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줘야지 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는 문제, 팁.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불리는 땀꼭투어를 가고 싶으면서도 계속해서 걸리는 문제가 2시간 정도 배를 저어주는 뱃사공에게 팀을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였다. 블로그를 찾아보면 다 각기 다른 가격들에 도통 감이 안 왔다. 어떤 사람은 버릇을(?) 고쳐야 한다면 아예 주지 않아 소리치는 뱃사공을 뒤로 하고 도망쳤다는 이야기도, 누구는 그들의 하루 벌이를 알기에 넉넉히 줬다고도 했다. 사실 정해지지 않은 것이기에 더 어려운 문제였다. 어렸을 때부터 익히던 문화도 아니었고...
일단 우리는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배를 탔지만, 내가 몇 번 노를 저어보고 정말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보조로 놓여있는 노를 아내도 저어보더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2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손 또는 발로 계속 저어주는 뱃사공 아주머니를 위해 적당한 감사의 표시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를 내리기 전 아주머니는 예상대로 팔 다리를 두드리며 힘들었다고 하며 팁을 요구했고, 우리는 꺼내놓은 5달러를 드렸다. 아주머니는 한 사람에 5달러씩 총 10달러를 요구했지만 이건 우리 생각에도 너무 많은 것 같고, 얼마일지는 모르지만 이미 우리에 대한 뱃삯을 받을 테니 5달러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이라고 하면서 돈이 더 많이 없다고 적당히 애교로 마무리... 아주머니도 더 강요는 하지 않으셨다.
배를 내리고 다른 팀이 들어오는 것을 봤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았는데 바로 팁 문제였다. 내가 딱 멀리서 봐도 500동짜리에 1,000동짜리 몇 개였는데, 이건 뱃사공 아주머니가 어처구니없어 하면서 거절하고 주는 사람도 난감해 했다. ... 나도 조금 부끄러운 정도;;; 결국 일단은 내려서 배를 탔던 애가 나한테 팁 얼마 줬냐고 해서 5달러 줬다고 하니까 그제야 지갑에서 1달러짜리 몇 장을 꺼내고 일을 마무리하는 듯 했다.
팁 문제. 정해진 것은 없어서 더 어려운 것 같다.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팁을 줘도 더 요구하면서 마찰도 생기고 이럴 거면 기분까지 상해가며 뭐 하러 이러나 하는 생각도... 차라리 쉽진 않겠지만 혼자 노 저으면서 즐기고 말지... 적정한 팁은 나도 잘 모르겠다. 5달러가 많았는지 적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5달러 주고 웃으며 인사했다고 말 할 수밖에...
일어나서 어제 먹은 소이 두 개를 방에서 얼른 먹고 짐을 싸서 로비로 나갔다. 투어 차를 기다리는데 비가 보슬보슬 오는 게 이거 땀꼭 투어 할 수 있겠나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만약 하게 된다고 해도 어제 추가로 예약한 자전거는 타기 좀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한 번 취소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고 해서 얼른 여행사로 뛰어갔다. 비를 뚫고... 다행히 이른 시간이었지만 여행사가 열려있었고 어제 우리 예약을 진행한 직원이 있었다. 비가 오는데 괜찮냐고 하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나를 안심시킨다. 그래서 혹시 자전거는 타기 힘드니 취소하고 싶다고 하니 3초 정도 고민하다가 알겠다고 해준다. 오예. 한 사람이 3달러, 둘이 6달러에 한 건데 완전 다행이다. 6달러면 12만동, 엄청난 것들을 할 수 있는데...ㅎㅎㅎ 여행사를 호텔 가까운 곳에 하니까 이런 장점이 있네.
다시 비를 뚫고 호텔로 돌아와서 차를 기다렸다. 잠시 기다리니 하롱베이 갈 때랑 같은 미니버스가 왔고, 우리를 데려갔다. 사람이 많이 있어서 아내는 의자에 앉고 나는 보조석에 앉았다. 내 옆에는 키 큰 독일 여자애가 앉아있었는데 다리가 정말 길었다. 그래서 내 쪽으로 다리를 조금 내밀고 있었는데 나한테 괜찮냐고 물어봐서 괜찮다 했다. 그리고 내 다리는 짧다고 농담도 해주고.
하롱베이 갈 때처럼 가이드는 젊은 베트남 남자애였고 친절했다. 영어는 베트남식(?)으로 능숙하게 했다. 닌빈으로 가는 고속도로로 버스가 접어들었지만 비도 오고 그래서 그런지 도통 속도를 내지 못한다. 그러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렸다. 휴게소라지만 사실은 기념품 파는 곳. 구경하는데 작은 베트남 여자 조각상이 있어서 한 개 샀다. 구경거리(?)이자 안타까운 점은 건물 가운데 실로 뜨는 그림을 만드는 작업장이 있었는데 여기서 실제로 사람들이 한 땀씩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기술자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보다보니까 이분들이 수화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아... 그렇지, 이런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저임금으로 생산해 내려면 이런 분들을 채용해야겠지... 뭔가 마음이 짠한 순간이었다.
버스는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닌빈으로 들어갔다. 총 두 시간 정도 거리밖에 되지 않아서 하롱베이처럼 엄청 지루하지는 않았다. 먼저 도착한 곳은 호아루였다. 닌빈이 예전에 Le 왕조의 수도였다고 하는데, 여기에 있는 사원도 이와 관련된 것 같았다. 처음에 가이드를 따라가지 않고 우리끼리 멋진 곳으로 구경 가고 이러다가 나중에 가이드를 만났는데, 설명을 들으면서 다니는 것 보다는 그냥 우리끼리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어서 다시 대열에서는 이탈했다. 비가 살짝 오지만 뭔가 이런 풍경도 멋졌다. 구름 낀 바위산과 그 앞을 돌아 흐르는 강물이 장관이었다. 사원은 그냥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정도라서 그저 그랬고... 재미있었던 점은 여기에 논이 있었는데 외국인들이 모내기 한 논을 접사까지 하면서 막 찍어서 신기했다. 하긴, 이 사람들에게는 이런 게 이국적인 모습일 것이다. 일행이 돌아가는 것 같아서 우리도 같이 버스로 갔다. 나중에 다시 온다면 사원보다 바위산에 올라보고 싶다. 여기서 바라보는 호아루의 전경이 훨씬 더 멋질 것 같다.
가이드에게 배고프다고 하니까 여기 있는 사람이 다 배고프다고,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간다고 했다. 식당까지는 꽤 이동을 했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바로 가는 길을 그냥 두고 ㄷ자로 돌아간 것이다. 그것도 엄청... 뭐, 그래도 식당에 잘 왔으니... 여기서는 뷔페팀과 일반팀을 나누었다. 대부분 일반팀이었다. 뷔페팀은 2층으로 올라갔다.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아내가 화장실을 가 있을 때, 내 앞에 프랑스 할머니가 앉았다. 그래서 프랑스 말로 조금 인사 하고 작년에 신혼여행으로 파리에 간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 이 할머니가 자기는 파리에 살고 아들은 프랑스에 있는 삼성에서 일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에도 와 봤다고 했다. 이 정도까지 얘기 했는데 갑자기 가이드가 할머니는 뷔페팀이라고 하면서 데려갔다. 그리고 태국 남자 1명, 에콰도르 커플(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아는 사이) 1팀이 앉았다. 아내도 돌아와서 총 5명.
점심은 그냥 닭고기랑 돼지고기, 야채볶음 등이었다. 밥이랑 같이 조금씩 덜어먹었는데 맛있었다. 태국 남자랑은 우리가 태국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완전 친해졌다. 이름은 옷이라고 그래서 옷은 우리나라에서 clothes를 의미한다고 하니까 엄청 웃었다. 처음엔 서먹했는데 에콰도르 애들과도 스페인어를 하면서 친해졌다. 역시, 얇고 넓게 아는 것이 이럴 때는 힘을 발휘한다.ㅋㅋㅋ
밥을 먹고 버스를 다시 타고 선착장으로 갔다. 철판으로 만든 허술한 배들이 가득 있었고, 가이드는 두 명씩 배를 타도록 안내했다. 우리는 어떤 아주머니가 있는 배에 탔고 인사를 하고 바로 출발했다. 타자마자 동굴을 지나 경치를 구경하는데, 완전 멋졌다. 사실 하롱베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날씨가 너무 흐려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하롱베이 느낌이 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냥 하롱베이 풍경에 바다만 땅으로 바꾸면 거의 똑같았다.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나 하는 느낌...
배가 좀 가고 나도 한 번 해보겠다고 하니 아주머니가 노를 내어주는데, 이건 카약 탈 때랑은 완전 다르다. 일단 노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완전 무거웠고, 좌우가 분리되어 있어서 쉽지 않았다. 방향 전환도 어려웠고, 앞으로 잘 나간다 싶으면 가상이로 곤두박질치기 일쑤였다. 결국 아주머니는 노를 뺏어 다시 발로 노를 저었다. 너는 손으로도 못하는 거 나는 발로도 한다는 느낌으로. 중간데 동굴을 또 지나고 노 젓기를 시도했지만 망해서 또 아주머니한테 혼났다. 가는 동안 아주머니는 반대편 오는 사람들하고 ‘하베~하베~’하는 뱃노래인지 무슨 구호인지 이런 것도 하고 신기했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도 따라하니까 엄청 좋아했다.
마지막 동굴은 꽤 길었는데 불을 켜고 구경을 했다. 부처님 바위 뭐 이런 것도 있었는데 조금 비슷해 보였다. 동굴의 마지막쯤 갔는데 U턴을 해서 돌아오는 길이라서 다시 돌아갔다. 노를 다시 저어보고도 싶었지만 아내가 엄청 말렸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보조 노만 열심히 저었다. 돌아올 때는 같은 풍경을 보는 것이라 감흥이 덜했지만 그래도 멋졌다. 팁을 얼마 줘야 하는 고민만 안했다면 마음까지 좋았던 시간이었을 것 같다. 경치는 좋은데 마음은 불편한 투어...
배를 내리고 나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식당 앞이었다. 여기서 자전거 투어를 한다고 했다. 40분 정도...ㅎㅎㅎ 아, 자전거 투어 안하길 잘 한 것 같다. 40분에 3달러라니, 하노이 시내에서는 하루 종일에 3달러 정도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식당 옆에 있는 슈퍼로 가서 과자를 사서 자리에 앉았다. 주인아주머니가 우리를 굉장히 흥미로워해서(?) 같이 베트남 말을 하면서 놀았다. 몇 개 배우기도 하고 발음도 교정 받고... 놀고 있는데 점심을 같이 먹은 옷이랑 대만 여자애도 우리 테이블로 와서 같이 과자를 나눠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대만 애는 한국말을 꽤 잘 했는데 ‘아빠 어디가’만 보면서 배웠다고 한다.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 정도? 잘하는 수준이라고 얘기해줬는데, ‘수준’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소주?’라고 되묻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래도 어려운 단어만 모르지 의사소통은 할 정도였다. 언어란 역시...
신나게 떠들다가 다시 버스를 탔는데, 인원이 조금 바뀌었다. 여기서 숙박을 하는 사람은 내리고, 숙박을 하고 돌아가는 사람은 타고 그랬다. 그래서 옆자리에 아까 낮에 잠시 인사했던 프랑스 할머니가 앉았다. 그래서 같이 좀 얘기 하고 그랬다. 딸이 싱가포르에 사는데 손자가 너무 이쁘다고, 프랑스에서 출발할 때 추워서 옷 두껍게 입고 갔는데 싱가폴은 너무 더워서 힘들었다고, 그런데 3주나 있었다고 등등... 나중에 알고 보니 프랑스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이었다.
2시간여를 달려 버스는 호안끼엠에 도착했고, 우리는 호텔 가까운 곳에서 얼른 내렸다. 옷이랑 같이 내려서 조금 걸어가다가 헤어졌다. 바로 호텔로 안가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뭘 먹을까 했는데 아내가 분짜가 먹고 싶다고 해서 가까운 분짜 집으로 가서 2개를 시키고 스프링롤도 한 접시 시켰다. 항상 맛있는 분짜. 싹싹 다 먹고 스프링롤도 완전 맛있게 잘 먹었다.
간식으로는 길거리를 구경하다가 옥수수버터구이를 팔기에 얼마냐고 물어보니 5만동이란다. 헐, 말도 안 되게 비싸다. 엄청 어이가 없어서 웃으면서 지나가니까 4만동이란다. 그것도 비싸서 그냥 가니까 손가락을 3개 펴면서 3만동, 2만동, 결국 1만동까지 내려갔다. ㅋㅋㅋ 역시... 1만동에 한 컵 달라고 하니 엄청 조금이라고 하면서 2만동을 달란다. 그래서 됐다고 하면서 그냥 달라고 했다. 조금 주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근데 맛은 그닥... 버터에 마른새우(?) 같은 것도 넣고 오래 볶는데, 너무 질고 이에 딱 붙고 건어물맛이 너무 많이 났다. 재미있었던 것은 길을 가는데 어떤 사람이 우리가 먹고 있는 거 어디서 파냐고 물어봐서 알려주고, 그냥 Where are you from?이라고 했는데 베트남이란다. 잉, 베트남? 황당해서 다시 물어보니까 맞단다.ㅋㅋㅋ 현지인이 이걸 물어보다니...ㅎㅎㅎ
나는 길거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아줌마가 바로 내려줬는데 그 맛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에스프레소였는데, 무슨 참기름을 탄 것 마냥 엄청 고소했지만 참기름의 느끼함은 없는 그런 맛이었다. 그리고 쓰기도 하고. 근데, 맛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면 오랜 시간 여유롭게 마시고 싶었으나, 저녁에 사파로 가는 버스를 타야해서 급히 마셨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아내는 사기 싫었으나 내가 사고 싶다고 투정을 부려서 산 녹차 맛 초콜릿을 샀고, 어제 맡긴 빨래를 찾았다. 그리고 로비에서 다음 투어차를 기다렸다.
조금 기다리니 미니밴이 왔다. 여기에도 이미 사람이 많이 있었고 짐도 가득 차 있었다. 우리 짐도 싣고 큰 길까지만 조금 나갔다. 슬리핑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곳에 다 내렸는데 바로 탈 수는 없었다. 다른 여행사에서도 사람들이 오고 있었고 현지인들도 모이고 있었다. 한국 대학생 남자애가 혼자 있기에 같이 말도 해주고 하면서 버스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조금 기다리자 버스 기사가 와서 문은 열었는데 우리는 안태우고 현지인들만 먼저 태웠다. ... 우리는 짐을 넣고 현지인들 먼저 타고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3열 좌석이었고 우리 셋은 나란히 누웠다. 앞쪽에는 못 앉게 했고, 조금 늦게 탄 현지인들은 복도에 누웠다.
버스는 출발했고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순조롭게 사파로 향했다. 대학생 애랑 얘기를 나눴는데, 군대 전역하고 처음으로 해외여행 온 것이라고 했다. 20일 정도, 동남아 나라는 우리랑 비슷한데 가는 곳은 훨씬 많았다. 거의 잠은 슬리핑버스에서만 자면서 하루 정도씩 돌아보며 다니는 일정이었다. 젊고 혼자인데다가 처음이니 가능한 여행 일정인 것 같다. ... 우리는 열흘씩 있기고 하고 그랬는데... 뭐,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거니까.
블로그를 좀 쓰고 사진 정리도 하다가 버스에서 멀미가 나서 뭘 오래 못하니 노트북도 접었다. 그리곤 나도 잠이 들었다. 버스는 어둠 속을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