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법무사들의 치킨게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inhovation 2018. 12. 4. 17:00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


... 전자상가나 지하상가 핸드폰 매장에서 들은 얘기가 아니다. 지난 주, 등기 때문에 법무사와 통화하면서 들은 얘기다. 맥락을 설명하면 이렇다.


아버지께서 아파트를 구입하셔서 대출을 조금 받으시고, 은행에서 당연히 법무사도 나오고 하니, 등기를 누구(부동산에서 연결해주려는 법무사 or 은행에서 나오는 법무사)에게 맡겨야 하실지 내가 대신 알아보고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등기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해 주는 곳에서 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2년 전에, 나도 집을 살 때 두 법무사에게 각각 연락 하여 등기 견적을 보내달라고 해서 받았었다. 비슷했지만 1-2만원 더 저렴했던 은행 법무사에게 맡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회사 일을 하면서도, 항상 (수의)계약을 할 때에는 비교견적서 받아보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그런데 그 누구도 수수료가 얼마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부동산에서는 계속해서, 은행 법무사 알아보시고 가격 말해주면 비슷하게나 더 싸게 해준다는 말 뿐. 직접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도 알려주지 않는다. 답답... 그래서 은행 법무사 연락처를 알아내서 연락하니, 역시 가격을 얘기해주지 않는다. ...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툭 터놓고, 아니, 그래서 얼마냐고, 정해진 가격이 있을거 아니냐고 물어보니 수수료 공식(?)을 얘기해분다. 정확히 맞는지 모르겠지만, 매매가에서 1억을 제외하고 만분의 팔(8/10000)에 19만4천원을 더하고 어쩌구 저쩌구... 최소 20만원은 넘는다는 얘기네.... 그래서 다시 물어봤다. 그럼 이 가격을 받는거냐고 하니까 원하는 가격을 얘기해달라고 한다. 쿨한척, "사무장님, 10만원에 해주세요, 15만원에 해주세요. 20만원에 해주세요." 라고 이야기해주면, 자기가 정말 후회 안하게 잘 해준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래서 얼마냐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것 같은 대화. 저 공식대로 받을 생각이 아니니까 가격을 얘기 안하는 것일텐데, 참...


너무 답답해서 격양된 목소리로 얘기했다. 아니, 내가 부동산에서도 똑같이 얘기해서 너무 답답하다. 그럼 얼마에 해주실수 있는거냐, 하니까, 뭐 10만원에도 하고 20만원에도 하고, 또 친구는 무료로라도 해준단다.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게, 무료로 해줘도 고맙다고 봉투 한나 건네주면 10만원이라도 주지 않냐고... (하아, 어쩌라는거야...) 그래서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럼 법무사(나중에 알아보니 사무장)님은 제가 10만원에 해달라고 부탁드리면, 이 견적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거에요? (나중엔 견적이란 단어도 기분 나쁘단다...왠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렇게 물어보니 또 다른데 알아보고 전화 달란다. ....................... 일단 알겠다 하고 끊었다.


(Free image from Unsplash)


기분 아주 더러웠다. 뭐 어쩌라는건지. 비슷한 업계에서 일하는 세무사 형에게 전화를 했다. 이런일이 있었는데 도대체 얼마를 받아야, 주어야 적절한것인지. 솔직히 무한정 깎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냥 적정 가격이 있으면 비교해보고 난 저렴한 곳에서 할 생각이었다. 애초에 흥정할 생각은 없었다. 여튼, 세무사 형은, 본인 집 할 때는 아는 법무사(거래처)가 무료로 해주긴 했는데, 10만원이면 싼편인것 같고, 20만원정도면 적당한 것 같으니 15만원 불러보라고 했다.


알겠다 했는데, 저 사무장이랑 또 다시 통화하기가 싫었다. 아버지께 어른들끼리(사무장도 은행 퇴직했다는 말 한거 보면 나이 많은듯) 해결해 보시라고 하며 통화 내용과 견적에 대한 적정 정보만 드렸다. 아버지는 10만원에 하기로 하셨다면서(ㅋㅋㅋㅋㅋ)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나중에 물어보니, 그 사무장도 기분이 나뻤다고 하면서(왜?), 아드님이 가격을 깎으려고만 해서 안하려고 했다고 한다. 아니, 난 깎으려고 한게 아니라 얼마냐고 물어봤던거고, 그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해준다고 하니, 그럼 얼마냐고 물어본건데? 하, 참나...ㅋㅋ 그래서 아버지도 똑같이 물어봤다고 한다. 얼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뭐, 아드님하고 10만원에 얘기 했는데 그렇게 해드려야죠. 라고 했단다. 아니, 나한텐 10만원에 해준다고 한 적 없는데? 내가 10만원의 가격을 당신이 평가 했을때 어떠냐 물어봤던 것인데. 그런데 10만원이 너무 싸다, 더 받아야 한다고 하면 그 가격도 물어보고 해 줄 생각이었다.




이런 내용을 쓰려고 하던 차에 기사를 한개 봤다. 은행 갑질로부터 법무사가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 ㅎㅎㅎ 은행이 수수료를 후려친단다.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돈도 법무사한테 부담케 한다나? 여튼.


그런데, 은행 갑질은 은행하고 풀 문제지, 일반 개인 고객한테까지 이런식으로 응대해야 하는지는 조금 생각해 볼 문제같다.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든 남들보다 싸게 수수료를 받아서 건수를 채우려는 목적인 것은 알겠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첨에 얘기했던 것 처럼, 카메라 사러 갔는데,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랑 정말 뭐가 다른지.


고객의 입장에서는 낮은 비용으로 하고 싶은, 법무사 입장에서는 가급적 높은 비용으로, 그러나 남들보단 저렴하게 하고 싶은 것이 시장 논리상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져서 거래가 발생되려면 합의점이 있어야 하는데, 가격에 대한 정보를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는 법무사들이 정보비대칭성을 이용해서 개인 고객들에게 저런 식의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등기 칠 때 비용 드는거, 어짜피 세금 채권 인지세 이런거는 다 고객이 부담하는거고, 대행수수료가 고객의 시간을 절약해주고 뭐 그런 것에 대한 비용인데, 여러 건 모아서 가고, 그럴건데 솔직히 저 공식대로(아버지께서 들은 금액은 40얼마) 해서 수수료 받는 금액도 솔직히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매매가에 따라서도 계속 올라가는데, 공식대로라면 1억당 8만원씩? 2억짜리 집이나, 3억짜리 집이나 쓰는 서류는 똑같을텐데 이것도 좀... 이건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마찬가지.


다시 생각해보면, 어쩌면 법무사들도 스스로 이런 비용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견적을 정해진 요율대로 안 받는 것 아닐까? 앞서 말했던 것 처럼, 어떻게든 건수는 채우려고 다른 사람보다는 저렴하게 하려고. 결국 치킨게임 하듯이 과도한 경쟁이 나오는 것이고. ㅎㅎㅎ.... 소비자 입장에서는 치킨게임을 지켜보면서 제일 저렴한 견적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부탁하면 되니까 개이득일수도 있는데, 나는 이런...이런 불편한 과정들이 싫다ㅠㅋ (흥정을 싫어하는건가?) 차라리 모두가 (담합도 아니고) 정해진 요율을 다 받든지! ... 뭐 42만5천원이면 40만원만 받는 정도만 하든지. ...이건 약간 중개수수료 같이. 중개수수료 자체도 뭐 비싸다 말이 많지만, 만원단위 끝까지 받는 사람은 못보고 어느정도 깎아주긴 했다. 여튼.



결국, 뭐 이런 법무사들의 치킨게임을 잘만 이용하면(?) 개인 고객도 승자가 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다고 치킨들 골라먹는 그런 행위, 하기는 싫고 좀 공정해졌으면 좋겠다. 가격에 대한 정보들도 좀 제시를 하든지. 서로,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 하지 말고, 본인네들이, 아, 정해진 요율대로 하면 너무 비싸니까 우리 얼마 선으로 낮추고 이정도를 적정 가격으로 서로 등기 대행 합시다. 라고 얘길 하든지. 그리고 잠깐 언급했던 은행, 은행도 좀 갑질을 멈추고... 좀 그랬으면 좋겠다. 지금을 보면, 법무사들의 치킨게임에서 승자는 은행인듯?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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