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샀다. 세 번째 중고차라서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봤다.
1. 중고차 딜러는 나보다 경험이 많다.
나는 항상 중고차를 샀다. 첫 번째 차는 아반떼 MD였다. 부모님과 같이 가서 샀고(부모님께서 사주셨고), 가격 흥정도 아버지가 하셨다. 1,200만원을 불렀던 가격은 어머니의 1,000 공격에 결국 1,100만원에 최종 계약했다. 그땐, 이게 가능한가 싶었다. 사면서도 너무 죄송한 기분... 아버지는 말릴 수 없었지만... 여튼,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아마 딜러의 차액이 2-300정도로 예상하고, 해당 매물이 딜러분이 직접 가져온 매물에 얼마 안된 차라서(블로그에 올려져 있던 것을 물어봐서 소개 받음), 매입해 오고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이 크지 않았을 것 같아서 100정도 할인을 해 준 것 같다.
두 번째 차는, 같은 딜러분께 마티즈 크리에이트브를 샀다. 아내 출퇴근용도였고, 우리 둘만 갔다. 가서 화면을 보면서 직접 다 확인 하고, 500에 괜찮은 차를 가져왔다. 너무 추운 겨울이라서 가져오고 나서 부동액 터지고, 등속조인트 터지고 그랬지만, 이건 바로바로 다 수리 해 주셔서 큰 문제는 없었다. 몇개월 타고, 아내가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내가 좀 타다, 동생 좀 빌려주다, 팔려고 딱 했는데 처제가 사갔다.
세 번째 차, LF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나 혼자 갔다. 아반떼, 마티즈를 구입했던 딜러분하고도 전화를 했었는데, 주행거리 짧은(=그래서 비싼 차) 차를 적극 추천하시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얘길 하지 않으셔서 그냥 내가 SK엔카 보고 지방까지 혼자 내려갔다. 뭐, 그런 차가 좋긴 하겠지만, 일단 예산의 제약이 있었고, 내가 찾는 조건에 해당하는 차를 직접 가진 게 없으셔서 결국 거쳐서(?) 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두 번의 경험을 보니, 아반떼는 30,000km를 가져와서 100,000km넘게 탔고, 마티즈는 50,000km를 가져와서도 큰 이상 없이 잠시 탔고, 그러다보니 중고차를 꼭 주행거리 짧은 거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반떼 100,000km여도 진짜 큰 이상 없이 잘 탔기 때문에, '십만키로'라는 게 심리적인 그런 상한선이지, 사실상 주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그런 것...
여튼, 세 번째 차를 사기 위해 미리 전화로 다 상담하고, 바로 아반떼를 팔고 쏘나타를 가져올 생각에, 반차를 내고 지방으로 갔다. 가격흥정은 어떻게 할지도 생각 하면서... 그런데 너무 쉽지 않았다. 일단 중고차 상사에 들어가는데, 나는 혼자였고, 거기 앉아있는 사람은 십수명 되었다. 물론, 날 응대하는 사람은 한 명이지만, 내 편은 한 명도 없다는 그런 생각에 흥정이 쉽지 않았다. 난, '세 번째 중고차 구입이니깐 잘 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올라오면서 생각해보니, 딜러에겐 나는 그동안 만나본 수백, 수천 명 중 한 명이었을 것이고, 나보다 더 한(?) 사람도 많이 만나봤을 것이다. ...ㅋ 그러니 내가 하는 흥정이 쉽게 먹힐리 없었던 것 아닐까 싶다.
2. 중고차 딜러는 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정보비대칭, 레몬마켓. 이건 중고차 시장에서 유명한거다. 결국 차에 대해서는 더 잘 아는 사람은 딜러일 수밖에 없다. 내가 아무리 공개된 정보를 보더라도 모든 정보를 볼 수는 없다. 서류상 드러나지 않은, 딜러가 얼마에 매입해 왔고, 언제 가져와서 상품화를 하는데 얼마가 들었고, 지금까지 판매 대기를 하면서 지출한 금액은 얼마인지, 등등. 대략 판매가격이 2,000만원이면 매입할 때는 1,700~1,800만원 정도 들었겠구나, 추측할 수 있는거지, 그 이후의 딜러의 추가 지출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차의 상태에 대해서도 그렇다. 내가 진짜 운이 안 좋았던게(?) 한여름 8월에 지방까지 내려갔는데, 리프트에도 차를 띄워보지 못하고, 오일류 점검도 받지 못하고 그대로 사왔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고, 그냥 그 키로수에 갈아야 하는 오일만 내가 사오고 나서 갈았는데, 사실 어쩌면 이거는 사면서 요청했으면 될수도 있었겠지만, 이때가 휴가철이라서 중고차 상사에 정비소가 모두 문을 닫았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인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네...ㅋ) 여튼, 내가 밑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마후라쪽이 녹이 나거 겹겹이 벗겨지는 것을 보고 가격을 좀 빼달라고 하니까 아주 조금 빼줬다. 그런데 그때, 다른데 전화하는 척 하면서 현대 서비스센터 전화해보니 빼준 가격보다 훨씬 비싼 수리비를 알려줬다(정가). ...뭐, 딜러가 알려준 수리비 정도로 애프터마켓에서 수리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차에 대한 정보도 내가 모두 다 빠삭한게 아니니까 바로바로 대응하기도 힘들었다.
3. 중고차 딜러는 나보다 덜 아쉽다.
가격 흥정이 잘 안되자 나는, 아 그냥 집에 갈까, 이 생각도 엄청 했다. 사실 집이 가까웠으면 그랬을 수도 있겠는데, 반차까지 내고 몇시간 걸려서 지방까지 갔다. 아...ㅋ 진짜 그냥 가면 또 알아보고 새로 시간 내야하고 그러는게 너무 귀찮았다. 결국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했지만 (어쩌면 적정선일수도 있겠지만, 이건 모른다.) 아쉬운 사람은 나라는 게 중고차 상사 사무실에 앉아있으면서 든 생각이었다. 딜러는 (물론 경쟁이 있고 힘든 일이겠지만)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고, 내가 가면 다른 손님을 맞이하면 된다. 이건 나도 같은 입장이긴 하지만, 다른 딜러 찾으면 되는, 그런데 딜러가 직접 막 영업을 하러 이동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구매자의 입장보단 덜 아쉬운 처지인 것은 맞는 것 같다.
딜러가 아쉬운 상황이란 건 어떤 것일까? 어떤 차가 엄청 안팔리는 것...? 근데 이러면 상품화에 보관비용 등등 이런 것까지 최대한 받으려고 하니까 가격 협상이 더 팽팽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그동안 엄청 안팔렸던 차를 구매자가 굳이 살 필요는 없고... 결국 좋은 상품은 금방 나가기 마련인데, 이때에는 딜러가 우위에 있는게 맞다고 본다. 딜러 자신도 좋은 상품(차량)이라는 것을 알고, 이사람이 너무 깎는다 싶으면 가격 방어 하고, 그 다음 손님을 기다리면 되니까...
여튼, 그래도 뭐 타던 아반떼 MD도 적당히 잘 판 것 같고, LF 쏘나타 하이브리드도 적당한 가격에 잘 사온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고 위로해야지 뭐 어쩌겠나. 그런데 재밌는거, 만약 4번째 중고차를 사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ㅋㅋㅋ 뭐, 이건 가격흥정 뿐 아니라 더 좋은 차를 고를 수 있겠다는,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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