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차를 바꾸려고 많이 알아보면서 전기차까지 생각 했었는데 결국 포기했다. '포기'라는 표현은, 사고 싶었으나 아쉬운 마음이 있다는 것. 전기차, 확실히 매력적인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내가 왜 전기차를 사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니 아래 3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다.
그 전에 먼저, 내가 전기차를 고려했던 상황들에 대해 먼저 쓰자면,
- 운행거리 : 연 25,000km~30,000km 정도 (회사 출퇴근 하루 왕복 100km + 가족나들이)
음... 사실 이게 전부지...ㅋㅋㅋ 전기차를 사는 이유 중 최대 요인이 바로 긴 주행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유지비 아닐까 싶다. 여튼, 내가 전기차를 포기한 이유는?
1. 충전 장소 및 충전 시간의 문제
전기차를 갖고 계신 분들의 블로그를 보면 충전 장소가 그래도 많이 있다는 내용도 있지만, 충전 과정에서 여전히 불편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관심이 많이 없어서 주변의 충전 장소를 많이 모를수도 있지만, 공용주차장, 관공서, 마트, ... 이정도... 충전 인프라가 갖춰진 장소가 충분하다고 할지라도 불편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다른 사람이 충전을 하고 있어서 바로 못했다는 그런 것.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주유소보다는 장소(한 장소에서 충전 차량을 소화할수 있는 충전 면수(?) 포함)가 많지는 않은게 사실 아닐까.
그리고 충전 시간도 문제다. 주유소는, 단 몇 분 정도면 주유가 끝난다. 그런데 충전은, 나도 직접 해보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급속충전만 해도 30분 이상은 걸리는 것 같고, 완속 충전을 하면 몇 시간 동안 해야 한다고 하니, 주유에 비해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것 역시 사실 같다. 그리고 휘발유는 출퇴근길에 쉽게 주유소에 들려서 넣고 올 수 있지만, 만약 전기차는 출퇴근길에 바로 충전을 못한다면, 거기서 앞 사람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만약 집에 왔다가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다시 가려면 전기차충전소로 찾아갔다가 충전하고 돌아오는 시간까지, 일반 기름차 대비 불편할 것 같았다.
물론, 전기차 좋다고 하시는 분들은, 이런 불편함이 연간 유지비, 기름차의 대략 1/10 수준(?)인 것으로 모두 '퉁' 친다고 하지만, 다음에 언급할 것들이 이런 불편에 의한 경제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2. 경제적인 문제
경제적인 문제는 일반적인 금전적 측면과 시간적 측면 모두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금전적으로는, 전기차를 사려면 보조금도 그렇고 보증도 그렇고, 새 차로만 알아봤는데, 가물가물 하지만 3,500만원 이상 들었던 것 같다. 5,000만원 대였는데, 정부+지자체 보조금 합쳐서 1,500만원 정도 빠졌던 듯. 여튼, 일단 여기서 드는 초기비용의 문제가 하나. 이건 내가 중고차를 사려고 한 차액만큼을 빼줘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므로, 대략 2,000만원 선에서 중고차를 생각했으니 전기차 신차구매시 1,500만원은 초과지출이 있는 셈이다. 그럼 내가 이걸 유지비에서 뽑아먹어야 하는데, 지금의 이용 패턴(운행거리 하루 왕복 100km)이 계속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나중에 되면 유지비 차액이 줄어들어서 뽑아먹을게 줄어든다는 건데.,내가 아주 정량적으로 다 계산을 했지만 여기선 간단히만 보면, 구입시 초과비용을 뽑아먹는 시점이 대략, 1년에 200만원을 절약한다 치더라도 7년 반, 300만원을 절약한다 치더라도 5년이다. 지금의 운행 패턴이 계속 유지된다고 할 때. 이후부터는 전기차 운행으로 인한 금전적 이득이 생기는 셈.
시간적으로는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것과 같이 충전에 걸리는 시간. 마트갈 때마다 충전해놓고 장본다고 하면 이런 부분은 사실 문제될 것이 없다. 저녁에 집에서 충전해 놓는다고 해도 마찬가지. 더 좋은 거는 회사에서 충전한다고 하는 경우에도. 하지만, 집에서 충전을 하려면 나만의 장소가 따로 플러그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는데, 당시 이사도 앞두고 새로운 곳의 상황은 어케 될지도 모르고 이런 상황에서 집 충전은 사실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회사에 충전기가 설치된 것도 아니었고. 마트는, 2주에 1-2번 정도(?) 가는 패턴인데, 우리집은, 난 하루에 100km씩 타니까, 사실 충전을 적어도 3-4일에 한번은 해줘야 한다. 꽤 잦은 충전 주기에 내가 별도로 시간을 계속 내서 충전하러 가는 것을 결국 시간적 비용, 시급처럼 계산해 봐도, 사실은 전기료 몇 백원만 내고 오는게 아니다. 1시간을 들였으면, 최저시급으로 해도 만원 가까이 쓰고 온 것이다. (그리고 이건 사람마다 생각하는 본인 시간의 경제적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충전으로 인한 불편함이 아주 적은 연간유지비로 모두 상쇄된다 치더라도, 경제적으로 살펴보면 초기 추가비용과 시간적 비용을 다시 더한다면 적은 적은 연간유지비가 절대 매력포인트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3. 나에게 맞는 차가 없는 문제
테슬라 포함 모든 전기차를 알아본 것은 아니고지만, 쉐보레, 현대, 기아에 가서 각각 볼트, 코나, 니로를 알아봤다. 시승을 해보진 않았고, 심지어 니로는 실물을 보지도 못했다. 첫 인상만 보고 판단했다고 해야 할까? 짧게 보고 내린 결론은, 내가 사기에 적당한 차는 없었다는 것이다.
우선 볼트는 트렁크가 너무 작고 내부도 그렇게 넓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애기 둘이 있는 4인가족인데, "트렁크에 유모차가 들어갈까?" 하는 우려가. 만약 "유모차가 들어간다면 다른 짐은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내는 작게 뽑진 않은것 같았지만, 그때 타고 있던 아반떼랑 비슷한 느낌. 알아보니 시트 두께를 얇게 해서 공간을 만들었다고... 시트 얇음=운전자 피로 증가? ㅋㅋ 특징은, 전시차도 많고 바로 살 수 있었다는 것. 만약 내가 혼자 주로 타는 세컨카나, 짐이 많이 필요 없는 가족용 차로 가끔 운행하는 정도라면 사도 괜찮다 싶었다. 그러나, 내 상황에서는 아니었다.
다음으로 코나. 뒷좌석 너무 좁았다. 주로 뒤에는 애기들을 태울거긴 했지만, 그래도 아반떼보다 더 좁고, 가끔 뒷좌석에 카시트를 떼고 다른 사람 앉기도 하는데 작은 게 좀 아쉬웠다. 모든 목적에 맞는 차를 고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적당히 타협할 수 있을정도가 되면 좋겠었는데, 코나는 엑센트 플랫폼으로 나오는거라 좁은게 어쩔수는 없었던 듯. 트렁크도, 그렇게 넓다는 생각은 없었다. 당시 2019년 여름이었는데, 12월 즈음에는 인수가 가능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니로는 인기가 많다고 보지도 못했다.ㅋㅋㅋ 먹어보지도 않은 포도를 시다고 하는 셈일 것 같은데... 아니, 만약 봤다면, 보고 맘에 들었으면 니로를 샀을수도 있겠지만? 니로는 볼트와 코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설명을 들어보면. 그런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2020년이 되어서야 인수 가능하다고 해서 그냥 계약을 하지 않았다. 반년 넘게 아반떼를 계속 타고싶은 마음은 없었고, 가급적 빨리 새 차로 운행을 하고 싶어서(=유지비를 줄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세 차 모두 나에게 딱 맞는 조건은 없었는데, 가득 충전 시 주행 거리가 모두 400km 선에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주1회 충전 이상이 되는 불편함. 그때 아반떼도 가득 주유 시 주행 거리가 400km 선에 있었는데, 이때 그 주유소 자주 가는 것도 귀찮았는데, 충전을 같은 패턴으로 해야 하는게...
결국, 전기차는 다음에 사기로(?) 마음 먹고, 중고로 LF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샀다. 이 얘기는 다시 풀어보는 것으로.
정리하면, 집이든 회사든 남 눈치 안보고 쓸 수 있는 나만의 전용 충전 장소가 있다면 전기차는 best일 것 같다. 이러면 사실 내가 쓴 3번째 이유도 좀 절충하게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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