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이야기

레노버 ThinkPad를 선택한 3가지 이유

inhovation 2020. 1. 15. 08:11

34살 남자 회사원(+박사과정) 기준 리뷰입니다.


몇 달을 고민한 끝에, 노트북을 질렀다. 진짜 필요한지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살 것인지. 2-3백만원짜리를 사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적은 돈을 쓰는게 아니므로. 작년에 사고 싶었지만, 올해 회사에서 포인트가 나오는 게 있어서, 이거로 사려고 몇 달을 (못 사고) 고민한 이유도 있다. 작년, 재작년에는 계속 포인트로 대학원 학비 일부를 내서...

 

나의 첫 번째 노트북은 11.6인치(?) HP 노트북이었다. 당시 홈플러스였나, 여기 가전제품 매장에 어머니랑 같이 가서 산 것 같은데, 거의 10년 전. 넷북이 엄청 유행할 때 였고, 나는 넷북은 좀 너무 성능이 떨어질 것 같아서 넷북은 아닌(=아톰 프로세서가 아닌) 다른 것으로 고른게 HP 노트북이었다. 그렇다고 엄청 좋은 그런 컴퓨터는 아니었고. 가벼워야 한다는 생각에 작은 것을 산 것도 있었고, 내 기억에 1.4kg이 좀 안됬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동생이 어디 갔다놓고 전원을 연결해서 쓴다고. 배터리 수명이 다 해서...) 대학 졸업 전에 사서 엄청 유용하게 쓰고, 대학원 1, 2학기 동안에도 잘 사용했다. 다만, 답답함이 있었는데, 화면이 너무 작은 것. 11.6인치 화면으로는 정말 답답한게 많았다. 해상도 1366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스크린의 크기가 너무 작은 것. 그래서 다음 노트북은 좀 무겁더라도 큰 화면으로 사려고 마음을 먹었다.

 

두 번째 노트북은 대학원 2년차에 접어드는 겨울, 미국 여행을 가게 되서 Best Buy에 가서 노트북을 샀다. Acer로 15.6인치. 무게는 2kg가 넘을 것이다, 아마도. 시원시원한 화면이 마음에 들었고, 이 노트북을 가지고 지금까지 만 7년을 썼다. 대학원 논문도 이거로 썼고, 회사에서 출장이나, 개인 여행에서도 항상 사용했다. 다만, 또 점점 불편함을 느꼈던 것은, 무거운 무게와 (튼튼해도 2kg 넘는 노트북은 휴대하기에는 좀 아닌 것 같음...ㅠ) 역시 1366의 해상도. 15.6인치면 1920이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텐데, 당시, 한 500달러 정도 주고 산 것 같은데, 예산의 한계로 이렇게 했지만, 불편했다. 그래도 큰 문제는 아니었고, 7년동안 진짜 유용하게 사용했다. i5 3세대 CPU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나는 게임을 전혀 하지 않고) 무리없이 돌아갔고, 특별히 고장도 안나서 애정도 있었다. 여기저기 떨어뜨리고 좀 어디가 깨져도 이상이 없었고, 알루미늄 바디가 점점 사용감이 뭍어나는 것들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세 번째 노트북은 앞서 말한 '괜찮은' 노트북이 있었지만, 잦은 국내외 출장, 그리고 가볍게 휴대하면서 사용하기에 무리가 되는 무게 때문에 점점 새거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게 되었다. 후보군은 처음에 크게 3개였다. 컴잘알까지는 아니어도, 컴알못은 아니기에 LG 그램이나 삼성 같은 것은 아예 후보에서 뺐다. 올해 100만원 회사 포인트 나오는 게 있어서 다나와에서 100만원 이하로, 내가 원하는 조건들을 넣고 보았다. 그렇게 해서 처음에는 MSI 노트북, 1.19kg(?)짜리였는데, 이거로 거의 사려고 하다가, 930g짜리 Acer 노트북으로 옮겨왔다. 그래서 진짜 이거로 사려고 했다가, 맥북이 좀 눈에 보였다. 맥북...

 

맥북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올해 봄에 아이패드를 논문읽기용(그러나 읽지 않는), 대학원 필기용(이건 유용했)으로 샀는데, 첫 애플 제품의 만족도가 엄청 커서 맥북까지 고려하게 되었다. 그러다 지지난주,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 가서 한 명 잡고 맥북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난 박사과정 학생이자 회사원인데 맥북이 괜찮을지, 그런데 설명이 끝나고 맥북을 사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ㅋㅋㅋ 일단, 그분이, 자기도 머 비슷했는데 너무 늦게 맥북을 사용해서 후회했다고. 그러면서 오피스 프로그램들 다 있는 것을 보여주는데, 거기서 그분도 좀 버벅이고(ㅋㅋ...), 엑셀 프로그램 자체의 오류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번들이라 머 그렇다고 하긴 했는데, 신뢰 하락. 아, 맥북은 디자인, 영상 하는 분들이 하는 것이구나. 과감하게 미련을 버렸다.

 

그러다 어쩌다 씽크패드를 알게 되고, 급 폭풍검색. 뭔가 씽크패드만의 감성과 또 매니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신기해 했다. TP라고 줄여서 부르는 것도 신기.ㅋㅋㅋ 비지니스 노트북의 대명사, 미국 판매 1위(?), 이런 것들이 또 뭔가 신비스런 느낌이 들게도 했고, 궁금하게 하는 그런 것. 며칠의 조사 끝에 결국 내가 고른 노트북은 씽크패드 L13. 씽크패드 라인업이 X>T>L>E 순으로 있고, X가 최고급형이라면, E는 보급형, 다만, 많은 사람들이 T 시리즈를 사용하는 것 처럼 보였다. 성능과 휴대 모두 좋아서. 사실 X가 더 좋지만, X는 핵 비싼 축. 머, 주문제작 방식으로 가능해서, T 시리즈도 이것저것 추가하면 충분히 비싸질 수도 있다. 여튼, 내가 결국 L13을 고르게 된 것은, 가격적인 타협이 제일 컸지만, 사실 T 시리즈까지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럼, 왜 씽크패드였나, 이것에 대해 정리하면 이렇다.

 

1. 씽크패드가 갖는 상징성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것 처럼, 씽크패드가 갖는 그런 상징성이 있는 것 같다. 비지니스맨을 위한 노트북이라는 그런 것. 맥북은 영상, 음악, 디자인, ... 이런 쪽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면, 씽크패드는 철저하게 회사원을 위한 노트북 이미지가 강하다. 그리고 맥OS가 좋다, 윈도우가 좋다, 뭐 이런거로 싸우기도(?) 하지만, 사실 어쩔 수 없다. 업무를 하려면 윈도우 써야 한다. 얼마 전에 간단한 회의가 있어서, 회의록을 아이패드에서 MS워드로 적어서, 저장하고 메일로 보냈는데, 글자가 다 깨져 있었다. ㅎㅗㅣㅇㅡㅣㄹㅗㄱ. 이런 식으로. 그리고 나처럼 맥북 이런거에 호기심이 많다고 해도, 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한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이런 것들이라면 무조건 윈도우 노트북으로 와야 한다. OS 이야기 하다가 윈도우로 샜는데, 이건 씽크패드만의 그런 것은 아니고. 여튼. 다시 돌아오면, 씽크패드라는 것으로 왠지 '일 잘하는, 전문성 있는' 회사원 느낌이 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신입사원이 들어왔는데, 씽크패드를 펴는 사람과 그램을 펴는 사람이 있다면? 나만 너무 씽크패드 상징성을 대단하게 생각하나...?ㅋㅋㅋ

 

ThinkPad의 i에 빨간 불빛이 들어오는게 은근 멋있다.

2. 씽크패드만의 키보드(, 그리고 빨콩)

씽크패드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키보드와 빨콩을 들 수 있다. 사실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이게 너무 궁금해서 씽크패드를 산 이유도 있다. Acer 930g 노트북은 비슷한 가격대에 1/3이나 더 가벼운데 사지 않은 이유가, 키보드는 씽크패드만큼 못할 것 같아서 그런 것도 있다. 쫀득한 그런 키보드라는데, 써보니까 뭔지 알 것 같다. 이것도 매니아들 사이에서 말이 많긴 한데, 내가 글만 읽었을 때 어떤 것을 상상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 써보니까, '어? 생각보다 깊게 눌리진 않네?' 생각이 좀 들었지만, (지금도 타이핑 하고 있는데) 살짝 쫀득하니 느낌이 좋은 그런 게 있다. 이건, 직접 타이핑 해보지 않으면 모를 듯. 비교불가지만,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보다는 훨-씬 좋고,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는 좀 싸구려느낌이 난다. 씽크패드와 비교해서. 기계식 키보드랑은 좀 다른 느낌인데, 여튼, 노트북에서 이런 키감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빨콩도 씽크패드의 상징인데, 이건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릴 것 같긴 하다. 계속 습관적으로 터치패드로 손이 간다. 그런데, 빨콩에 한번 손을 올리고 조작하기 시작하면 뭔가 더 편한 그런 것도 있다.

 

씽크패드 키보드와 빨콩, 다른 노트북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3. 씽크패드만의 디자인

그동안 씽크패드는 외관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게 또 뭔가 매력이다. ㅋㅋㅋ 투박한 까만색 노트북에 베젤도 요즘 노트북에 비해 두껍지만, 이 디자인이 크게 문제되어 보이거나 그러지 않는다. 유부남들 사이에서는 이게 인기라고 하는데, 더 좋은 씽크패드로 바꿔도 아내한테 티가 나지 않는다고...ㅋㅋㅋ 나도 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몰래 사서, (눈치도 못 챌거 같지만) 그때 산거라고 이야기 하면 모르고 넘어갈 것 같다. 사실 앞에서 이야기한 그 상징성, 이게 바로 또 이 전통적인 디자인과도 이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 디자인은 호불호, 아니 메불메라고 하는데, 나는 왠지 씽크패드의 디자인을 좋게 보는 쪽으로 콩깍지가 씌었다.ㅋㅋㅋ

 

 

기타 이유로는,

비슷한 가격대 다른 노트북에 비해 최신인 인텔 10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했다는 점, 정확히 비교는 못해보고 본 것 같은데, 다른 노트북에 비해 좀 더 좋은 부품을 쓰는 것 같았다. 930g보다 무게는 좀 더 무겁지만 타협한 게 있다. 1.5kg까지는 들고다닐 수 있다는. 그리고 윈도우 미포함 제품으로 했는데, 요즘 MS 정책이 너그러워져서(?) 기기 간 라이선스 이동도 가능하다. 그래서 지금 정품인증도 잘 해서 윈도우 설치까지 모두 마치고 잘 사용하고 있다. 다음 노트북이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더 좋은 씽크패드로 사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는 거 자체가, 나의 첫 씽크패드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 아닌가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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