학’이라고 표시해야 할 정도랄까? 저자도 이러한 점을 설명하며 책을 시작한다.
<경제학안에서 기독교경제학의 위치(나머지는 임의 배치했음, 경제학적 지식이 없어서;;;)>
이 책은 그렇다면 기독교와 경제학 중 어떤 입장에 있는 책일까? 기독교, 즉 신학이라는 학문 안에 작게 들어있는 경제학의 내용일까 아니면 경제학이라는 학문 안에 서 있는 신학적인 입장일까? 저자는 이 둘 모두를 결합하여 경제학 안에서 기독교의 입장을 논하며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경제학적 접근을 해야 하는지 모두 다루고 있다. 경제학자로서, 또는 신학자로서 이 둘을 균형 잡힌 시각에서 바라보기는 매우 힘들 수 있겠지만, 저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횃불 트리니티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를 받아 이 책을 통해 경제학과 기독교를 조화롭게 다루며 소개하고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경제학
서두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원론서다. 그래서 쉽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많이 들어보긴 했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내용들과 처음 들어보는 경제학 이론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부분에 집중하지 않았다. 경제학 이론에 얽매여 있다 보면 책이 너무 쉽게 질려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어도 책의 구조는 단순하다. 각각의 장은
- 주제에 대한 도입,
- 경제학 이론,
- 기독교에서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추가적으로
- 옥스퍼드 선언과 가톨릭 사회 교리
로 구성되어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성경에서 말하는 경제학에 대한 입장이었다.
1, 2장은 기독교 경제학이란 무엇인가?, 경제학의 기본 전제와 이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
라는 제목으로 이 책 전체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글의 앞에서 말한 기독교 경제학의 위치 및 현실정도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3. 수요와 소비자 행태,
4. 공급과 기업 행태,
5. 시장,
6. 경제체제,
7. 정부의 역할,
8. 노동과 실업,
9. 경제정책,
10. 빈곤 문제,
11. 국제경제,
12. 환경문제
까지 총 10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주제에 대한 경제학의 이론과 원리는 경제학 원론서에 있는 내용의 요약 및 소개정도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관심있게 본 부분은 이러한 문제를 바라보는 기독교의 입장이다. 과연 성경은 우리 주변의 이와 같은 경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저자는 이러한 입장을 자신의 신앙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의하지 않았다. 성경적 근거를 바탕으로 좌우로 치우치지 않은 중도적인 입장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옥스퍼드 선언과 가톨릭 사회 교리의 입장도 마지막에는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는 기독교 경제학이 학문적으로 아직 인정받지 못하였고, 아직까지는 수많은 기독교의 교파별 입장이 한 목소리로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 주제들 중에서 흥미 있는 부분은 10. 빈곤 문제였다. 성경은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는 빈곤 문제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성경은 구약과 신약에서 계속 가난한 자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을 나타내며, 이와 함께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구약의 잠언 14장 31절의 말씀은 이러한 성경의 태도를 분명하게 나타낸다. "가난한 사람을 학대하는 자는 그를 지으신 이를 멸시하는 자요 궁핍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자는 주를 공경하는 자니라"(p. 247) 그러나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에서는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하라"는 명령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공정성 개념이 나타난다.(p. 255)
나는 성경은 당연히 빈곤문제에 대해 약자, 즉 빈곤한 자를 도와야 하는 입장에 서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고 사실 좀 놀랐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빈곤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인가? 책은 더 이상의 언급은 없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인이 어떤 행동을 취하기 원하실까?
각자의 학문에 성경적 입장을
내년 졸업을 앞둔 나는 학부에서 물리학과 교육학을 공부했다. 주전공은 물리학이지만 지금은 복수전공인 교육학에 더 흥미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존경스러운 점이 있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학문인 경제학을 재조명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학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경적 지식의 뒷받침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맛있게 요리까지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나중에 교사가 된다면 나는 앞으로 어떤 성경적 지식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까? 그리고 앞으로 교육학을 공부할 때에는 성경에서 말하는 교육학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면서 세상 속에서는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직장에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처럼 그리스도인이면서 자신이 처한 영역을 재조명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경영을 하는 사람은 성경에서 경영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음악을 하는 사람은 성경에서 음악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만약 직장에서 사장 또는 직원이라면 각각의 위치에 대한 성경적 입장은 무엇인지. 만약, 이런 것들을 아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이 처한 곳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의 향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1년 10월 18일 @inh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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