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짧았던 카풀 드라이버의 3가지 기억

inhovation 2020. 3. 11. 03:33

1년 전에 작성하다 만 글인 것 같은데, 계속 남아 있어서 이어서 써 본다.

 

1년 전, 카풀이 금지되기 전에 '풀러스'로 드라이버를 두 달정도 했었다. 1월 한 달은 열심히 하고 글도 남겼었고.

 

 

[2019년 1월] 한 달 동안 카풀하고 얼마를 벌었을까?

[카풀 드라이버 시작 동기] 하루 100km 정도 출퇴근을 한다. 차로. ... 작년 한 해 동안 기름값 내역을 보니 대략 300만원을 넘었다. 물론 모두 출퇴근에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 연비, 톨비 이런거 계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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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좀 하다가 이게 금지추세로 가니까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었는지, 돈으로 안주고 무료봉사 개념처럼 바뀌고 포인트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수익이 안나 그만 점점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그냥 태우고, 승객(라이더)이 팁 처럼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었나, 잘 기억 안난다. 이런 건 이용을 안해봐서. 그리고 아래 언급하겠지만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 것도 있었다. 여튼, 이제는 앱을 통한 카풀은 완전 금지된 것 같고, 타다도 요즘에 말이 많은데, 짧았지만 강렬했던(?) 카풀 드라이버의 기억을 몇 가지 꺼내본다.

 

1. 이상한 콜이 은근 많다.

카풀의 취지가 출퇴근 시간 대에 차량을 공유하는 것인데, 목록을 보다보면 이상한 것들이 많다. 출퇴근이 아닌 것 같은 그런 것들. 나는 새벽에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하는 근무를 하고 있는데, 전날 저녁에 혹시 새벽출근 시간대에 경로가 맞는 사람이 있나 살펴보면, 새벽에 공항을 가는 사람들, 아님 새벽도 아니고 자정 혹은 그 이후 1-2시에 이상한 곳(유흥...)으로 가는 콜들이 꽤 있었다. 새벽에 공항 가는 사람들은 출근일수도 있겠지만, 왠지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려는 그런 사람으로 추측되었다. 이상한 콜들은, 카풀이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어) '라이더'의 안전을 위협할수도 있다고 하지만, 나, '드라이버'의 위험이 위협받을 거 같아 눌러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월 몇회 이상 이용하면 보너스 같은거를 주는 실적을 채우려고 수백미터 거리를 이동하는 콜도 있었다. 이건 실제 어떤 라이더분이 이렇게도 한다고 한 걸 들었다. 한 번 유료 이용을 하면 한 번은 쿠폰이 지급된다 했었나 그래서, 실적용 단거리는 유료로, 퇴근길 장거리는 무료쿠폰으로 한다고.

택시의 수익을 뺏는지는 내가 잘은 모르겠지만, 카카오에서 시작한 이유가 출퇴근 시간대에 택시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카풀에 뛰어들었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출퇴근시간대는 택시 수익을 뺏지 않아도, 다른 시간대 만큼은 진짜 좀 이상한(그리고 택시 수요를 뺏는) 수요가 좀 있었다.

 

(Unsplash Image)

2. 돈이 그렇게 되진 않는다.

사실 이게 카풀을 그만두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정책적인 카풀 중단도 있지만, 중단을 안했어도 점점 나는 드라이버를 하지 않게 됐을 것도 같다. 이게 돈이 되려면 내가 가는 경로에 딱 맞게 사람이 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라이더가 집과 회사 경로상에 딱 있으면 되는데, 경로보다 조금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심한 경우는 집이나 회사 가는 방향만 맞으면 카풀을 했던 경우도 있어서 일직선이 아닌 삼각형 경로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런 콜은 안잡으면 되는데, 그러면 잡을 수 있는 콜이 없다! 결국, 내가 가는 경로에 딱 맞지 않으니까 시간도 더 걸리고, 돌아가는 길에 기름도 더 써서 카풀을 열심히 한 달에는 평소보다 기름값이 더 나왔다. 결국, 남는게 크지 않다.

 

3. 사람 만나는게 피곤하다.

첫 번째 카풀이야 호기심도 있었고 어떻게 남자 두 분을 태웠는데, 1시간 넘게 막히는 길을 오면서도 진짜 재미있게 얘기를 하면서 왔다. 경로도 거의 딱 맞았고. 서로의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나랑 다른 일을 하는 세계를 들을 수도 있었고 진짜 '카풀의 묘미가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다. 그런데 횟수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뒤에 타서 잠만 자는 사람(꼭 얘기하자는 건 아닌데, 이땐 진짜 '기사' 된 느낌), 가다가 경로를 좀 바꿔달라는 사람 등등. 그리고 이게 진짜 내 차 타고 가는데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ㅋㅋㅋ 아무 얘기도 안하면 숨쉬는 것도 부담스럽고, 잘 모셔다만 줘야 하는 그런 책임감에 브레이크 밟는 것 하나하나에 신경 쓰이고. 콜 잡고 가면서도 '이번엔 어떤사람일까' 괜히 긴장되고 그랬다. '그냥 몇 만원 더 안 받을테니까 내 차 편하게 타고 다니면서 출퇴근 하는 게 낫겠다' 라는 마음.

 


앞으로 이런 공유경제 서비스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느꼈었도 또 생각이 바껴서 할 수도 있는거고. 메인으론 아니지만 진짜 경로가 잘 맞는 사람이 있다면 가끔 한 번씩. 이번에 포르투갈에 가서 우버만 타면서 많이 괜찮은 것 같아서 꼭 택시가 아니더라도 적당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것들이 생겨나면 좋을 것도 같다. 글은 다소 부정적인 논조가 있었으나, 카풀 앱은 다시 시작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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