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되는건가 싶었다.'
직접,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를 통해서 대출 신청도, 대출 실행 은행에서의 확인 전화도, 아파트가 아닌 관계로 부동산감정사의 감정평가도 잘 끝나고 최종 단계를 향해가고 있었는데, 주택금융공사에서 대출이 어려울수도, 아니면 내년 즈음에 일시상환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내가 매수하는 집이 재개발지역으로, 또 재개발 단계의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어서 곧 멸실이 될 수도 있으니, 이렇게 되면 담보물이 사라지는 것이라서 일시 상환을 해야 한단다. 처음에 전화를 받고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몰랐다. 쉬운 단어인데 어렵게 (전문용어로?) 표현해서 더 와닿지 않아서 몇번씩이나 다시 물어봐서 쉽게 설명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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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정리하면,
1.
몇 달 전, 재개발 지역의 주택을 구입했다. (3-4년 후 입주 예정, 일반분양은 아니고, 조합원분양)
투자...라기보단, 어렸을 때부터, 나도 아내도 오랫동안 살던 동네고, 양가 부모님도 다 가깝고,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입지도 좋아서, 투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우리 가족도 좀 새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서...ㅋㅋ 프리미엄을 조금 주고서 구입한 이유는, 입지도 좋지만, 일반분양가나 프리미엄 붙은 조합원분양가나 비슷하다는 얘기도 있고, 이렇게 하면(조합원 매물을 구입하면), 일반 분양에서 탈락할 수도 있는 불확실성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
내가 구입한 동네의 재개발은, 계약서 작성 시점에서는 관리처분 총회(?)를 마치고 구청의 관리처분 공고 직전이었고, 담보대출 신청 후 심사 중에는 관리처분 공고도 며칠 전에 났었던 상황이었다. 즉, 재개발이 되네 마네, 이런 초기의 리스크는 거의 다 없던 상황이었고,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속전속결로 재개발이 진행될 것인지만 모두가 관심있었던 상황이었다.
3.
관리처분 이후의 단계는 퇴거, 즉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다른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철거로 집을 부수는 것이다. 집을 부수는 것도, 조합원에서 뭔가 의결(?)을 통해, '이사 다 갔죠? 우리 이제 집 부수는거 모두 동의하시죠?' 해서 구청에 '이사 다 갔으니까 철거 공고 내주세요.' 라고 한 후, 구청에서 최종적으로 철거 명령이 나오면 공식적으로 집을 부수기 시작하는 것이다.
4.
즉, 이 단계, 주택금융공사에서 멸실이라고 표현했던 철거가 문제였는데, 이렇게 되면 내가 담보물로 설정하고 대출을 받았던 물건이 사라지는 것(=멸실)이라서, 담보대출의 조건이 성립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출기간 중간에 대출 잔액에 대해 '외부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지만 강제로' 중도 상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일자는 몰라도, 이게 약 1년 안쪽 일 것 같다는 게 모두(주택금융공사, 구청, 조합, 그리고 나...)의 생각...ㅋㅋ
5.
주택금융공사에서 말하길,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이런 사례가 없어서 자기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내부 회의를 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사실상 현재 심사중인 나의 담보대출 신청을 막을 근거는 없다고 했다. 앞에서 말한 상황들은 모두 예정인거지, 언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기도 하고, 현재 나의 담보물은 멀쩡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6.
으아, 엄청나게 고민이 되었다. 억단위의 금액은 아니었고, 기존에 갖고 있던 돈에 +a로, 조금 부족해서 담보대출을 신청 한 것이었는데, 이걸 약 1년 정도만 원리금상환을 하다가, 남은 9년치에 대해 중도상환(=일시상환+수수료)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까진 아니고, 엄청 부담과 걱정이 되었다. 담보물 멸실 후, 중도상환 시점에서 주택금융공사의 대출이율(2.98%)보다 이율이 훨씬 높은 일반 은행의 신용대출로 돈을 땡겨야 하나, 뭐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이 안섰다.
7.
여기저기 전화했다. 구청에 전화해서 정확한 절차들(앞에서 언급한 것)을 알아보고, 조합사무실에도 물어봤지만, 뭐 뾰족한 답이 나오진 않았다. 나는, 내가 구입한 주택이 담보대출을 일단 하고, 결국 3-4년 후에 새 집으로 지어질 게 분명한데, 형체만 없다 뿐이지 사실상 뭔가 거기엔 내 지분(토지?)은 다 있는 것이니까 담보대출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주택금융공사의 담보대출은 할 수 없었다. 일반 은행도, 뭔가 이런 토지에 대한 담보대출(?)이 있나 싶어서 알아봤는데 없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멸실, 철거가 되면서 뭔가 그 토지의 소유(?)도 개인(=나)이 아니라 조합 소유(?)로 되어서 안된다는 얘기도 있기도 하고, 여튼. 그리고, 바로 앞에서 나는, 새 집으로 지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했지만, 사실상 공사가 진행중이라고 해서, 중간에 최악의 경우 건설사가 부도가 나서 새 집이 안지어질 수도 있는 리스크는 매우 적지만 존재하긴 하는 것이다. ...
8.
물릴 순 없었다. 주택금융공사로 전화해서 (뾰족한 수는 없었지만) 일단 진행 해 달라고 했다. 계약금도 다 넘긴 상황에서, 1년 후의 중도상환금 몇천...때문에 계약금을 포기할 순 없었다.
9.
집에서 아내와 엄청 머리를 굴렸다. 얼마 전에 없앤 아내의 마이너스 통장을 살리고, 또 내가 신용대출을 약간만 받으면 될 것 같았다. ... 이렇게 또 부채는 늘어만 가는가...ㅠㅋㅋㅋ
10.
결국,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돈이 생기게 되어서, 그 돈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상당히 많이 진행된) 재개발지역 주택 대해 담보대출 신청
▼
철거 후 담보물이 사라져 '담보'대출 요건 상실
▼
철거 시점, 잔액에 대해 일시 상환을 해야 하는 문제 발생
"즉, 재개발지역 담보대출을 신청하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것은,
내가 구입한 주택이 속한 지역의 재개발이 어느정도 단계까지 왔는지이다."
2-3년, 또는 그 이상, 사실 재개발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는 것은 상당히 앞선 시점부터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런 시점에서는 재개발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주택금융공사에서도 담보대출 진행 시, 크게 고려를 하지 않거나, 알려주기는 하지만 대출 실행을 문제 없이 승인 해 주는 것 같다. 그런데 나의 경우에는 내년 중에는 철거 공고가 날 것 같다는 확인(주택금융공사에서 구청에 전화도 해봤다고 함...)까지 하면서, 과연 차입자(채무자=나ㅋ)가 중도상환을 할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본 것이었다. 못갚는다고 하면, 주택금융공사에서는 '(지금 네가 치른 계약금은 난 모르겠고ㅋ) 내년에 너 돈 못갚을 것 같으니까, 그냥 아예 빌려주지를 않을게.' 해서, 차입자가 더 큰 곤경(?)에 빠지지 않게 하는 목적 같다. 좋게 말하면, 차입자 보호?ㅋㅋㅋ 뭐, 보호 맞지. 상환 능력이 안되는 사람한테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니까.
여튼 다행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돈이 생겨서...ㅠㅎ 부채도 자산이라는데, 자산이 계속 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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